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미러리스 플래그십 카메라 Z9 발표 by eggry


 몇달 동안 예고되어 온 니콘 Z9이 드디어 발표됐습니다. 티징이 점점 디테일해져가고 있었는데 오늘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발표 뜨고 이게뭐야?! 했네요.

 당초 발표 시에는 화소수도 공개 안 된 상태로 8K에 적층식 센서 정도만 기술되어 있었기 때문에 니콘판 a1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a1 센서가 워낙 고가에 소량생산일 거라서 아예 니콘도 나눠받기로 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였죠. 여튼 니콘인지라 당연히 소니와 달리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나왔습니다.

 일단 제 예상에서 가장 크게 틀린 건 a1과 같은 센서일 거란 거였습니다. Z9은 a1의 5010만과는 다른, 4571만 화소의 다른 센서를 갖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a1의 것과 중복되는 점이 많을 게 분명합니다. 물론 소니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될 거고요.

 4500만대라는 a1보다 약간 적은 화소수를 택한 건 아무리 봐도 동영상 때문인 듯 합니다. 8K 동영상에 5000만은 애매하게 많은 화소입니다. 슈퍼샘플링으로 화질을 늘리기에는 너무 조금만 넓고, 성능이 부족하다면 약간 크롭을 감수해야 되는거죠.

 4500만은 크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가장 8K에 최적화된 화소수입니다. 어쨌든 4500만과 5000만의 500만 화소 차이는 스틸 이미지로도 얼마 차이도 나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론 오히려 a1이 왜 굳이 5000만으로 어정쩡하게 더 높였나가 더 신기합니다.

 여튼 다른 센서라는 점을 제외하면 스펙적으로는 니콘판 a1이라고 보는 게 제일 이해하기 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연사수는 최대 30fps이지만 이는 JPG에서만 해당됩니다. RAW로 가면 20fps로 떨어지게 됩니다.

 한편 니콘은 기존의 무손실압축 RAW에 이어 '고효율 RAW'라는 걸 새로 추가했습니다. 이는 무압축의 1/3, 무손실압축의 1/2 용량을 제공한다는데, 무손실압축이 이미 있는 상황에 무슨 마법을 부릴 순 없을테니, 소니의 손실압축 RAW와 마찬가지로 손실압축인 것처럼 보입니다. 화질 손실이 어느정도 발생할지가 궁금합니다.

 여튼 a1은 손실압축이라면 RAW에서도 30fps가 되는데, 니콘은 무조건 20fps이고 단지 버퍼가 얼마나 버티냐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니콘에 따르면 고효율 RAW의 경우 1000장까지 버퍼가 차지 않고 연사 가능하다고 합니다.

 고효율 RAW에서 30fps가 안 되는 건 아쉽긴 합니다만, 30fps와 20fps의 차이가 절실한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옛날 컴팩트 디카에서나 보던 초고속 버스트 모드도 있는데, 이 경우 120fps로 1100만 화소를 뽑아낸다고 합니다. 보도사진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은 화소수일 듯 합니다. 다만 1100만 120fps와 4500만 20fps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그 중간쯤이 있으면 좋겠다 싶군요.

 적층 센서의 가장 큰 이점이라면 단순 연사속도와 더불어 블랙아웃프리 전자셔터를 이용한 끊기지 않는 AF일 겁니다. 니콘의 3D Tracking은 DSLR에서는 최고의 시스템으로 꼽혔지만, 미러리스 시대의 센서면 위상차와 피사체 인식 활용은 빅3 중에서 제일 뒤쳐진 상태입니다.

 어쨌든 Z9을 통해서 블랙아웃프리 하드웨어를 니콘이 처음 입수하게 되는데, 그 이전 단계의 실적이 시원찮기 때문에 하드웨어가 좋아진다고 얼마나 향상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할 거 같습니다.

