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1 아부다비 GP 결승 by eggry


 최종전 순위로 챔피언이 결정되게 된 2021년 시즌. 결과는 나왔고, 둘 중 한명이 결국 챔프가 됐습니다. 누가 됐는가를 떠나서 원하던 형태의 피날레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두고두고 가장 이상하게 챔피언 결정된 시즌으로 꼽히게 될 듯 합니다. 경기의 향방이 드라이버나 팀의 손보다는 FIA의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 결정에 의해 형태가 잡혔다는 게 너무나 똥맛 카레 같은 느낌입니다.

 맥스가 폴에 소프트, 해밀턴이 P2에 미디엄인데 설마 했지만 역시 맥스가 느린 스타트로 순위를 잃으면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맥스는 곧이어 몇코너 뒤 어택을 넣었지만, 이번에도 해밀턴과 접촉 위험이 있었고 해밀턴은 트랙 밖으로 나갔다가 합류합니다.

 올 시즌 너무나 많이 봐왔던 모습이고 특히 지난 경기에 맥스에게 패널티가 주어졌기 때문에 해밀턴에게도 패널티가 나올까 했지만 스튜어드는 이번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패널티가 왠만하면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쪽이긴 한데, 어쨌든 스튜어드의 근거는 맥스의 공격이 해밀턴을 밀어내게 만드는 것이었고, 해밀턴이 시간 이득을 곧바로 돌려줬다고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패널티에 반대하는 것과 별개로 이 두가지 모두 별로 납득이 가진 않는데, 물론 맥스의 공격이 줄을 타는 것이긴 했지만 맥스도 현실성 없는 공격으로 코스를 나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또한 해밀턴이 별로 뒤로 물러섰다고 하기 어렵고 오히려 곧바로 격차를 벌리려고 열심히 달렸는데 갭을 돌려줬다는 것도 이상하긴 합니다. 어쨌든 패널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제가 바라던 바이긴 했습니다.

 패널티 논란이 무색하게도 해밀턴의 페이스가 확연히 좋은데다 타이어 수명도 길기 때문에 첫 스틴트는 맥스의 패배가 확고했습니다. 결국 맥스가 먼저 피트스탑 하면서 언더컷을 시도했는데, 해밀턴도 1랩 뒤에 갈아탔고 둘 다 같은 하드타이어가 되자 페이스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해밀턴-메르세데스가 맥스-레드불보다 확실히 빠르다는 게 명확해졌고, 아직 피트인하지 않은 페레즈를 이용한 지연전술이 1.5초 정도까지 좁혀지게 해줬지만 페레즈를 앞지르자 해밀턴은 또 쉽게 격차를 벌렸습니다.

 다음 사건은 VSC였습니다. 지오비나찌의 사고로 VSC가 나오면서 맥스는 손해가 적은 피트스탑을 먹고 어택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새 하드로도 충분한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고, 10랩 정도 남은 시점에서 해밀턴을 앞지르는 건 불가능한 게 명확해졌습니다. 사실 타이어 갈았을 때 1.5초 정도는 빨랐어야 소모되고서도 추월 가능했을텐데 0.8초 정도 밖에 안 빨랐고 10랩 정도 남겨두고는 페이스 차이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6랩을 두고 라티피가 크게 사고를 내면서 진짜 SC가 나옵니다. 레드불은 이번에 아예 맥스에게 소프트를 신기며 마지막 어택을 노립니다. SC 정리 중에도 FIA의 결정에 대해 신경전이 오갔는데, 원래 FIA는 SC 뒤에서 맥스가 백마커를 앞지르지 못 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순위를 재정렬하지 않는 근거는 1) 트랙이 정리되지 않았거나(라티피의 차량은 치워졌지만 데브리 등은 아직 있었을 수 있습니다) 2) 남은 랩수가 너무 적을 때인데 결국 2랩 전에 정렬을 허용함으로써 2번째는 아니었을 듯 합니다. 2번째였다면 그냥 SC 뒤에서 피니시 하는 결말이 되었겠지요.

 마지막랩 직전에 SC가 들어가고 맥스는 새 소프트 타이어, 해밀턴은 경기 2/3를 달린 하드 타이어로, 해밀턴에겐 속수무책인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맥스는 아주 쉽게 해밀턴을 추월하고 패스티스트랩까지 기록하며 우승, 올해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SC 중에 페레즈가 리타이어 하면서 WCC는 메르세데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번 경기의 향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해밀턴-메르세데스의 페이스 우위가 확고한 건 그렇다 쳐도, 적어도 맥스-레드불이 악착같이 달려온 덕분에 마지막 행운이 따랐을 때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마지막에 주어진 시간과 상황이 너무나 인위적이어서 그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상황이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메르세데스가 평이하게 트랙 포지션을 방어하는 형태로 1번의 피트스탑을 가져갈 때, 레드불은 3번이나 공격적인 결정을 했고 두번은 해밀턴의 페이스에 씹어 먹혔지만, 마지막에는 먹히긴 했으니 레드불이 자신들의 공격적 결정을 꾹 밀고 나간 게 한몫한 건 맞습니다. 맥스의 기여도는 리셋된 상황에 어드밴티지가 너무 심해서 좀 적긴 하겠습니다만, 같이 이기고 진다는 점에서야 메르세데스가 해밀턴 발목 잡은 것도 만만찮으니 한팀인 운명이라고 쳐야죠.

