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2023년 LMH 참전 발표 by eggry


 페라리가 F1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2023년부터 LMH 규정으로 WEC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페라리는 지금도 GTE 규정으로 계속 내구레이스에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메뉴팩처러로써 GTE 클래스는 진정한 프레스티지라고 할 수 없죠.

 모터레이스의 꽃은 언제나 프로토타입이며, 실제로 르망/WEC 상위권은 프로토타입으로 석권되고 있습니다. 규정상 GTE 클래스가 종합 1위를 하는 게 불가능은 아니지만 성능차가 워낙 커서 사실 불가능한 얘기죠.

 사실 페라리는 수십년 전만 해도 르망과 F1을 모두 잡으려고 애쓰던 곳이었습니다. 영화로도 유명한 '포드 v 페라리'를 비롯해서, 50년대부터 페라리는 르망에 프로토타입으로 참가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토타입으로 레이스했던 건 1973년으로, 위 사진의 312 PB로 르망 2위를 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F1에 집중하기 위해 스쿠데리아 페라리 스스로 엔트리하는 것은 그만두고, AF Corsa와 같은 밀접한 파트너십을 가진 팀에 GT 차량을 공동개발해 공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GT 프로그램 자체가 비용이 훨씬 적어서 부담이 없었기도 하고요.

 애스턴마틴, 콜벳 등 나름 이름있는 브랜드지만 프로토타입에 투자하기에는 기술력도 자금도 딸리는 회사들도 워크스팀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포드GT는 60년대엔 프로토타입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그와 닮은 GT 카로 출전하고 있기도 하죠. 그만큼 르망 프로토타입은 단순히 퍼포먼스 브랜드라거나 그런 것과는 상관 없는, F1처럼 로드카와 별로 연관이 없는 영역의 일이었습니다.

 페라리가 르망 프로토타입에 참가한다는 건 역사를 생각할 때 대단한 의의긴 하지만, 사실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애초에 르망 프로토타입을 왜 그만뒀냐면, F1과 동시에 진행하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죠. 르망을 석권하던 60년대에는 F1이 지지부진했고, 반대로 F1이 잘 나갈 때는 르망이 부진하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수십년 참가해온 걸 큰 맘 먹고 떠난 이유도 F1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죠.

 현재 페라리가 F1에서 썩 잘하고 있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프로토타입 내구레이스 참가는 아무래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둘을 하겠다고? 르망 프로토타입이 그렇다고 그렇게 녹록한 판이냐면 절대 그렇지도 않죠. 게다가 페라리의 내구레이스 역사가 과거의 영광이라면, 페라리가 상대해야 할 적수들은 모두들 그보다 더 최근에 성공을 구가한 이들입니다. 절대 쉬운 싸움일 수가 없지요.

 굳이 페라리가 이 힘든 판에 띄어들 이유를 찾자면, 로드카의 하이브리드화 되겠습니다. 라페라리를 시작으로 이미 하이브리드 하이퍼카를 내놓았고, 최근엔 SF90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내놨습니다. 사실 F1도 하이브리드이긴 하지만, 르망/WEC 쪽이 자유도가 훨씬 높습니다.

 기술개발이든 홍보든 F1보다는 그쪽이 로드카와는 조금이나마 더 연관이 있죠. 하이브리드 구성의 자유도도 말할 것도 없고(일례로 F1 하이브리드는 AWD가 되지 않죠), 엔진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다운사이징 시대라고 해도 페라리가 4기통이 되는 건 상상하기 어렵죠. 배기량이 작더라도 적어도 6기통은 유지할테지요.

 페라리는 아직은 완전 전기화에는 유보적이니 하이브리드 개발과 홍보 관점에서는 납득은 됩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 클래스가 워낙 어떤 로드카를 만드나와는 별 연관이 없기도 해서(그랬다면 푸조는 절대 우승할 수 없는 팀이겠죠), 페라리가 토요타, 푸조에게 박살나는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각오와 자신이 있다는 얘기도 되겠지만요.



 어쨌든 LMH 규정의 전신인 LMP1에 토요타 밖에 남지 않았던데다, LMH도 막상 나오고 보니 LMP1이랑 별반 차이 없는, 로드카와 별 연관 없어보이는 모양새였기 때문에 과연 메뉴펙처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페라리 참전으로 이제 총 다섯 메뉴펙처러가 참가하게 될 예정입니다. LMH와 LMDh로 나늽니다만 같은 클래스로 레이스할 예정이고 동급 퍼포먼스를 가지도록 밸런스 조절이 될 예정이니...

 올해는 토요타 혼자입니다만 내년엔 푸조, 그 다음엔 포르쉐와 페라리가 연이어 참전합니다. 아우디는 아직 일정을 확정짓지 않았지만 LMDh 규정의 도입시기를 생각하면 23년 아니면 24년이겠죠. 23년 쯤에는 최근 가장 많은 참가였던 토요타 vs 아우디 vs 포르쉐를 능가하는 4~5 메뉴펙처러가 동시에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르망 프로토타입이 이정도로 붐빈 건 역사상 처음이지 싶습니다. 게다가 모두 다수의 우승 경험이 있는 이들이니 얼마나 대단할런지 기대됩니다


덧글

  • hukusi 2021/03/02 23:38 # 답글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말이 딱이네요 ㅋㅋ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