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1 터키 GP 결승 by eggry


 간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웻으로 진행된 레이스였습니다. 물론 중간에 마를 줄 알고 도박한 사람도 있긴 했지만 불운한 결과만 봤을 뿐이군요. 웻 레이스의 특성 상 의무 피트스탑이 없기 때문에 제로스탑 전략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걸 한 건 오콘 한명 뿐이긴 했지만, 해밀턴이나 르클레르도 제로스탑의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해밀턴이 폴포지션 기록을 세웠지만, 파워트레인 교체 때문에 10그리드 패널티를 받고 출발했습니다. 순위를 올리기 쉽지 않아 보였지만 웻에서 남들보다 1초 정도 빠른 랩타임을 세우면서 5위권까진 손쉽게 나아갔습니다. 거기부턴 페레즈가 있어 쉽지 않았습니다. 페레즈와 몇 코너 정도 휠투휠이 있었는데 결국 페레즈가 방어해내면서 순위는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중간에 비가 조금 약해지면서 베텔은 슬릭으로 도박을 시도했지만 전혀 그립을 못 찾고 곧바로 다시 들어와 인터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오늘 애스턴 퍼포먼스가 그냥 그러기는 했지만 피트스탑 도박 실패로 완전히 후미로 쳐지고 말았습니다. 선두권들이 피트스탑 한 후 르클레르가 논스탑 상태로 선두로 나서면서, 15랩 정도 남은 상황이라 제로스탑을 고려하는 듯 했지만 급격히 페이스를 잃으면서 결국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으로 제로스탑을 고려한 건 해밀턴이었습니다. 페레즈, 르클레르도 피트인 하면서 3위로 올라왔고 여기서 버티는 게 방법처럼 보였지만, 피트월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밀턴이 더 버틸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두어랩 정도 더 나가 있었고, 그동안 점점 원스토퍼들에게 따라잡혔습니다.

 결국 피트월에서 포기하고 강경하게 콜을 불러 들어오긴 했는데, 해밀턴은 왜 3위를 포기하냐고 불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나 피렐리나 순위 방어 할 가망은 없다고 단정지었습니다. 지난 경기의 냉정함과는 달리 혈기가 끓어오른 모습이 재미있었네요. 유일하게 오콘이 제로스톱으로 피니시했지만, 공격적인 페이스로 순위를 올려간 해밀턴과 자기 경기만 한 오콘이 같을 수 없겠지요.

 르클레르와 해밀턴의 뒤늦은 피트스탑 결정은 결국 페레즈에게 3위를 선사하는 모습이 됐습니다. 둘 다 좀 더 일찍 들어가서 언더컷을 노렸다면 더 나은 결과가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한편 레드불로써는 1위는 놓쳤지만 혼다와 (다소 이른) 작별 리버리를 하고선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맥스가 보타스를 사정권에 한번도 넣지 못 했으므로, 보타스의 페이스 우위가 명확했습니다. 보타스가 최근 두어경기 정도 페이스가 좋은데, 메르세데스와 계약이 끝나면서 속이 후련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챔피언의 압박을 제대로 견디지 못 했다는 얘기도 됩니다만... 거의 커리어 마지막 우승일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알파에서 레이스를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터키에서 해밀턴/보타스/메르세데스의 페이스를 보면 맥스와 레드불이 약간 걱정하는 후기를 보인 것도 이해는 됩니다. 일단 이번 경기로 챔피언십 리드는 맥스가 다시 가져왔지만 격차는 계속 좁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 초반 레드불 성능이 더 좋아 보였지만 최근 경기는 다소 뒤섞인 모습입니다. 아직 메르세데스가 전체적으로 앞선다고 할 순 없지만 가볼 데까지 가볼 모양입니다.

 한편 레이스 중 사고로는 가슬리에게 알론소가 치인 것, 알론소에게 믹이 치인 것 두가지가 있었는데 공평하게(?) 둘 다 5초 패널티를 먹었습니다. 최근 경기의 사고에 대한 패널티 논란에 알론소가 스튜어드들이 일관성 없다고 얘기했는데 바로 본보기로 걸린 듯한 느낌? 사실 가슬리-알론소의 사고는 스타트+웻 상황에서의 레이스 사고라 생각해 패널티를 생각하지 않았고, 알론소-믹의 사고는 훨씬 피할 수 있었다 생각했지만 가슬리에게 패널티를 준 것만 해도 어찌보면 알론소를 우대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드불 더블 포디엄이었지만 보타스의 우승 덕분에 WCC는 눈꼽만큼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WDC는 다시 맥스의 역전. 지난 경기에서 맥스가 불리한 상황에 최대한을 끌어냈지만 오늘 해밀턴은 그렇지 못 했습니다. 보타스는 최근 경기로 확고한 3위로 지지받는 거 같습니다. 노리스/페레즈의 4위전은 계속 이어질 것 같고, 페라리 듀오는 0.5포인트 차이로 박빙이군요. 올해는 2016년 이후로 유의미한 챔피언 경쟁이 될 듯 해서 계속 흥미를 살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경기는 미국입니다.



덧글

  • dhunter 2021/10/13 08:37 # 삭제 답글

    저번경기랑 이번경기 모두 메르세데스 피트의 판단력은 거의 작두탄 수준이더군요.

    저번경기에는 꽤 이른 시점에 보타스에게 "이대로 달리면 5위함" 하고 밑도끝도 없이 무전이 나가는데 실제로 5위했고
    이번경기에도 해밀턴 타이어 바꾸고 들어가니 뒤쪽 선수랑 갭 경고하길래 해밀턴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했는데 실제로도 앞으로 나서긴 커녕 남은 랩동안 간신히 방어하는 모습... 운으로 이 순위 차지하고 있는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 eggry 2021/10/13 10:57 #

    다 컴퓨터 알고리듬 덕이긴 한데 여기서도 수준차이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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