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데이, 요점이 뭔가? by eggry


 한국 시간으로 어제 테슬라의 AI 데이가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 오토노머스 데이 등 비정기적이고 그때그때 주제를 갖다 붙인 이름의 컨퍼런스를 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배터리 데이 때는 차세대 배터리 패키징과 그에 따른 단가 절감, 주행거리 향상 가능성을 얘기했습니다.

 배터리 데이 때도 잠재적 가능성만 보여줬지 실제 제품은 나오지 않았듯 AI 데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제품 발표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는 행사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기술향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테슬라 팬덤은 그들 스스로가 전도사가 되는 게 테슬라 특유의 마케팅 전술이라고 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배터리 데이는 앞으로 나올 자동차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반면, AI 데이는 그것과는 좀 결이 달랐습니다. 물론 FSD(Full Self Driving, 하지만 사실 완전자율주행이 아님) 기술의 발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오히려 그냥 인트로에서 거의 지나가는 수준의 얘기였습니다. 다음 버전에서 어떻게 업그레이드 될 거라든가, 언제 릴리즈 되거나 국가가 확대될 거라든가 하는 얘기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후의 얘기들은 더욱 지금까지의 테슬라의 제품이나 행보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전부터 얘기하던 인공지능 학습용 슈퍼컴퓨터 Dojo(일본어로 도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근데 그 얘기가 도조로 인해 FSD가 어떻게 될까에 대한 것보다는, GDC나 WWDC, Build, I/O 컨퍼런스 같은데서 볼 법한 개발자의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그런 투명성과 기술적인 얘기들은 흥미롭고 좋습니다. D1 칩의 병렬화를 위한 노력도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는 이 내용들이 대체 뭘 위해 나온 거냐는 겁니다. 테슬라는 오픈소스 회사가 아닙니다. D1 칩이나 도조는 외부에 판매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로는요. 그럼 단순히 몇 플롭이다 정도의 성능 이야기 외에 이런이런 처리와 프로세스를 우리가 한다는 개발자적인 내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아마도 이번 발표와 가장 비슷했던 건 최근의 엔비디아 발표일 겁니다. 실제로 하드웨어의 성격도, 응용도 매우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그 칩과 카드, 혹은 서비스를 파는 회사입니다. 그걸 보는 개발자들이 오 이걸 사서 이렇게 쓸 수 있겠군- 이라고 생각하겠죠. 테슬라의 칩과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준 내용은 개발자들이 사들여서 쓸 수 없습니다.

 물론 개발자들이 테슬라 기술을 만질 방법이 한가지 있습니다. 테슬라에 입사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테슬라에 입사하게 만들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레벨인지는 이해하지 못 합니다만, 가령 테슬라가 엔비디아에 필적 혹은 그걸 초월하는 수준의 내용을 보여줬다고 합시다. 거기에 감동 받아서 좋아! 내가 테슬라에 들어가서 한 몫 거들어 주겠어- 라고 생각하는 건 음, 그런 발상은 그렇게 보편적일 것 같진 않습니다.

 테슬라의 프레젠테이션에 도전욕구를 느꼈다면, 사실 테슬라의 동료가 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나 경쟁회사에서 그걸 꺾는 게 더 보편적인 방향일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AI 데이가 "최고들이 합류하게 하도록 설득하는 것" 이라고 트위터로 행사 전부터 얘기했는데 솔직히 그냥 보통 구인채널을 써도 아무 상관 없을 일입니다.

 이런 형태의 기묘한 행사, 오픈소스도 아닌 회사가 개발자 컨퍼런스 포맷으로 발표를 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은 테슬라의 팬덤을 이용한 간접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겠고, 그 외에는 현재 오토파일럿이 부주의한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내용을 바꿔 원래의 더 직접적인 제품홍보가 축소되었거나일 수도 있겠죠.





 혼란스러움의 극한은 행사의 끝에 나온 테슬라 봇이었습니다. 테슬라 비전과 AI 기술을 이용해서 자율행동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는 건데,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발표 처음에 나온 게 테슬라봇 옷을 입은 인간 댄서라는 점이 과연 진지한지 의문스럽게 만듭니다. 머스크는 분명히 내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으니, 단순히 장난을 위한 농담은 아닙니다.



이게 실제로 나온 겁니다. 2시간 6분 10초를 보세요.

