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오는 실리콘밸리 by eggry


 현대기아-애플카 소동으로 애플카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이전글(현대차와 애플카 소동에 대한 생각)에도 썼지만 현대와 협상 결렬과는 무관하게 애플카는 어쨌든 진행되고 세상에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기존 메이커와의 협력은 어디까지나 여러 가능성 중 하나, 그것도 별로 기대하지 않는 희박한 가능성이었을 뿐이죠.

 테슬라 뒤를 이어 니오, 루시드, 리비안, 샤오펑 등 수많은 EV 스타트업이 벤처케피탈과 주식시장에서 돈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 애플도 끼어들 게 확실해졌습니다. 과연 테크기업들은 자동차 업계에서 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은 약간 잘못되었거나, 혹은 편견으로 틀어진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잘 해낼 거라는데는(적어도 상업적으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질문은 그들이 얼마나 잘 할 것이냐?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 기존 메이커들이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 입니다.

 안전의식, 품질관리, 제조 노하우 등의 문제는 테슬라를 통해 많이 드러났습니다. 그 결론이 뭐냐고 하면 "그건 상관 없다"는 것입니다. 네, 그래도 팔렸습니다. 사람들은 오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 했지만 말이죠. 저런 이슈들이 무시할 만한 것이란 얘긴 아닙니다. 분명히 단점이나 문제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거나, 다른 장점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 상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테크기업의 첨단 이미지와 속도를 좋아합니다. 아무리 다른 걸 문제 삼은들 상업적 성공을 저지할 수는 없을 겁니다. 테슬라에게 문제가 안 되었다면, 애플에게도 당연히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정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 역시 잠시 전진을 지연시킬 뿐입니다. 테크기업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우선순위가 충분하다면 말이죠. 현재까지 테크기업이 이것이 '넥스트빅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 그들의 손아귀를 피해갈 수 있었던 건 없습니다. 노키아는 지금 어디 있나요?

 그들이 자동차 업계에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걸 막기는 불가능한 희망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거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는 거죠. 좋은 소식은, 애플이 노키아를 망하게 만드는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모두가 그 흐름에 쓸려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변화에 적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출세까지도 말이죠. 아이폰이 나오기 전 삼성은 노키아의 벽을 넘지 못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뒤쳐지거나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공고해진 브랜드 충성도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극복하기에는 차별화를 해낼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휴대폰 산업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동안 노키아는 넘어졌고, 삼성은 재빠르게 앞서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 기업들도 크게 약진할 수 있는 기회였지요. 같은 일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어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자동차는 휴대폰보다도 더 기호를 많이 타며, 생태계 네트워크 효과가 약한 상품입니다. 다품종과 다양한 브랜드 공존의 여지가 더 큰 상품이죠. 애플이 경차나 미니밴을 만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톱3 기업이라도 이 시류에서 뒤쳐지면 노키아처럼 될 것이고, 어정쩡한 중위권인 기업들은 이 기회에 왕좌를 노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또한 신흥 주자들은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 이건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중국 회사들이 되겠죠. 내연기관차들은 중국 밖으로 거의 진출하지 못 했지만, 전기차 패러다임에서는 기회를 노리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과 시나리오로 본다면, 사실 현대차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대비가 잘 된 편입니다. IT 화도 빠르고, 수직계열화는 물론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강력한 전통적/첨단 제조업 배경도 협력이나 공급망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로보틱스(보스턴다이나믹스)나 에어택시 같은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휴대폰 시장의 전례를 밟는다고 한다면, 현대차의 목적은 토요타, 폭스바겐, GM이 자동차계의 노키아가 되어 넘어진 동안에 삼성처럼 치고 나간다는 것일 겁니다. 그 과정에서 애플이나 테슬라가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정착하는 건 현대차에겐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잃을 게 많은 토요타나 폭스바겐 같은 회사에겐 악몽 같은 시나리오죠.

 물론 토요타, 폭스바겐, GM이라고 이런 미래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노키아도 미래는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큰 회사는 종종 미래를 알고서도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차는 그 경우에는 확실히 속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룡들이 현대차의 생각보다 잘 적응한다면, 서열 뒤집기는 잘 안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차피 올 기술혁신이라면, 조금 더 야심을 가져도 나쁠 것 없습니다. 현대보다 빅3에게 유리한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테크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입니다. 애플과는 누구도 잘 안 되겠지만, 구글 같은 회사랑 협력하기는 현대보다는 더 유리하죠.

 2020년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메이커는 망하거나, 아니면 선진국 시장에서 밀려나 후진국용 저가 내연기관 차량이나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될 겁니다. 그마저도 기후변화 정책의 변화에 따라 쉽지 않을 수도 있죠. 망하지 않아도 쪼그라들어 보잘것 없는 존재가 될 건 확실합니다. 적절한 파트너도 못 잡고, 본진도 굼뜨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상어와 거기에 편승한 이들이 파이를 먹어 치울테니까요.



덧글

  • ㅇㅇ 2021/02/10 17:36 # 삭제 답글

    테슬라처럼 자동차를 아마추어적으로, 테키적 마인드 만든다면 결국 엄청난 사고가 터질텐데 과연 어떻게 될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Adsense Wide



2019 대표이글루_IT

2017 대표이글루_it

2016 대표이글루

2015 대표이글루

2014 대표이글루

2013 대표이글루

2011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100

메모장

Adsense Squ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