 적층 센서로 풀 전자셔터 활용이 가능해진 김에 아예 기계셔터를 삭제해버려 전자셔터 전용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사실 a1이 이미 전자셔터에서 플리커프리와 플래시 동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기계셔터는 이제 더이상 필수가 아니게 되었지만요. 최대 셔터속도는 1/32,000s이며, 동조속도는 1/200s로 별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캐논의 경우 R5부터 이미 소니급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R3는 당연히 a9급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니콘은 아직 그정도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으니까요. 하드웨어야 매우 강력하니 니콘이 의지만 있다면 펌업으로 a1 수준으로 올리는 게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요는 니콘의 능력과 의지에 달렸다 하겠습니다. 아직 엠바고 상 풀리뷰는 안 나오고 있지만 일단 초기 유튜브 프리뷰들은 괜찮아 보이기는 합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좀 이상하던 락온 기능 대신 3D Tracking 방식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a1처럼 정확도 99% 수준일지는 아직 두고봐야겠지만요.

 니콘이 소니보다 잘 할 거라고 기대하는 부분은 처리의 안정성이나 일관성 같은 부분인데, 니콘은 '듀얼 스트림' 이라고 이름 붙인 프로세싱 기술을 내세웠습니다.(프로세서는 새로운 EXPEED7입니다) 이름은 거창한데 별 건 아니고, 그냥 사진 처리와 라이브뷰 처리를 동시에, 서로 방해하지 않고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정도 되겠습니다.

 이건 소니 카메라에서 부족했던 점들이기도 한데, 소니에선 가령 버퍼링 중 뷰파인더를 보고 있으면 뷰파인더 처리에 성능이 잡아 먹혀서 버퍼 빠지는 속도가 느려진다든가, AF나 촬영 중에는 뷰파인더 화소수가 저하된다든가 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각에선 악명높은 메모리에러도 프로세스 과부하가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죠.



 여튼 이걸 발휘해서 뭐가 실질적으로 좋느냐~ 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니콘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건 '리얼 라이브 뷰파인더'라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아마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던 부분 같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경쟁사의 블랙아웃프리는 사실 촬영 시작 시 중복 프레임을 내보내서 지연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쟁 제품이란 건 소니 a9/a1일 게 99% 확실한데, a9만 그런지 a1도 그런지는 모르겠긴 합니다. 일단 a1이 a9보다 뷰파인더 표시가 나아졌다고 홍보한 건 없기 때문에 a1도 동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카메라 메이커가 자랑 안 하면 없는 겁니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니콘은 촬영 중 모든 프레임이 계속 경신되고 있기 때문에 피사체를 놓칠 가능성을 더 줄인다고 합니다. 또 하나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기대되는 부분은, 기존 니콘 카메라처럼 AF 중에도 뷰파인더가 최대 해상도를 유지해주면 좋겠습니다. 소니 뷰파인더는 a1까지도 반셔터만 누르면 화소수가 저하되는 게 눈에 띕니다.

 다만 뷰파인더 화소수는 369만 도트로, 기존 니콘 제품에서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고 단순 화소수로는 소니 최신제품의 약 1/3 정도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소니 최신제품도 앞서 말한 실사용 중 해상도 저하 때문에 타사의 풀타임 최대해상도 369만보다 낫다고 할 순 없었기 때문에 Z9도 해상도만 유지해준다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한편 니콘 D6가 하위기종에 있는 사양도 빠질 정도로 동영상을 놀라울 정도로 등한시 한 반면, Z9은 니콘 최고의 동영상 사양을 갖추겠다고 작심한 듯 합니다. 앞서 4500만이란 화소수가 8K 동영상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는데, 덕분인지 Z9은 최초의 8K60 풀프레임 하이브리드 카메라입니다.

 다만 8K60은 출시 시점에선 제공되지 않고, 2022년 업데이트 대상입니다. 일단 출시시점에서는 8K30, 4K60/120 등 캐논, 소니 최상위 제품이 지원하는 수준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또 이전엔 외부 레코더로만 지원하돈 N-Log가 이제 내장이 되는데, 사실 왜 이제서야 되나 싶기는 합니다.

 압축이나 출력 옵션도 매우 풍부하게 갖췄는데, ProRes 422 HQ 10비트가 내장녹화 된다고 하니, 별도 레코더 없이도 최상의 화질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H.265 코덱도 당연히 지원하는데, 오히려 H.264를 FHD까지만 쓸 수 있게 해놓은 게 눈에 띕니다.

 H.265 편집의 사양을 생각하면 고화질보다는 편집속도를 원한다면 오히려 발목이 잡힐 듯 한데... 뭐 최신 컴퓨터라면 ProRes나 H.265 모두 이제 그럭저럭 감당할 수준이 됐기에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생각합니다.

