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by eggry


 당초 연재 중일 땐 그냥 이름이랑 몇몇 이미지 정도만 보다고 극장판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기록을 깼다는 얘기와 초인기 소년만화 답지 않게 금방 완결 난다는 얘기에 완결 기다렸다가 봤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하나도 안 봤고요, 만화판 보고 나니까 딱히 애니메이션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곧잘 들리는 얘기가 애니메이션 작화에 비해 원작이 구리다- 라는 건데 솔직히 전 처음부터 그림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어서... 개그씬이야 좀 낙서처럼 그린 면들이 있긴 하지만, '진격의 거인'에 비하면 초반부터 훨씬 양호하고 안정적이었네요. 특히 흑백 맛을 꽤 잘 살린 판화를 연상시키는 컷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컬러가 아니라 우키에요라고까지 하긴 뭣하지만, '보석의 나라'에 이어서 고전화풍의 영향이란 점에서 인상 깊었네요.

 내용은 소년만화 치고도 상당히 단순하게 밀고 나가는데, 23권이란 길이도 이 장르로는 길지 않은 편이지만 그나마도 회상이나 백스토리 같은 부분들 제외하면 더 짧습니다. 최종보스가 엄청 일찍부터 지명되고 변신도 안 하고 흑막도 없고... 작가가 인물 뒷배경 설정에는 상당히 집착하는 모양인데 그런 거 치고는 도깨비라든가 먼치킨 최초의 검사 같은 부분은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네요.

 소년만화 치고는 네거티브 에너지가 꽤 강한 편인데, 귀살대는 복수귀에 가깝기 때문에 깊은 상처와 더불어 냉혹함도 겸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부정적 에너지를 승화시켜서 강해진다는 식이 많은데, 귀멸은 상당수 인물은 순수한 분노이고 복수를 완수하고 아주 시원하게 웃기도 합니다. 도깨비를 물리칠 수 있다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각오에서 당연히 자살돌격적인 면들이 나오는데, 어린 나이대와 더불어 학도병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합니다.

 단순명쾌한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결국 귀살대와 도깨비의 주마등 비슷한 식으로 과거지사 풀이로 리드하는데, 도깨비 쪽의 사정은 미화나 변명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너무 꼬박꼬박 넣어주긴 했습니다. 그래도 만화 자체가 중간보스들 중에서 하급(하현)은 초반 지나자마자 한번에 교통정리 하고 상현으로 하이패스 해서 다행인 듯.

 대놓고 천국과 지옥이 있고 죽은 자와 교감이 있어서 죽은 사람의 외침 같은 게 그냥 상상이 아니라 진짜라는 점이 특이. 기본적으로 그냥 양쪽 다 비극이기 때문에 슬픔이나 분노가 메인이고 포지티브 에너지가 주인 소년만화에서는 좀 신선하면서 자극적이긴 했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오기도 했네요.

 다이쇼 시대 설정으로 말이 많았는데 사실 다이쇼여야 할 이유는 몇가지 미학적인 이유 뿐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패션을 중세나 에도 스타일보다는 신구가 섞인 시대로 하고 싶었고, 또 구시대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몇몇 인물들의 미천하고 구시대적인 직업이나 생활상 같은) 때라는 정도입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막말이나 메이지였어도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다이쇼를 택한 이유가 미학적인 것이라면 그 부분에서 당연히 벨에포크식 '우리네 좋았던 시절' 향수가 관여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국가나 정세적인 부분은 전혀라고 할 정도로 비쳐지지 않고, 도깨비와 귀살대라는 두 비밀결사만의 싸움이라서 그 이상으로 나가진 않지만서도...

 제일 좋아한 캐릭터는 토키토랑 시노부였습니다. 시노부는 그래도 자기 얘기를 확실하게 매듭 지은 거 같았는데 토키토는 후반부 비중이 좀 아쉬웠네요. 자기 에피소드 먼저 할당 받았다고 최종장에서는 그냥 대충 넘어간 듯.



덧글

  • 존다리안 2021/07/21 20:45 # 답글

    저 같은 경우는 이상하게도 대개 주인공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다 느끼는데 탄지로 만큼은 진짜 마음
    에 들더군요.
  • 진냥 2021/07/22 00:38 # 답글

    일본의 제국주의와 국가신토에 관심을 가지고 쓸데없이 파들어가던 저로선 이 작품이 일본 국가주의를 반영한다고 했을 때 ....읭??? 그런가??? 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그림체는 둘째치고라도 스토리적으로 연출적으로 훨씬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 4444444 2021/07/23 21:48 # 삭제

    뭐 이런 거 보면 요즘 평론/논객들이 얼마나 관심법만 가지고 밥벌이를 하는지 알 수가 있죠. 미야자키 하야오한테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국주의자 기믹 씌우려고 날뛴 적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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