 다만 마지막 랩 상황이 거의 FIA의 주사위 던지기로 결정된 건 두고두고 찝찝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SC가 나온 시점에서 라티피의 차량 정리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SC 뒤에서 챔피언십이 끝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혹은 1랩 정도 더 걸려서 순위 정렬 없이 리스타트 했을 수도 있죠. 그랬다면 맥스는 비교적 순순한 백마커들이라곤 하나 해밀턴을 1랩 안에 잡을 가능성은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야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정도로 남은 랩이 적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레드플래그를 내는 것도 방법이었을 겁니다. 두 드라이버 모두 새 타이어로 갈아끼고 5랩의 휠투휠을 하는 거죠. 물론 페이스 차이를 생각하면 이 상황에서도 해밀턴이 이겼을 가능성이 높긴 할 겁니다.

 물론 이정도로 끝의 끝에 잭팟이 터져서 챔피언이 되는 경우야 없었다고 하더라도, 맥스도 하루아침에 여기 온 건 아닙니다. 한 시즌 동안 포인트를 쌓아왔으니 마지막 경기에 챔피언십을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된 거죠. 다만 마지막이 그냥 깔끔하게 할 말 없는 압승이거나 아니면 누구나 말을 잊을 클라이막스라면 좋았을텐데 이번 경기는 그렇지 못 했네요.

 성패의 90% 정도는 FIA가 결정지었고, 9% 정도는 레드불, 1% 정도는 맥스라고 해야 할까요? 가장 실망스러운 건 이 주어진 상황에서 해밀턴은 그냥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겠습니다. 경기 내내 맥스를 따돌리며 달려봤지만 결국 마지막 랩 로또로 패배한 거나 마찬가지가 됐으니까요. 적어도 뭔가 저항이나 액션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냥 백마커 신세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SC 타이밍 마저 피트엔트리 지나버린 뒤라 새 타이어 낄 수도 없었으니...

 메르세데스는 당연히 항소하겠지만, 챔피언십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대로 끝났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해밀턴이야 정말 허탈하겠지만 적어도 메르세데스는 WCC는 또 챙겨갔네요. 맥스는 첫 타이틀을 가져갔고, 혼다도 F1 철수 직전에 챔피언 한명은 만들고 가서 유종의 미는 거뒀습니다. 물론 이후 레드불 엔진도 그냥 혼다 브랜드 안 달린 혼다 엔진이지만 공식 네이밍은 사라지게 되니까...

 12월 중순까지 이어진 역대 최장의 F1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결과는 기록에 새겨졌고, 이젠 다음 시즌까지 드라이버와 팀은 재충전 하면서, 팬들은 날짜를 세면서 기다리는 것만 남았군요.



덧글

  • hukusi 2021/12/13 08:09 # 답글

    누구도 원하지 않았을 결말.. 맥스조차도 원하지 않았을(물론 패배하는것보단 낫겠지만)..

    마지막 상황에서 해밀턴에게 주어진 주사위는 단 하나도 없었네요. 라티피 덕분에 길고 치열했던 한 시즌의 결말이 망쳐졌습니다. 승자인 맥스 또한 앞으로 부진할때마다 운빨과 같은 단어로 챔피언 타이틀이 폄훼되겠지요. 최악의 레이스가 되어버렸고 맥스의 팬이더라도 좋아하는건 이해하기 어려울 레이스입니다.
  • eggry 2021/12/13 10:25 #

    운빨 얘기는 대게 금방 잊혀지는데 이번엔 워낙에 극적이어서 어떨까 싶긴 하군요.
  • A320 2021/12/13 10:26 # 삭제 답글

    극적이긴 했지만 뒷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 eggry 2021/12/13 13:22 #

    뭔가 목에 걸린 이 느낌
  • ㅇㅇ 2021/12/13 11:21 # 삭제 답글

    첫랩 노 페널티부터 예전 사례와 형평성이 안 맞아서 짜증도 나고 김이 샜습니다마는 스튜어드 리스크가 마지막에 반대로 돌아올줄은... ㅋㅋㅋㅋ 그간 햄 운빨 보면서 이제 알론소보고 운론소라고 하는 놈들 다 엎드려야 한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이기는거라고 맥스가 챔프를 빼앗아가네요. 결국 슈미 챔프 기록을 방어해낸 믹의 헌신...? 페레즈는 진짜 오늘 주인공이었습니다.
  • eggry 2021/12/13 13:23 #

    페레즈 계약은 문제 없겠다 싶군요.
  • IOTA옹 2021/12/13 11:26 # 답글

    맥스가 페이스라도 좋았으면 뒷말이 조금은 줄었을텐데
    동점인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 마지막 한판 승부인데 내내 페이스에 서 밀리다가 두 컨텐더들이 아닌 제 3자의 사고로 인해 결말이 나버리니 참으로 뒷맛이 안좋네요. 저야 라이코넨이 은퇴하니 F1을 잘 안챙겨 보게 될듯 하지만 맥스의 첫 챔은 그의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히는 요소가 될거 같네요.
  • eggry 2021/12/13 13:23 #

    베테랑 은퇴경기 답게(?) 키미는 불운했는데 그래도 드라이버 오브 데이는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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