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1 사우디아라비아 GP 결승 by eggry


 새벽시간대고 월요일이라 안 보고 자면서 그저 누군가의 리타이어로 싱겁게 챔피언십 결정되지만 않기를 바랬는데 그건 이루긴 했네요. 사실 제가 가장 바라던 결과인 타이 포인트로 최종전으로 향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결과론적으론 그런데 경기 내용은 이래저래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네요.

 제다에 만들어진 새로운 트랙은 걸프 국가들의 연이은 F1 참전의 최신판입니다. 사실 걸프지역에서 장 크고 강한 나라인 걸 생각하면(이란을 뺀다면) 거의 막차로 들어온 게 오히려 의외라면 의외라고 해야겠습니다. 제다 트랙은 시가지 트랙으로 만들어졌지만 해안가에 바짝 붙은 도로 일부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싱가포르나 모나코, 바쿠처럼 시내 명물을 지나는 풍경은 볼 수 없는 트랙이었습니다.

 트랙 특성은 싱가포르 같은 벽이 둘러진 스즈카 같은 느낌이었네요. 트랙 형상은 몬트리올과 비슷한데 시케인 대신에 중고속 더블/트리플S 구성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선 연습부터 사고가 많았는데, 몬트리올의 챔피언의 벽을 연상시키는 사고가 줄줄이 났습니다. Q3에서 맥스가 한창 기록 경신 중에 부딧쳐 3위에 그친 것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사고가 많에서 페이스 면에서 온전한 그림을 그리기 어렵긴 했습니다.

 예선에서 맥스가 폴을 차지할 페이스가 있었지만 결승에서는 해밀턴이 더 빠른 게 분명했습니다. 사고로 인해 두번의 레드플래그와 리스타트를 겪으면서 맥스는 공짜 피트스탑으로 선두로 출발하게 됐는데 해밀턴에게서 전혀 도망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해밀턴이 공격을 시도하면서 최근 연이어 일어났던 코너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여러번 연출됐습니다.

 첫번째 코스아웃 후에는 레드불이 아예 맥스보고 해밀턴을 보내주라고 했는데, 사실 이때는 해밀턴이 인에서 앞서 있다고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왜 레드불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왔는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해밀턴이 맥스가 보내줄 거란 걸 모르는 상태에서 맥스는 다소 명확하지 못한 모습으로 감속을 했고, 해밀턴은 제스쳐를 알아채지 못 하고 뒤에 들이박게 됩니다.

 해밀턴의 프론트윙 데미지는 경미했고, 이후에도 계속 맥스를 어택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레드불은 맥스에게 다시 자리를 주라고 명령했는데, 직선에서 자리 주자마자 다음 코너에서 바로 추월했지만 오래 막지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두어번 정도 밀어내기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패널티와 무관하게 어쨌든 해밀턴은 맥스를 트랙에서 앞섰기에 사고와 패널티는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맥스와 해밀턴의 트랙 액션 이슈 중에서 이번이 패널티가 나온 첫 사례가 될 듯 한데, 밀어내기로 5초에 충돌사고로 10초 패널티를 받고 끝났습니다.

 맥스가 속도를 줄이긴 했고 공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무전도 안 전해졌고 제스쳐가 모호하긴 했지만) 10초 패널티는 좀 억울할 거 같긴 합니다. 보타스와는 격차가 커서 2위는 지켰습니다. 보타스는 피니시라인 통과하면서 오콘을 잡았는데, 몇년 전 바쿠가 생각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콘에겐 아깝게 됐지만 직선빨이 워낙 차이나니 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맥스가 이전에 비해 휠투휠도 깔끔해졌고 많이 성숙해졌다고 했는데, 제다에서의 모습은 그런 칭찬이 무색하게 옛날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아부다비에서 안티 클라이막스적인 결말로 맥스가 패배한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맥스가 밀려난 순간은 제다라고 생각하게 될 거 같습니다.

 물론 맥스의 액션이 대부분 패널티 급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그래서 한번 빼고는 여태껏 안 받았죠) 한 경기에서 여러번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데서 챔피언십 막바지에 맥스가 조급해지니까 억눌러뒀던 성미가 드러나는 건가 싶고 그렇습니다. 슈마허도 평소에는 깔끔하다가 정말 급박한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가거나 부딧쳤다거나 했던 것처럼요.

