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커브 - 소설과 애니메이션 by eggry


 이전부터 소설에 대해서 듣고는 있다가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그래서 소설도 보고 애니메이션도 봤습니다. 사실 꽤나 이상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슈퍼커브 1억대 출하 기념 작품' 이라는 것부터 아무래도 요상하죠.

 소설은 일본에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만 한국에선 졸업까지의 분량인 3권으로 끝입니다. 이후 내용을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3권까지 본 입장에선 이 주제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게 상상이 안 되진 않지만 딱히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모님도 도망가고 돈도 집도 없이 장학금에 기대서 간신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코구마가 어느날 우연과 충동으로 슈퍼커브를 사게 되면서 이런저런 변화를 겪는 이야기입니다. 슈퍼커브라고 하면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한국에선 그냥 중국집 배달부 오토바이입니다.

 혼다의 면허생산을 했던 대림에서도 과거 몇가지 모델을 팔았고, 결별한 지금의 대림 시티도 그냥 슈퍼커브 파생형이라고 해도 되겠죠. '여고생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런 걸 감안해도 예쁘장한 베스파 같은 게 아니라 투박하고 터프한 일하는 기계인 슈퍼커브를 내세운 건 확실히 창작자의 애정표현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예쁘고 비싼 스쿠터 같은 거 살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투박한 배달 바이크를 산 셈인데, 그래도 바이크로 인해서 넓어지는 행동의 범위나 경험들에 의한 성장 같은 얘기는 볼만했습니다. 여고생이니까 성장물적인 면도 있긴 한데, 개인이동수단이 주는 자유에 대한 메시지도 성인이고 바이크가 아니라 차를 타는 저에게도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얘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소설 2권까지의 얘기를 거의 그대로 옮겼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늬앙스가 같은 건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는 코구마의 캐릭터성이려나요. 레이코의 천연덕스러움이나 시이의 귀여움 강조는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소설에서 코구마는 그렇게 귀염성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처음엔 그냥 친구가 없고 소심한 정도 같이 보이지만, 시간이 갈 수록 사실 꽤 냉소적이고 단호한 면이 있다는 게 나옵니다.

 애니로 오면서 이걸 가장 크게 느낀 게, 카마쿠라로 바이크로 수학여행을 가는 길에 원래 이름 모를 남자애의 바이크 수리를 도와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남자애가 고맙다는 얘길 하면서 은근슬쩍 헌팅을 하는데, 가차없이 조인트를 까면서 바이크나 제정신으로 타라고 합니다. 일진도 아닌데 헌팅에 조인트 까는 여고생이라니, 확실히 임팩트 있었죠. 코구마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난 일화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애니에선 이 얘기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신에 그냥 야마나시에서 카마쿠라까지 가는 릴렉스한 투어링이 되었죠. 애니는 아무래도 히트작 '유루캠'과 같은 스루한 감각을 내세우려고 한 면이 있습니다. 소설이 혼자 사는 삶과 라이더의 가혹함이 적잖이 비중을 차지하는데 비해서 애니의 이런 노선은 저로썬 좀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장사를 위해서라는 건 뭐 말할 필요도 없긴 하겠지요.

 그런 터프함 속에서도 소설 2권 마지막의 벚꽃 찾아 장거리 라이드는 괜찮은 훈풍이었습니다. 3권은 약간 초점이 이상하다 생각했네요. 진로의 고민과 바이크 유지보수의 고난이 뒤섞여서... 뒷권을 보면 좀 더 완성되는 이야기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음, 전 졸업까지면 대충 됐다고 생각해서 정식발매가 멈춰서 크게 유감스럽진 않습니다.

 트위터와 블로그를 보면 아시겠지만, 요즘은 거의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다니고 있어서 코구마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에 적잖이 몰입했습니다. 하지만 바이크까진 어떻게든 나왔지만(일본에서 미성년자 바이크 합법인 현들이 몇군데 있죠), 아무래도 자동차는 쉽지 않아 보이네요. 이니셜D 같은 스타일 말고(이건 사실 비행의 영역이죠) 릴렉스 투어링 하는 스타일 말이죠. 하지만 요즘 이런 장르가 점점 커져나가는 걸 보면 언젠가 나올지도?



덧글

  • dhunter 2021/06/25 09:45 # 삭제 답글

    애니쪽 분위기가 묘한게 막상 그런 유루후와한 미소녀 일상물에 기대는거 같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른 주제를 가진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사라져가는게 완간 미드나이트 (...) 식 이야기 전개가 되어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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