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아우디의 포뮬러E 철수 및 내구레이스 복귀에 이어, 포르쉐도 내구레이스 복귀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포르쉐는 아직 포뮬러E에서 철수하지 않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포뮬러E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 아우디가 떠난 것 같은 모양새였는데, 다시 내구레이스에서 계열사가 맞부딧치게 생겼습니다.
포르쉐가 복귀하기로 한 클래스는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르망과 데이토나 공통 규격인 LMDh 클래스입니다. WEC와 르망 고유의 최상위 클래스인 LMH(토요타, 푸조, 알핀 등이 참가 예정)과 동등한 퍼포먼스를 갖추도록 할 거라고 합니다만, 사실 LMH보다는 기술적 제약으로 퍼포먼스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긴 합니다.
하지만 LMDh의 최대 장점 한번의 개발로 유럽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르망과 데이토나지만요.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들에게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이 일석이조의 메리트가 크게 어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포르쉐는 LMP1 클래스로 참전하기 전에 2000년대 후반에 LMP2 클래스로 미국과 유럽 르망 시리즈에 참가했었습니다. 노란색 DHL 리버리가 인상적인 오픈콕핏의 포르쉐 RS 스파이더였는데, 포르쉐가 워크스로 참가하진 않았고 주로 펜스케 레이싱이 이용했습니다.
어쨌든 폭스바겐 그룹의 모터스포츠 양대산맥이 모두 LMDh 클래스로 내구레이스로 복귀하는 건 예상 밖의 모습입니다. 심지어 둘 다 포뮬러E로 떠났던 걸 생각하면... 포뮬러E의 전기차 프로모션적 성격보다는 유서 깊은 24시간 레이스에서 이겼다는 게 더 가치있게 다가오는 걸가요?
정작 포르쉐, 아우디 모두 하이브리드 과도기를 별로 중시하지 않고 빠른 풀 EV 이행을 하는 중이란 점에서 모터스포츠와 로드카의 괴리는 더 느껴지긴 합니다. 물론 하이브리드 기술에서도 전기차로 탑다운 될 부분이 있긴 하지만, LMDh는 표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쓸 예정이라 그런 것도 아니군요.
지금으로썬 표준부품에 의한 비용 절감+미국과 유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의 이점이 작용했다는 것 외엔 적당한 설명은 안 보입니다. 어쨌든 프로토타입 내구레이스는 토요타 혼자 남아서 어떻게 되는가 했는데 2020년대엔 다시 중흥기를 맞을 듯 하군요.
LMH와 LMDh 클래스를 모두 합치면 토요타, 포르쉐, 아우디, 푸조, 알핀, 애스턴마틴까지 6개 회사가 되는데다, 독립팀까지 하면 엔트리가 거의 10개에 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LMDh 클래스가 본격 투입되는 2023년 쯤에는 정말 화려한 경쟁을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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