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게임 자신과 플레이어의 메타포 by eggry


 출시된지 1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난리인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 메타포적 해석이 떠올라서 써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말하자면, 저는 이 해석이 제법 그럴싸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 리뷰(라스트오브어스 파트 2 - 24시간의 고문(스포일러 경고))에는 포함하거나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주된 이유는 메타포나 메타픽션적 해석은 제너럴 리뷰에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속된 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도 있고, 개인차나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른 형태로도 끌어갈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해석을 수용하여 만족하거나 불만족할 수도 있지만, '리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상이나 칼럼 정도면 몰라도요.

 또다른 이유는, 이게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방향성과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설득력을 가지고 완결시키지는 못 했습니다. 그냥 제가 감이 모자라서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이 게임을 갖고 더 끙끙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네, 저는 이 게임을 싫어한다고 이미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이유입니다만.

 그래서 계속 머리 속으로 끼워 맞추려고 궁리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지금까지 생각난 대로 배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에서 Move On 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핵심 스토리를 고스란히 언급하는 강스포일러 글입니다.



 '라오어2'를 하면서 이 게임이 대체 무엇에 대한 건지 이래저래 생각했습니다. 사실 '라오어2'의 맥락과 감정 흐름은 꽤나 모호합니다. 불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리 이성적이지는 못 한 형태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인물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캐릭터가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가졌냐고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갈리게 됩니다.

 가장 모호한 건 바로 엘리입니다. 게임의 초반부에는 이는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조엘은 시애틀에서 온 일군의 병사들에게 죽으며, 엘리는 그걸 고스란히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라오어1'의 엔딩에서 세계 대신 둘의 삶을 택하게 됐는데, 가장 보편적인 견해는 조엘과 엘리의 유사 부녀 관계가 완성되었다는 것일 겁니다.(적어도 이 시점까지 보고 들은 걸로는요)

 그런데 그 조엘이 눈 앞에서 살해당했으니, 엘리가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건 꽤 당연한 인과 같습니다. 게임이 좀 더 진행되고, 회상씬이 더 많은 얘기를 해주기 전까지는 말이죠. 초기의 회상은 부녀 관계란 관점을 뒷받침 해주는 듯한 생일축하 깜짝 이벤트입니다. 조엘은 친절하고, 엘리는 신납니다.

 하지만 첫 회상이 끝날 즈음엔 개운치 않은 장면에 직면하게 됩니다. 묻어두고 있었던 파이어플라이 사건을 상기시키는 파이어플라이 그래피티와 그 밑에 적힌 비난을 보게 됩니다. 그 다음 회상에서, 조엘과 엘리는 잭슨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대신 바깥 세상으로 나가 사람을 도우려다 결국 비참하게 죽은 커플의 시신을 만나게 됩니다. 파이어플라이와 세상을 구하겠다는 그들의 목적이 다시 생각나면서, 엘리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더 알고 싶게 됩니다.

 세번째 회상은 결국 궁금증을 해소하러 병원으로 찾아간 엘리입니다. 사람은 떠나고 없지만 남아있는 흔적으로 엘리는 조엘이 자신을 꺼내는 과정에서 분명히 석연치 않은 일이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당초 필사적으로 추궁하지 않고 묻어 두었던 의문은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고, 엘리는 쫒아온 조엘을 추궁합니다. 조엘은 엘리를 구하려 사람들을 죽였다고 시인하고, 엘리는 분개하여 조엘을 매도합니다. 잭슨으로 돌아는 가겠지만 당신과는 끝이라고 말이죠.



 엘리의 첫 파트는 이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엘리는 조엘과 연을 끊은 것 같은데, 왜 조엘의 복수에 그리 불타오르는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조엘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고 있고, 그 인과응보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상상했을테니까요. 게다가 조엘과의 관계는 이 시점에서 상당히 나빠 보입니다. 물론 회상이 한번 더 나오고 최악은 지나갔다고 알게 되지만,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다음은 또다른 주인공 캐릭터인 애비의 어릴 적으로 애비 파트 1이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는 애비가 조엘이 죽인 의사, 제리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제리는 좋은 아버지였고, 무엇보다 단순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겠다는 냉혈한이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를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둘은 조엘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합니다.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판단기준에 혼란을 갖게 됩니다. 조엘은 적어도 보편가치적으로 죽어도 싼 인간이었습니다. 애초에 1편에서 플레이어가 겪은 것만으로도 보복이 찾아오리라는 건 분명했습니다만, 파트2에서 그려진 모습은 그 이상입니다. 1편에서는 단편적으로만 비춰졌으나, 2편에서는 제리와 마를린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숭고한 인물이라고 직설적으로 묘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복수의 중심이 백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백신과 엘리의 희생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제리와 마를린은 거기에 저항하기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살려두었다면 엘리를 다시 찾으려 하겠지요. 조엘에게는 도망치기 위해 최선이었겠지만, 무고한 이들에게 끔찍한 짓이었습니다. 조엘의 죄는 이제 더 큰 무게를 갖게 됩니다.

