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2 이탈리아 GP 결승 by eggry


 트리플 헤더는 티포시에게 3주 연속 고통을 의미합니다. 오늘 고통은 그래도 약한 편이긴 했는데요, 느리지만 확실하게 파고 든다는 점에서는 더 안 좋았을 수도 있겠네요.

 르클레르가 폴로 시작한 건 좋은 일이었지만, 맥스와의 격차는 안심할 만큼 넓지 않았습니다. 맥스가 부품 교체로 그리드 패널티를 받긴 했는데 그리드 후미까지 떨어진 건 아니라서 역시 그정도로 될까 싶기도 했고요. 물론 그 사이에 낀 팀/드라이버들은 중상위권이라 하위권보단 눈꼽만큼 시간이 더 들긴 하겠지만, 스파를 보면 이것도 별 기대가 안 되는 게 당연하겠죠. 그리고 실제로 그랬고요.

 스타트에서 르클레르는 자리를 지켜냈지만 맥스의 돌파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첫 랩에 이미 3위까지 올라왔고, 곧이어 러셀도 몇랩도 저항하지 못 하고 거의 보내주듯이 맥스는 가버렸습니다. 레드불의 DRS 효과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 몬자에서 추월은 아주 손쉬워 보였습니다.

 르클레르는 그나마 트랙에서 맥스 페이스 비슷하게 나오는 드라이버라 0.1~0.2초 수준으로 야금야금 따라가는 정도였는데, 베텔이 머신 트러블로 멈춰서서 VSC가 나오면서 페라리는 보기 드문 승부를 던집니다. 공짜 점심을 먹으려고 피트스탑을 들어온 건데, 사실 VSC 지속시간이 불투명함을 생각하면 꽤 리스키한 결정이었습니다. 솔직히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결정이었네요.

 르클레르가 피트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 이미 VSC는 사라졌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부적절한 타이밍에 너무 이른 피트스탑을 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다행히 VSC에서 피트스탑은 최소한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새 타이어에 힘입어 느리게나마 맥스를 조금씩 따라갔는데, 맥스가 피트스탑했을 때는 갭이 10초로, VSC 전의 1.8초 정도일 때보다는 나은 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맥스의 두번째 스틴트 페이스는 13랩의 타이어 수명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르클레르가 트랙에서 방어해낼 여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격차가 더 좁혀지기 전에 두번째 피트스탑을 했는데, 19랩을 남기고 19초 격차였기에 랩당 1초는 빨라야했지만, 가장 빨랐던 때도 0.4초 정도 빨랐을 뿐이고 새 타이어빨이 빠지자 0.2초 정도로 거의 격차를 좁히지 못 했습니다.

 막판의 희망고문은 리카도가 멈추면서 SC가 발동된 거였는데, 만약 르클레르가 더 버텨서 SC에 공짜 피트스탑을 먹었다면 양상이 좀 달라질 수도 있었겠습니다. 실제로는 상위권이 전부 공짜 피트스탑을 들어와서 트랙포지션은 그대로 유지됐는데, 차량 처리가 늦어지고 남은 랩이 너무 적어 결국 마지막 랩 바로 전까지 SC 복귀가 선포되지 않음에 따라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야 SC가 들어오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SC 상황은 2021년 아부다비와 거의 판박이였는데 역시 지난번에 경기를 재개해야 한다는 촉박함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 만큼, 이번에는 백마커들을 차근차근 내보내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결국 SC 뒤에서 경기가 끝나게 됐습니다. 안티클라이막스긴 하지만 지난번 대혼란의 학습했다는 건 긍정적이긴 합니다. 레드플래그 내고 스프린트 레이스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레드플래그 낼 만한 건이 아닌 사고에 대해 인위적으로 레드플래그를 낼 수는 없죠.

 사실 경기가 재개됐다고 하더라도 같은 새 타이어라지만 맥스 페이스가 워낙 확고했던 판에 아부다비 같은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긴 합니다. 결정 당시 다소 의문부호가 뜨던 페라리의 전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문제 없는 판단이었고, 그저 맥스가 너무 빨랐을 뿐이었습니다. 한단계 느린, 오래된 타이어로도 거의 같은 속도를 냈으니 뭐 별 수 없죠. 1스탑이면 트랙에서 추월당하고 2스탑이면 순위 내주고 그정도 차이였을 뿐입니다.

 오늘의 분투상은 그리드 후미에서 출발해 4위까지 올라온 카를로스 사인츠와 5위인 루이스 해밀턴, 그리고 몸이 안 좋은 알렉스 알본의 대타로 F1 데뷔를 치른 닉 더프리스가 2포인트 획득한 것 되겠습니다. 사인츠의 돌파력은 인상적이었고, 해밀턴은 그에 미치지 못 하긴 했는데 피트전략 등이 맞아서 종국엔 사인츠 턱밑에서 끝났습니다. 페레즈는 브레이크 과열로 페이스에 문제가 있었기에 톱6 중에서는 꼴지였네요.

 오늘의 잭팟은 역시나 닉으로, F2와 FE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F1 데뷔전에 윌리엄스 머신으로 득점이라니 대단한 성적이었습니다. 팀메이트인 라피티가 쪽도 못 쓰고 거의 최후미에서 마쳤다는 걸 생각하면 더 인상적이네요. 어디든 빈 시트가 있다면 닉에 탐내는 팀이 나올 법도 하지 싶습니다. 알핀이라든가 알핀이라든가 알핀이라든가? 물론 리카도란 경쟁자는 이기기 쉽지 않겠지만요.

 페라리가 트랙 전용 업데이트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몬자였지만 페이스에서 맥스-레드불에 완전히 밀렸기에 2위란 성적도 페레즈의 불운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 경기였습니다. 스파에서 말도 안 되는 페이스 우위로 몬자도 어느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이렇게 레드불이 성능우위를 굳히면서 시즌 종반부로 접어드는 것 같군요. 이변이 없는 한 10월 중에 맥스가 타이틀을 확정지을 듯 합니다.

덧글

  • 454545 2022/09/13 11:51 # 삭제 답글

    페라리 사훈 "우리는 미래 지향적인 팀이므로 하루 빨리 내년이 오길 기대한다"

    그 후, 무한반복......
  • eggry 2022/09/13 14:05 #

    회장님이 아예 26년 전엔 이기긋지~ 라고 하는 마당이니 속터져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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