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2. 10.-13. 교토 사진 여행기 1부 - 야사카의 탑
호텔 조식 후딱 먹고 출발. 오늘은 많이 다녀야 합니다. 일기예보 상으로 눈은 이틀 전 왔기에 목표인 산간지대는 아직까지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번 여행 일정을 짰습니다. 어제 시내에 비가 와서 눈이 녹아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산간지대에는 그때도 눈이 내려서 그나마 오늘까지 버텨줬던 거 같습니다. 물론 비든 눈이든 내린 날은 어제가 마지막으로, 결과적으론 오늘이 눈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나마 반나절 정도... 채소가 부족한 호텔조식은 미역된장국으로 커버해 봅니다.


첫 목적지는 '키후네 신사'로 잡았습니다. 참배로의 빨간 등으로 유명하고, 산간지대라 교토 치고는 눈도 잘 오는 편이기도 합니다. 눈 내린 사진을 인터넷에서 많이 봐왔고 그걸 노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참고로 주말에 눈이 남아있을 걸로 예상된다면 주말 한정 라이트업도 한다고 합니다. 이미 주중이기 때문에 라이트업은 가망 없지만요.
지하철 카라스마 선 국제회관 역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갑니다. 키부네/쿠라마나 오하라나 이쪽에서 버스 타고 출발하기 때문에 오하라 갈 때도 같은 길이죠. 사실 눈 내린 오하라도 조금은 궁금했는데 일단 사진이 더 익숙한 키후네 신사 쪽으로... 나중에 생각해보면 오하라 쪽은 이날 오전에 가도 늦었을 거 같더군요. 그쪽은 키부네 쪽보다 양달진 곳이라서요.

버스 타고 산간지대로 향합니다. 구름이 걷히는 중.


중간 정류장. 운전자가 교대하더군요. 여태껏 눈을 흔적도 못 봤지만 산간지대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조금씩 희망을 가집니다.

오오, 길가 응달이지만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 깊은 곳이면 더 있겠지?

버스 갈아타야 하는 키부네구치 역 도착. 나무에 눈이 덮혀 있습니다. 대설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눈 풍경 찍는 정도는 가능할 듯한?

버스를 기다립니다. 키후네 신사는 두번 갔지만 두번 다 가을 라이트업이었습니다. 가을 라이트업 때는 버스 노선이나 편성이 좀 다릅니다. 신사에서 더 먼 곳에 내려주고요. 이번은 평상 운행이라서 신사에 좀 더 가까이 내려줄 겁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안 됐던 IC 카드도 가능합니다.








키부네구치 역 인근의 산 모습. 눈이 사라지기 전에 가야 할텐데...

버스 첫차 시간에 맞춰서 온 건데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여긴 소학교.






인근의 작은 신사. 이나리 신사인 듯.


버스 시간 되서 타고 갑니다.

라이트업 때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위치한 정류장. 종점입니다. 갈수록 눈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대설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대충 70% 정도 성공?

키후네 신사 도착. 참배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지라 이정도 눈은 녹아버리고 없군요. 그나마 토리이나 나무에는 남아있습니다.







토리이와 나무.








참배로 올라서 입구로.

신사 한켠에 테이블과 좌석이 있다는 게 신기. 평소에 뭘 하나 모르겠네요. 찻집?










눈이 수북히 깔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 내린 느낌 정돈 납니다.

말이 그려진 에마.









이른 시간이지만 눈 왔다는 소식에 참배객들이 조금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 같은 게 있는데 작동이 잘 안 되던...

신사의 지도. 이곳은 '본궁'이라고 불리는 곳이고, 안쪽에는 '오궁(奥宮)'이 있습니다만 오궁은 이전엔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엔 오궁까지 가볼 생각.





배전의 모습들.

성수 병 500엔.

이전에 가본 적 없는 후문 쪽으로 나갑니다. 계속 북상해서 올라가면 오궁 방향.





뒷문 쪽 토리이. 이쪽은 사람이 덜 다녀서 그런가 참배로보다 눈이 더 남아있네요.

가는 길에도 카페라든가 음식점이 있습니다. 아래쪽보단 훨씬 적지만...

레일이 깔려있어서 보니까 벌목용 설비인 모양입니다.








길가 풍경.

헤이안 귀족들이 하이파이브 해주는 교토 마라톤. 2월 16일이니 정상 진행됐겠네요. 3월부터 난리였으니...






중간에 말사들이 몇개 있는 언덕이 있는데 들어가보진 않음. 여기가 '중궁' 위치인데 중궁은 그렇게 볼거리가 없습니다.


오궁(奥宮) 도착. 오궁은 깊숙하다는 의미로, 원래 키후네 신사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좀 더 원시적인 애니미즘, 산악신앙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고, 본궁은 좀 더 근대적이고 인격신에 가깝습니다.




참배로. 자갈길에 눈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눈이라기보단 샤베트에 가까운 상태지만...

문 도착.




참배로 한쪽은 차도이고 한쪽은 벌목 중인 산턱이라 비대칭적 느낌.

문 바로 앞에 소박한 테미즈야가 벽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문으로 보이는 배전과 무대. 뜰에는 눈이 꽤 있네요.



되돌아 본 참배로.




거목이 많습니다.



문과 그 옆의 나무.




무대와 코마이누.




배전. 상당히 소박합니다.



배전 옆에는 금실로 터가 둘러싸인 돌덩이 둘이 있습니다. 이곳이 키후네 신사가 시작된 곳이라고 합니다.






한편 반대방향에는 이런 커다란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배 모양으로 생겼는데, 신화에 따르면 초대 덴노인 진무 덴노의 어머니 타마요리히메노미코토가 노란 배를 타고 오사카 만에서 강을 거슬러 이곳에 내려 제사를 올렸으며, 그게 키후네 신사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 배 모양 암석은 그 배를 타고 내렸다는 전설을 나타내는 것이며, 주변의 돌맹이를 주워가면 바닷길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자잘한 사진들.

참배로를 거슬러 돌아갑니다.

누가 자갈 섞인 눈덩이를 만들었네요. 쿠키 아이스크림 같음.

오궁의 토리이.















돌아가는 길의 풍경.
버스 타고 키부네구치 역까지 돌아왔더니 아까 역 뒤에 있던 산의 눈이 다 사라지고 없더군요. 문자 그대로 해가 뜨자마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속도를 보노라니 안타깝게도 다른 곳에서 눈구경 할 기대는 접어야겠더군요. 최소 목표치가 키후네 신사였으니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후 계획은 다소 대충대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직 점심시간 정도 밖에 안 됐고 어디 갈까 궁리하다가 키부네 왔으면 그나마 동선 가까운데가 쿠라마데라인지라 거기로 정했습니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