 물론 엘리의 이해는 여기까지 이해가 미치지는 못 합니다. 조엘이 구체적으로 제리와 마를린을 죽였다고는 알지 못 하며, 그 둘이 어떤 고뇌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엘리가 아는 건 그저 자기를 구하기 위해 조엘이 사람들을 해쳤고, 백신은 이제 날아갔다는 것 뿐입니다. 엘리는 애비와 다시 마주치는 순간까지 백신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엘리가 자기가 면역인 것때문에 온 걸로 착각하고,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다. 애비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건 1편의 당초 엔딩이 풍겼던 늬앙스처럼 대의명분 대 인간성이 아닙니다. 조엘의 인간성은 얄궂게도 인간성의 명분으로 더럽혀졌으며, 그래서 응당의 벌을 받았습니다. 엘리에겐 이해 밖의 일이지만요.

 조엘이 죽기 전 엘리와 갈등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엘리가 왜 그렇게 복수에 열심인가 의문을 갖던 플레이어는, 이제 애비의 관점과 추가 정보를 바탕으로 더 엘리를 이해하고 동의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애비의 현대 파트로 넘어가게 되면서, 이제 플레이어는 애비에게 이입해야 합니다.

 같은 시간과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따라간다는 걸 알게 된 처음부터 짐작했겠지만, 엘리에게 무참하게 보복당하는 동료를 접함으로써 엘리의 복수심이 왜그리 열성적인지는 더 의문이 깊어집니다. 한편 세라파이트 아이들과 만나면서 애비는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보게 됩니다. 애비와 레브의 이야기는 '라오어2'에서 전작과 가장 독립된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만, 궁극적으론 이것도 1편의 조엘과 엘리의 거울상처럼 보입니다.

 애비는 엘리를 죽이지 않고 보냄으로써 애비의 복수의 연쇄는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엘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엘이 죽는 환각에 시달리고, 토미가 애비의 목격담까지 가지고 오면서 다시 복수하러 떠납니다. 조엘이 보복당할 만 하다고는 알고 있고, 시애틀에서 서로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잃었음에도 끝내 애비를 잡겠다는 엘리의 집착은 이제 제3자에게는 완전히 이해되는 영역의 것이 아닙니다.

 엘리는 결국 애비를 찾고 죽이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만두고 놓아줍니다. 엘리와 플레이어는 그때 온화한 조엘의 모습의 플래시백을 봅니다. 이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저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진 못 하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부녀관계나 조엘의 사랑 같은 것이겠지만,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컷이라 생각하며, 이 메타포 해석에서 가장 불완전한 부분이 엘리의 복수심과 이 장면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다소 미진한 가설 수준으로라도 풀자면, 제 나름의 해석은 바로 그 플래시백의 전체버전에 해당되는 회상에 실마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엘리의 회상 중 가장 최근 것을 봅니다. 병원에서 조엘의 고백 후 분개했던 엘리지만, 디나와의 키스 문제로 실랑이에 휘말렸을 때 조엘이 개입한 것을 계기로 조엘에게 다시 말을 겁니다.

 엘리는 여전히 조엘이 한 짓을 용서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엘리의 원한은 사람들을 죽인 것보다는 여전히 백신이라는 대의를 날린 것에 집중되어 있는 듯 하지만요. 하지만 조엘과 완전히 연을 끊지는 못 하겠다는 게 확실해집니다. 디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이는 결국 조엘이었습니다. 무도회장에서는 당신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 받아쳤지만, 조엘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업보를 용서하지는 않더라도 화해는 할 수 있으리라는 첫 발을 내딧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애비가 찾아오고, 조엘은 죽게 됩니다. 이 장면을 보고서 저는 엘리의 복수심이 조엘이 억울하게 죽어서(애비의 아버지처럼?) 생긴 응당의 분노라기보다는, 어색해진 관계를 미처 회복하지 못 하고, 할 말을 다 하지 못 하고 조엘과의 시간을 뺏긴 것에 대한 불완전연소의 갈증을 해소할 길을 찾으려 했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애비의 숨통을 끊기 직전에 보았던 플래시백은 그러니까, 조엘이 부당하게 죽었기에 가질 만한 타당한 복수심 같은 게 아니었다는 걸 자각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그건 복수심조차도 아니었다는 것 말이죠. 물론 애비와 레브에게서 과거 자신과 조엘의 모습을 겹쳐본 것도 있겠지요.



