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1 아제르바이잔 GP 결승 by eggry


 극도의 지루함에서 마지막 2랩의 난장판으로 바뀐 아제르바이잔 GP. 솔직히 정상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루함을 덜어줬다는 점에선 피렐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도 르클레르가 폴을 잡았는데, 이번엔 르클레르가 아니라 사인츠와 츠노다가 충돌하면서 레드플래그가 나와서 폴을 차지했습니다. 레드플래그 때문에 Q3가 단축되었다고 해도 레드불이 첫 트라이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던 건 이변이긴 했습니다. 물론 페라리 성능을 생각하면 폴투윈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이번엔 모나코처럼 출발도 못 하진 않았습니다.

 결국 르클레르는 초반 몇 랩만에 해밀턴, 맥스에게 DRS도 없이 손쉽게 잡혔습니다. 그래도 3위 정도는 했으면 좋았을텐데 가슬리에게 밀린 건 좀 아쉽군요. 경기는 초반에 서열이 정리된 후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별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1스탑이 노브레이너 전략으로 보였고, 다들 그러는 와중에 알론소가 스트롤의 사고를 틈타서 소프트로 기회를 노린 건 괜찮은 시도였지만, 이 트랙에선 소프트는 수명 대비 페이스 이득이 미미하다는 것만 다시 확인했을 따름이었습니다.

 이 타이어 컴파운드 문제가 아제르바이잔 GP를 뒤엎은 원흉이었습니다. 소프트는 너무 빨리 수명을 잃었는데, 이는 타이어 컴파운드가 작년보다 더 부드러운 녀석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하드가 비교적 쓰기 쉬운 타이어가 되었지만, 문제는 하드조차 충분히 하드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 처음 랜스 스트롤이 타이어가 터지면서 사고 낼 때는 그저 데브리에 의한 일회성일까 했지만, 리더인 맥스의 사고는 결국 타이어 문제가 보편적임을 드러냈습니다.

 타이어가 안전하지 못 한 상태로 레드플래그로 3랩을 두고 경기가 멈췄는데, 사실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그대로 경기가 종료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은 건 겨우 3랩, 거기에 포메이션랩을 빼면 사실상 2랩을 달리고 레드플래그로 새 타이어로 갈았으니 타이어 사고 우려는 없다는 생각인지 경기는 재개되었습니다.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적인/도박적인 무빙이 나오기 십상이었고 실제 경기 대부분의 지루함과 정반대의 난전이 벌어졌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이변은 첫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한 해밀턴이 오버슛한 것이었습니다. 스타트 상황이기 때문에 차들이 바글거리고 있어서 트랙 재합류에 시간이 걸렸고 사실상 꼴지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최종 순위는 15위로, 리타이어한 맥스와 마찬가지로 노포인트로 끝났습니다. 맥스의 리타이어로 해밀턴에게 급격히 유리하게 돌아가나 했는데, 해밀턴은 무리할 필요 없이 포디엄에만 올라가도 막대한 격차를 벌리는 상황이었는데 한방에 말아 먹었습니다. 적어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도 포인트 극대화를 위해 덤벼든 것만은 높게 사야겠습니다만, 이런 어이없는 패착을 저지를 줄은...

 한편 경기 중 소프트 타이어 도박도 별 소용 없어 그냥 그런 1포인트로 끝날 상황이었던 알론소는 리스타트의 혼란 속에서 무려 순위를 3위(+1 해밀턴 덕에)나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알론소야 본래 스타트/리스타트 모두 유명하지만 사실 맥라렌 시절엔 이미 좀 퇴색된 느낌이었고, 알핀에서는 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차량 성능 탓도 당연히 기여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신기들린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그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정상 상황에서의 페이스와 추월을 좀 더 보고 싶긴 합니다.

