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20 토스카나 GP 결승 by eggry


 빡빡한 캘린더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또다른 이탈리아 개최 그랑프리. 실버스톤과 달리 한군데서 두번 하진 않고, 트랙을 무젤로로 바꿨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그랑프리 하면 몬자 다음으로 이몰라가 유명한데, 무젤로가 된데는 페라리의 영향이 있지 싶군요. 무젤로는 페라리의 테스트트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카레이스를 하기에는 좁다는 평이 많아 바이크 트랙으로는 명성이 높지만 F1은 개최된 적이 없습니다. 페라리의 영향이라 생각되는 또다른 이유는 이번이 페라리의 1000번째 그랑프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별로 축하할 만한 주변 상황은 아니지만요.

 해밀턴 우승에 보타스 2위라는 결과는 사실 경기를 안 봐도 너무 뻔해 보이는 거긴 합니다만, 사건이 많은 경기긴 했습니다. 레드플래그가 두번이나 나왔고 SC도 많이 나왔고... 그렇다고 딱히 스릴 있었던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두번째 레드플래그 후의 13랩이 거의 경기의 전부였다고 봐도 될 듯 하네요. 이걸 보면 F1도 빠른 타이어 하나만 갖고 10~15랩 정도 달리는 스프린트 레이스를 하는 것도 재밌을 듯도 싶습니다만.

 해밀턴이 폴이었는데 스타트를 망쳤기 때문에 리드는 보타스가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2번의 레드플래그로 2번의 스탠딩 리스타트가 있었고, 첫번째에는 해밀턴이 리드를 다시 뺏을 수 있었고, 두번째는 선두로 출발해 실수하지 않아 그대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세번 해서 두번 해밀턴이 제대로 했으니 보타스도 별로 할 말은 없겠지요. 참으로 기이한 경우지만요.

 엉망진창인 사고와 두번의 레드플래그를 빼고 본다면 사실 그냥 평범한 해밀턴의 폴투윈이었습니다. 순수 페이스 면에서 보타스는 해밀턴을 떨쳐내거나 추월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해밀턴이 첫 스타트에 실패해서 순위를 얻은 거였는데, 기이하게도 두번이나 리스타트를 하게 되면서 그거 다 지고 나니 만약 얘기를 하기도 궁색해졌습니다.

 주요 경쟁자 중 맥스는 해밀턴의 스타트 실패를 잡고 순간적으로 2위까지 올랐지만 바로 엔진 트러블로 출력을 잃고 쭉쭉 뒤로 빠지게 됩니다. 그 와중에 가슬리 등과 충돌로 리타이어. 페라리는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에 메르세데스 듀오는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마지막 스틴트에서 알본이 평소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메르세데스는 크루즈 중이었다는 게 간격이 좁혀지자 바로 벌리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고는 곧바로 SC를 불러 들였는데, 더 큰 사고의 전조에 불과했습니다. 앞 드라이버들이 아직 풀스피드를 밟지 않았는데 뒤 드라이버들이 트랙사이드 표시만 보고 경기 재개라 판단하고 가속해서 쳐박은 것입니다. 앞 드라이버들은 출발선의 표시판을 지난 뒤였고, 그저 앞 드라이버가 쓰로틀을 밟나 안 밟나에 집중했는데 뒤쪽은 다른 신호를 보고 달려든 거죠.

 결국 거의 멈춘거나 다름 없는 마그누센을 지오비나찌가 쳐박았고, 뒤따르던 사인츠도 둘을 박았습니다. 본래 마그누센 바로 뒤에 있던 라피티는 마그누센이 앞 차들이 출발하지 않는 걸 보고 급감속하자 재빠르게 옆으로 빠지면서 충돌을 피하려 했으나, 사인츠/지오비나찌/마그누센의 연쇄추돌에 결국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잘잘못에 말이 많기는 했습니다. 맨 앞에서 속도를 늦추고 있던 보타스가 잘못이냐, 아니면 세이프티카 신호를 너무 늦게 끈 오피셜의 잘못이냐 등등 말이죠. 하지만 SC 자체는 이미 피트로 들어간 뒤이고, 트랙의 표시 상 선두 드라이버들은 신호를 정확한 타이밍에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부당한 리스타트 이득을 막기 위해 SC 신호를 최대한 늦게 꺼야 한다는 것도 근거가 있는 얘기였고요.

