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미러리스용 아트 85mm f1.4 DG DN 발표 by eggry


 시그마에서 35mm f1.2 DG DN 이후 두번째 아트 DG DN 시리즈인 85mm f1.4가 발표됐습니다. 사실 f1.2가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평가받는 35mm를 f1.2로 낸 시점에서 50mm, 85mm 모두 DG DN은 f1.2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f1.4로 나온 게 좀 의외네요. 아무래도 자사의 카메라인 fp와의 밸런스가 어느정도 고려된 듯 싶습니다만, 그럼 35mm는 왜 f1.2로 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85.4는 너무나 보편적이고 흔한 렌즈라 경쟁도 심하고 차별화도 어려운 편이긴 합니다. 일단 시그마에서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DSLR용 85.4 DG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렌즈는 다른 시그마 아트에 비해 별로 환영받지 못 했는데, 크기와 무게가 터무니없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 대신에 진짜 오투스 급이라고 할 만큼 화질이 좋았다면 상관 없지만 화질도 그냥...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 소니의 FE 85mm f1.4 GM인데, 그것보다 낫다고 하긴 어려운데 크기, 무게는 거의 2배를 바라보는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화질 좋아서 크고 무거운 거 참는다는 아트인데 그 기준에서도 한참 심했던 거죠.



 하지만 DG DN 버전은 확실히 작고 가벼워져서 찾아왔습니다. 기존 DG 버전의 거의 절반 길이에 60% 정도 되는 무게는 물론이고, 미러리스에서 벤치마크라 할 수 있는 소니 85.4GM과 비교해도 약간 더 작고 가볍게 나왔습니다. 뭐 GM과는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요.



 35.2에서 선보인대로 이제 조리개링이 표준으로 들어가고, 동영상을 위해 클릭/디클릭 전환도 됩니다. 하지만 새로 선보인 것도 있는데, 바로 조리개링 락 버튼입니다. 조리개링을 안 쓰고 A에 위치시켜서 바디로 조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리개링이 멋대로 돌아가서 번거로워진 일이 있을 겁니다. 이게 아직까지 없었다는 게 신기한 일이긴 한데... 다른데서도 좀 넣어주면 좋겠네요.



 크기만 작아진 게 아니라 화질 면에서도 아트의 이름에 걸맞게, 출시 시점에서 당당히 좋다고 말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습니다. 비구면 렌즈는 1개 뿐이지만 고굴절 렌즈가 4개, 초저분산 렌즈가 무려 5개로, 총 15매의 렌즈군에서 10매가 특수렌즈로 떡칠되어 있는 호화 사양이 됐습니다. 소형화에는 특수렌즈의 대량사용도 기여했겠죠.



 MTF 차트에서도 개선이 보입니다. 실측치인 Diffraction MTF와 소니를 비교해보면 10선이 극주변부 직전까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30선도 시작부터 80% 이상으로 80% 밑인 것과 비교됩니다. 사실 소니 85.4GM은 나오던 시점에서도 신렌즈 치고는 해상력 극강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앞질러 줘야한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출시 시점에서 미러리스 85mm라고 하면 바티스 85.8이 있었는데, 해상력 자체만은 바티스가 조금 더 좋다고 했거든요.

 물론 85.4GM의 포인트는 해상력과 보케의 양립이었고, 보케 면에서는 XA 렌즈 등에 힘입어 확실히 좋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극도로 선명하지 않다는 부분도 인물용 렌즈라는 관점에서는 장점으로 꼽히기도 하고요. 저는 85mm를 인물용이 아니라 풍경용으로 쓰기에 85.4GM보다는 바티스 85 쪽을 택했습니다만, 시그마 85.4 DG DN도 그 기준에선 합격점이기는 하네요.




 특수렌즈를 많이 썼는데 아직까지 소니 XA 렌즈만큼 절삭흔을 없애기 위해 가공정밀도를 높인 업체는 없고, 시그마도 마찬가지라서 보케가 궁금했습니다. Jared Polin이 빨리도 비교영상을 올렸습니다. 보케 비교는 사실 주관적인 면이 많습니다만, 일단 둘을 비교해보면 시그마 쪽 보케가 훨씬 컨트라스트가 높게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 보케 테두리에 나타나는 색수차(녹색)도 시그마 쪽은 거의 없기도 합니다. 만약 강렬한 보케를 좋아한다면 GM보다 시그마가 더 나을 수 있겠습니다.

 소니의 자랑인 XA 렌즈에 의한 절삭흔입니다만, 어떻게 보이시나요? 소니 GM은 XA 렌즈 덕분에 양파링이 없다고 얘기합니다만, 사실 XA 렌즈도 가공정밀도를 높여서 잘 안 보이도록 했을 뿐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비구면렌즈가 전부 XA 렌즈가 아닌 GM 렌즈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여기서도 85.4GM에선 약간이나마 양파링의 물결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옅어서 업계 평균보다는 확연히 나은 건 사실입니다.

