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3.0+1.01 - 얘들아 집에 갈 시간이다 by eggry


 일본과의 관계 냉각화에 코로나19 까지 겹치면서 과연 언제 볼 수 있는 걸까 궁금했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3.0+1.01(이하 신에바)가 의외의 기회로 생각보다 빨리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컨텐츠 확보에서 평소 그리 소극적인 수준은 아니라도 별로 과감하지도 않던 아마존이 통 크게 움직여서 아예 신극장판 전편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서비스하기로 한 것입니다. 정작 TV판과 구 극장판은 넷플릭스 독점인데 제대로 쪼개지게 됐습니다.

 당초엔 일본은 제외로 발표됐지만 결국엔 일본도 포함되서 서비스 됐습니다.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은 일본 내 흥행 100억 엔 기록이었어서 순전히 기록 달성 쉽게 하려고 정보 지연 했다는 생각입니다. 구판과 달리 판권 문제가 단순하기 때문에 사실 일본 내 흥행 외에는 걸림돌이 전혀 없었습니다.

 디테일한 스포일러 없이 얘기하자면 결국에는 또다른 에바 최종화 리메이크였습니다. 악명 높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제작비, 스케쥴 등의 이유로 기괴하게 만들어진 TV판 25, 26화의 해설/비주얼화 버전이었습니다. '신에바'는 같은 사건의 다른 표현은 아니지만,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또 만들었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지향점은 같다는 점도 리메이크의 한계라면 한계라고 할 수 있겠고...

 Q의 충격과 떡밥 이후 무수한 추측과 이론이 있었고 그 중 상당수는 실제로 '신에바'를 TV판/구극장판과 다른 사건으로 분리시키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그게 별로 다른 테마나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 했다는 점에서 과연 4편의 신극장판이 새로 선사해준 게 무엇이 있나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물론 TV판의 파격(?)이나, EoE의 과격함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친절함이 있기는 합니다. 아주 친절하게 퇴장시켜주죠. 종국엔 팬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냥 친절하고 따스할 뿐 궁극적으로는 이전과 같은 얘기였습니다. 물론 그것과 다른 걸 기대하는 게 맞는가 하면 그렇다고 하기도 그렇긴 한데 솔직히 프로젝트 시동 때는 파격적이면서도 납득할 만한 그랜드플랜이 있어서 다시 지휘봉을 잡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안노가 했던 건 숙제의 남은 숙제를 뒷처리 한 거였네요. 엄연히 오리지널이 있고, 신극장판이 나온다고 해도 이전의 선택과 결말을 죽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안노 히데아키는 모든 걸 뒤엎기 보다는 이전을 긍정하기로 했고, 결국 '신에바'는 EoE 이후에도 아직 떠나지 않은 팬들을 도닥여주며 극장 문 밖으로 나가게 하기로 했습니다.



'신에바' 보면서 떠오른 짤들

 작품 자체로만 본다면 플롯과 연출은 정말 지리멸렬해서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영화 한편 보면서 얼마나 많은 데자뷔가 떠올랐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작중에 하는 행동들은 전개에 거의 영향이 없는 그냥 서비스 액션씬에 불과합니다. 결국 실제 전개는 신지의 WE NEED TO TALK로 다 정리됩니다. 히데오 코지마가 연설식 스토리 전개로 비판 받았는데, '신에바'에서는 안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트위터에 '코지마가 안노보다 낫다'라고 말했는데, 그건 코지마가 적어도 했던 얘기를 또 하려고는 안 했다는 점에서였습니다. 계속 에바 만들라고 하는 거나 계속 메탈기어 만들라고 하는 거나 솔직히 메탈기어 쪽이 압력이 훨씬 심할텐데(전자는 팬만의 얘기지만, 후자는 주주와 상사까지 있음) 그 와중에 계속 다른 얘기 하려고 했던 게 놀랍긴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MGS2가 MGS1의 스토리를 죽이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고, 안노가 가장 피하려고 했던 건 그것 같습니다. 의외로 MGS2가 MGS1의 스토리를 깎아버린데 비해서 반발이나 평판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그건 게임플레이가 제일 중요한 게임이란 미디움의 특성 때문이겠죠.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토리가 절대적이고 그 후폭풍은 MGS2와 같은 수준이 아닐 것입니다.

 그건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전 "다 계획이 있었구나" 라는 감상을 말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길 바랬기에 좀 허탈했습니다. '신에바'가 너무 MGS4를 연상시키는 면이 많았다는 점도 MGS4가 나온지도 13년 됐는데 그정도로 밖에 못 했나 하는 얘기기도 했습니다. 뭐 안노가 MGS4 했다는 얘기는 없고 미디움도 다르지만, 시간의 흐름과 보편적인 발전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하여튼 어쨌든 끝났구나- 라는 감상은 더 우호적으로 본 분들과 동일하기는 합니다. 정말 "이만큼 했으니 이젠 더 에바 타령 하지마" 라고 이정도로 잘 구슬러 줬으면 왠만하면 솔직히 그냥 받아줘야죠. 여러번 했던 얘기지만 저는 TV판의 결말이 EoE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신에바'보다도 당연히 낫다고 생각합니다. 결말 자체만으로는 '신에바'가 두번째라고 하겠지만, EoE보다 나중에 나오고서 더 잘했다고는 못 하겠네요. 어쨌든 이제 정말 작별입니다.

ps1.어쨌든 저는 아스카를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역할은 정말 없네요. 가짜 레이보다 더 없다니...

ps2.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보다 기술력이 많이 딸려서 비트레이트가 더 높은데도 깍두기도 심하고, 서라운드 스펙도 오리지널 컨텐츠도 5.1채널이 대부분인 수준입니다. 오리지널은 돌비비전/애트모스가 절반은 되는 넷플릭스랑 비교하면 좀 많이 안습이죠. '신에바'야 극장판이래도 일본 애니라서 어차피 FHD에 5.1채널이면 충분해서 깍두기 외엔 큰 탈은 없었지만... 근데 요란한 액션에 비해 서라운드효과 중에서는 겐도가 뒤에서 말하는 거만 제일 기억나는 게 웃프군요.



덧글

  • 서린 2021/08/13 23:33 # 답글

    맞습니다. 어쨌든 끝났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겁니다.

    후반부 보면서 'EoE.....의 리메이큰가?' 걱정하다가 , 리메이크는 리메이큰데 뭔가 좀 더 해피해졌네. 하면서 홀가분해 지죠.

  • 나이브스 2021/08/14 01:25 # 답글

    역시 그 장면은 무서웠어요 너무 디테일 해서...
  • 345644 2021/08/14 17:09 # 삭제 답글

    저도 TV판 이후 나온 것들은 모두 사족같이 느껴져요. EOE에서 거인들의 육박전은 근사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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