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vs 애플: 구시대 질서의 종말인가? by eggry


 최근 한달 간은 애플 앱스토어와 수익모델에 있어서 쉴틈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7월 말, 미국 의회는 애플을 포함한 빅4(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법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네 기업은 유사하지만, 본질과 룰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문제로 의원들의 추궁을 받았습니다.

 애플의 혐의는 앱스토어의 운영 정책과 수수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앱스토어 심사 기준이 투명하지 못 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개발자들은 제출된 앱이나 업데이트가 거부되었을 때 명확한 이유를 제공받지 않습니다. 또한 애플은 서드파티 앱의 기능을 본따 OS에 기본기능으로 탑재하는 형식으로 지적재산권 문제와 더불어 반독점법적 혐의를 추궁받았습니다.


애플세

 공청회 중 상대적으로 덜 추궁되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앱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입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구매하는 모든 앱에 30%의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70%는 개발자에게 가지요. 구독 서비스의 경우에는 첫 해에는 30%, 둘째해부터는 15%를 가져갑니다.

 약간의 변형이 있기는 하지만 이 70:30 룰은 앱스토어가 등장한 이래 모든 형태의 유사한 스토어에서 실질적으로 표준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구글 역시 구글플레이에서 마찬가지로 30% 룰을 적용하고 있죠.(구글은 구독에도 일괄 30%를 적용합니다) 사실 애플은 이 30% 룰을 케이블TV의 정책을 참고하여 처음 적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모바일에 표준화한 공로와 경멸을 동시에 드러내는 말이 '애플세'(Apple Tax)입니다.

 먼저 30% 룰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상당히 혁신적이고 개발자, 소비자 친화적이었다는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당시 모바일은 통신사들이 직접 만든 저열한 생태계로 돌아가고 있었고, 심의는 지금의 애플보다 더 투명성 없었습니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했던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애플이 이를 파고들어 앱스토어 생태계를 이룩했고, 자신들 뿐만 아니라 개발자와 소비자에게도 큰 기회를 준 공로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30% 룰은 별로 새롭지 않은 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룻밤 횡재 이야기는 옛날 얘기가 됐습니다. 경쟁이 심해지고 마진이 박해진 오늘날 모바일 생태계에서 30%라는 수수료는 많은 앱과 서비스에서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숫자가 되었습니다. 플랫폼 홀더가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모바일에서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반발이 일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린 PC에서는 이미 수수료 인하에 대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최근 애플의 30% 룰에 도전을 던진 이가 PC 생태계에서 이미 같은 운동을 주도했던 에픽 게임즈란 점은 놀랍지 않습니다. 팀 스위니 에픽 대표는 오랫동안 폐쇄된 생태계와 중간상을 공격해 왔습니다. 앱스토어 이전에 스팀을,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고 행동이 적지만 윈도우 스토어,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공격을 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별로 놀랍지 않은 일관성입니다.

 미의회 공청회로부터 약 2주 뒤, 에픽은 현재 최고의 히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포트나이트'의 캐시 결제에 새로운 옵션을 등장시켰습니다. 애플 결제망을 거칠 때보다, 자신들의 창구 통해 결제할 경우 20%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일전에 우회 결제 링크를 포함한 많은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앱스토어 심사 차원에서 걸러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픽은 앱 업데이트 없이 결제 메뉴를 바꿀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할인된 가격과 '애플세'가 붙은 가격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애플은 앱스토어 약관에 따라 즉시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내렸습니다. 애플과 유사한 정책을 갖고 있는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버전에 같은 일이 일어나자 게임을 내렸습니다. 현재는 양대 모바일 스토어 모두에 포트나이트가 사라졌으며, 기존에 깐 유저들만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다음 시즌 업데이트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게이머들은 포트나이트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예정입니다.

 에픽이 단순히 생각 없는 만용으로 이 문제를 시작한 건 아니라는 건 곧 명백해졌습니다. #FreeFortnite 태그와 함께 등장한 애플의 전설적인 1984 슈퍼볼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을 올리면서, 에픽은 애플을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구글 역시 머지 않아 고소대상으로 들어가게 되었지만, 에픽의 주 공격 대상은 애플임은 분명합니다. 30% 룰의 창시자인 애플이 무너진다면 구글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죠.

 공정을 기하자면, 에픽은 단순히 소비자를 위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닙니다. '포트나이트'의 할인이 30%가 아니라 20%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자신들의 결제 창구를 통과하는데, 단지 애플/구글에 30% 덜 줄 뿐 아니라 자신도 10% 더 버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엔 그저 자신의 사리사욕을 더 챙긴 것 같지만, 이건 개발자들을 향한 메시지입니다.

