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3 발표 by eggry


 캐논의 떡밥 무성하던 R3가 드디어 발표됐습니다. 현시점에서 최종 발표된 모델로는 유일하게 세로그립 일체형이며, 곧이어 니콘 Z9이 뒤따를 예정입니다. 캐논과 니콘이 동시에 최상위 모델을 내놓지만, 둘의 포지션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너무나 알기 쉽게도 캐논은 R1으로 이름짓지 않음으로써, 이 위가 있다는 걸 이미 시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니콘은 최상위 넘버인 Z9을 부여함으로써, 소니 a1과 완전히 동등 레벨에서 대결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캐논의 역사를 보면 3 넘버가 쓰인 적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소니에서 9 넘버가 쓰인 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캐논은 거의 늘 1과 5의 진골 성골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필름 시절 EOS-3가 처음이자 마지막 3라고 할 수 있으며, 이번 모델명도 EOS-3를 염두한 느낌입니다. 특히나 눈동자로 AF를 조작하는 부분은 그렇습니다.

 어쨌든 R1이 아직 선보이지 않은 시점에서는 R3가 캐논의 가장 고성능 카메라가 될 것입니다. 사양을 보면 R1이 올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더욱 드러납니다. R3는 겨우(?) 2400만 화소에 불과합니다. 오랫동안 플래그십 카메라는 퍼포먼스를 중시하여 화소에서는 그 밑의 모델보다 떨어지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니 a1을 시작으로 이 공식은 깨졌습니다. 발달된 센서 기술은 이제 더이상 화소수와 속도를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비싼 가격 치러야 하지만요. 이전엔 큰 판형이나 고화소에서 퍼포먼스를 얻는 게 불가능했지만 이젠 돈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크롭 판형의 몰락 원인 중 하나기도 합니다.

 캐논의 첫 이면조사 센서이자 적층센서인 R3는 5년 전에 나온 소니 a9과 같은 소소한 2400만 화소입니다. 캐논의 능력이 여기까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온갖 사골센서에 대한 조롱에도 불구하고 캐논도 꾸준히 센서 성능을 향상시켜 오고 있습니다. R5/R6로 오면 소니 센서 대비 패널티는 0.5스탑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평입니다.

 화소수는 a9을(그리고 그 옆그레이드인 a9 II)를 연상시키지만, 세부스펙으로 들어가면 유사성은 거기에 그칩니다. R3는 a9의 20fps가 아니라 a1에 맞먹는 30fps 연사를 가집니다. 물론 a1의 화소수가 약 2배이므로, 사실은 절반의 속도입니다. 하지만 a9보다는 1.5배의 속도인 것입니다.

 스틸 화소수와 연사로는 그정도 차이지만, 동영상 성능으로 가면 R3의 프로세서는 a1급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게 드러납니다. 6K60 RAW 비디오가 가능하며, 4K120/60도 거뜬히 해냅니다. a9의 동영상은 a7 III 수준에 그칩니다. 물론 화소수 때문에 8K는 불가능했지만, R5에 먼저 쓰인 프로세서 성능을 본다면 센서만 받쳐준다면 8K 동영상도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또한 동영상의 전반적인 체험도 R5보다 크게 나아질 듯 합니다. 8K 화소수의 부담이 덜어진 것도 있지만, R5의 교훈(혹은 의도적인 패널티)을 발판 삼아 R3는 섀시 측면에서 쿨링에 크게 신경쓴 듯 합니다. 이미 초기 테스트에서 R5와 달리 그리 쉽사리 오버히트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4K120/60을 좀 더 높은 온도에서 테스트한 모습은 아직 찾아보지 못 했지만요.

 R3는 그 자체로 6000달러짜리 R1 티저와 같습니다. 여기서 화소수를 2배로 늘리고, 8K 동영상(캐논의 야심을 생각하면 어쩌면 8K60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을 추가하면, 짜잔, R1이라 부르기 충분할 겁니다. 사실 a1의 사양에 세로그립 붙이고 캐논 로고만 달아도 R1의 이름에 손색이 없겠죠.