 플레이어만 엘리의 과도한 복수심을 중반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엘리도 자기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그저 갑자기 조엘을 뺏겨 생긴 길 모를 감정을 배설하는데 복수가 좋은 핑계였다고 말입니다. 복수심이라 착각했던 감정을 이해하고, 조엘을 마침내 놓아주기로 한 엘리는 돌아오지만 가족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손가락이 잘려 조엘이 준 기타도 온전히 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걸 잃었지만, 그래도 엘리는 조금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

 여기까지가 게임 속의 이야기만의 해석입니다. 본편으로 들어가면, 저는 이 내러티브가 '라오어'라는 게임 그 자체와 플레이어의 메타포였다고 생각합니다. 조엘은 '라오어1'입니다. 애비는 '라오어2'입니다. 그리고 엘리는 플레이어입니다.

 조엘의 죄가 더 큰 무게로 폭로되고 결국 죽임을 당하는 것은 '라오어1'에서 조엘의 행동이 로맨틱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는 '라오어2'의 싸늘한 반론입니다. 2편이 나오기 전 1편 만으로 끝났을 때, 엔딩은 논쟁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조엘의 행동 자체도 그러했고, 엘리의 마지막 표정은 뭐라 말하기 힘든, 전적인 신뢰도 확고한 의심도 아닌 미묘한 것이었습니다.



 '라오어1'의 엔딩은 조엘의 행동 자체의 문제성도 문제거니와, 엘리의 복잡한 표정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논쟁적'이라고 평가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별로 논쟁적이지 않았습니다. 리뷰는 그저 대호조였고, 게이머는 조엘의 편을 들었고, '대의명분보다는 인간성과 로맨스' 쪽의 해석으로 치우쳤었습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좋게만 받아들였다는 거죠.

 '라오어2'는 거기에 철퇴를 내리는 걸로 시작합니다. 물론 조엘이 좋다고만은 하기 힘든 일은 했다는 걸 알지만, 속편이 나오면서 열린 결말과 상상으로 남겨둘 수 없게 되고, 실제로 보복을 당하게 됩니다. '라오어1'의 결말을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사람이라면 충격적인 폭거일 것입니다. 모독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됩니다. 조엘의 결정을 싫어했던 사람에게는 인과응보일 뿐이지만요.

 이후 엘리가 복수를 떠나고, '라오어1' 긍정적 팬은 자연스럽게 이입합니다. 고생해서 이루었던 부녀관계가 무참히 깨졌고, 행복한 미래는 이제 실현될 수 없는 상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조엘이 살해당한 것이 "명작 '라오어1'의 감동을 갈기갈기 망쳐버렸다" 는 의견은 이렇게 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이제 엘리가 애비에게 복수에 불타는 것처럼, 플레이어는 '라오어2'에 대한 원한을 갖게 됩니다.

 어쨌든 계속 플레이해 나가면, 조엘이 저지른 짓이 1편에서만 봤던 것보다 더 끔찍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닐 드럭만은 '라오어2'의 내러티브를 빌어, '라오어1'은 로맨틱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저으려 해도, 너무나 직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눈 앞에 들이밉니다. 조엘에겐, '라오어1'에겐 떳떳할 수 없는 면이 있음이 명백해집니다.

 '라오어1'을 깨고 저는 길길이 화냈다고 했는데, 엘리가 조엘이 저지른 짓을 알게 되었을 때의 분노는, 제가 '라오어1' 마지막에 느낀 것과 같았습니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만든 창작자겠지만요. 죽을 거라는 걸 알고도 수술에 응한 엘리나, 그게 자연스러운 결말일 거라고 생각한 저 같은 플레이어의 의사에 반해, 조엘과 게임은 엘리와 플레이어의 결정권을 빼앗고 자신의 선택을 강요합니다.

 하다 못해 저는 설사 엘리를 구하더라도 정말 제리와 마를린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저에게 그럴 수 있게 하지 않았죠. 의사를 기절시키고 싶었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 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마를린에겐 아예 확인사살까지 함으로써 저를 더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내심 조엘과 같이 살 가능성을 꿈꿨다고 하더라도, 의사를 무시당하고 결정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결과가 주어진 엘리의 분노는 합당했습니다. 저의 분노처럼 말이죠.