 PC용 에픽 게임스토어 역시 같은 전략으로 스팀의 아성을 공격했습니다. 제작사는 에픽 스토어에 스팀보다 약간 싸게 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같은 값에 더 높은 마진이 주 무기였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트나이트'의 기습 할인가격은 소비자와 개발자 양쪽에 대한 절충안으로써 제시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수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30%는 너무 많다."는 것이죠. 그 자신도 스토어의 운영 주체로써, 수수료 제로는 선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회 공청회 때만 해도 30% 룰은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의원들의 주된 문제는 30% 보다는 심의정책이었고, 30% 룰은 개별 기업 단위로 공격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픽이 애플, 구글을 고소한 지금은 30% 룰은 등장한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여있는 듯 합니다. 에픽은 고소문에서 명백히 '반소비자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 스스로도 30% 룰을 아주 공정히 집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 비밀 협약을 채결했습니다.

 게다가 30% 룰에는 편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경쟁력 있고 점유율 높은 스토어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준입니다. 반대로 거기에 끼지 못한 군소 스토어의 운영주체이거나, 스토어에 앱을 올릴 뿐인 회사들은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애플과 구글의 30% 정책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윈도우 스토어는 그다지 돈을 벌지 못 하지만, 대신 애플과 구글의 스토어에서 오피스 구독을 파는데 많은 수수료를 떼이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MS라고 수수료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윈도우 스토어는 별로 경쟁력이 없다 하더라도, 엑스박스는 역시 월드가든(Walled Garden)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정확한 수수료 시스템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에픽은 애플/구글에 대해서 만큼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습니다. 팀 스위니 개인의 코멘트는 있었지만 결코 정책적으로 나온 적은 없죠.

 실제로 콘솔용 '포트나이트'도 같은 캐시 할인을 선보였지만, 애플/구글과 달리 스토어에서 내려가진 않았습니다. 사실 '포트나이트'가 돌아가는 모든 기종 중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만이 새로 다운 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에픽의 견해를 강조합니다. "우리는 수수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30%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죠. MS나 소니는 수수료를 더 낮게 채택하고 있기에 잡음이 덜했고(콘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있었다는 공감대도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MS가 30% 룰에 이의제기까지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에게는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양보하기도 어렵습니다. 두 회사가 30% 수수료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고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30% 룰에서 양보하게 된다면, 10%까지 아니더라도 하다 못해 15%, 20%로만 하더라도 매출은 엄청나게 쪼그라들 것입니다. 왠만한 압력에는 내주기 어려운 파이죠.

 그래서 에픽도 이 타이밍에 가장 뜨거운 화두를 내세웠을 겁니다. 그렇게 해도 순순히 굴복하리라 기대할 수 없는 건수이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소란스러운 형태로 말이죠. 30% 룰이 드디어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설사 30% 룰이 종말을 고한다고 하더라도 뜨거운 법정공방과 의회 청문회 등을 거치려면 수 년이 걸릴 듯 합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애플, 구글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그들에겐 편이 별로 없습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의 위협


 한편 MS가 30% 룰보다 더 적극적으로 애플을 공격한 전선이 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게이밍이죠. MS는 9월 15일에 자사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xCloud'를 런칭할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안드로이드와 iOS 양쪽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었지만, 정식서비스 발표와 더불어 iOS의 베타 테스트는 잠정 중지를 발표했습니다. 정식버전이 앱스토어에 등재될 가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30% 룰과 달리 이 문제는 좀 더 애플만의 것입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이밍 앱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자신이 '스태디아'의 운영자이기도 하기에, 'xCloud'든 뭐든 거부하기엔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죠. 반면 애플은 여태껏 모든 클라우드 게이밍 앱의 등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의 논리는 클라우드 게이밍은 자신들의 심의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앱스토어의 게임들은 등급심의기관과 별개로 애플 자체의 심사도 거치게 됩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거기서 돌아가는 게임을 애플이 심의할 수 없기에, 컨텐츠의 건전성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논리입니다.

 물론 그건 궁색한 핑계일 뿐입니다. 애플은 넷플릭스,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에 올라오는 영상 컨텐츠를 심의하지 않습니다. 전자책도 심의하지 않죠. 클라우드 게이밍은 예외라는 건 영상, 도서는 전통적 문화상품이지만, 게임은 '앱'으로써 취급한다는 관점입니다. 물론 그 경계는 일견 보이는 것 만큼 명확한 게 아닙니다. 앱 형태로 된 책들도 존재하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애플의 심의를 거치게 됩니다.

