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에 이어 백투백 레이스입니다. 그 말은 2주 연속으로 티포시는 고통받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물론 지난주의 압도적인 레드불 페이스에 무기력했던 것보다는 느리고 확실한 고통이 있었던 이번주가 더 낫다고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실 트리플헤더입니다. 이번주도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
예선에선 Q2까진 맥스가 아주 편하게 원트라이로 리드를 잡고, 페라리는 트랙 그립 향상에 기대는 듯 Q1, Q2 모두 두번 트라이해서야 제대로된 기록이 나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불안했습니다. 하지만 Q3 첫 트라이에서 르클레르가 P1을 해내면서 페이스가 그렇게 불리하진 않다는 건 보여줬습니다. 두번째 트라이에서 섹터1,3는 좋았는데 섹터2가 별로라 결국 폴은 맥스에게 가긴 했는데, 예선에서 페이스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결승에선 좀 다른 얘기였습니다. 페라리 페이스가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트랙 포지션의 불리함을 쉽사리 극복할 정도로 좋지도 않았습니다. 맥스가 멀찍이 도망가지는 못 했기 때문에 페라리에도 기회는 아직 있어 보였습니다만, 문제는 메르세데스의 페이스도 만만찮았다는 겁니다. 타이어 전략이나 사고에 따라 3파전으로 가기 충분한 상황이었고, 여기서 당연히(?) 페라리가 제일 무능/불운했습니다.
일단 페라리의 첫번째 폭망은 사인츠의 망한 피트스탑이었습니다. 페레즈와 동시에 들어와서 페레즈를 커버치는 상황이었는데 페레즈는 거의 최단기록인 2초, 반면 사인츠는 크루 에러로 12.7초를 내면서 순위를 잃었습니다. 이후 사인츠는 영영 상위권은 회복하지 못 했습니다.
해당 피트스탑 당시 페레즈가 사인츠 리어레프트의 휠건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게 문제의 원흉은 아니지만 페라리가 괜한데 불평할 거리를 만들긴 했습니다. 이후에도 알론소와 충돌 우려로 릴리즈가 지연되는 등 사인츠의 피트스탑은 경기 내내 원활히 이뤄지지 못 해서 저 뒤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르클레르는 여전히 맥스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메르세데스는 아직 르클레르 뒤였습니다만 SC가 페라리에게 좋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르클레르/사인츠/페레즈가 피트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츠노다 유키가 안전벨트 문제로 트랙에 멈춰서 리타이어 했고, VSC가 나온 동안 메르세데스는 공짜 피트스탑을 했고 이것이 메르세데스 듀오가 페라리/페레즈를 앞서는 결정적인 시점이 됐습니다.
새 타이어를 낀 메르세데스 듀오는 맥스를 점점 따라잡아 갔는데, 보타스가 머신 트러블로 메인스트레이트에서 리타이어 하고 SC가 나오면서 다시금 팔자들이 뒤바뀌게 됩니다. 페라리와 페레즈도 이번엔 공짜 피트스탑을 먹긴 했지만, 피트에 차량들이 너무 몰리는 통에 아주 효과적이진 못 했습니다. 반면 한랩, 두랩 뒤에 피트인 한 맥스와 러셀은 아주 깔끔하게 공짜 피트스탑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SC에 피트인 하지 않은 선두권은 해밀턴 정도였는데, 덕분에 일시적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낡은 미디엄 타이어로 소프트를 이길 방법은 없었습니다. 맥스는 아주 쉽게 선두를 찾을 수 있었고, 러셀이 새 타이어로 박차를 올리긴 했지만 갭을 줄이진 못 하고 해밀턴을 앞서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페라리의 유일한 위안이라면 VSC는 손해였지만 SC 때는 그나마 반공짜 피트스탑을 먹고 르클레르가 해밀턴이라도 잡았다는 정도겠네요. 그래도 출발순위보다 1순위 뒤쳐진 결과이기 때문에 러셀은 성공, 르클레르는 실패인 실적 되겠습니다.
오늘의 페라리는 사인츠 피트스탑은 완전 엉망이었지만 르클레르는 두드러지는 실수는 없었으나 운이 안 좋았고 레드불/메르세데스가 맥스/러셀에 했던 것 같은 타이밍을 노리는 엣지가 없이 무난한 선택이었는데 그정도로는 우승할 성능이 안 됐다는 게 문제겠습니다.
이로써 맥스는 4경기 연속 우승을 가져가고, WDC 리드는 무려 109 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4경기 쉬다가 와도 여전히 챔피언십 리드라는 어마어마한 격차. 남은 경기도 줄어가고 있어서 이론 상으론 10월 초의 싱가포르 GP면 챔피언십 확정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걸 막을 유일한 방법은 르클레르가 남은 경기를 전부 이기면서 맥스의 불행이 따라주는 것 뿐인데, 운을 만드는 것도 실력이라고 하면 페라리/르클레르는 하수이고 레드불/맥스는 퍼펙트이기 때문에 솔직히 그런 결과는 하늘의 장난이 아닌 이상은 나오기 어려워 보입니다.
WDC와 WCC 모두 거의 끝났다고 보여지며, 페라리가 이번 시즌에서 유일하게 소기의 성과라고 만족할 마무리는 적어도 홈경기인 몬자에서만이라도 원투 피니시 하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경기들로 볼 때 레드불/맥스가 틸케 트랙에서도 여전히 강할 걸로 보이므로... 시즌 초 페라리가 더 빨랐던 걸 생각하면 결국 개발전쟁에서는 레드불을 이길 수 없었던 셈입니다.
태그 : 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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