 시그마의 경우엔 재밌는 양상을 보입니다. 과거 시그마의 보케는 당연하다는 듯 양파링이 일정수준 있었습니다만, 이 렌즈의 경우엔 보케에 텍스쳐는 존재하는데, 그게 보케 중심을 두고 퍼져나가는 원형 구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감이 있기는 하고, 더 높은 컨트라스트 덕분에 GM보다 더 눈에 띄긴 합니다. 하지만 모양 자체는 패턴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아서 덜 신경쓰이는 모양입니다.

 일단 시그마가 비구면 렌즈 가공에서 딱히 레벨을 올렸다거나 하는 언급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면 85.4 중에서 가장 보케가 좋은 렌즈 중 하나라고 해도 될 듯 싶습니다. 아, 물론 이 바닥에는 반칙 스펙을 가진 캐논 RF 85.2가 있기는 하지요. 그쪽과 비교는 없어서 아쉽습니다만 이 렌즈는 E 마운트와 L 마운트로만 일단 나오기 때문에... 그쪽 비교는 RF용이 나오면 어디선가 나오겠죠. 올해 안엔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만,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일지도 모르겠네요.



 MTF 차트와 보케 비교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했듯 샤프니스는 시그마가 더 높습니다. 무보정 상태라고 하는데, 핀 맞은 곳의 컨트라스트도 시그마가 더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공학적 관점에서는 샤프니스와 컨트라스트는 높을 수록 좋지만, 인물용 렌즈에선 이걸 꺼리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기호적으로도 꼭 좋다고 하긴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컨트라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자이스 팝!), 둘 중에서라면 시그마가 더 좋네요.

 영상에 보면 AF 비교도 있습니다만, 비교대상인 85.4GM 자체가 소니에서 AF가 가장 별로인 축에 드는 렌즈라서 좀 부당한 비교 같긴 합니다. 일단 단순 속도 면에서는 시그마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시그마의 모터도 소니의 최신 모터에 비해서는 썩 좋은 건 아닙니다. 시그마의 스테핑 모터는 소니의 SSM에 비하면 기술적으로는 한세대 전입니다만, SSM 세대의 모터들이 실제로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실성능에서는 그냥 동급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오히려 Jared Polin의 비교에서는 시그마 쪽이 워블링이나 펄스가 덜해서 매끈하게 움직인다고 느꼈다는군요. 단순 초점 잡는 속도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이런 특성이 AF-C나 동영상 촬영에서는 차이를 만들 듯 합니다. 시그마의 DG DN용 스테핑 모터는 소니의 XD 리니어 모터나 탐론의 VXD보다는 구식이지만, DSLR 시절 이후로 별로 신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SSM 계열에 비해 계속 개선되어 와서 동영상용으로도 부드러움이나 소음 면에서 딱 부족하지 않은 수준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니콘 Z 렌즈들도 스테핑모터가 주류입니다.

 어쨌든 최신식 모터는 아니지만 딱히 아쉬움은 느끼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지금 85.4의 모터는 다 이정도 수준입니다. 캐논도 소니의 SSM에 상응한다 할 수 있는 USM이고... 물론 소니에서 85mm를 리뉴얼한다면 XD 리니어가 들어갈 게 확실합니다만 35mm나 50mm보다 먼저 나올 거 같지 않으니 한 5년 정도 바라봐야 하지 않을지?



 요즘 시그마가 이전의 무식하게 크고 화질 좋은 걸로 승부하는데서 밸런스를 중시하면서 화질도 좋은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자사 카메라인 fp가 최소형 풀프레임 카메라인 것도 거기에 기여했지 싶긴 합니다. 물론 fp에 기존 DG 렌즈를 쓰는 매니아들도 있지만, 전용으로 만들어진 렌즈라면 너무 언밸런스하진 않아야 한다는 것 말이죠.

 출시는 8월 하순, 국내도 이미 출시 예고를 한 상황입니다. 가격은 1200달러, 국내가 149만원으로 정해졌는데, 이 가격이 사실 해외랑 국내에선 좀 인식차가 있는 가격인 듯 합니다. 해외는 렌즈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직 85.4GM은 정가인 1800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1200달러면 2/3 가격인데 화질도 좋으니까 매우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반면 한국에서는 신품 175만원이고, 중고는 120~130선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중고 상태도 좋은 편이니까, 퍼스트파티 렌즈라는 브랜드밸류를 생각하면 GM에 비해 메리트가 있다고 하긴 어려운 가격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세기/시그마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연말까지 100만 찍기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되므로 그때부턴 메리트가 있겠습니다. 저야 휴대성 때문에 f1.4, f1.2 렌즈는 당분간 쳐다볼 생각도 안 하고 있어서 큰 관심은 없지만, GM의 대안이 나온 건 좋은 일입니다. L 마운트 유저에게야 첫 85mm라 할 수 있으므로(구형 DG를 제외하면) 더 말할 것도 없겠고요. 그나저나 파나소닉 85mm는 언제 나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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