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1편 by eggry


 건담 브랜드의 활로를 찾으려고 언제나 고민이 많은 반다이. 우주세기는 확연히 활력을 잃었고 건프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철혈의 오펀스' 이후로 신세대 건담은 안 나오고, 우주세기의 외전격들만 자꾸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와중에도 나름 족보가 있는 '섬광의 하사웨이'가 애니화 되었습니다.

 사실 UC와 NT처럼 혼자서 우주세기 통째로 북치고 장구치려는 놈들이 나온 마당에 그 이후의 우주세기(하사웨이는 UC/NT보다 나중 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데, 지금의 우주세기 프랜차이즈는 어차피 연속성 있는 테마와 내러티브를 이어갈 생각은 꿈에도 안 꾸고 그냥 그때그때 개별 작품과 상품화 전개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 '섬광의 하사웨이'가 UC/NT 이후에 나왔더라도 UC/NT와는 연관 없이 '역습의 샤아'에서 이어지는 얘기로만 남을 거 같군요.

 3부작 극장판으로 나올 예정이고 일본에 지난달 개봉한 뒤 넷플릭스로 글로벌 배급되었습니다. 사실 꽤 짧은 얘기라서 극장판 3편은 좀 늘이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드라마 풀어가기에 집중해서 1편도 그렇게 밀도가 얄팍해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원채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소규모인 이야기인데다, 토미노가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착란을 일으킬 거 같은 언어나 진행은 온데간데 없고 상당히 평범한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일단 원작이 죄책감과 사명감에 짓눌린 하사웨이의 질척한 내면에 집중하고 있었던 반면, 애니메이션은 하사웨이-기기-케네스의 삼각관계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고, 좀 속물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훨씬 대중적이고 이해하기도 쉽게 됐다고 보입니다. 사실 건담 시리즈에서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피아가 만나서 드라마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그 점에서 "또 흔하디 흔한 클리셰 모음이겠지" 하고 안일하게 시청에 들어갔다가 나름 신선함과 기대감도 갖긴 했습니다.

 물론 원작은 매우 음울하고 남는 것 없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초반부터 애니메이션은 조금 다른 얘기가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좋은 핑계거리는 역시 하사웨이란 인물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샤아의 반란의 내용이 다르다는 게 되겠죠. 소설에서는 퀘스를 하사웨이가 죽인 게 딥다크의 원흉인데, 극장판은 엄연히 애니메이션 '역습의 샤아' 쪽을 정사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극이라고 하기도 힘든 음침함 얘기였던 게 어쩌면 좀 더 인류와 뉴타입에 대한 희망적인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뭐 소설과 이래저래 달라지는 건 이미 유니콘에서도 보여준 바 있고 반다이도 장사하고 싶다면 원작 충실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뭐 지금으로썬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MS 액션에 공을 제법 들였는데, 기체 종류도 규모도 적지만 그 대신에 전투씬의 효과를 꽤 열심히 그렸습니다. 빔 맞고 튕긴 불덩이들이 길거리에 쏟아지는 모습이라거나, 도탄이나 파편 같은 것들은 극장판 다운 사치였습니다. 그리고 라이벌 건담 2기가 모두 자력비행이 가능하다는데 착안해서 콕핏 그래픽이 실제 전투기의 감각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다만 모든 전투가 야간인데(CG의 퀄리티를 숨기려고 그러는 건지), 그게 암부표현에 약한 스트리밍 압축코덱을 만나니까 화질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압축 아티펙트가 작렬하는데 좀 많이 안습이었네요. 그런 점에선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치가 있긴 했겠습니다. 뭐 일본에 사는 것도 아니라 극장 가서 볼 수도 없는 처지니 그냥 넷플릭스로 쉽게 접한 걸로 만족합니다.

덧글

  • 포스21 2021/07/02 20:56 # 답글

    확실히 좀 어두워서 모빌슈트 전투씬을 즐기기 힘들더군요. 그외에 민간인 피해 장면은 유니콘 1편이나
    F91 이 연상되었습니다.
  • ㅇㅇㅇ 2022/08/08 07:33 # 삭제 답글

    저는 여전히 암울한 엔딩으로 갈 것 같은게 정사대로 간건 역샤가 영상물의 정사라 그렇겠지 싶고 정사대로 간다고 해도 아군살해의 원죄가 남아 있는지라... 의무감은 퀘스에 매여 있겠고 죄책감은 첸에게 매여 있겠죠. 아무로 정신체?의 대사도 의미심장한게 어찌되었든 간에 계속해서 인간적 미련을 하나씩 버리고 죽음에 가까운 길로 가지 않을까 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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