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1은 매우 인상적인 프로세서였지만, 프로용으론 성능도 확장성도 아직 모자라다는 점 때문에 당연히 2세대나 강화형 프로세서가 나올 거라고들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통칭 M1X로 불려오던 프로세서는 결국 M1 Pro와 M1 Max로 확정되었으며, 이를 탑재한 맥북프로가 14인치, 16인치로 나왔습니다. 14인치는 13인치 인텔 맥북프로를 대체하게 됩니다.

섀시 측면에서는 ARM 프로세서를 채택했음에도 딱히 추가적인 경량화나 슬림화를 추구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팬리스인 맥북에어조차 그대로 간 시점에서 맥북프로도 그냥 배터리나 확장성에 더 투자할 거 같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1Kg급 프로 퍼포먼스를 기대했는데 그건 좀 아쉽게 됐습니다.
섀시 측면에서는 맥에도 드디어 XDR 디스플레이와 120Hz 프로모션이 적용됐습니다. 다만 XDR은 디스플레이 사이즈의 한계 상 얼마나 좋을진 두고 봐야겠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보다야 나은 여건이긴 하지만 여전히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블루밍의 한계도 많은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실용성 면에서의 개선이 주를 이뤘는데 그동안 맥북프로에서 이뤄졌던 포트 삭감이나 터치바 같은 기묘한 시도들이 다 롤백되었습니다. 터치바가 사라지고 대신 아예 풀사이즈 펑션키가 위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또 SD카드 슬롯에 풀사이즈 HDMI 포트까지 달아서 맥북프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듯 합니다. 심지어 맥세이프 충전까지 돌아왔습니다.
SD카드 슬롯이야 그렇다 쳐도 HDMI는 썬더볼트가 디스플레이 출력을 겸하는 걸 생각하면 의외이긴 합니다. 뭐 멀티모니터 출력 하려면 여전히 썬더볼트를 써야하긴 합니다. 또 강화된 GPU 성능에 맞춰서 6K 디스플레이가 2개(M1 Pro) 혹은 6K 3개 or 4K 4개(M1 Max)까지 가능합니다. 진짜 하드코어 프로 맥 유저라면 XDR 디스플레이 듀얼을 원할텐데 이제야 그게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선의 상당부분은 프로세서에서 옵니다. M1 Pro와 M1 Max로 칭해진 이 프로세서들은 기본 사양은 동일한 10코어(8+2 구성으로 M1과 다릅니다)의 CPU를 갖고 있으며(14인치 엔트리는 8코어로 다운됩니다만), 각각 16개 및 32개의 GPU 코어를 가집니다. 또한 M1 Max는 월등히 많아진 GPU 코어 수에 맞춰 메모리 대역폭이 2배 더 높습니다.
둘의 실질적인 사양 차이는 GPU 코어 수와 멀티 디스플레이 출력 수인데, 모니터 출력이 3개 이상 필요한 사람은 거의 없을테고, 또 애플실리콘 맥에서는 이렇게 많은 GPU를 쓸 곳도 사실상 없기는 합니다. 게임은 아이폰/아이패드 베이스로 나오니 8코어면 충분하고, 동영상 가속은 전부 전용 가속기에 맡기고 있으니 다운그레이드된 14인치의 14코어만 해도 이미 이 생태계에선 오버킬이긴 합니다. M1 Max는 정말 프로 중의 프로만 필요할 사양이 되겠습니다.
코어 늘어난 건 사실 쉬운(?) 해결책이었고, 그보다는 대역폭 개선이 인상적인데 M1 Pro는 M1과 같은 200GB/s이지만 M1 Max의 400GB/s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독자설계 SoC의 이점을 발휘해 통합메모리의 대역폭의 불리함을 커버쳤습니다.
LPDDR5 옥토채널이라고 하는데 PC 메인보드는 보통 듀얼채널에 불과하니 이런 대역폭을 낼 수가 없습니다. 총 트랜지스터 수에서 메모리 컨트롤러의 비중도 어마어마할 거 같습니다. M1은 설계와 효율빨이었지만 M1 Pro/Max는 순전히 수평적인 확장으로, 그야말로 미세공정 확보의 유리함을 이용한 브루트포스적인 면모라 하겠습니다.
실제 사용자들은 M1 Pro 8/14코어형으로 99% 충분할 것이고, 조금 더 한다면 메모리만 32GB로 올리면 될겁니다. 문제는 M1 Pro는 16GB만 기본 용량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54만원을 더 내야 32GB로 올릴 수 있습니다. 램/스토리지 장사의 악랄함은 어딜 가질 않네요. 이젠 SoC라서 처음부터 안 사면 업그레이드도 못 하니 더욱 배짱으로 나오는 듯 합니다.

