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포뮬러E에서 철수하고 WEC, 다카르 랠리에 참전한다 by eggry


 다소 급작스럽습니다만, 아우디가 모터스포츠 프로젝트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새 시대의 기대주이던 포뮬러E에서 철수한다는 게 가장 충격적인 소식이겠고, WEC로 복귀한다는 건 약간은 예상 범위, 그리고 다카르 랠리에 참전한다는 건 아우디에게서 상상하기 힘든 결정이었네요.



 아우디는 최근에 막 20/21 시즌용 포뮬러E용 신형 MGU를 발표한 참이었습니다만, 그 직후 철수가 나와서 더 당혹감을 줍니다. 20/21 시즌을 마지막으로 아우디는 워크스 팀으로써는 철수할 예정입니다. 본래 압트 팀의 기술 서포트로 시작했다 17/18 시즌부터 워크스로 들어갔으며 실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17/18 시즌에는 팀 챔피언십에 이기기도 했죠.

 20/21 시즌은 아우디가 처음으로 내부 부품을 완전히 독자적으로 만든 시즌인데, 그걸 내려놓는 셈입니다. 다만 전기차 및 포뮬러E와의 연을 바로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고, 파워트레인 공급자로써는 남들 거라고 합니다. 엔비전 버진 레이싱 팀에 적어도 2022년까지 공급할 거라고 하는군요. 그렇지만 미래의 레이스로 불리던 포뮬러E에서 워크스 철수는 충격적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 대신 들어가게 되는 건 WEC로의 복귀입니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철수한 뒤, 이제는 포르쉐마저 철수하고 WEC에는 폭스바겐 그룹 팀은 없습니다. 아우디가 복귀하게 된다면 다시 폭스바겐 그룹 대표로 가게 되는 거겠죠.

 아우디가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WEC에 참전할지는 아직 확실히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르망과 데이토나의 공동 이용을 위해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차량인 LMDh(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 스펙으로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규정은 2023년부터 도입될 예정입니다. 일단 2021년부터 시작되는 'LMH(르망 하이퍼카)'에는 들어가지 않는 셈입니다. 이쪽은 현재로썬 토요타와 푸조, 알핀(르노)가 참전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LMDh 규정은 LMH를 대체하는 규정은 아니고, LMH와 병행되는 WEC의 탑클래스 카테고리로 공존할 예정입니다. LMH와 차이는 LMH가 과거 LMP1과 비슷한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프로토타입 규정이라면, LMDh는 LMP2 수준의 몇몇 정해진 표준 부품과 비용절감책이 도입됩니다.

 실제로 데이토나 프로토타입이 LMP2 급이라는 게 중론이기도 해서, 데이토나와 WEC의 통합규정이라 하면 LMP2 수준이란 생각이 많이 들 겁니다. AOC와 FIA는 '밸런스 오브 퍼포먼스' 규정을 통해 LMH와 LMDh를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다만 아무리 BoP를 쓴다고 해도 LMDh에 비해서 인하우스 부품으로 기술력을 집결시킨 LMH에 비해서 표준 하이브리드 파츠 등을 쓰는 LMDh가 불리한 모습을 보기 쉬을 듯 하네요. 르망 전에 힘 아껴뒀다가 폭발시키는 식은 이전에도 쓰였던 전술이고요.

 LMDh라는 약간 애매한 규정으로 참여하게 된 건 아무래도 비용이 LMH보다 낮을 것이고, 또 데이토나 참전이라는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아우디의 WEC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던 이유가 근본적으로 지출이었기 때문에, 이런 점이 감안됐을 듯 합니다.

 그렇긴 해도 이 중요한 시기에 전기차 레이스에서 빠지는 게 장기적으로 얼마나 패널티가 될지는 상상이 안 됩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포르쉐까지 포뮬러E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에 혼자 빠지게 되는 건 좀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죠.