 더 말이 되는 설명은 애플이 전통적인 네이티브 앱 기반의 게임의 파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죠. 부분적으로 이는 30% 룰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앱스토어로 게임이 제출되고 팔리면 애플은 30%의 수수료를 법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조금 다릅니다. 구둑료의 30%(혹은 15%)를 여전히 수수료로 받겠지만, 그건 개개별 게임마다 버는 것보다 현저히 적을 것입니다. 한번의 구독료로 무수한 게임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또 클라우드의 개방은 실질적으로 외부 앱스토어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게임이 메인이지만 원격화, 가상화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다른 앱의 영역도 충분히 파고들 우려가 있습니다. 기본 논리는 애플이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만, 그것보다 방어하기에 논리적으로 좀 더 불리하고 궁색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애플은 게임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번지나 블리자드 같은 일부 제작사들이 오랜 기간 맥에 애호를 보내긴 했지만, 애플은 게임에 무관심했다는 편이 더 맞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애플은 게임에 적합한 사양을 갖춘 맥을 별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맥의 그래픽카드는 대개 업무용으로 적합한 것이었죠. 맥으로 게임이 나왔던 건 순전히 일부 개발자들이 맥을 사적으로 좋아했고, 맥으로 게임을 만들고 배포하는데 별로 장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애플의 태도는 근래 조금 바뀌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모바일 게임이 아이폰의 성공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순전히 게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쳐폰에 비해 리치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위해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가져야 했고, 개발자들은 이를 모바일 게이밍에 잘 활용했습니다. '앵그리버드'가 아이폰이 피쳐폰을 물리치는데 기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날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능 향상에서 게임 성능은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이 애플에 (30% 룰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다 주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 애플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자식이 갑자기 금송아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금송아지는 이제 새로운 형태로 바뀌려고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이밍만이 아닙니다. F2P, 구독식 서비스 등 모든 새로운 형태의 모델이 애플의 30% 수수료를 위협하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독식 게임이나 캐시 결제는 애플이 재빠르게 30% 룰을 확장해 강요함으로써 일단락 되었습니다. 물론 에픽이 흔들어 놓기 전까진 말이죠. 하지만 클라우드 게이밍은 새로운 차원의 위협으로 등장했습니다. 현재까지 애플의 대답은 궁색한 변명을 들면서 등록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인 듯 합니다.

 현재 클라우드 게이밍이 보여주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뽀족한 수가 없는 잠재적 위협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그저 30% 수수료를 물리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기 어려울 뿐더러, 무엇보다 기존의 수익모델을 크게 훼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같은 게임이 'xCloud'에 있다면(그리고 그건 높은 확률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돌아가는 것보다 고사양 버전일 것입니다), 왜 앱스토어에서 개별 게임을 구입하겠습니까? 클라우드 게이밍은 전통적 게임 세일즈 모델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제 애플은 그 전통적 세일즈 모델의 한 축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애플이라고 시대의 변화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애플아케이드'는 MS의 '게임패스'로 촉발된 구독식 서비스에 대한 애플의 답이었죠. 하지만 MS에게 있어 '게임패스'는 거대한 차세대 게이밍 대전략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이 분명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게임 비즈니스 모델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애플은 구시대의 파이에 집착하다 뒤쳐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MS는 전통적인 패키지, 디지털 개별 게임 판매와 더불어 월간 2,3개의 무료게임이 포함된 멀티플레이 구독인 '엑스박스 라이브', 게임판 넷플릭스인 '게임패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게이밍 'xCloud'를 갖춤으로써, 모든 형태의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라이브', '게임패스', 'xCloud'를 동시에 커버하는 구독요금제도 선보임으로써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만들었습니다.

 차세대 게이밍 전쟁에서 애플은 확실히 구시대의 수호자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30% 룰과 달리, 여기에서는 구글은 애플의 편이 아닙니다. 구글은 모바일 게임의 파이 자체보다 '스태디아'를 통해서 플랫폼, 폼팩터 독립적인 전방위 게이밍이 자신들에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30% 룰에 대해서도 구글은 애플 만큼 악착같이 방어해야 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애플보다 스토어 결제에서 오는 수익이 낮고, 자체 서비스 비중이 크기 때문이죠.