 오늘 또 좋은 성적을 낸 드라이버는 베텔이었습니다. 베텔은 맥스보다 앞선 스트롤의 사고 후 SC 리스타트에서 르클레르와 가슬리를 모두 추월해내면서 간만에 날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때는 SC 상황 하에서 하드 타이어를 제일 빨리 웜업해서 스위치온 한 덕인 듯 합니다. 모나코에 이어서 베텔의 기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걸까요? 페라리 후기의 비루 먹은 듯 맥아리 없는 모습에서 점점 멘탈이 충만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소란 속에 결국 우승은 페레즈에게 갔습니다. 맥스의 사고 전에도 자력으로 2위까지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고(물론 피트스탑의 도움도 있었지만) 맥스가 리타이어하자 바로 자리를 물려 받았습니다. 보타스가 경기 내내 포인트권 유지하기도 힘든 모습을 보인데 비하면 넘버2로써 일은 확실히 해냈습니다. 넘버1이 잘할 땐 최대한의 포인트를, 넘버1이 망했을 땐 대신 우승하는 거 말이죠.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모나코에 이어 메르세데스보다 레드불이 더 페이스가 좋았던 게 확실합니다. Q3의 이변 때문에 맥스의 스타트는 3위, 페레즈는 훨씬 뒤였지만 결승에서 페레즈가 빠르게 맥스 뒤까지 온 걸로 레드불 우세는 확실했습니다. 다만 메르세데스의 직선 성능이 워낙 좋아서 해밀턴의 트랙포지션 우위를 보통 방법으론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건 메르세데스의 슬로우 피트와 레드불의 광속 피트로 맥스와 페레즈 모두 해밀턴을 점프하면서 극복해냈습니다.

 맥스가 리타이어 했지만 메르세데스는 더블 노포인트라는 참혹한 결과로 메르세데스를 WCC에서 크게 앞서게 되었습니다. 한편 해밀턴은 맥스를 크게 앞지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둘 다 노포인트라 순위는 유지됐습니다. 페레즈가 크게 포인트를 얻으면서 3위를 굳히고 있고, 노리스와 르클레르가 4,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보타스가 적어도 4위여야 할텐데 지금 6위인 상황인 게 메르세데스로썬 WCC에 노란불이 들어왔군요. WCC 3위전은 페라리 vs 맥라렌으로 거의 확정되어 가는 거 같습니다.

 모나코와 아제르바이잔에선 레드불이 모두 유리했지만, 아직 레귤러 서킷에서의 페이스는 메르세데스가 더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가지 변수는 기온과 타이어 수명인데, 메르세데스가 고온에서 불리한 듯한 낌세가 보입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이게 바르셀로나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무위로 돌릴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듭니다. 아제르바이잔에선 정말 기대 이하의 성능이었기에 레드불로썬 최근 몇년 간 최고로 챔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덧글

  • 방울토마토 2021/06/07 21:42 # 답글

    가슬리 그는 신인가?
  • 잡가스 2021/06/07 23:06 # 답글

    오랜만에 페텔이 포디움에 갔군요. 허허허허
    오늘은.. 하이라이트를 한번 봐야겠습니다.
    항상 포스팅 감사합니다.
  • ㄹㄹㄹㄹㄹ 2021/06/08 17:37 # 삭제 답글

    햄이 근 몇년간 타이어든 전략이든 도박수가 다 먹혀서 안정적인 느낌이 들긴 했는데 사실 운도 많이 따랐고... 이런 빅미스가 나올 때도 됐죠 ㅎㅎ
  • hukusi 2021/06/08 19:12 # 답글

    몇년 전 같은 지점에서 베텔의 타이어 록업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네요. 하지만 그때보다 리스크를 감수할 위험이 훨씬 적었던 상황이었는데, 유독 스타트 전 연기가 많이 나던게 걸리네요.

    해밀턴의 연속 포인트 기록과 같은건 아쉽게 되었지만, 저기서 실수한 덕분에 더 재밌는 시즌이 되지 않을지.. 한편으로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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