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1 이탈리아 GP 결승 by eggry


 작년의 이변에 이어 올해도 이변. 간만에 챔피언십을 둘러싸고 대형사고가 발생했네요. 액션이 특별히 넘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고 자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응원하는 드라이버가 이기지 않더라도 뭔가 신선한 일이 생기고 축하할 만할 때는 경기 내용과는 별개로 관심과 에너지가 생기는 거 같습니다.

 예선/스프린트 결과가 별로였던 메르세데스 듀오에겐 별로 안 좋았어야 하는 경기였고, 맥스에겐 무난한 폴투윈이었어야 하는 경기지만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주의 다크호스였던 맥라렌의 리카도가 맥스를 스타트에서 앞질렀고, 맥라렌-메르세데스의 직선빨을 맥스는 더 빠른 페이스로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몬자이기에 가능한 모습이기도 했죠.

 그렇게 리카도를 피트스탑으로 잡으려고 머리 굴리던 중 정작 레드불/맥스는 피트스탑을 크게 망치고 말았습니다. 11초나 걸린 피트스탑을 끝내고 나오자 챔피언십 경쟁자인 해밀턴이 피트 출구에서 앞질러 가고 있었고, 맥스는 바로 어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턴1에서는 해밀턴이 앞질렀지만, 턴2에서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맥스는 인을 노렸습니다. 그리고 쾅!!

 리플레이를 처음 봤을 때는 해밀턴이 공간을 주지 않은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했는데 스튜어드는 다르게 보고 맥스에게 다음 경기 3그리드 패널티를 줬습니다. 아무래도 지난번 해밀턴 실버스톤 사고 났을 때와 반대의 포지션 상황이라고 본 거 같습니다. 맥스가 인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해밀턴 앞으로 나간 적은 없기 때문에 공간을 줘야 할 의무가 없고, 들이밀은 게 잘못이라는 쪽으로 말이죠.

 그렇지만 실버스톤에선 맥스가 리타이어 했는데도 10초 패널티였던 걸 생각하면 리타이어 해버린 맥스에게 다음 경기 3그리드는 좀 많이 센 거 같긴 합니다. 뭐 리타이어 해버린 상대에게 타임패널티를 줄 수도 없기는 하지만... 다음 경기 타임 패널티를 주진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번에도 정말 헤일로 덕분에 살았습니다. 맥스의 리어휠이 정확히 콕핏 위를 지나가서 헤일로 없었으면 바로 목 부러져서 죽었을 겁니다.

 일단 선두를 잡은 리카도는 피트스탑 순간을 빼고는 선두를 한번도 주지 않고 폴투윈으로 이어갔습니다. 해밀턴-맥스의 더블리타이어 후 노리스도 대단히 에너지가 넘쳤는데, 르클레르를 재빠르게 추월하고 리카도를 잡으러 따라갔습니다. 노리스로써도 우승 가능성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으니 의욕이 넘칠 만 했습니다. 게다가 노리스 쪽이 더 페이스가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잭 브라운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1년만의 원투피니시 상황이지만 자칫하면 사고로 더블리타이어 할 수도 있었고, 뒤에 따라오는 페레즈나 보타스의 위협도 있었습니다. 노리스가 팀오더를 들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오더를 내리긴 해야 했습니다. 공격하지 말라고 했고 노리스는 의외로 순순히 수용했습니다. 맥라렌 원투에, 리카도의 마지막 랩 패스티스트랩까지 역대 최대의 1경기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노리스도 우승이 고픈 신흥 스타인 상황에 팀을 위해서 희생한 성숙함이 놀라웠고, 또 그럼에도 끝난 뒤 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리카도는 당연하다는 듯 또 슈이를 했는데 이 더러운 짓은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잭 브라운이나 노리스나 어쨌든 좋은 날이니 응해주긴 했습니다.

 페라리가 그저 그런 성적을 낸 날에 하물며 오랜 숙적 맥라렌이 원투했으니 이탈리아 팬들로썬 관람하러 온 보람이 별로 없을 뻔도 했는데, 리카도가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걸 살려서 이탈리아어로 소감과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분위기를 좀 살려줬습니다. 해밀턴과 맥스의 핵폭탄 사고에다가 맥라렌 원투까지 올 시즌에 꽤 의미를 남길 경기가 될 듯 합니다.

 해밀턴과 맥스가 모두 리타이어 하면서 WDC와 WCC 모두 1,2위는 별다른 변화가 없이 끝났습니다. 대신 맥라렌이 이번에 큰 포인트 획득으로 한동안 우위를 굳혀가나 했던 페라리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리카도도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WDC 순위를 많이 올렸지만, 아직은 페라리 듀오보다도 낮고 노리스보다는 확실히 낮습니다. 이제 슬슬 적응 끝내고 노리스 못지 않은 성적을 낼지가 관건이겠군요.

 다음 경기인 러시아는 메르세데스가 레드불보다 유리할 것 같은 트랙입니다. 또한 맥스의 패널티도 있으니 해밀턴으로썬 여름휴가 후 역전극을 벌일 가장 좋은 장소 되겠습니다. 물론 맥스는 여기서 기선제압해서 챔피언십 모멘텀을 굳히고 싶겠죠. 아직까지는 레드불-맥스가 더 유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바람이 바뀐다면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덧글

  • hukusi 2021/09/14 01:05 # 답글

    저로서는 저번 사고보다 이번 맥스의 잘못이 더 크다고 느껴지는데(사고의 결과를 떠나서), 분위기를 보면 저번 해밀턴이 욕먹던거랑은 사뭇 다르더군요. 사고의 결과의 차이도 있겠지만 해밀턴의 장기집권에 피로도가 그만큼 큰가 싶기도 하네요 ㅎㅎ.. 헤일로가 없었으면 7회 챔피언이 즉사할뻔한 장면이었네요. 아찔합니다
  • eggry 2021/09/14 16:14 #

    한놈만 리타이어 한 게 아닌 게 큰 듯…
  • f348 2021/09/14 10:21 # 삭제 답글

    노리스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근데 만약 노리스에게 헌납해주었으면 그 후폭풍은 상당했을겁니다
    리카르도를 우승시킨게 맞다고 봅니다
  • eggry 2021/09/14 16:14 #

    러셀 노리스 등 장난 아닌 신인들 덕분에 재미 봅니다. 팀 차원에선 순위 유지하는 게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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