 물론 농담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실성이, 특히 타임프레임에서 전혀 없다는 것이죠.(Don’t overthink it: Elon Musk’s Tesla Bot is a joke) 머스크의 타인과 동떨어진 시간감각을 고려하더라도 1년 안에 지금의 테슬라 기술로 자연스러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올 거라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테슬라가 이런 컨셉을 연구하는 것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자동차 다음에는 인간형 기계라는 말은 타당합니다. 또한 테슬라가 자신하는 만큼 비전 기술과 AI에 자신이 있다면, 분명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진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보틱스, 특히 휴머노이드 분야는 어려우면서도 (아직까진) 쓸모 없기로 악명 높습니다.

 테슬라가 기적적으로 외계기술급 물건을 내년에 드랍하든지, 아니면 내년에 나올 건 간신히 움직이는 더미 수준이고 수년에 걸쳐 개량되든지, 최악의 경우엔 그냥 베이퍼웨어로 영원히 남든지 셋 중 하나겠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예상은 2, 3, 1 순이겠지요. 휴머노이드 분야는 매우 큰 도전이고, 거기에 테슬라가 기여한다면 그건 좋은 일입니다. 제대로된 물건이냐 아니냐완 별개로 말이죠.

 하지만 상장기업으론 매우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막대한 현금을 태우면서 사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테크 자이언트처럼 자원이 무한대에 가까운 회사는 전혀 아닙니다. 거기에는 시가총액과 별개로 테슬라는 여전히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라는 점도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공장과 차량 모델을 확장하는 것도 그 이유이지만,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는 자신들이 그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회사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애플 컴퓨터가 애플이 된 것처럼. 테슬라도 테슬라 모터스에서 테슬라가 됐죠. 저도 어느정도는 그런 관점으로 보고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테슬라가 오늘 보여준 것과는 좀 다른 관점이었습니다.

 테슬라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저는 자율주행보다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조업분야에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한다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가프레스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그러니까 실리콘밸리 마인드로 제조업을 새로이 접근하는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종합 인공지능 회사는 그것과는 좀 다른 얘기입니다. 도조나 D1 칩은 엔비디아처럼 팔거나 서비스하지 않을 겁니다. 테슬라 봇은 약속에 전혀 못 미치는 상태로 나오든지 아니면 영영 나오지 않을 겁니다. 잘해봐야 보스턴다이내믹스처럼 십년에 걸쳐 연구개발만 하는 존재겠죠.

 테슬라가 알파벳 같은 공룡이라면 이런 취미 프로젝트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류와 기술에의 되갚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당장 자동차 쪽에서도 출시 지연, 공장 확장이나 품질관리, 안전조사와 같은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 이런 주의산만한 짓을 하는 건 당면한 문제들을 잘 극복해낼 거라 하더라도 기업이나 경영자에게 별로 신뢰가 가는 모습은 아닙니다. 물론 저야 머스크가 언제나 재능과 별개로 별로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요.

 어쨌든 AI 데이는 테슬라 자동차나 FSD 업데이트와는 그다지 상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외부 개발자들에겐 재밌는 볼거리를 주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어떤 자극이나 합류 동기가 될지는 별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테슬라 봇은 완전히 주의력이 결핍된 모습이었습니다. 도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테슬라 봇 쯤 가니 내 차나 빨리 내놓으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 전기차 어딨어 머스크! 돈도 냈다고!



덧글

  • 존다리안 2021/08/21 12:53 # 답글

    인공지능 수준도 수준이지만 디자인 자체가 밤에 보면 무섭겠습니다.
  • 나인테일 2021/08/21 22:47 # 답글

    일론 머스크가 가진 자산 중에서 인공지능 관련 역량이 상당히 저평가 되어있다고 봅니다. 유명 클라우드 회사들이나 OS 제조사들을 빼면 아마 일론 머스크가 가진 계열사 중 일부 회사들의 역량을 따라올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을겁니다.
  • 34523534 2021/08/23 17:26 # 삭제

    테슬라 자율주행쪽 보면서 오히려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라니 의외네요.
  • 나인테일 2021/08/23 22:26 #

    설익은 기술의 성급한 활용이란 측면에선 결과적으로 그렇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의 기술력 자체가 사상누각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리고 머스크는 이거 이외에도 오픈AI라던가 뉴럴링크 같은 선도적인 인공지능 기업들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혹은 가지고 있었고 스페이스X의 비정상적인 로켓 개발 속도도 머신러닝 같은 기술의 덕을 많이 보고 있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