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한국의 카메라 사업 종료에 부처 by eggry


 카메라 업계의 끝없는 축소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기어이 첫번째 희생이 나오고 말았군요. 올림푸스가 2020년 6월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카메라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비스는 법에 따라 몇년 더 이어질테고, 현미경, 의료기기 사업도 할테지만 카메라와 렌즈는 이걸로 끝입니다.

 물론 본사 차원에서 아예 디지털 이미징 사업을 접겠다고 한 것은 아니라 신제품들은 나올 겁니다. 이미 발표한 것 중 아직 안 나온 것들도 있고요. 하지만 한국 지사에서 수입하고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이용은 현저히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뭐 구매하기 번거로운 것부터, 앞으로 한글 메뉴가 없다든지 하는 것들까지 말이죠. 서비스 하려면 해외로 보내야 할테고요. 결국 한국의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는 장기적으로 0으로 수렴할 수 밖에 없겠죠.

 한국에서 마이크로포서드는 올림푸스의 주도세가 강했기 때문에, 올림푸스의 사업 종료는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에도 큰 타격입니다. 파나소닉은 별로 성실하게 수입을 해주지 않았으니 갑자기 과반의 선택지가 증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시스템 기반이 약해지면 보따리상 근성인 파나소닉은 더 수입을 안 하겠죠.

 그나마 유튜브 시대라 영상용 고급기는 계속 들어오지 싶습니다만, G9/GH5 이하 급의 제품에 대해서는 앞으로 회의적이네요. 렌즈야 뭐 정말 보따리 근성으로 가져왔기에 별 상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입을 안 할 이유를 더해준 건 분명합니다. 풀프레임과 프로캠이 있다는 게 그나마 사업의 활력을 지행해줄 요인일 듯 하네요. 보따리 맘을 알 수 없어서 예측성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사업 부담은 올림푸스보다 확실히 낮게 굴려왔습니다.

 첫 사례가 만들어졌으니, 다른 회사들도 뒤따를까 생각도 듭니다. 사실 카메라, 렌즈 팔아먹기 힘들다고 몇년 전부터 아우성이었는데 코로나19를 이유로 적당히 손을 땔 시점이라 생각도 됩니다. 특히나 지사가 아닌 일반 수입처들은 더 유혹이 있겠죠.

 개인적으로 다음 순위라고 하면 펜탁스나 리코가 제일 위태로워 보이네요. 지사가 아닌 세기가 수입하고 있기도 하고, 억지로 카메라 제품군을 유지하게 해줄 다른 제품도 별로 없으니까요. 같은 세기가 수입하는 시그마는 렌즈 공급에 끼워팔기 당하는 입장이라 괴작들만 나오던 시절에도 계속 나와줬고, L 마운트로 넘어간 지금은 어느때보다 상품성이 좋으니 시그마 만큼은 마이너 중에서 거의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후지필름의 국내 시장 여건은 잘 모르겠는데, 이쪽도 올림푸스처럼 본사 직영 중심적이라서 지사의 의향은 크게 상관 없어 보이고 본사 생각은 알기 어렵습니다. 여건이 나빠지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상품성 면에서는 다른 마이너 브랜드에 비해서는 꾸준히 유지해오긴 했습니다. 마포가 사라지게 되면 크롭 시스템에서 독보적 존재라는 점도 있긴 할테고요. 이쪽 역시 중형이 있어서 파나소닉처럼 팔아먹을 게 이것저것 있어서 서로 밀고 당겨주는 모양새가 될 듯 합니다.

