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레인 후 일주일만에 백투백으로 열린 또다른 걸프 지역 그랑프리, 이번에는 중동 최대의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바레인, UAE, 카타르 등 군소 걸프 국가들이 일찍이 국제스포츠를 유치하려고 애쓴데 비해서 정작 종주국인 사우디는 개방에 소극적인 편이었습니다. 최근 사우디는 석유/친미 일변도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 문화적으로나 좀 더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F1 유치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다 서킷은 성지 메카 옆에 위치한 항구도시 제다의 해안 시가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서킷으로, 작년에 데뷔했습니다. 서킷 레이아웃은 실루엣만 보면 스즈카를 납짝하게 눌러놓은 거 같기도 한데, 직선과 코너의 조합 면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이나 소치와 비슷한 면이 큽니다. 뭐 틸케의 신흥국 시가지 서킷은 거의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도 되겠네요. 싱가포르는 개성있었지만 나머지는 좀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직선 아닌 직선 구간이...
지난주에 이어 예선에서 페라리 강세가 보였고 레드불이 도전하는 모양이었는데 폴을 잡은 건 맥스가 아니라 페레즈였습니다. 맥스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4위였는데, 페레즈가 폴이 가능하다는 건 레드불의 페이스를 예고한 거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단지 뭔가의 이유로 예선에서 제대로 못 뽑아낸 것 뿐이죠.
결승에서 페이스는 확실히 맥스, 르클레르, 사인츠, 페레즈 순이었습니다. 물론 출발순위 등의 이유로 르클레르가 앞인 상태로 휠투휠이 벌어지게 됐는데, 서킷 특성 상 바레인보다는 약간 단조로운 액션이었습니다. 두 드라이버가 모두 휠락 걸리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지난주에 이어 정말 박빙이었지만 이번에는 맥스가 뺏은 순위를 유지할 만큼은 빨랐습니다. 원투가 0.55초 차이, 톱4가 11초 안으로 피니시한 건 세이프티카 덕분이긴 해도 넘버투(?)들조차 상당한 박빙이란 걸 짐작케 합니다.
한편 지난주 문제가 됐던 연료계통 문제는 레드불에 따르면 펌프에 진공이 생겨서 연료를 제대로 흡입하지 못한 문제로, 간단한 조치로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이번주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레드불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소한 정비 차원의 문제였던 것인데, 다만 알파타우리에서도 그대로 발생한 걸 생각하면 그냥 메뉴얼이 잘못됐던 건지 아니면 뭔가 수작 부리다가 잘못된 건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어쨌든 이번주를 보면 퍼포먼스를 잃진 않은 거 같습니다.
레드불과 페라리가 2경기 연속 배틀을 벌이는 동안 3위 위치라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는 고전을 이어갔습니다. 해밀턴은 Q1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러셀은 무풍지대에서 뻔한 5위를 차지하는데 그쳤습니다. 메르세데스 상태가 안 좋다는 건 뒤에서 출발한 해밀턴이 SC 등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말 간신히 1포인트 먹을 정도였다는데서 더 부각됩니다. 과거 같은 성능이면 러셀 밑까지는 왔을텐데 말이죠.
중위권에선 리타이어가 매우 많았는데, 유키 츠노다는 파워로스로 출발도 하지 못 했습니다. 이후 리카도, 알론소, 보타스 등이 줄줄이 머신트러블로 리타이어해서 경기를 마친 드라이버가 겨우 열셋에 불과했습니다. 베텔의 부재 중 니코 휠켄버그는 나름대로 성적을 내긴 했는데 이정도 퇴장률에도 포인트 따기도 힘든 수준이군요. 올해 최고의 후퇴는 메르세데스와 애스턴마틴이 확실한 거 같습니다.
다음 경기는 한주 걸러서 호주에서 열립니다.
태그 : F1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