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2. 10.-13. 교토 사진 여행기 4부 - 데마치 상점가, 시모가모 신사
아침 식사 중... 눈이 어제 중으로 다 녹아버렸다는 걸 안 이상 갈 곳이 딱히 없게 됐습니다. 사실 눈이 있으면 그냥 늘 갔던 곳 또 가면 되는데 눈은 사라졌고 새로 갈 곳은 생각 나는 게 별로 없고. 후보가 있긴 한데 이제 적어도 서두르진 않아도 되게 됐죠. 밥이나 듬뿍 먹습니다. 야채무침이 나물 스타일이라고 된 게 눈에 띄네요.


안녕 교토 타워.

교토 요도바시. 근대 건축물 느낌 나게 만들어 놨습니다.

이번 여행에 새로 투입된 렌즈이자 가장 많이 쓴 렌즈일 보이그랜더 50mm f2 APO-Lanthar. 조금 더 짧으면 예쁘겠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미친 화질을 보여줍니다. 후드가 필터나사 장착식인 게 뽀대에서 큰 마이너스.





아라시야마 도게츠교 도착. 여기서 버스 갈아타고 더 들어가려 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쿠 사가(奥嵯峨). 사가(嵯峨)는 아라시야마보다 조금 안쪽의 산간지대를 말하고, 오쿠는 깊은 곳이라서 그냥 사가 안쪽 정도 의미입니다. 대중교통이 별로긴 한데 걸어서도 어느정도 다닐 만은 합니다. 저는 버스 타고 들어가서 걸어서 나오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오타기넨부츠지(愛宕念仏寺, 위치). 산 넘어가는 터널 앞의 마지막 정류장입니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정말 시골로...



오타기넨부츠지라고 부르지만 정식 사찰 명은 오타기지(愛宕寺)인 모양입니다. 같은 한자인데 오타기, 아타고로 부르는 게 햇갈리죠? 아타고는 이곳의 산 이름이라 익숙할 듯도 합니다. 나라 시대에 이곳에 처음 창건되었는데, 당시 이 인근을 야마시로 국 오타기 군(山城国愛宕郡)이라고 불렀으나, 아타고 지역에 처음 창건된 절이라 하여 오타기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헤이안 시대에는 카모가와 홍수로 수몰되어 폐사 되었다가 센칸 내공(황실의 승려)가 헤이안 후기에 재건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센칸은 평생 염불을 멈춘 적이 없다고 하여 염불상인이라고 별명이 붙여졌고, 거기에서 오타기넨부츠지라는 별명이 생겨났다고.
현재의 본당과 센칸 본존은 카마쿠라 시대의 것이라고. 2차세계대전 중에는 버림받아 관리되지 않다가 1950년 태풍 피해로 다시 폐사되었지만 불상 조각가 니시무라 코초의 사우너 부흥 운동으로 1980년부터 복원수리와 더불어 불상을 무수히 깎아 경내에 놓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나 사진을 찾아보면 석불로 그득한 경내 영상이나 사진이 있는데 주로 이곳의 것입니다. 물론 이곳의 완전 고유한 것은 아니라 인근 지역에 비스무리한 풍경이 있는 사찰도 있고 합니다.


어쨌든 외딴 곳에 있는 별로 크지도 않은 사찰이라, 관광거리라고 하면 그 불상들. 눈이 내리면 좋은 풍경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눈은 이미 다 내리고 없습니다.


















오랜 시간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당연히 이끼에 그득히 덥혔습니다. 그게 매끈한 모습보다 더 어울리기는 하지만요. 모든 불상은 수제작으로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아주 드물게 현대적이거나 기묘하게 뒤틀려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의 불상도 있다고 합니다.


뒷면에는 한자나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올라가서 건물이 있는 곳 근처에도 잔뜩.




본전의 불상은 창의 틈으로만 볼 수 있는데, 금속 불상이 있는 개방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에마도 걸려있고 그런데, 이곳은 눈 먼 사람들이 불상을 직접 어루만져서 불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다양한 불상들.















안쪽으로 들어간 곳의 불상들. 여긴 응달져서 그런지 조금 다른 이끼가 끼여 있습니다.


축축한 토리이.

기묘한 양식의 불상.


좀 올라가 보면 길에 계란모양 불상이 놓여 있습니다.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듯... 더 위로는 딱히 뭐 없더군요.
사실 이 사진들은 보정하기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소니 카메라 쓰면서 특히 색이 어렵다고 생각한 게 응달에서의 녹색, 특히 이끼나 나뭇잎인데요 노란끼가 너무 강해서 쉽게 건드리지 못 하겠더군요. 화이트밸런스만 만진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컬러 밸런스까지 만져야 했습니다. 그나마 캡쳐원의 컬러에디트 툴 덕분에 조금은 원하던 색이 나왔네요. 원래 찍힌 결과물은 그냥 누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내려오는 길의 종각. 종이 3개라서 타종도 일반적인 통나무가 아니라 치즈처럼 생긴 걸로 빙빙 돌리면서 칠 수 있습니다. 약간 재밌기도 함.

약수터.

2월 중순이 되어가지만 낙엽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물 속이라 더 그럴지도.






순회로 끝자락의 불상들. 여기는 약간 공동묘지 같은 느낌도 듭니다. 공동묘지는 아니지만...

심미대명신. 찾아봐도 딱히 나오지 않네요.

별로 일본풍이진 않은 부조판. 절에서 만든 걸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의 순례자이거나...

관람 마치고 아라시야마 방면으로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다른 목적지도 중간지점 쯤에 있고 해서... 처음엔 이런 위험한 지방국도를 걸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 가면 빠져나갈 곳이 있습니다. 밤에는 치여 죽어도 모를 듯.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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