 이 단계에서, 플레이어는 엘리의 복수심의 근원에 의심을 가짐과 동시에(조엘의 행동을 원망하게 됐는데 왜 복수심에 불타는가?), '라오어2'가 '라오어1'을 망쳤다는 원한에 의문('라오어1'을 그냥 로맨틱한 부녀 얘기로만 생각해선 안 되지 않을까?)을 가지기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닐 드럭만이 그런 의도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는 오히려 '라오어1'의 극찬과 부녀지간에 대한 애호가 편향되었다고 생각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라오어2'를 이렇게 만들었다면, 저는 닐 드럭만을 어느정도 존중할 수 있을 겁니다. '라오어2'가 하기 끔찍한 게임이라서 싫다는 점은 바뀌지 않더라도 말이죠.

 여기서 플레이어는 애비의 관점, 혹은 '라오어2'의 불편한 질문을 받아 들였냐 아니냐에 따라 갈라지게 됩니다. 애비에 공감하게 된다면, 증오의 고리에서 벗어나 앞날로 나아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것입니다. 혹은 '라오어2'의 불편한 질문을 받아들이고, '라오어1'의 어두운 과거는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트위터에서 저는 '라오어2'가 '라오어1'에 대한 길고 지루한 변명 같다고 말했는데, '라오어1'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로써는 "그래, 나 잘못하긴 했다. 그래도 되돌아가서 다시 하라고 한다면 똑같이 할 거다. 그리고 죽음으로 벌도 받았다." 라고 나오니 기가 차기는 하는데, 더 따지고 들자니 제쪽이 구차하게 느껴져서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직 납득하지 못한 엘리 or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은 더 이어집니다. 납득 못 하겠으니 갈데까지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대로, 더 가 줍니다. 앞서 애비에 이입하고 '라오어2'의 불편한 질문을 받아들인 플레이어라면, 여기부터는 사족이고 이 시점에서 엘리는 악귀일 뿐입니다만. 저는 엘리가 복수를 완수하지 못 할 거라고 애비가 살려준 시점에서 확신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엘리와 함께 가야 합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엘리는 조엘의 플래시백으로 애비를 살려줍니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무엇으로 마지막 납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라오어2'가 조엘을 죽였다고 '라오어1'을 망쳐버린 게 아니다. '라오어1'과 조엘은 원래 그랬다. 그렇다고해서 '라오어1'의 경험과 감정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건 아니다." 정도면 되려나요.

 저는 '이쪽'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 하겠군요. 서두에서 말했던대로 이 글은 불완전한 이론을 그나마 있는 부분이라도 정리해놓은 것에 불과한 건 이 클라이막스 부분 때문입니다. 게임 내내 엘리의 복수심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니, 복수심이 사그라들게 된 걸 이해하기 더 어려운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이건 그냥 답이 있는데 어렵다기보단 플레이어에게 각자 받아들이라는 쪽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이걸로 제 이론 풀이는 끝입니다. 불완전판인데다, 당연히 부정이나 반론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포함해서 악성 비난만 아니라면 어떤 견해도 좋습니다. 허나 저에게 '라오어2'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이 불완전한 이론으로 게임의 체험은 충분했습니다만, 그저 더 완성해보려고 머리 속을 붙잡히고 싶지 않아서 글을 썼습니다. 이제 저는 '라오어2'에서 Move On 하겠습니다.



덧글

  • 357 2020/06/30 00:21 # 삭제 답글

    두 리뷰 모두 다 잘 읽었습니다.
  • JIP 2020/06/30 01:16 # 답글

    닐 드럭만의 '실험' 은 그것이 옳고 그름의 영역을 벗어나 어떤 반응 같은 것을 보고 싶어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는 옳았고 하나의 게임을 만든 디렉터로서는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만들게 될 작품을 기대하게 될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 타마 2020/06/30 13:56 # 답글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1편만 한 입장에서는 뭐라 하긴 애매하지만... 이런 내용이라면 라오어2의 스토리상 문제는 없다고 생각되네요. 애초에 인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니까요... 좀비 세상에서 사람을 죽이며 살아남은 엘리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이해 한다면 그건 또 이상한 일이겠지요.

    개인적으로 1편을 좋게 평가했던 이유는 인간 심리를 잘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분노와 억지, 그리고 찜찜한 엔딩까지...) 2편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나 싶네요. 게임에 너무 현실을 들이 밀어버렸다고 할까... 찝찝한 스토리를 받쳐줄 만큼의 게임성과 연출이 부족했다고나 할까...

    2편의 악평으로 거를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많이)나면 한번 해볼까도 싶네요.
  • ㅇㅇ 2020/06/30 14:07 # 삭제 답글

    사소한 건데, 애비와 만나는 세라파이트 동생은 노골적인 트렌스젠더 캐릭터이니 세라파이트 소녀들이라는 표현은 약간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 eggry 2020/06/30 15:20 #

    의견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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