 RAW 촬영도 당연히 대응하지만 현재로써는 출시 시점에서는 지원되지 않고 업데이트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8K60은 내장 N-Raw(신규격)으로 되며, 4K60은 ProRes RAW HQ가 될 거라고 합니다.

 요즘 동영상 사양이 고도화 되면서 과열 같은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일단 하드웨어적으론 Z9이 a1보다는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발열원 중 하나인 배터리를 떨어트려 놓을 수 있고, 방열구조도 더 용이할 겁니다. 물론 실제 환경에서는 두고볼 일이긴 합니다.

 무선랜, 유선랜, 스마트폰 연동 같은 부분은 소니가 참고가 된 것 같은데 여튼 종래 니콘보다 많이 추가됐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우려되긴 합니다(소니도 좋지 않지만 다른 일본 메이커들은 더 안 좋습니다;;) GPS가 내장된 건 프로기종 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Z9에 국한되지 않을 개선된 기능으로는 '싱크로 VR'이라는 듀얼IS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바디와 렌즈 손떨방을 같은 축에 동시에 적용하는 건데, 파나소닉이 마이크로포서드에 처음 도입한 이래 올림푸스, 캐논 등이 뒤따랐는데 풀프레임 미러리스 기준으로는 파나소닉, 캐논 다음으로 니콘이 도입하는 셈입니다.

 다만 나중에 추가된 기술이다보니 렌즈 대응에 한계가 있는지 초기에는 105mm f2.8과 새로 발표된 100-400mm f4.5-5.6만 되며, 이후 70-200mm f2.8도 펌업으로 지원될 거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마포에서부터 있어서 처음부터 듀얼IS를 달고 나온 파나소닉이나, 아니면 나중에 나왔지만 퓨처프루핑 되어있던 캐논보다는 아쉬쉬운 모습입니다.

 듀얼IS는 이제 소니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연 소니에선 대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듀얼IS를 하려면 바디-렌즈 통신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E마운트가 타사 마운트 대비 통신속도가 떨어진다는 증거들이 많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고, 혹은 규격을 업데이트하고 그 이후 나오는 렌즈에서만 가능하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Z9의 기능 목록과 하드웨어는 스테로이드 맞은 a1이라 할 수 있지만, 과연 a1급 성능이 나올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가장 미지수인 부분입니다. 이론 상 a1과 동등한 하드웨어에 세로그립 일체형, 8K60 등 플러스 알파가 들어갔지만 문제는 애초에 니콘이 a1 성능을 발휘할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느냐는 거지요.

 이런 BIG IF가 있기 때문인지 가격적으로는 상당히 경쟁력 있게 나왔습니다. 미국 가격은 5500달러로, 소니 a1의 6500달러보다 1000달러나(!) 쌉니다. 세로그립 일체형인데도요! D6가 a9보다 나을 게 없는데도 훨씬 비쌌던데 비하면 놀랍습니다.

 캐논이 R5의 임팩트로 미러리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얻었다면, 니콘은 Z9으로 얻으려는 것 같습니다. 캐논은 R5의 자신감에 힘입어 가격도 아주 자랑스러운(=비싼) 녀석이었지만, 니콘은 아직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니 가격을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기도 합니다.

 출시는 2021년 12월. 캐논 R3는 11월 예정인데 약간 늦기는 하군요. 어차피 포지션이 달라서 별로 상관은 없을 듯 합니다. 덩달아서 크고 아름다운 망원렌즈들도 발표됐는데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이길 기대해 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니콘판 a1이기만 해도 가격 경쟁력으로 승리일테니까요.



 렌즈 로드맵도 업데이트 됐습니다. 요즘 니콘 라인업은 저렴한 렌즈와 초고급렌즈로 양극화 되는 느낌이네요. f4 줌렌즈 같은 것들이 좀 모자라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번에 24-120mm f4가 발표되긴 했습니다. 이전 로드맵에선 24-105mm였는데 아무래도 화각 확대로 차별화 해야한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70-200mm f4가 나와야 할 거 같은데...



덧글

  • Dd 2021/11/14 01:00 # 삭제 답글

    R5도 4500만 아니었나요? R5 가로축 해상도가 딱 DCI 8K 규격에 맞춰서 나온걸로 아는데…
  • eggry 2021/11/15 11:41 #

    제 기억이 잘못되었네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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