 올림푸스가 빠지면서 캐논, 니콘, 소니의 빅3 구도는 더욱 확고해질테지요. 물론 이 회사들조차 본사 사정까지 흔들린다면 어찌될까 싶긴 하지만, 소니나 캐논은 비즈니스 면에서 아직 할만한 상황이죠. 니콘은 몇년째 어렵긴 하지만 정체성 상 쉽사리 그만두진 않고 거의 사운을 건 시점까지 버티지 싶습니다. 올해야 코로나19에 올림픽 연기 때문에 어느 회사나 다 죽을 맛이겠긴 합니다마는... 위기를 기회로 캐논의 EOS R5가 이 시기에 줍줍을 노리는가 싶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건으로 이제 카메라 취미인 사람들은 고민거리가 꽤 늘게 생겼습니다. 그야 모기업이 카메라 사업을 그만둘 가능성은 계속 생각해 왔지만, 수입 단계에서 단절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거든요. 일단 언급한 마이너 브랜드 중에서 시그마, 후지필름을 제외하고는 새로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제가 파나소닉의 UX와 디자인, 만듬새를 아주 좋아하지만 수입,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넘어갈 엄두가 안 나는 상황입니다. 사실 렌즈가 아직 적거나 비싼 건 그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현재로썬 시장이 안정되고 예측성이 생기기 전까지는 기존 유저나 신규 유저나 주의를 많이 해야 할 때지 싶습니다. 물론 헐값에 나온 매물을 수집이나 입문용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뭐 2020년에 새로 크게 투자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싶긴 하지만, 혹여 신규 진입자가 있다고 하면 이 점을 확실히 염두하고 고르거나 추천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캐논, 소니가 제일 리스크가 낮겠고, 니콘, 시그마, 후지필름 정도는 코로나19 고비 정도는 넘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장기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어디까지나 수입의 얘기이고, 본사의 사업의지 면에서는 이 다섯 메이커는 당분간은 걱정 안 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림푸스 카메라는 E-30, E-P2, E-P3, E-M5, E-M1을 사용했습니다. E-30은 라이브뷰의 가능성을 알려줬고, E-M5는 미러리스도 메인 카메라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줬죠. 특히 E-M5는 처음 해외여행에 가져간 카메라라(터키 여행) 흔적도 많이 남겼습니다. 올림푸스의 디자인과 JPG 색감을 좋아했는데, 사골센서와 AF 개선이 지지부진한데 지쳐서 소니로 넘어왔습니다만, 이렇게 떠나가게 되는군요. 언젠가 소장이나 서브로라도 펜F 정도는 구해보고 싶습니다.

ps.이쯤 오니 결국 마지막 매니아들은 기술적 장단점이고 성능이고를 떠나서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버티고 남을 시스템으로 좋든 싫든 기울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그 접근법으로 고비를 넘기고 끝까지 살아남은 게 바로 라이카죠. 드럽게 비싸지만 수십년 지나도 본사에서 얼마가 어떻게 들든 고쳐는 준다는 점에서... 과연 일본 메이커 중 이 접근법을 택할 첫 메이커는 어디일까요?



덧글

  • virustotal 2020/05/21 00:40 # 답글

    결국 올림푸스는 의료용 내시경말고 없네요
  • Barde 2020/05/21 00:56 # 답글

    일본 메이커 중에서는 니콘 정도밖에 없겠네요. 라이카를 완전히 모방하기도 어렵겠지만.
  • 은이 2020/05/21 09:42 # 답글

    크고 아름다운거 좋아하는 한국에서 마포는 처음부터 마이너 of 마이너였었고,
    미러리스로 날뛰는 소니와 이바닥의 짱은 나야를 외치는 캐논과 뒤늦게 달리는 니콘,
    취미로 만든다는거 자랑이라도 하듯 중형 미러리스까지 만든 후지에
    같은 마포인 파나소닉은 영상 풀파워를 외치며 달리고 있던거 생각하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젠 올림도 추억이 되는군요... 옴디(OM-D)는 좋았는데... 어흑 ㅠㅠ
  • 반달가면 2020/05/21 12:14 # 답글

    안타깝네요. OM-D E-M10 쓰면서 이제 카메라는 OM-D만 사겠구나 했었는데 ㅜ_ㅜ
  • KittyHawk 2020/05/21 15:19 # 답글

    이렇게 하나씩 사라져가는 식이면...
  • 지나가는 2020/05/23 10:29 # 삭제 답글

    반일운동 때문에 결국...오노레 아베!!
  • 알트아이젠 2020/05/23 21:18 # 답글

    첫 디지털 카메라가 올림푸스건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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