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왕: 이누오 - 다 잊고 흥겹게 놀아보세 by eggry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의 신작 '견왕: 이누오'(이하 견왕)을 어렵게 보고 왔습니다. 타이틀은 그냥 견왕인데 음독을 부제로 적어서 이상한 타이틀이 됐네요. 이누오라고 하면 영 안 와닿을 거 같고 견왕이라고 해야겠는데 또 작중에서 등장인물 호칭이기도 해서(상세가 불명확한 실존인물 모티브) 캐릭터 호칭을 견왕이라고 하긴 이상한지 이누오로 해야겠고... 그런 미묘한 줄다리기의 결과인 듯.

 이런 마이너 애니가 다 그렇지만 상영관이 프랜차이즈 별로 한군데 있을락 말락 한 수준에 상영시간도 뭐같아서 저도 심야상영으로 보고 왔습니다.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그렇게 작은 상영관이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스크린B 관이었는데 좌석은 괜찮았지만 스크린 퀄리티는 안습. 그나마 영상 성능을 크게 요구하진 않는 내용이라 다행이면 다행입니다.

 때는 무로마치 시대, 남북조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형이지만 춤솜씨가 좋은 이누오와 장님이지만 비파 솜씨가 좋은 토모나가 헤이케의 원혼들로부터 이야기를 모아서 그들의 얘기를 대신 해주어 원혼을 풀어준다는 이야기. '헤이케모노가타리'의 정본이 확립되기 전, 아직 비파 법사들이 이야기를 모으던 시절 이른바 외경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초반 빌드업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는 서사 표현은 거의 없고 3번의 연이은 뮤지컬 공연으로 내용이 거의 다입니다. 이누오와 토모나의 기원이라든가, 집권층이 헤이케모노가타리를 패배자에게 동정적이라 생각해 거슬려해서 억압하려 하는 것이라든가 더 깊게 풀어갈 얘기가 있지만 이것들은 정말 형식적 토대를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결국 작품의 재미는 뮤지컬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문제는 뮤지컬 내용이 겐페이 전쟁에서 헤이케의 이야기. 헤이케모노가타리의 최소한의 스토리라도 알아야 가사가 무슨 의미인지, 원혼을 왜 달랜다는 건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걍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는데 열창하는 내용에 불과할테지요. 개인적으론 세개의 뮤지컬 중 두번째인 '고래'가 제일 와닿았습니다. 단노우라 전투의 한을 묘사한 것이니 만큼 제일 절절하기도 할테고...

 비파라곤 하지만 사실 거의 현대 뮤지컬이라서 음악적으로 부담스러운 면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전지식이 받침이 되느냐의 문제일 뿐. 뮤지컬 작품으로써 이누오의 춤사위와 무대장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호사스러운 작화와 연출을 보여줍니다. 조명연출 같은 것들은 당대 기술로 가능하다기보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오버테크놀러지지만, 뭐 흥겨우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작품 자체는 즐거운 유흥이었지만 유아사 감독의 진로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남기도 했습니다. 보통 거장이라는 감독들이 커리어 중반까지는 치밀한 서사나 메시지를 중시하다가, 후기로 접어들면 그런 거 좀 느슨하게 하고 놀이와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유아사도 벌써 그 단계에 들어서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아닌 우려가 있네요. '견왕' 정도만 되어준다면 즐겁게 봐주겠습니다만...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