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방콕해서 게임, 유튜브만 하다 보니 컨텐츠 생산이 너무 카메라 뉴스만 있는 듯 해서... 역시 완전히 다른 주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2월에 교토 간 사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직전에 간 여행인데, 전에 언급한대로 교토에 눈 왔다! 뉴스 보고 바로 다음날 비행기 끊고 휴가 내서 다녀온 여행입니다. 지금 봐서는 내년 2월이 되도 별로 가망 없어 보이기에 당분간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거 같네요. 즉흥적으로 가길 잘 했다 싶습니다.
일단은 여행기 분류이긴 한데 딱히 새로운 곳에 간 것도 아니고 순전히 사진 찍으러 간 거라서 그냥 썰풀이 조금 많은 갤러리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평소 여행기처럼 어디 무슨 볼거리가 어떻니, 어떻게 갔니 같은 얘기는 대부분 생략하고 목적지와 사진 촬영과 관련된 이야기만 넣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가져간 렌즈는 16-35GM, 24-70GM, 바티스 135, 보이그랜더 50/2 아포란타입니다. 구성이 좀 요상꾸리한데, 일반 관광이 아니라 애호 렌즈 중심으로 가져갔습니다. 바티스 135와 보이그랜더 50/2는 APO 단렌즈 마니아라서 가져간 거고, 16-35GM은 바티스 18/25/40 3개 가져가는 것보다 교환을 줄이는 게 눈 내릴 때 좋을 것 같아서. 24-70GM은 눈 심하게 내릴 경우를 대비한 비상용인데 그다지 쓸 일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황실 별궁들 볼 때만 활약했네요.
일단 대문은 인천공항의 제네시스 부스의 GV80으로... 디스플레이가 멋지더군요.

평소 와이파이도X락에서 포켓와이파이 빌렸는데 이번엔 KT에서 빌려봤습니다. 로밍센터가 출발층에 있어서 접근법이 좋은 것+다른 거 좀 써보자는 생각에서요. 평소 쓰던 거랑 비교도 안 되는 큰 걸 주는데, 아무래도 일반 모뎀류가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의 폰에 큰 배터리 때려박고 핫스팟 기능만 되게 만들어 놓은 놈 같습니다.
분명 안내받기로는 4시간인가 6시간 간다고 그랬는데, 크기 생각하면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거 같은데? 실제로 하루 종일 나가도 보조배터리로 충전 안 해도 됐습니다. 참고로 전 여행 가면 12시간은 밖에 나가 있습니다. 대신 휴대성이 딸리긴 하는데 넣을 가방 있으면 큰 문제 없을 듯 싶습니다. 가격이 더 비싼 것도 아니라 앞으로는 이쪽으로 할 듯? 언제 다시 비행기 탈 일 있을지 깜깜합니다만.

평소라면 아침 먹고 가겠지만 오늘은 좀 느긋하게 점심시간 출발입니다. 아침은 따로 먹고 와서 가볍게 요기거리 정도만.


항공사도 최초로 에어서울을 타봤습니다. LCC 치고 레그룸 등이 여유 있는 편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있네요. 에어서울이 원래 대체로 이런지 아니면 불매운동/코로나 겹쳐서 비행기가 남아 돌아서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습니다. 일본 가는데 지도 뜨는 건 정말 오랜만에 타네요.


이륙했습니다. 영종도 인근 갯벌.

영종도.

송도.




강원도의 설산. 눈 보러 가는 건데 사실 강원도 가는 게 나았을지도... 2월 말에 대관령 목장 같은데 가보긴 했습니다.

한반도를 떠나는 중.

조금 있으니 일본 혼슈 진입.

오나루토 교.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다리 중 시코쿠 방면입니다. 해류에 의해 소용돌이가 많이 발생해서 '오나루토(큰 소용돌이' 다리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닌자 나루토 때문에 붙여진 게 아님.

구름 뚫고 내려가는 중.

칸사이 공항에 가까워져서 배들이 점점 많아지는 중. 크루즈선에 빛내림이 오네요.

공항에서 바로 교토행 버스 타고 갔습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서 이동 같은 건 대부분 생략.

익숙한 교토역.

레이와 덴노 즉위식에 쓰였다는 오픈카 센츄리를 전시한다고 하네요.


첫 날은 어차피 멀리 나가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일정 없이 쉬려고 했는데,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라 야사카의 탑(호칸지)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야사카의 탑. 보이그랜더 50/2 APO와 바티스 135로 촬영.


삼각대 놓고 저감도로도 찍어봤습니다. 사실 이쪽보단 올라가서 반대 방향에서 찍으면 노을을 등지고 나온다는데 이때는 그걸 몰랐기 때문에...





야사카의 탑 가는 길목의 상점들. 슬슬 문 닫으려 합니다.