 WEC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모터스포츠의 상징적인 역할을 포르쉐에 밀려 튕겨났다는 인상이라 좀 안습이기는 합니다. 근데 뭐 아우디 전기차도 포르쉐 플랫폼에 기대는 현실이니 할 말은 없지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R&D는 포르쉐가 리드를 잡은 게 확실해 보입니다.



 WEC 복귀가 이해되는 범위의 후퇴였다면, 다카르 랠리 참가는 정말 뜻밖의 결정입니다. 아우디와 다카르 랠리는 아주 안 어울리는 브랜드죠. 물론 랠리로 친다면 아우디는 WRC 챔피언십 경력도 있긴 합니다. 콰트로로 AWD 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카르 랠리는 좀 다릅니다. 다카르 랠리는 문자 그대로 제대로된 길이 없는 곳을 달리기 때문에, 익스트림 아웃도어 레벨의 영역이지 WRC 같은 수준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실제로 아우디의 어떤 차량도 다카르 랠리를 내세워 어필할 만한 모델은 없습니다. 하다 못해 토요타는 랜드크루즈나 하이럭스 같은 오지용 차량 모델이 있습니다만...

 물론 미니나 푸조도 딱히 그쪽 브랜드는 아니기는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인 아우디하고는 영 안 어울리는 느낌이죠.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다면 그건 특정 브랜드 모델의 성격이 아닐테지요. 실제로 아우디는 포뮬러E를 대신해 전기차 기술의 R&D 플랫폼이 될 예정입니다.

 e-tron SUV를 베이스로(베이스라고 해도 다카르 차량은 거의 껍데기만 비슷하긴 하죠) 만들어질 예정이며, WEC가 표준부품이 많아 R&D 참여도가 낮다면, 이쪽이야 말로 진짜 아우디 모터스포츠 R&D의 총력이 기울여지는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다카르 랠리라는 선택은 대단히 과감한 것입니다. 수천 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며칠에 걸쳐서 달리게 되니, 전기차로써는 이보다 가혹한 조건이 있을까요. 외부 환경 또한 포뮬러E의 도시 트랙과는 비교도 안되는 극한조건입니다. 사막 비중이 커서 낮에는 엄청나게 뜨겁고, 밤에는 또 춥죠.

 주행거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두고봐야 할 거 같습니다. 급속충전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하루에 천킬로 정도는 달려야 할텐데, 하루 주행량이 한번 충전으로 커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배터리를 엄청 크게 달 수도 있겠지만요. 이정도면 거의 전기차의 르망이라고 해도 될 악조건입니다.

 실제 전기차가 아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 외에서는 안심을 주지 못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다카르/르망의 고전적 정신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직 자동차가 수천 Km를 고장 없이 간다고 장담할 수 없던 시절에 르망이나 다카르는 브랜드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좋은 장소였죠. 이제 내연기관 차는 그런 걸 별로 신경 안 쓸 수준이 됐지만, 전기차에게는 여전히 도전이고 관심과 평판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포뮬러E라는 아주 뻔해 보이는 판이 아니라, 아예 바운더리를 넓히려고 도전하는 아우디 스포트의 결정에 놀람과 경의를 표합니다.



덧글

  • 덧글보자 2020/12/01 14:36 # 답글

    흥미진진한 뉴스네요. Eggry님는 어디서 이런 정보를 보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eggry 2020/12/01 23:21 #

    관련 미디어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봅니다. 모터스포츠의 경우엔 autosport를 주로 보네요. 영국 쪽 미디어가 몇 있는데 거의 다 autosport랑 계열사라 중복기사가 대부분입니다.
  • 나인테일 2020/12/01 19:50 # 답글

    테슬라는 언제 쯤에나 레이싱으로 오려나요.
  • 잘생긴 허스키 2020/12/02 14:40 #

    유럽 제조사들의 함정임
  • 잘생긴 허스키 2020/12/02 14:40 # 답글

    포e 개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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