더 퍼스트 슬램덩크 by eggry


 일본 개봉으로부터 꽤 적은 시차로 한국에도 개봉했습니다. 무려 돌비시네마에서도 틀어줘서 돌비시네마로 봤는데 작품 자체가 컨트라스트가 낮은 편이고 연출적으로도 쓰인 게 없어서 돌비시네마 활용은 없습니다. 그냥 대형관에 배정해준 정도의 의미인 거 같네요. 아이맥스(로도 걸리나 모르겠지만)나 MX관에서도 아무 타협 없이 시청 가능할 거 같습니다.

 돌비시네마에선 자막판만 상영해서 그냥 자막판으로 봤는데 성우 연기에 대해선 딱히 말을 얹을 거리가 없습니다. 성우 물갈이로 논란이 됐다는데 애초에 원래 일본어 더빙을 본 적이 없다보니... 한국에선 슬램덩크 캐릭터가 당시 한국화된 이름으로 워낙 히트쳤기 때문에 이후 모든 매체에서도 여전히 공식으로 쓰이고 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쿠라기 하나미치! 라고 말하고 강백호! 라고 씁니다. 원어 듣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별로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저도 원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거나 마찬가지라서요.

 예고편 등으로 알려진대로 산왕전을 집중해서 그리고 있고, 경기만 하면 단조로우니까 송태섭을 주연으로 과거 회상식으로 스토리를 조금 가미했습니다. 송태섭의 배경설정이 부족하다고 느낀 원작자 겸 감독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결정이라고 하는데, 농구의 동기부여식 스토리입니다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더 별로인 건 전적으로 회상식으로만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인데, 최강의 적수를 상대하는 와중에 휘릭 하면서 갑자기 옛날로 날아갔다 돌아오니 집중력이 영 산만합니다. 송태섭에 집중시키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회상이나 미니 스토리는 다 잘려나갔는데, 가령 강백호의 "이번엔 진짜라구요"도 없고, 산왕 멤버들의 미니 스토리도 다 잘렸습니다. 원작식 스토리 전개가 가장 왕도였긴 할텐데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가상하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네요.

 뭐 이렇게 얘기하면 망작인 거 같은데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사상 최강의 적수와의 매치에 걸맞게 농구 액션 만큼은 확실하게 챙겼습니다. 3D로 제작되어서 처음 공개되었을 땐 우려하긴 했습니다. 작품 처음 시작할 때도 스케치로 시작되어서 3D로 변화하는 부분에서는 좀 썰렁해 보인다든가 하는 허전함이 먼저 다가오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동시에 선수들이 움직이는 역동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건 정말 3D로만 가능한 정보량과 속도감이었다고 생각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중 3D를 잘 쓴 사례 대표로 꼽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D로 그리면 농구같이 빠르게 뒤섞이는 스포츠에서는 그 에너지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다수의 선수를 표현하기는 역부족이었겠죠. 처음 시작할 때 원경샷이라 허전해보이던 느낌도 작중 연출은 대부분 클로즈업 카메라와 화려한 액션으로 채워져서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습니다.

 최강의 매치의 액션성에서는 만점을 줘도 될 거 같고, 농구 애니메이션의 액션 표현에서 새 경지를 이룬 점은 향후 시리즈화를 기대하게 만들긴 합니다. 물론 원작의 내용만 써먹는다고 하면 산왕전이 제일이고 그 외에는 다 아직 미숙할 때니까 역체감이 좀 우려되기는 합니다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액션은 만점, 스토리는 50점 정도의 감상이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다 아는 얘기가 아니라 새로운 얘기라고 한다면 스토리 쪽에서는 이번보다는 좀 더 잘 해줬으면 싶군요. 결말의 서비스(?)를 보면 과연 강백호 2학년편 같은 걸 기대해도 되는가 의문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타이틀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고 한데는 이후의 기획도 고려한 내용일 거라 생각됩니다. 원작의 재애니화보다는 좀 더 미래지향적인 전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네요.

덧글

  • 역사관심 2023/01/07 05:30 # 답글

    송태섭 팬으로 무조권 봅니다. ^^ 사견으로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원작내용도 좋지만, 원작에 다루지 못한 2부(?) 전개로 다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원작의 마지막인 산왕전이 '퍼스트'라고 나왔으니, 그 뒤로 이어서 마성지라든가 그 괴물센터라든가 하는 원래 나와야했던 내용들로 말이지요 (물론 다케히코가 스토리를 짜고). 그럼 원작자도 그 2부의 성원에 대한 부담감을 덜테고 (만화로 그리지 않아도 되는), 팬들은 너무나 기쁠테구요.
  • 잠본이 2023/01/12 11:09 # 답글

    왠지 농구는 거들뿐이고 메인은 송태섭네 가족이 재난을 극복하는 힐링영화라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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