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0.-13. 교토 사진 여행기 3부 - 쿠라마데라 by eggry


2020. 2. 10.-13. 교토 사진 여행기 2부 - 키후네 신사

 키부네에서 그나마 가까운 쿠라마로 왔습니다. 키부네는 외곽인데다 계곡 지대다보니 다른 곳으로 동선 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기껏해야 같은 노선 상에 있는 쿠라마 정도. 더 깊은 산 속이라 눈을 기대했지만 땅에는 흔적 하나 없네요. 키부네 떠날 때 이미 막 사라지고 있던데 지붕 정도에나 보입니다.




 쿠라마 역의 상징과도 같은 텐구 상. 10월에 새걸로 바뀌었습니다. 페인트가 번쩍번쩍 하네요.



 쿠라마야마 라멘이라...



 텐구 가면도 파네요.



 나름 서둘러 왔지만 눈은 흔적도 없는 수준입니다 흑흑. 뭐 이리된 거 급할 것도 없으니 밥이나 먹죠.



 떡 파는 가게인데 우동도 팔길래 우동 먹기로. 겨울이니까 따뜻한 걸로...



 실내 장식. 텐구 가면과 쿠라마데라의 행사 사진.



 텐푸라 나베 우동 나왔습니다. 뜨뜻한 국물에 파와 후추가 시원한 맛. 우동 국물은 좋아하는데 우동 면발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게 저의 이상한 입맛. 아마 같은 국물에 소바가 더 맞을 듯?



 이끼로 싸인 흙덩이의 분재? 라고 해야하나. 귀엽긴 한데 한국으로 갖고 오진 못 할테니...



 겨울 햇살의 쿠라마데라 산몬.



 그런데 누가 석등의 이끼 위에다 즉석사진을 얹어두고 갔네요. 눈 왔을 때 기념 사진인데 이렇게라도 제가 눈 풍경을 보는군요.



 뭐 그래서 그 석등입니다만, 아주 양지바른 곳이라 젖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부조 불상.



 쿠라마데라는 산 중턱에 있는데 걸어 올라가기도 등산이라 할 정도로 힘들진 않지만 시간도 체력도 아껴야 하고 어차피 하산은 도보로 해야해서 올라가는 건 케이블카로. 인원수 제한으로 다음 차 대기 중.



 위쪽 정류장 내리자 마자 보이는 말사와 비석. 지난번(2018년 가을)에 왔을 때는 태풍 피해로 바로 뒤가 무너져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일단 말사 울타리는 고친 거 같네요. 하지만 비석 뒤로 보면 아직 뒤가 뭔가 허전한 걸 볼 수 있습니다. 흙은 얼추 다져놨지만 나무는 아직 없는...



 다보탑.



 케이블카 타고 올라오면 고도도 더 높기도 하고 일단 울창한 산림이기 때문에 응달이 많아서 눈의 흔적을 훨씬 더 볼 수 있었습니다. 나가노에서 봤던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긴 하지만... 건물에 눈 쌓인 걸 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눈 하나도 못 보는 것보다는 2% 정도 기분이 좋네요.



 중간의 이 사당도 2018년 가을에는 태풍으로 넘어진 나무에 지붕이 짜부라진 상황이었으나 복구되었네요.



 길가 숲에는 눈이 좀 있지만 길은 다 녹았습니다. 녹은지 얼마 안 된 건지 축축함이 남아있네요. 여길 먼저 왔다면 눈을 볼 수 있었겠다 싶지만, 키후네 신사가 더 우선이었습니다.



 거의 정상에 다 왔습니다. 보이그랜더 50/2 APO-Lanthar로 찍은 사진이 많은데 깔끔하고 컨트라스트가 높게 나옵니다. 바티스 135에서 맛들인 후로 두번째 APO 렌즈로 들인 보람이 있습니다. 수동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은 처음 가보는 곳 여행이 아니라 가봤던 곳 사진 찍으러 가는 거라 상관 없네요.



 이쪽은 바티스 135. 발색이 세다고 하는 자이스 바티스지만 보이그랜더 아포란타보다는 덜한 듯? 아포란타 65mm나 110mm도 궁금하네요. 망원 쪽 수동은 쓸 엄두가 안 나지만서도.



 초광각에선 16-35GM이 활약. 12-24GM이 나왔는데 더 광각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는 한편으로 35mm까지 커버하는 편의성을 버리기 아쉽고 12-24GM은 24-70GM 만큼 크고 무겁다는(그게 16-35GM+단렌즈 조합을 더 선호하는 이유) 게 문제네요. 뭐 돈만 있으면 한번 써보면 되겠습니다만 400만원 후반에 육박할 거 같고요.



 석조, 눈, 동백.



 산골의 멋진 풍경. 눈에 덮혔다면 더 멋졌겠지만...



 벨 울리는 사람.



 쪼오금만 더 올라가면 본전입니다.



 중간에 눈 그나마 많은 곳 발견! 그냥 응달이지만... 구도로 잘 속이니 마치 홍등 앞에 눈이 수북한 것처럼 보임.



 계단 중간에서.



 눈과 이끼와 테미즈야.



 돌 재단 밑에서 올려다 본 모습.



 지붕 뒤가 응달이라고 그나마 마지막까지 눈이 남아있네요. 주륵주륵 녹고 있습니다만.



 계단.



