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가 카메라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디지털 이미징 사업부를 OM 디지털 솔루션(이하 OMDS)으로 독립, 이관시킨 뒤 첫 제품인 OM-1이 발표되었습니다. 기념비적인 올림푸스 OM-1을 오마쥬 한 이름으로, 간결하게 나왔습니다. 회사 이름이 이제 더이상 올림푸스는 아니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올림푸스 브랜드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뭐 분할, 양도 당시부터 특허권, 상표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보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정작 카메라엔 올림푸스라고 박혀있지만 프레스릴리즈에 올림푸스에 대한 언급은 어디까지나 E-M1 시리즈에 대해 언급할 때 뿐이라는 게 재밌습니다. 그러니까 카메라에 마크는 박아도 되지만, 입에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미묘한 어른의 사정인 걸까요?
여튼 공개된 카메라는 E-M1 시리즈의 폼팩터를 가진, 사양적으로도 E-M1의 후계에 위치한 제품입니다. 사실 이 사양이 E-M1 III에서 나왔더라면 훨씬 좋은 상황이었을 수도 있을텐데... 뭐 그래도 올림푸스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았겠습니다만, 적어도 좀비기업 상태로 남을 거라 우려했던 기업 상황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스펙업을 이뤘습니다.
센서는 여전히 2000만 화소이지만 완전 신형으로, 드디어 이면조사에다가 적층형 센서가 도입됐습니다. 니콘 Z9도 그렇고 소니제조 센서를 쓰는 회사들이 이제서야 적층형 센서를 주문할 수 있게 된 듯 싶습니다. 물론 캐논은 스스로 직접 했지만요. 이미지프로세서는 트루픽X로, E-M1 III의 IX에서 한단계 더 올랐습니다.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2개 탑재해 마크3의 3배 성능이 나온다고 합니다.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은 신센서에서 오는 AF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했습니다. 신형 센서는 모든 픽셀이 4개로 분할되어 위상차 기능을 가진다고 하는데, 캐논의 듀얼픽셀 기술과 비슷하지만 2개가 아니라 4개이고 십자형이기 때문에 모든 픽셀이 크로스형 센서면 위상차라는 점이 다릅니다.
기술적으로만 봤을 때는 현존하는 미러리스 중 가장 발전된 센서면 AF 하드웨어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픽셀이 독립된 측거점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라서, 측거점 수는 1053개이지만 이것만 해도 소니 a1 등보다 훨씬 많은 것이며 크로스이기까지 하니 당연히 좋을 것입니다. 센서 사이즈가 1/4임을 생각하면 밀도는 5배가 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층형 센서의 속도를 활용해서 AF/AE 추종으로 50fps, AF/AE 잠금으로는 120fps의 전자셔터 연사가 됩니다. 기계셔터로는 10fps라고 하는데, 기계셔터 20fps 기종들이 있는 상황이라 약간 아쉽긴 하지만, 포서드 센서에 적층형이라면 리드아웃 속도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a1, Z9, R3보다도 월등히 젤로 억제가 좋으리라 생각해 기계셔터의 필요성은 매우 적을 거 같습니다.
비교적 빠르게 도입한 피사체 인식 AF도 정작 더 많이 쓰일 고양이나 개는 늦게나마 탑재되었습니다. 기존의 기차, 자동차, 비행기는 너무 매니악한 느낌이었죠. 얼굴인식 AF의 향상이 궁금한데 그에 대한 언급은 찾기 어렵군요. 물론 하드웨어적으로 캐논/니콘/소니의 플래그십과 동등한 기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AF는 알고리듬과 노하우도 중요하고 그 점에서 올림푸스는 한참 쳐져있었기 때문에 출시 시점에서는 3강보단 떨어지는 모습이리라 생각합니다. 니콘, 캐논도 일취월장 했지만 아직 소니보단 2% 부족한 것처럼요.
하드웨어 잠재력은 좋기 때문에 펌웨어 업데이트로 꾸준한 개선은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하드웨어가 워낙 탑클래스이기 때문에, 최소한 파나소닉은 앞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나소닉은 루머로는 GH6도 센서면 위상차를 안 쓸 거라고 하는데, 대신 몇배 빨라진 처리속도의 DFD로 센서면위상차+적층센서의 파죽지세에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해낸다면 다양한 기술이 양립한다는 점에서 좋겠지만...
자잘한 부속사양들도 개선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EVF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모두 소니제 OLED로 넘어갈 때 엡손제 LCD를 고수함으로써 E-M1 시리즈는 시장 최악의 EVF를 갖게 됐는데, 드디어 576만 도트의 OLED를 채택했습니다. 후면액정도 162만 도트로 올라갔다고 하니, 캐논/니콘 수준은 아니라도 최신 소니 카메라 정도는 될 거 같습니다. 소니가 워낙 말이 많아서 그렇지 올림푸스도 액정이 참 안습이었죠.
올림푸스의 장기였던 손떨림 보정도 싱크IS 이용 시 최대 8스탑까지 더 나아졌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제는 더 나아져도 체감은 잘 안 될 거 같습니다. 뭐 원래도 엄청 좋았다는 얘기이긴 합니다. 회사 사정이 훨씬 안 좋은데도 확실하게 스펙업한 부품을 공급받은 거 보면 올림푸스가 정말 일을 대충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때 좀 잘하지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동영상도 강화되서 이제 4K60이 되고(드디어!), 10비트나 HLG HDR 등도 됩니다. RAW 12비트도 된다고 하는데 디테일이 없네요. 아마 HDMI 출력일 듯 합니다. E-M1 시리즈 시절에도 능력이 받쳐주는 한에는 최대한 해주려는 모습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프로세서 성능과 동영상 노하우의 한계로 동영상 카메라라고 하기엔 핸드헬드 손떨림보정 외에는 별 메리트가 없는 편이긴 했습니다. 이번에는 업계 일반적인 수준까지는 올라주면 좋겠습니다.
빨라진 프로세서를 활용해 합성기술도 업그레이드 됐는데, 이젠 아예 이름을 '컴퓨테이셔널 촬영'이라고 지었습니다. 라이브ND, 하이레조 등이 더 오랜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되도록 됐습니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수준의 컴퓨테이셔널이라 할 수준은 안 되는 거 같지만, 앞으로 마이크로포서드는 빠른 속도를 살려 이쪽을 파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출시는 3월, 가격은 2199달러로 E-M1 III의 1800달러보단 오르긴 했습니다. 다만 이번엔 플래그십 다운 사양이기 때문에 가격상승은 그래도 잘 억제된 편이라 생각합니다.(한국 출시는 가망 없어 보입니다만 ㅠ) 물론 이것만으로 OMDS와 OM 시리즈의 장래를 밝게 보기에는 니치 마켓이기 때문에 어렵고, 이 기술이 잘 탑다운 된 엔트리~미드 카메라가 나와줘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사 이름이 아예 OM인 게 걱정인데, 일본에서 라이트유저용으로 한자리 차지하던 PEN이 영영 사라진다면 쉽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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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6 17:0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22/02/16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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