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0 사키르 그랑프리 결승 by eggry


 경기 시간이 너무 늦고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결과만 봤는데 읭? 톱3 모두 이상한 모습. 보통 이렇게 경기를 스킵한 경우엔 하이라이트 정도만 봅니다만, 오늘은 녹화방송 전체분을 다 봤습니다. 결과만큼 미친 경기는 아니었고, 실제 혼란은 경기 후반 세이프티카에서 다 왔더군요.

 일단 이번주의 주인공이 코로나19 걸린 해밀턴의 대타였던 조지 러셀이라는데는 이의가 없을 듯 합니다. FP1부터 톱을 차지하며 페이스가 있다는 걸 보여줬고, 예선 2위도 보타스와 매우 간발의 차였습니다. 턴1에서 앞선 뒤로 러셀은 보타스에게 진정으로 위협당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보타스를 크게 따돌리지도 않았지만 보타스도 공격권에 넣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여랩을 앞두고 잭 에잇켄이 마지막 코너에서 스핀하면서 방호벽에 부딧쳐 프론트윙을 잃습니다. 결국 세이프티카가 나오는데, 공짜 피트스탑을 노리고 메르세데스는 더블 피트스탑을 했지만 여기서 크게 잘못되고 맙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따르면 피트월과 개러지 사이의 무전에 문제가 있었으며, 피트크루들은 러셀이 먼저 들어왔지만 보타스의 타이어를 끼우고 맙니다.

 더블 피트스탑이라 바로 보타스가 들어왔는데, 그제서야 개러지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보타스도 러셀의 타이어를 끼게 될 참이었지만, 뒤늦게 개입한 디렉터가 새 타이어를 빼고 기존 타이어를 신게 만듭니다. 사실상 두번 피트스탑을 한데다, 휠건 문제도 있고 해서 매우 긴 피트스탑이 됐습니다.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보타스만 뭔가 운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러셀이 보타스의 타이어를 신었다는 게 밝혀지고, 다시 피트스탑 해서 새 타이어를 껴야 했습니다. 두번의 피트스탑으로 순위를 크게 잃게 되고 선두권은 완전히 물갈이 됩니다. 그나마 보타스가 헌 타이어였던지라 보타스를 추월하는 액션도 보여주고, 새 타이어인 러셀은 패스티스트랩도 기록하긴 했습니다.

 적어도 SC에서 피트스탑까지 러셀의 레이스는 완벽했습니다. 피트를 나온 뒤 여전히 리드였는데, 타이어 혼선으로 다시 들어와야해서 다 망친 거죠. 물론 보타스도 경기를 망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보타스는 피트레인을 두번 달려야 하지는 않았지요.

 러셀은 새 타이어의 힘으로 2위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펑쳐로 경기 끝까지 스틴트를 이어가지 못 하고 다시 피트스탑해야 해서 결국 최종 순위는 보타스 뒤에서 마쳤습니다. 펑쳐 나는 순간까지는 남은 랩수와 페이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우승이 가능했는데 결국 하늘이 오늘은 허락하지 않기로 한 거 같군요.

 러셀로써는 뼈아픈 경기였지만 그래도 패독에 인상을 주긴 충분한 한 주였습니다. 메르세데스 머신으로 첫 실전투입에 보타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고, 턴1에서 앞선 뒤로는 포지션 어드밴티지가 있긴 했지만 보타스 역시 러셀에게 진정으로 도전하지도 못 했습니다. 2022년에는 해밀턴과 보타스 둘 중 하나는 러셀로 교체됐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우승자인 페레즈입니다만, 첫 랩에서 사실 사고에 휘말려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습니다. 르클레르가 무리수로 페레즈의 리어를 쳤는데, 덩달아 가까이 있던 맥스는 사고를 피한답시고 돌았지만 속도를 줄이지 못 하고 방호벽에 받고 끝났습니다. 맥스로서는 이상할 정도로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무빙이었는데 여튼 그 결과 르클레르와 맥스는 리타이어.