 결국 이 문제는 FIA에서 SC의 종료 신호를 더 잘 전달할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대시보드에 카운트를 넣는다든가 하는 게 가장 적당한 방법이지 싶은데... 사실 지금도 대시보드에는 현재 깃발 색은 표시가 됩니다. 하지만 카운트는 없으니 정확히 언제 꺼질진 알 수 없죠.

 선두차량이 세이프티카 라인을 넘어가면 재개라는 식으로 룰이 있지만 이것도 트랙마다 라인 위치가 마지막코너에 가깝다거나, 스타트라인 직전이라거나 제각각이라는 이슈가 있습니다. 모나코에서 이 SC 라인 문제로 슈마허가 알론소 추월했다가 패널티 먹은 적도 있고요. 뭐 이번 건은 굳이 잘잘못을 따질 건 아니고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준 중위권 드라이버로는 알본, 리카도, 스트롤이 있겠습니다. 스트롤은 타이어 문제로 리타이어 한 게 참 아깝습니다. 알본은 평소에 별로 활기 없는 모습이었고 오늘도 대체로 그랬는데 마지막 스틴트에서만 레드불 다운 페이스를 보여줬습니다. 리카도는 경기 내내 좋았는데 마지막에 알본이 살아나지만 않았으면 포디엄 먹고 아비테불에게 문신을 세길 수도 있었을텐데 결국 4위로 마무리됐네요.

 혼란의 도가니 와중에 노리스가 적당한 성적을 냈고, 요 근래 크게 부각되지 않던 다닐도 데스레이스에서 살아남아 소정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그 밑으로는 르클레르, 키미, 베텔인데 사실 키미는 피트레인 진입 문제로 5초 패널티를 받은 상황이었어서 더 대단한 모습입니다. 페라리 상태가 요즘 안 좋다곤 해도 같은 페라리 엔진으로 페라리보다 나은 모습이었다는 거죠.

 페라리로썬 1000GP 기념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암담하긴 한데,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고 오히려 영국 이후로 오랜만에 더블 포인트를 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네요. 포인트 찌끄레기나 주워먹고 있는 모습이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만... 르클레르에 내년에도 고생문이 훤하지만, 베텔은 레이싱포인트가 계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적어도 내년 성적 스트레스는 없겠네요. 우승은 다른 문제지만요.

 무수한 리타이어 속에 12명만 피니시 했는데 포인트 못 먹은 두명은 러셀과 그로장이 됐습니다. 그로장은 머신 손상으로 성능이 영 나오지 않아 가망 없었지만 러셀은 마지막 스틴트에서 베텔 잡거나 키미 패널티 범위 안으로 들어가려고 쥐어 짜내는 모습이었지만... 역시 윌리엄스 머신으로는 페라리나 알파로메오 잡기도 어려운 듯 합니다.

 해밀턴의 연전연승에 WDC 리드는 195포인트로, 보타스의 135포인트를 크게 앞서며, 맥스의 110포인트에는 조만간 2배가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까지 왔습니다. 게다가 전혀 멈출 기세가 없으니 WDC 대세론은 강해지기만 하네요. WCC야 레드불이 원투하는 경우는 커녕 포디엄에 같이 오르는 일도 없고, 페라리는 막장이니 뭐 말할 것 있겠습니까. 이미 레드불 2배가 코앞입니다.

 슈마허의 우승기록인 91승에도 1개 못 미치는 90승까지 왔습니다. 다다음 그랑프리가 뉘르부르크링인데, 메르세데스 홈인 걸 생각하면 두번 연이어 이기면 신기록이라는 아주 좋은 그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다음인 소치는 보타스 강세 트랙이긴 합니다만, 소치 하나 빠져도 뉘르부르크링만 우승해도 슈마허와 타이니까...

 슈마허의 기록들 중 폴포지션은 이미 경신(현재 통산 1위), 우승은 타이까지 1승, 올해 타이틀도 확실하니 타이틀 수 타이도 확실하네요. 내년이 올 시즌 머신 쓰는 거 생각하면 100승, 8회 챔프는 거의 확실하다고 해야할 듯?

 슈마허 하니 무젤로에서 페라리 1000GP 기념으로 아들인 믹 슈마허가 슈마허 최고의 차량이었던 F2004 데모런을 했습니다. 아직 슈마허가 회복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힘든 시기인 가운데 감격스러운 모습이긴 했네요. 페라리에서 이렇게 띄워주는 걸 보면 수년 내에 페라리 드라이버는 확정인 듯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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