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최종전의 쇼크가 엊그제 같은데 또 금방 시간이 흘러 찾아온 새 시즌. 작년의 쇼크가 워낙 커서 올해는 테스팅도 좀 건성으로 보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결승은 월요일 새벽이긴 한데 반 정도는 봤네요. 맨 마지막 부분은 나중에 봤습니다.
테스팅 때부터 확실했던 건 메르세데스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고, 레드불은 문제 없어 보였다는 거였습니다. 메르세데스가 한수 접으면서 대신 그 자리에 치고 올라온 건 페라리였는데 사실 평소 페라리를 생각하면 테스트를 믿어야 할지 좀 의심되긴 했죠. 게다가 이번엔 대규모 에어로 규정 변경이 처음 적용되는 해이고, 이런 때 페라리가 잘 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르클레르가 폴을 차지하면서 페라리 페이스가 테스트 글로리런에 그치진 않는다는 건 확실해졌습니다. 결승에서도 페라리의 페이스는 레드불보다 눈꼽만큼 좋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차이는 꽤 적어 보입니다. 새 규정은 슬립스트림을 달릴 때 다운포스 손실이 적도록 했고, DRS의 효과도 더 강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맥스가 턴1, 르클레르가 턴4에서 반격하는 형태가 2랩 연속으로 보여졌는데 르클레르가 반격하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절반 정도는 DRS 효과 덕분이겠고 절반정도는 두번째 DRS존까지 르클레르가 크게 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게 해준 덕이겠습니다. 마지막 트라이는 맥스의 휠락으로 마무리됐고 이후에는 1초 밖으로 나가서 DRS 존에는 계속 들어가지 못 하게 됩니다.
첫 리타이어는 알파타우리의 피에르 가슬리에게서 나왔는데, 갑자기 파워를 잃으면서 뒤쪽으로 불이 났습니다. 엔진블로우는 아니지만 유압계나 연료계통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최종 DNF 사유는 엔진으로 기록됐습니다. SC가 나오면서 격차가 좁혀져 다시 어택이 가능해지게 됐지만 르클레르는 맥스를 잘 억눌렀고, 맥스는 2랩 전 파워를 잃으면서 리타이어하게 됩니다.
맥스의 문제는 연료로 기록됐습니다. 마지막랩에는 페레즈마저 코너에서 갑자기 파워를 잃으면서 스핀해버렸습니다. 페레즈의 DNF는 엔진으로 기록됐습니다. 혼다의 공식 철수 후 레드불은 R&D 파트너십을 채결해서 개발동결 전에 올해를 위해 마지막 파워유닛 개발을 푸시하고 있었는데, 레드불 브랜딩된 새 혼다 파워유닛을 쓰는 차량 3대가 모두 엔진, 특히 연료계 문제로 맛이 가버린 건 쇼킹한 사건이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생긴 증상이란 점에서 연료계통에 설계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운이 좋다면 약간의 조립이나 정비절차 문제라서 쉽게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함의 보완에다 FIA 승인 등까지 고려하면 몆주 정도는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바레인 환경이 극단적이라 다른 트랙에서는 몇랩 차이로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긴 합니다. 2012년의 얼터네이터 결함이 생각나는 사건인데, 레드불/맥스의 챔피언십 행진을 초장에 발목 잡는 이슈가 될지 궁금합니다.
페라리의 약진은 에어로와 파워유닛 양쪽의 성공일테지만(톱팀은 무조건 둘 다), 2019년 이후 두 시즌 동안 페라리가 맥을 못 춘 게 파워유닛의 꼼수가 들통나 사용금지 당해서라는 건 모두가 아는 비밀입니다. 오늘의 성적으로 페라리 파워유닛이 탑클래스로 다시 돌아왔다는 게 증명되며, 특히 에어로보다 파워유닛에 의한 스윙이 더 두드러지는 중하위권팀 알파로메오와 하스의 약진에서도 페라리 파워가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페라리와 레드불이 파워유닛으로 명암이 갈리는동안, 메르세데스는 테스트부터 에어로 쪽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결승은 예선보단 나은 페이스였습니다. 그렇지만 뒤떨어진 3위인 건 확실해서, 작년 페라리처럼 무풍지대에서 혼자 노는 분위기였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마지막 파워유닛 업그레이드 자체는 페라리나 레드불과 퍼포먼스는 별 차이 없을 듯 합니다.
메르세데스는 테스트 중반에 사이드포드 인테이크가 플로어에 바짝 붙고 엄청나게 좁은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것 때문인지 아니면 플로어의 웨이브치는 엣지 때문인지 몰라도 차량이 흔들리면서 에어로가 안정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규정적으로는 레드불의 파워유닛 문제보다는 절차는 간단한데, 원인판명과 개선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에어로 안정성은 언제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습니다.
레드불의 더블리타이어 덕분에 메르세데스가 3,4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레드불의 불운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페라리와 레드불의 2파전은 거의 확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페라리로썬 정말 오랜만의 최고의 시즌 스타트이고, 머신도 드라이버도 경쟁력 있어 보여서 올해는 간만에 기대하게 됩니다.
중위권에선 스텝업하길 기대했던 맥라렌은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고, 알핀도 간신히 제자리만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그나마 알파로메오와 하스만 페라리 파워유닛에 힘입어 작년 대비 개선됐지만 중위권의 혼조에서 벗어난 기록을 세울 위치는 아닌 듯 합니다. 예선만 봤을 땐 작년 대비 애스턴이 제일 망한 거 같았는데 결승은 베텔도 공석이고 그래서 아직은 좀 더 봐야겠습니다.
여튼 2009년 이후 가장 대규모의 에어로 규정 변경이 이뤄진 2022년 시즌 첫 경기는 성황리에 마무리 됐습니다. 샤를-맥스의 휠투휠도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새 디자인은 미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리어윙은 처음 컨셉카 공개 때는 곡선형인 게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실물은 훨씬 나았습니다. 멋진 디자인에 좋은 경기를 보여줘서 역시 좋은 출발이고 시즌이 지나면서도 액션이 줄지 않길 바랍니다.
태그 : F1
덧글
레드불이 이어받은 혼다 엔진 자체 구조적 문제만 아니면 추격하겠지만 시작에 노포인트라서 추격이 부담되긴 하겠네요.
메르세데스 엔진은 커스터머팀이 다 바닥에 깔린게 큰 문제로 보이긴 합니다. 이대로면 알본이 간 마당에 윌리엄스는 다른 엔진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