 물론 루머는 그 이상으로, a1이나 R3의 적층센서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셔터일 거라고 합니다. 그럼 동영상 스펙은 단순 화소수와 프레임 이상의 것이 됩니다. 1만 달러 이하에서 최초로 젤로프리인 풀프레임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탄생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시 R3로 돌아오자면, R3 자체는 분명히 좋은 카메라일 겁니다. R5에서 보여준 모습에 적층센서의 시너지가 들어간다면 분명히 a9보다는 한단계 높은 카메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a1보다 조금 싼 가격임에도 화소수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스포츠 슈터은 여전히 술적 타협이 아니라 용량과 비용의 타협으로 너무 과한 화소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캐논의 세로그립 일체형 섀시는 조작성과 신뢰성 면에서 수십년 동안 검증되었습니다. 이건 a1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렌즈 지원입니다. RF 렌즈는 FE 렌즈 만큼 다양하진 않지만 성능에서는 불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이미 놀랍도록 중요한 프로용 렌즈는 다 갖췄습니다. 놀라운 점은 모든 RF 렌즈가 R3의 30fps 연사에 대응한다는 점입니다.

 소니는 a9이 나올 때도 초기 렌즈는 20fps에 대응하지 않았고, a1이 나올 때 30fps에서 다시금 제약이 생겼습니다. 물론 RF 시스템이 나올 때부터 이미 소니가 하는 걸 보았으니 고속연사를 퓨처프루핑 하긴 했을 겁니다. 하지만 놀라운 게 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적지 않은 EF 렌즈들도 30fps 연사에 대응합니다. 소니는? 어댑터 쓸 경우 30fps는 하나도 없지요.

 R3는 a1 만큼 센세이션하진 않을 겁니다. 분명히 이건 캐논판 a9+입니다. 5년 늦게 나온 비슷하지만 더 나은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들이 있고, 이걸로 부족한 사람들에겐 R1이 나올 겁니다.

 R5/R6는 이미 소니의 기득권에 적잖은 타격을 날렸습니다. R3는 그 자체는 물론 R1의 존재감도 캐논의 파이를 지켜내는데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캐논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려할 때는 한참 지났다고 보입니다.

 이제는 니콘 Z9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일까 궁금하군요. 물론 파나소닉 팬으로써 파나소닉도 잘 해주면 좋겠지만...그저 구구절절한 희망사항들일 뿐이니 잘 하기만 바란다고 해두겠습니다.

ps.개인적으로 유일하게 불만스러운 사양은 CFe/SD 각 1개인 듀얼슬롯이네요. 이 등급이면 과감하게 CFe 듀얼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R1은 그럴 것 같습니다. 타입B를 사용하는 게 a1 대비 R1의 큰 우위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a1이 타입A를 쓴 건 실수였습니다.



덧글

  • teese 2021/09/15 22:10 # 답글

    소니는 원래 스팩을 가난하게 쓰게 만드는 고약한 습성이있기도 하고, 이제 사진기로서의 카메라를 축소할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다음엔 A7m3a 같은게 나오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지금 캐논에 가진 불만이라면 몇몇 코나 나오는 망원랜즈에 삼각대용 링마운트가 아예 없어서 평소에 찍는 야경에 쓸수가 없다는거군요.
    오히려 바디에는 큰 불만은 없네요.
  • eggry 2021/09/15 22:22 #

    루머론 a7m4에 GPS가 들어간다는데 그럼 a1에는 GPS가 없다는 게 걸리네요. a1과 a7R V 중에서 고려하고 있는데 a1a 같은 게 안 나온다면 a7R V로 갈 거 같네요. 그 코 나오는 망원렌즈들은 고전적인 100-300mm 같은 느낌으로 나오는 거라서 서드파티 같은 걸 찾아볼 수 밖에 없겠네요.
  • teese 2021/09/19 15:09 #

    가변조리개 100300같은건 늘없던거라 그려려니 하는데 RF70-200/4 가 링마운트가 없어서 2.8을 강제당하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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