 오늘 해밀턴-맥스의 사건들을 모아보면

- 리스타트에서 턴1에서 밖으로 나가서 앞지른 것. 이건 금방 돌려줬습니다.
- 두번째 리스타트에서 해밀턴을 앞지르고 바로 오콘도 잡은 것. 이건 깔금하고 훌륭했습니다.
- 랩 37에서 턴1에서 밀기. 포지션 돌려줘야 하나 저는 반신반의였지만 레드불은 돌려주라고 했습니다.(5초 패널티, 사실 이건 순위 넘겨주려 했으니 안 나올 수도 있었는데 정작 사고 나니까 한참 안 돌려줘서 생긴 듯)
- 랩 37에서 맥스가 순위를 돌려주려 했지만 상황을 모른 해밀턴과 접촉사고 발생.(10초 패널티)
- 랩 42에 결국 맥스가 비켜주고 바로 다음 코너에서 추월.
- 랩 43에서 해밀턴이 추월했지만 그냥 뒤로 안 빠지고 코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옴.

 솔직히 속도만 좋았지 트랙액션 측면에서는 오늘 맥스는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여튼 WDC 자체는 포인트 타이로 최종전으로 향한다는, 제가 가장 바라는 형태가 되긴 했습니다. 둘 외에는 우승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걸 생각하면 높은 확률로 그냥 우승자가 챔피언이 될 듯 합니다. 다만 제다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아부다비에서는 핵폭탄이 터지든지 안티클라이막스로 원맨 크루즈든지 양극화 될 거 같습니다. 둘이 만나지 않는 게 사고를 피할 유일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페레즈의 리타이어로 WCC에서는 메르세데스의 승산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생각되고, WDC는 바로 일주일 뒤 결승에서 정해지게 되겠습니다. 최근 새벽경기는 대체로 안 봤는데 이번에는 라이브 보려고 월요일 휴가도 냈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은 오늘 모습으로야 해밀턴이 챔프 되야할 거 같은데, 맥스도 그래도 시즌 동안 잘 했으니 이기든 지든 깔끔한 마무리 되길 바랍니다.



덧글

  • hukusi 2021/12/06 22:19 # 답글

    동감하는 바입니다. 이번주 맥스의 수준은 속도만 빠른 아마추어에 가까웠습니다. 아마 심리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는게 아닌가 싶네요.

    퀄리파잉에서 맥스의 마지막 랩을 보는데, 빠른걸 떠나서 라인이 위태위태하고 과하다 싶더라니 나쁜 예상대로 사고가 나더군요. 결선에서 레드플래그 두번의 결과가 완전히 맥스에게 웃어주는 형태로 갔었는데도, 맥스는 해밀턴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고 압박감에 사고유발행위에 가까운 휠락과 무브가 몇번이나 나왔습니다. 이건 순전히 사고를 해밀턴이 잘 피해간 레이스라고 보입니다.. 휠투휠에서 말도안되는 집중력을 보이는 해밀턴이고.. 평소에 때려본 놈이 잘 피하는법이죠.

    양보를 할 때에도, 해밀턴에게 공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맥스 또한 명확하게 양보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맥스가 어정쩡한 포지션에서 양보를 하려던 것은 DRS 디텍션 존 앞에서 양보를하고, 다시 선두자리를 빼앗으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해밀턴 또한 의도를 알고 그곳에서 추월을 하지 않고 뒤에 붙은 상태로 감속하면서 맞춰갈려던것 같은데, 맥스가 전략적인 포지션을 위해 과도하게 감속한 끝에 접촉이 난 것 같군요. DRS 디텍션 존 앞에서 순위를 돌려주는 행위에 대해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행위를 제재할 수는 없겠지만, 스튜어드의 명령 의도에 반하는 얌체행위인것도 사실이니까요.

    최근 몇경기의 내용을 볼 때, 아부다비에서 천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맥스가 WDC가 되는건 확률이 낮아보이네요.. 페이스도 페이스지만 집중력과 멘탈리티에서 경험치 차이가 난다고 느껴진다고 해야하나요. 다만 둘 다 리타이어한다면 맥스가 챔피언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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