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 보기(16) - 하울의 움직이는 성 by eggry


 포스트 센과치히로 중 최고의 지브리 및 미야자키 하야오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 사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여러 젊은이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진행되었던 후계자 양성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원래 미야자키가 감독을 맡을 게 아니었고... 당초 감독은 디지몬 극장판으로 주목받았던 호소다 마모루였습니다. 사실 호소다는 토에이 출신으로 그 이전 작들은 다 토에이 작이었고, 외부인사에 가까운 발탁이었지만 90~2000년대 초반의 후계자 양성용 프로젝트들은 이렇게 외부 인사를 차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콘도 요시후미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정도만 사원에서 감독까지 올라온 사람.


- 본래 미야자키 본인이 맡던 프로젝트가 아니기도 하고, 대단한 열의는 없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지부진하던 호소다 마모루가 강판 당하고 구원투수가 된 것에 가깝긴 한데, 그런 이유인진 몰라도 내러티브 면에서는 상당히 난잡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야자키 작품 다운 면모들도 꽤나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했다는 느낌은 많이 듭니다.


- 이야기는 허영심 많은 미청년 하울과 스스로 별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피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사실 줄여서 말하면 그냥 소피가 하울 사람 만드는 건데... 여자가 남자 사람 만드는 건 너무 고리타분하다 싶기도 하지만 일단 하울이 성격이 더럽거나 배려심이 없거나 한 건 아니라서 소피가 너무 성녀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원자 역할일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입니다마는.


- 원작과 캐릭터도 이야기도 많이 다른 걸로도 유명합니다. 애니에도 나오는 심장과 악마의 계약 같은 것은 애니에서는 메타포에 가깝게 편하게 다뤄지지만 소설에서는 약간 서양 잔혹동화 같은 감각으로 다뤄집니다. 인물의 성격도 전반적으로 데면데면하고 악역들조차도 진정으로 위협적이거나 잔혹하지는 않은 등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 소극적이고 솔직하지 못한데다, 나이에 안 맞게 아버지의 모자가게를 물려 받는다는 부담감에 별로 생기도 없는 소피. 저주로 노파가 되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서 그런지 대범해지고 쾌활해집니다. 사실 저주는 플라시보여서 자신감과 솔직함에 따라 젊어졌다 늙었다 하는 것으로,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도 될 듯 합니다.

 자기비하적으로 나오는 말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별로 예쁘다는 말은 안 하는데 전 지브리 히로인 중에서는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의 노란 원피스는 또다른 미야자키 로맨스인 '바람이 분다'로 이어지게 되는 코드이기도 합니다. 미야자키 취향이 노란 원피스에 모자라는 거군요.


- 소피와 하울의 로맨스는 조금 와닿지 않는 면이 있는데, 좋은 장면들의 임팩트와 호소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작화와 사운드트랙 모두 황홀한 부분을 몇이나 갖고 있어서 혼을 쏙 빼놓습니다. 타임리프 씬 등의 초현실적인 연출도 훌륭합니다. '인생의 회전목마'는 아마 미야자키/히사이시 콤비에서 가장 유명한 곡일 듯 합니다.

 사실 남녀의 로맨스는 미야자키의 대표적인 약점인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그래도 어느정도 구색을 갖춘 모습을 보이고, '바람이 분다'에서는 그보다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도 로맨스 장르로써는 미진한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만, 비주얼과 사운드트랙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2년 쯤 전인가 히사이시 조 내한공연을 놓친 한이 생각나네요.


- 미야자키가 좋아하는 19세기~20세기 초 기계들이 아주 미친듯이 나옵니다. 비행기, 배, 심지어 노면전차까지... 거기다 스팀펑크적인 하울의 성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고요. 시대 배경도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벨 에포크 풍입니다. 대충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 페티시즘 측면으로는 거의 마지막을 찍는다고 할 수 있는데, 원치 않던 프로젝트의 스트레스 풀이를 위해서 욕망에 충실한건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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