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와 같은 트랙이니 너무 뻔하다면 뻔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1위 빼고는 나름 다사다난하긴 했지만요. 맥스의 우승이 뻔하다면 해밀턴이 얼마나 데미지 컨트롤 하느냐의 문제였는데, 해밀턴에게 그것도 잘 안 따라줬네요.
스타트 그리드에서 4위였던 해밀턴으로써 2위까지 올라가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노리스가 꽤 오래 버틴 덕분에 "Great Driver" 같은 칭찬도 무전으로 방송되긴 했지만 솔직히 시간문제였습니다. 노리스 뒤에서 시간을 잡힌 게 맥스와 격차를 더 벌리긴 했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했을 겁니다. 지난주도 그랬지만 맥스는 페이스를 컨트롤할 여력이 있었고 이번엔 해밀턴의 레이스가 좋지 못 했기 때문에 갭이 더 크게 나타났을 뿐입니다.
레드불과 메르세데스의 성능 차이가 어느정도인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는 지난주의 패배가 셋업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이번주에 그 결실을 확인하기에는 전반에는 노리스에게 시간을 뺏기고, 후반에는 플로어 데미지로 오히려 4위까지 밀려나는 모습으로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맥스&레드불이 여러 트랙에서 연전연승하고 있고, 메르세데스에게 빨간불이 들어온 건 확실합니다.
노리스의 예선 2위는 기적적이긴 했는데 사실 꽤 쉽사리 5,6위 수준으로 밀려날 줄 알았습니다. 노리스가 드라이브를 잘 하기도 했지만 운도 따라주긴 했습니다. 애초에 페레즈에게 공간을 주지 않은 문제로 5초 패널티를 받은 것만으로도 순위를 후두둑 잃기 충분했습니다만, 주요 위협인 해밀턴이 플로어 데미지로 페이스를 잃고, 페레즈는 르클레르를 상대로 자기가 당한 것과 똑같은 짓을 무려 2번이나 해서 10초 패널티로 뒤로 사라졌습니다.
페레즈는 고의가 아니라 머신이 그립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긴 하는데 르클레르 입장에선 두번이나 겪었으니 뭐... 일단 페레즈의 사과는 받아들여졌고 지난 일이 되긴 했습니다. 사실 페레즈의 공격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만. 덕분에 레드불 원투는 못 하고 보타스가 대신 2위를 받아 먹었습니다. 해밀턴의 머신 문제가 확실해지자 피트월은 레이스 가능하다고 지시했고 거의 포지션 교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리스에 비해 예선이 부진했던 리카도도 꾸준히 순위를 올려서 적당한 포인트를 얻었고, 오늘은 르클레르보다는 사인츠가 페이스도 더 좋고 사고에도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1포인트를 러셀이 차지하고 있다가 알론소가 빼앗았는데, 사실 타이어 상태와 페이스 차이가 확연해서 러셀에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윌리엄스 머신의 성능은 아직은 암울합니다.
맥스의 3연속 우승에 레드불로 치면 5연속 우승으로, 맥스와 레드불은 제대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해밀턴은 2위라도 계속 해야할텐데 그것도 가끔씩 삐끗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DC 격차는 32포인트로, 현행규정이 도입된 이래 해밀턴이 이정도로 뒤쳐진 적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군요. 노리스의 꾸준세에 보타스도 5위로 밀린 상태입니다. WCC 쪽이야 페레즈도 영 기복이 커서 크게 쳐지진 않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레드불링에서야 한번 더 해봤자 소용없을 게 뻔한 상황이었고, 다음 경기인 실버스톤이 중요하겠습니다. 바르셀로나 못지 않은 벤치마크 트랙으로, 여기서 메르세데스가 다시 바르셀로나 같은 우위를 보여주지 못 한다면 이번 시즌은 해밀턴&메르세데스에겐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안그래도 2021년 개발을 이미 중단했다고 하는 상황이니... 맥스의 도전에 자극받아 2년 계약 연장했지만, 젊은 드라이버들의 상승세를 보면 이렇게 세대교체 되는건가 싶고 그렇습니다.
태그 : F1
덧글
오랜 기간 경주차의 압도적 성능으로 군림해 온 해밀턴이 좌절하는 모습 보는 것 만으로도 올해는 재미진 한해가 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