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이미징 사업을 분사하여 JIP에 양도한다고 발표 by eggry


 한국 카메라 사업 철수가 전조였던 걸까요. 아무래도 사업부를 법인화, 정리하기 전에 교통정리 하는 차원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일찍 매 맞아서 상대적으로 한번에 큰 쇼크가 오는 걸 피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마는...

 여튼 올림푸스의 3대 사업은 의료/내시경, 디지털 이미징, 과학/내시경으로 나뉩니다만, 이 중에서 디지털 이미징이 분사되어서 일본산업파트너스(Japan Industrial Partners)에 양도되게 됩니다. 이 회사는 생소할텐데, 소니에서 분사, 매각된 VAIO 주식회사를 인수해 VAIO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합니다.

 표면적으로 이곳은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는 펀드'라고 되어 있습니다. 순수 민간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사모펀드와 같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선택과 집중, 경영 건전화를 거친 뒤 재매각을 목표로 운영됩니다. 다만 사모펀드와 다른 점은 단순히 재매각 수익성을 노리고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산업 기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정경계의 협력 형식으로 만들어진 거란 거죠. 대충 민간자본의 탈을 쓴 법정관리 같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뭐 일단 올림푸스가 카메라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명백한 건데, 그렇다고 외국에 팔리게 두기에는 정경 차원에서 달갑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의미 되겠습니다. 다만 JIP가 VAIO를 사서 뭔가 확연히 활로가 보였냐고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단 말이죠. 물론 VAIO는 어느정도 지속가능한 경영 상태에 들어간 듯 합니다만, VAIO와는 제품의 포지션이나 업종 특성이 확연히 다르죠.

 그 VAIO도 구조조정 된 것이 어떤 형태인고 하면, 결국 기성부품을 이용해 잘 제조하면 된다는 노트북 사업 자체의 무난함과 더불어, 특이한 폼팩터나 요란한 스펙 등 개성을 띠던 소니 VAIO과 비교하면 그냥 '일본식 비즈니스 노트북' 브랜드가 되어버린 게 현실이니까요. 물론 그게 일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택한 거지만, 덕분에 세계시장 재진출이든 뭐든 다 꿈같은 얘기가 되어버렸고 아직도 다른 기업에 인수되고 있지 않으니까요.

 올림푸스 카메라는 그보다 더 까다롭긴 합니다. 기술력이나 인력 측면에서야 VAIO보다 더 방어할 가치가 있기는 한데, 사업을 하기는 더 까다로운 게 문제입니다. 일단 일본 시장에서 마이크로포서드와 올림푸스 제품이 안 팔리는 건 아니니까, VAIO의 경우를 본다면 경량, 저가 렌즈와 바디 중심으로 집중할 게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그 경우 고급유저들에겐 안타까운 상황이 될테지만요. 렌즈야 왠만한 건 다 나왔다 쳐도 고성능 바디 없이 사골 엔트리 바디만 계속 나온다면 암담할 것입니다;

 거기다 설사 수익 안정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VAIO보다 다른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카메라 회사도 지금도 버거운데 시스템이나 라인업을 더 늘려서 힘들어지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신규진입을 노리는 쪽만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정평이 난 카메라 사업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누가 살지...

 중국 등이라면 가능성 있는데 JIP 자체가 외국기업 인수를 방어하는 의미를 가지는데라 문제겠지요. 게다가 정경의 이해관계가 걸린 주인의 미묘한 입장 때문에 진정으로 공격적이고 기업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없고 결국 위에 군림한 대기업과 정치인들의 비위에 맞춰서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VAIO가 해외수출이 전혀 되지 못 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죠. JIP의 현재까지 실적은 비전의 실현보다는 림보를 만드는데 더 가까워 보입니다.

 현실적인 노선은 기존 방법을 더 푸시해서(R&D를 더 투입하고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서) 점유율이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면, 결국엔 0로 쪼그라드는 걸 피하기 어려울테니 아예 자산과 인력을 점진적으로 관련업종에 알선해줘서 분배되는 식 정도려나- 싶습니다. 아니면 독자 카메라 시스템을 포기하고 아예 서드파티 렌즈 메이커가 된다거나... 타사 풀프레임으로 ZUIKO 렌즈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기는 합니다.

 여튼 그냥 올림푸스가 셔터 내리고 끝나버리는 건 아니고, 브랜드 사용권도 가지고 제품은 당분간 나올테지만 JIP가 올림푸스보다 나은 경영자일진 몰라도 나은 기업가일 거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오히려 확실한 죽음으로 시간 벌기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개인적으론 렌즈 메이커로 전향하는 쪽을 바라지만 구조조정에 정신 없어 그럴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덧글

  • 로리 2020/06/24 22:31 # 답글

    정말 끝나버렸군요 T_T
  • teese 2020/06/25 03:05 # 답글

    바이오 예는 엄청 희망적인거고, 인력들 구조조정하고 특허 알맹이만 뽑아서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거 같습니다.
    카메라중에서도 마포는 이제 장래도 없고 유지비도 감당안되는 사업이 되버린지라...
    그렇게라도 운좋게 괜찬은 카메라 회사에 팔리면 올림푸스 이름 붙은 카메라 한두종 정돈 나올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 eggry 2020/06/25 03:42 #

    JIP의 특수성 상 특허나 브랜드는 여전히 올림푸스 모체의 것이지 매각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인력, 설비, 제품 정도만인데 그게 JIP 방식으로 재인수가 잘 안 되는 이유기도 하죠.
  • JIP 2020/06/25 11:40 # 답글

    JIP라는 명칭에 순간 흠칫했습니다ㅎ
    마포의 몰락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흘러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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