기모노 아가씨들 기념촬영 하는 중.






조금 더 다가가서...

그런데 비가 옵니다. 눈이 내려야 하는데! 눈 여행은 망한 걸까요? 나중에 알기로는 이때 원래 목적인 산간지대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부질 없는 얘기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일찍 출발해서 오후 늦게라도 가보면 눈 내리는 중에 찍을 수 있었을 거란 거.

대물렌즈에 빗방울이 맺혀서... 나름 운치는 있지만 닦으려니 고역이었습니다. 후드 꼬박꼬박 챙겨와서 다행이네요.

야사카의 탑 표준 구도라고 꼽히는 구간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해질 때 찍으면 노을이 깔려서 좋습니다. 이미 늦은 얘기지만... 코로나19가 그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지만 이때 이미 교토에 감염자가 두어명 정도 나온 상황이고 그게 아니라도 세계적으로 관광이동이 급감하던 중이라 사람은 정말 없었습니다. 비까지 내리니까 진짜 사람 없더군요. 평소라면 여긴 이 시간대라도 사람에 치일 정도인 게 보통이지요.




삼각대 설치하고 이래저래 찍어 봅니다. 촬영 나온 사람들이 현지인, 외국인 합쳐서 10명 조금 안 되더군요. 지나가는 관광객 수도 역대 최저급이지만 사진 찍는 사람도 역대 최저. 물론 광각으로 찍으려니 앞에 있는 사람이 나온다든가 해서 구도라든가 타이밍 대기라든가 여전히 신경써야 했지만 평소엔 사람에 치여서 삼각대 넘어갈까 걱정해야 할 곳이니까요. ND 필터가 있었으면 좀 더 사람 지우기가 좋았을텐데 전 ND 필터가 없었습니다.


렌즈에 빗방울 묻은 감성샷.
야사카의 탑은 이쯤 하면 됐고... 어차피 구도가 제한적으로 밖에 안 나와서 더 찍을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참고로 픽셀쉬프트 기능으로 촬영도 해보려 했는데, 별로 만족스럽게 안 나오더군요. 고스팅 문제도 있고 블러 문제도 있고. 원래도 취약하지만 저감도 장노출까지 하려다보니 장노출+연사하면 거의 안 맞았습니다. 6000만 화소면 그냥 써도 충분히 크기 때문에 그냥 장노출 단사나 찍기로.








키요미즈데라 쪽에 볼 게 있을까 해서 올라가 봅니다. 낮의 번잡할 기념품상 거리, 니넨자카, 산넨자카는 한산하기 그지 없습니다. 비로 젖은 계단이 조명을 받아 촉촉하고 아름답습니다.

키요미즈데라 왔는데 들어갈 순 없네요. 탑에 라이트업 해놨길래 그냥 이 한장 찍고 내려 왔습니다.






문 닫은 상점들.

어차피 돌아가는 길은 그대로라서 다시 원래 지점으로 왔습니다. 떠나가는 만큼 새로운 사진가들이 와서 사진을 찍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조금 다른 구도로 뽑아봤네요. 보이그랜더 50/2 APO는 해상력이 워낙 발군이라 디테일과 질감이 생명인 고건축물에 정말 최적입니다.

뭔가 힙해보이는 멘션. 나무 밑에서 조명을 쏴서 나무 그림자가 멋지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야사카의 탑 촬영은 이걸로 끝. 다음엔 노을 찍을 기회를 잡고 싶네요.

교토 역 라멘코지에서 라멘을 먹었습니다. 5달이나 지나서 어느 가게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죄송) 미소라멘이었다는 것만 기억남.






비 내리는 교토 역.

요도바시 카메라에 들러봤습니다. 파나소닉 신제품이 나온지 그리 지나지 않은 시점. 16-35/4와 70-200/2.8, S1H가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입니다. 여전히 크고 아름다운 렌즈들. 동체추적 AF 좀 좋아졌으면...

그리고 캐논의 크고 아름다운 RF 렌즈들. R5/R6의 출시로 이젠 구식이 된 R에 붙어있습니다만, R5에서 더 힘을 발휘할 렌즈들이죠.

상대적으로 평범한 f2.8 홀리 트리니티입니다. 이 렌즈들도 R5/R6 출시로 날개를 달겠죠.





처음 찾아오는 겨울 교토의 밤거리. 따뜻해서 눈이 안 내리기로 유명하다보니 별로 춥지도 않고 시내에는 비가 내립니다만, 내일은 교외에서 눈을 볼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덧글
전 어쩌다 보니 처음 여행가서 제대로 찍은곳이 그곳에 그 시간대였고,
처음으로 여행왔다고 실감하는 사진을 찍은곳도 저기라... 참 기억에 남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