 페레즈는 마저 경기를 이어갔지만 스핀 후 재합류 하느라 사실상 꼴지였으나 계속 순위를 올려서 SC의 혼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무려 4위까지 자력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2순위 올린 건 전적으로 메르세데스의 삽질 때문이긴 합니다. 하지만 4위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이미 메르세데스 빼고 오늘의 드라이브라 할 만했기에 운이라 해도 우승자 자격은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페레즈에게 따라잡히긴 했어도 그 뒤에서 건실한 경기를 이어가던 오콘, 스트롤도 그대로 포디엄에 올라갔습니다. 핑크 메르세데스 더블 포디엄에다 한명은 우승이기까지 해서 중위권에는 매우 큰 영향을 줬습니다. 이로써 레이싱포인트는 맥라렌을 10포인트 앞서 3위가 됐고, 페레즈도 WDC 4위까지 올랐습니다. 리카도와 격차는 13포인트나 되어, 한 경기에 역전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피티팔디와 에잇켄은 차량이 좋지도 않긴 하지만 딱히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 했네요. 특히 에잇켄은 경기를 엉망으로 만든 트리거를 발동시킨 걸로 더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또 아쉬운 결과를 본 드라이버로는 사인츠가 있습니다. SC가 나오기 전까지 3위를 달리고 있었는데 하필 계획된 피트스탑 직후 문제의 SC가 나와서 순위를 크게 잃었습니다.

 이제 남은 경기는 최종전 아부다비 뿐이군요. 순위는 점차 확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르클레르/사인츠/알본의 7,8,9위 외에는 크게 바뀔 거 같지 않군요. 한편 그로장은 부상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 아부다비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국 그로장의 커리어는 이렇게 끝나게 될 거 같군요. 하스는 다음 경기도 대타를 찾아야 하는데, 이미 내년 드라이버로 확정된데다 F2 챔피언도 결정지은 믹 슈마허가 조기 데뷔할 것 같습니다.



덧글

  • hukusi 2020/12/07 15:39 # 답글

    저도 러셀때문에 간만에 라이브 풀시청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불운이 겹치면서 우승을 놓치는 모습이 제가 다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그 여러가지 불운(SC, 타이어실수, 펑쳐)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우승했을텐데.. 그래도 많은 것을 증명한 경기가 아닐까 합니다. 적응시간을 생각하면 보타스에게는 체면구기는 레이스가 됐구요. 많은 사람들이 러셀이 메르세데스 타는것을 한경기 더 보고 싶어하던데, 저도 한경기만 더 보고싶네요.
  • eggry 2020/12/08 14:46 #

    보타스 아웃이냐 해밀턴 아웃(이라기보단 페라리행?)이냐
  • hukusi 2020/12/09 13:33 #

    해밀턴이 내년에도 메르세데스에 남으면 8회챔피언, 100승, 100폴이라는 기록들이 달성될텐데, 해밀턴이 이 기록들을 등지려 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입니다. 가령 페라리 챔프라던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곤 생각합니다. 다만 해밀턴의 내년시즌 계약이 아직도 이루어지지않는것을 보아, 그런 의중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긴 합니다.

    메르세데스가 몇년 안에 철수할 생각이라면 철수까지 해밀턴과 같이 가려고 할텐데,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죠. 해밀턴의 팬입니다만, 어짜피 푹 쉬는 겸 한경기 쯤 더 러셀에게 기회를 줬으면 하는 생각도.. ㅎㅎ.. 물론 계약을 하지 않은 해밀턴으로서는 러셀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게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만요.
  • eggry 2020/12/09 17:03 #

    기록 달성을 생각하면 내년 연장은 거의 확실한 거 같고 22년부터가 미지의 영역이겠죠. F1 떠나거나 아니면 역시 페라리...
  • 가지안텝 케밥집 2020/12/11 11:40 # 답글

    해밀턴이 못 나와서 굉장히 기대하고 본 경기였습니다. 근데 르끌레르 덕에 막스가 1랩 리타이어 해서 다 망쳤다는 느낌이 크네요. 솔직히 전반작인 경기 운영 자체는 상당히 루즈했던 편에 속한다고 생각되서 막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안 들레야 안들 수가 없습니다. 보타스는 정말 안되는 드라이버라는 것도 안 느낌이고, 반대로 러셀은 확실히 출중하네요.

    이거랑 별개로 내년 레드불 남은 한 자리 어떻게 될련지요. 알파타우리 한 자리는 이미 가슬리 것이고 남은 한 자리는 츠노다의 것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알본이 레드불에서 쫓겨나면 알파타우리에도 돌아갈 자리가 없을듯 싶네요. 특히 츠노다는 이번 시즌 워낙 운이 안 좋았어서 믹보다 포디움이나 우승도 많았던걸 생각해보면 사실 우승도 가능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운이란게 원래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요소지만요. 간만에 좋은 일본인 드라이버가 나온 것 같습니다. 레드불에서 혼다가 이탈함에도 불구하고 콜업 하려는건 이유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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