 쿠라마데라에서 제일 인상깊다고 생각하는 돌 재단입니다. 난간 응달 덕분에 눈이 좀 남아 있어서 적당히 운치있게 나왔네요. 눈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지만 또 완전히 덮혀버리면 별로였을 거 같기도 합니다.



 본전과 파워스팟으로 유명한 '금강 바닥'. 우주에너지의 중심인 만다라를 형상화 했다고 합니다. 저기서 합장 기도 하는 게 거의 국룰(?)입니다.



 본전 주변 이것저것.



 본전 오른쪽의 '아카이고호젠 신사'. 물의 신을 모신다고 합니다. 바께쓰(!)는 그때문일까요? 근데 물 받아다 뿌리거나 할 장소는 안 보이는데...



 아카이고호젠 신사 앞의 등나무.



 쿠라마야마의 상징 텐구가 그려진 나무액자.



 본전 왼쪽에 있는 미니정원. 건물에 둘러싸여 응달이라 그런지 눈이 그럭저럭 남아 있습니다. 여태 본 것 중 가장 눈 많이 덮힌 나무인 듯.



 모래 원추. 딱 해 반대 방향만 눈이 남아 있습니다.



 본전 왼쪽에서 더 나가면 계단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나오는데, 여기서 산을 넘어가면 키부네 방면으로 나옵니다. 키부네에서 이쪽으로 들어오는 입구도 있는데 이용 안 하고 그냥 전철 타고 정문 쪽으로 왔죠. 거의 다 녹은 분위기긴 해도 그쪽은 정말 산길이기 때문에 빙판 같은 게 신경쓰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다시 키부네로 갈 일은 없으니 돌아갈 시간입니다.



 요 길인데(키부네 방면에서 찍음) 좀 부담스러울 거 같죠. 마왕전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건물이 궁금하긴 한데요.



 본전 인근에서의 마지막 풍경. 이제 하산합니다. 가을의 높은 하늘 같은 강렬함은 없지만 겨울의 햇빛이 주는 넉넉하지 않지만 고마운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색감이었습니다.



 무한 계단.



 중간 지점의 말사와 초음속 어뢰(사실 희망의 빛인가 하는 조형물임).



 쿠라마데라의 본전 못지 않게 중요한 건물로는 내려오는 길(걸어서 오면 같은 길로 올라옴)에 있는 유키 신사입니다. 신불합습에 따라 원래는 하나의 집단이었습니다. 심지어 쿠라마데라의 진수신(건축 터의 신을 모시는 곳)이라서 신불 분리 정책으로도 쉽사리 떨어질 수 없는 관계랄까.

 재밌게도 재신(유키묘진) 자체는 원래 이곳 신이 아니라 헤이안 궁궐에 있었는데 헤이안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텐교의 난(타이라노 마사카도와 후지와라노 스미토모가 939년에 일으킨 난을 통틀어 이름)까지 일어나자 천하태평과 만민행복을 기원하고자 이곳으로 이전하고 쿠라마데라의 진수신으로 삼았다고. 진수신이라고 하지만, 그때 쿠라마데라가 세워진 건 아니고 쿠라마데라는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냥 황실의 지원에 따라 확장+재사를 올렸다는 정도로.



 유키묘진 배전 옆의 틈으로 들어가면 있는 작은 말사. 석조 토리이에 응달이라 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타마구시(사카키(비쭈기나무)에 시데(지그재그 종이)를 단 것)이 토리이 크기에 비해 아주 큼지막한 게 묶여 있어서, 토리이를 통과하려니 나무가지에 닿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높이도 낮으니 약간 구부려야 하는데 그게 뭔가 신성한 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마저 내려갑니다. 어마어마한 거목이 보이는데, 아래에 보이는 석등은 거목 앞에 있는 게 아니라 한 층 위에 있는 층계의 것입니다. 얼마나 큰지 짐작이...가려나요? 초광각으로 찍을까 하다 렌즈 바꾸기 귀찮아서 표준으로 찍어 이 꼴이네요.



 유키신사의 여러 부속사들.



 유키신사의 중문. 좌우로 무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게 특징. 1607년에 유키 신사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재건되었는데, 이곳도 그때 재건된 건물입니다.



 원래라면 여기가 입구겠습니다만, 케이블카로 올라가고 걸어서 내려오는 루트를 타면 출구가 됩니다.



 내려가는 길의 다른 사당. 여긴 2018년 태풍 피해가 아직 복구 안 되고 폐쇄 상태로 되어있네요. 아예 널빤지로 X자 표시까지...



 그 앞의 연못. 물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요.



 텐구가 있는 쿠라마 역으로 돌아오며 쿠라마데라 구경은 끝.



 벽에는 에도시대의 우키에요로 전해지는 쿠라마야마에 대한 민간설화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미나모토노요시츠네가 어릴 적에 쿠라마 텐구와 싸웠다는 얘기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요시츠네 숭배가 심하다고 하지만 신화 시절도 아니고 텐구를 상대로...?



 에이덴 타고 교토 시내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어디 떨어진 곳 보러 가기는 힘들 거 같고, 오후 3시지만 겨울이면 슬슬 마무리 준비 해야 할 시간이라... 그렇다고 바로 들어가긴 그래서 어디 갈까 하다 데마치야나기와 카모가와 델타 쪽을 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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