 사실 이런 입장 차이는 모든 IT 공룡들이 재래식 상품과 최첨단 구독식, 클라우드 서비스를 섭렵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그 뿌리가 어디에 놓여있나 여실히 드러내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MS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한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구글은 원래 서비스 기업이었습니다. 반면 애플은 서비스도 소프트웨어도 팔고 있지만 그 뿌리가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납니다.

 유감스럽게도 애플은 클라우드 게이밍의 도전에 대해서는 별로 가진 무기가 없습니다. 본래 클라우드 기술력이 약한 것도 있거니와, 게임업계는 제작자들과의 우호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바닥으로 악명 높습니다. 소니에 비해 감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MS 조차도 이 부분에서는 애플은 물론 구글보다도 월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전통적인 콘솔 게임을 만들 때의 경험과 역사로 확립된 것이지만, ''xCloud''와 '스태디아'의 갈리는 명암에서 보듯이 여전히 게임업계에서 중요한 능력입니다. 애플이 이 부분에서 가장 뒤쳐져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애플과 게임의 관계는 무관심인 아버지와 자비로운 독재자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30% 룰 문제도 에픽이 기폭제가 되었을 뿐, 오래디 오래된 묵은 감정이며 지금 상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구시대 질서의 종말인가?

 물론 애플의 지위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게임이 클라우드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클라우드 게이밍은 아직 대부분 전통적인 PC, 콘솔 게임의 형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애플 실리콘 맥의 등장은 iOS 게임의 시장을 조금이나마 더 넓혀줄 것입니다. 또 적어도 모바일 게임의 수익모델에 관해서 만은 구글은 어느정도 애플의 편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팔린 무수한 아이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폰을 게임만을 위해 사진 않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조건이 나쁘더라도 계속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변모하는 게임 생태계는 애플의 아성을 토대에서 서서히 갉아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애플의 주수입원인 수수료가 줄어들길 바랍니다. 게임은 애플 플랫폼이 아닌 곳에서 더 잘 돌아가고,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려 합니다. 이 모든 문제는 단일 정책과 단일 제품의 문제가 아닙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애플 같은 굴지의 기업도 한타래에 풀어 해치울 수 없으며, 한쪽을 막으려 하면 다른 쪽의 모순이 파고 듭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네이티브 앱과 단일 유통 창구라는 방법론이 발전된 기술과 변화한 환경에 도전받기에 오는 것입니다. 애플은 이제는 구시대 질서가 된 그것의 수호자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애플이 기막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구태로 남게 될지에 애플의 미래가 걸려있는지도 모릅니다.


덧글

  • Heb614 2020/08/17 10:11 # 답글

    와! 글 정말 잘쓰시네요! 그나저나 클라우드 게임은 딜레이 문제를 좀 해결했나 싶네요!
  • eggry 2020/08/17 11:32 #

    아직 별로 해결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게임 방식을 전부 대체하려는 건 아니고 그만의 장점이 있기에 위협을 느끼는 입장이 있는 거지요.
  • 새벽안개냄새 2020/08/17 16:12 #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애플이 패자가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구독 수익을 차세대 캐시카우로 선점한 애플이지만 애플뮤직, 애플TV, 애플아케이드중 지금까지 싹수가 보이는건 애플뮤직밖에 없죠.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애플은 아이팟 시절부터 음악쪽에는 잔뼈가 굵은 회사라 잘 해낼 수밖에 없죠. AAC코덱, mastered for iTunes같은 부분에서 내공을 잘 보여줬고 아이폰, 에어팟이랑의 조합도 훌륭했구요. 그에 비해 자기네 주 분야가 아니던 TV는 영 힘을 못 쓰고 있죠. 최악인건 애플아케이드인데, "천하의 애플이 고심해서 내놓은, 앱스토어 업데이트 탭을 지우고 그 자리에 박힐 정도로 밀어주는 애플 아케이드가 고작 이따위라고?"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냥 좀 괜찮은 모바일게임, 그러니까 모뉴먼트 밸리 수준의 게임 따위로 macOS의 게이밍까지 커버하겠다는 발상은 그냥 뭐 우스울 지경입니다. 확실히 얘네가 게임쪽은 뭘 모르는게 맞나봅니다. 그래서 최소한 이 부분에서는 앞으로도 애플에게 별 기대는 안 합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애플 성장세의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드웨어 팔이는 이미 할만큼 하고 있으니 서비스 수익을 벌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게 막히게 생겼으니까요. 뭐 다른 먹거리를 찾겠지만..

    아 그리고 출처 밝히고 본문 퍼가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 kang-kun 2020/09/03 00:23 # 답글

    엄청엄청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게임에 관해서는 구시대의 수호자이군요.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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