CPU 성능 향상을 보자면 인텔 맥북이 오랫동안 발열로 성능제약을 당해서 당연히 월등한 향상치를 보여줍니다. 다만 싱글스레드 성능은 M1과 동률이며, 멀티스레드 성능만 1.7배 더 빠르다고 하는데, 실제 벤치로는 1.55배로 고성능 코어수 2배 증가 만큼은 못 미친다고 합니다. 뭐 M1이 이미 코어 i9에 맞먹는 성능이었기에 그걸 당연히 월등히 넘는 성능이긴 합니다. 적은 발열과 전력소모는 기본이고요.

퍼포먼스 면에서는 노트북 폼팩터에서는 이제 비교대상이 없는 수준이며, 이정도면 스로틀링에서 더 자유로운 윈도우 게이밍 랩탑들도 확연히 앞지르는 성능입니다. 전력소모가 절반 수준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이건 CPU만 쳤을 때이고 GPU까지 치면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물론 워크스테이션급 데스크탑에는 당연히 못 미치는데, 클럭도 코어수도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M1 Pro/Max는 아직은 맥북프로 혹은 아이맥프로 수준의 프로세서이며, 맥프로를 위해서는 여기서 더 늘려야 하지만 단일칩으로 이보다 트랜지스터를 더 늘리는 건 무리수가 있어 보이므로, 듀얼 프로세서 같은 접근법을 택할 듯 합니다.


GPU는 14인치의 대체품인 13인치는 인텔 내장이고 16인치는 라데온이었기 때문에 비교가 각각 나왔습니다. 14인치의 향상은 10배를 넘나드는 수준이고, 16인치는 그래도 라데온이 선방(?)한 덕분에 2.5배/4배 밖에(?) 안 됩니다. 물론 이건 맥에 탑재된 것만 친 거고, 맥북프로의 GPU가 게이밍 클래스는 아니었기 때문에 CPU처럼 기존 수준을 월등히 앞지르는 건 아니긴 합니다.


전성비 커브를 보면 아래 오른쪽이 윈도우 게이밍 랩탑까지 포함한 내용이라 할 수 있고, 3080 모바일급 성능을 낸다고 합니다. 저 최고성능 지점이 딱 3080 모바일의 위치일테죠. 하지만 전력소모는 1/3입니다. 물론 아직도 데스크탑 하이엔드/플래그십급 성능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프로에 쓰기엔 여전히 부족한 성능인데, 말한대로 멀티 프로세서를 통해서 커버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맥에서 3080급 GPU를 쓸 만한 데가...너무 없기는 합니다. 일단 애플 실리콘으로 바뀌면서 로제타2로 돌아가는 게임들 말고는 AAA 게임은 없고 결국 아이폰 게임들만 호환되고 있는 현실이니, 가장 쉬운 용도인 게임으로는 쓸래야 쓸데가 없습니다.
동영상 쪽도 전용 디코더/인코더가 다 있고, 뉴럴엔진까지 따로 있고요. 생각나는 건 정말 3D 그래픽 제작과 머신러닝 뿐이네요. 그나마 뉴럴엔진 사용이 제약되니깐 아직은 머신러닝 쪽도 강력한 GPU가 필요하긴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M1 Max가 필요한 사람은 맥유저의 1%도 안 될 듯 합니다.
M1에서 부족했던 코어수와 대역폭 부분을 확장하고 나오니 확실히 랩탑 클래스에선 비교할 상대가 없는 칩이 됐습니다. 성능은 최상위 인텔/AMD 하드웨어와 동일하면서 전력소모는 1/3~1/2 수준에 불과해서 USB-C로도 구동 가능한 수준입니다. 맥세이프가 복귀한 덕분에 USB-C 전력공급이 가능한지는 모르겠군요. 어댑터는 USB-C로 주는데 케이블은 맥세이프로 주고, 아직 사양표 확인은 못 했습니다.



성능이고 전성비고 다 좋고, 인텔에 붙들려 오랫동안 '프로스럽지 못한' 성능이었던 맥북프로가 이제야 날개를 펼칠 듯 합니다. 물론 사악한 가격은 여전하긴 합니다. M1 Pro 모델에는 32GB 메모리가 기본사양이 아닌 점도 악랄한 거 같고...
제가 보기엔 99%의 사람은 8/14코어 구성에 더 원한다면 램만 늘려도 될 거 같은데 역시 제일 가려운 부분을 잘 알고 노리고 들어옵니다. 그나마 확장성 쪽은 동등하니까 역시 14인치 엔트리가 제일 많이 팔릴 거 같습니다. 그 위로는 추가비용이 너무 크기도 하고요. 제가 원하는 16인치 32GB/1TB는 416만원이나 하는군요. 로또 되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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