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그마에서 I 시리즈로 새로이 분류한 렌즈를 3종 발표했습니다. 이는 현행 시그마 글로벌 비전 하에서 이뤄지는 아트/스포츠/컨템포러리 분류와는 별개의 서브 카테고리로, 현재는 컨템포러리 시리즈로만 나오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I 시리즈의 특징은 미러리스에 맞춘 컴팩트함과 고화질의 양립, 그리고 금속절삭과 조작감을 통한 핸들링의 묘미라고 합니다. I 시리즈 자체는 이번에 선언되었습니다만,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듯 먼저 나왔던 45mm f2.8 DG DN 컨템포러리 렌즈도 I 시리즈에 뒤늦게 편입되었습니다. 시리즈 0탄이라고 해야 할까요?

발표된 라인업은 24mm f3.5, 35mm f2, 65mm f2입니다. 45mm까지 치면 대충 표준줌 범위를 빼곡하게 채운 셈이군요. 스페셜 페이지를 보면 35와 65가 고화질, 24와 45가 컴팩트라고 하는 걸 보면 컨셉은 약간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냥 크기만일지도 모르지만요.


일단 24mm의 경우엔 f3.5라는 밝기가 아쉽지만 대신 아주 컴팩트하게 나왔습니다. 광각인 걸 생각하면 다른 f2~f2.8 수준의 렌즈에 비해 그렇게 불리한 것도 아니긴 합니다.
최단거리 10cm에 1:2 비율의 접사성능을 갖고 있으며, 조리개가 어두운 대신 주변부까지도 원형 보케를 잘 유지한다고. 직경 64mm, 길이 48.8mm, 무게 225(L마운트)/230g(E마운트) 휴대성이 좋습니다. 필터는 55mm로 좀 변태 사양입니다만.

MTF는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느낌? 밝기가 어두운 걸 생각하면 개방 차트는 당연히 이정도는 되야된다는 생각이긴 합니다. 그래도 방사와 동심원 일치도가 좋아서 깔끔한 이미지가 될 듯 하군요.
가격은 549달러, 출시는 1월 중순.


다음은 35mm. 이쪽은 f2로써 얼추 f1.8 계열에 비벼볼 만한 화각/조리개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최단거리 27cm, 배율은 1:5.7로 평이. 직경 70mm, 길이 65.4mm, 무게 325g(두 마운트 공통)로 약간 나갑니다. 필터는 58mm.

MTF는 f1.8급 렌즈라고 생각하면 이정도면 괜찮습니다. 특히 주변부까지 10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네요. 일치도도 좋아서 깔끔한 이미지일 듯 합니다. 주요 경쟁 렌즈는 소니 35mm f1.8이 될텐데, 색수차가 약점인 렌즈라 그쪽에선 유리할 듯 하네요. 접사성능은 딸립니다만. L 마운트 쪽이야 라이카의 5000달러짜리 렌즈 뿐이고, 파나소닉은 아직 안 나왔으니 경쟁자가 없습니다.
가격은 639달러, 출시는 12월 중순.


마지막은 65mm f2. 45mm f2.8에 너무 욕먹어서 그런가 밝기를 조금 신경 쓴 모습입니다. 65mm는 특이하다면 특이한 화각입니다만, 고전적으로 보면 그렇게 없던 렌즈도 아닙니다.
사실 40~65mm 범위로 다양한 표준렌즈가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거의 50mm로 일원화된 것 뿐이죠. 최근에는 보이그랜더에서 65mm가 나오기도 했네요. 어쨌든 먼저 나온 45mm보다는 좀 더 왜곡이 적고 압축감이 있겠고, 이 라인업에서 가장 고화질 지향인 듯 합니다.
최단거리 55cm, 배율은 1:6.8로 별로 특이한 구석은 없습니다. 직경 72mm, 길이 74.7mm에 405g(두 마운트 공통)로 라인업에서 가장 크고 무겁습니다. 그래봐야 요즘은 f1.8급에서도 이정도 크기, 무게가 나오지만요.

MTF는 확실히 라인업에서 가장 고화질 지향이라는 게 보입니다. 거의 극주변부까지 10선이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30선도 형제 렌즈들보다 좋습니다. f2 밝기에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뭐 적어도 65mm는 화질 향상을 위해 조일 필요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가격은 699달러, 출시는 12월 중순.
모든 라인업 공통적 특징으로는 방진방적이 있긴 하지만 간이라는 건데, 공통된 설명은 없지만 일부 사이트에서는 마운트 실링만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통짜 금속절삭 재질의 렌즈는 방진방적을 만들기 어렵기도 합니다. 딱히 고가의 렌즈도 아니기도 하고요.


모든 렌즈에 역시 금속절삭 후드가 동봉되며, 재밌게도 캡은 자석부착식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캡 탈착 시 보관을 위해 허리띠 등에 달 수 있는 렌즈캡 홀더가 별매로 나옵니다. 금속원판이 달려 있어 캡이 찰싹 붙어서 잃어버리지 않게 해줍니다.
시그마의 I 시리즈는 아무래도 자사의 카메라 fp를 고려한 포지션이라 생각됩니다. 소형화에, 매니아 지향으로 손맛을 중시한 금속절삭이나 링의 촉감 같은 부분 말이죠. 조리개값이 주된 약점인데 휴대성과 손맛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된 사람들이 타겟이 되겠습니다.
크고 밝은 렌즈 군비경쟁의 포문을 열었던 시그마인데 이젠 정반대 노선의 렌즈를 내놓고 있네요. 물론 크고 아름다운 아트 시리즈는 계속 나오고 있긴 합니다. 클래식 렌즈를 아는 사람이라면야 이정도 화각과 조리개는 그렇게 근본이 없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 고감도 성능이 좋아진 오늘날에는 개방 화질만 확보된다면 휴대성을 위해 감수할 만한 부분이고... 물론 심도에서 불리한 건 어쩔 수 없지만요.
한국이야 시그마 fp 사용자는 거의 없거니와, 소니 E마운트에선 f1.8급 렌즈의 선택지가 워낙 많기 때문에 별로 인기는 없을 거 같습니다. 재밌게도 65mm f2은 보이그랜더 65mm f2 아포란타의 저렴함+자동초점 대안으로써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APO 렌즈에는 못 비비겠지만 시그마 65mm도 실제 이미지 평가가 기대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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