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 70-180mm f2.8 Di III VXD 소니 FE용 구매 by eggry


 태어나서 두번째 탐론 렌즈. 첫번째는 17-50mm f2.8이었는데 그게 제 최초의 렌즈교환식 렌즈였죠. 소니 A 마운트용을 썼습니다. 이후 탐론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습니다. 가성비는 좋지만 마감이 싸굴틱하다든가, 모터 소리가 씨끄럽다든가 하는 이유였네요.

 공전의 히트를 친 소니 FE용 28-75mm f2.8도 표준줌을 중시하는 저로써는 마감 등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AF 신뢰성 문제도 있었고요. 대체로 괜찮지만 표준줌에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이벤트, 스포츠용) 휴대성을 포기하고 소니 24-70GM을 썼습니다. 17-28mm f2.8은 16-35GM에 비해 화각면에서 활용성이 너무 광각으로만 치우쳐져 있어서 역시 패스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70-180mm f2.8은 다릅니다. 여행에 망원렌즈를 쓰고 싶다는 희망은 계속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소니에서 나온 제품들은 다 적절하지 못 했죠. AF 등을 이유로 가격, 휴대성의 불리함을 감수하고라도 퍼스트파티 렌즈를 추구하는 입장이지만, 이것 만큼은 제 주된 용도(여행)에서 감당하기에 적당한 게 없었습니다.

 70-200GM은 화질과 AF에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크기와 무게죠; 일부 가방은 분리하지 않고는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아예 리치를 늘리잔 생각에 시도한 100-400GM은 무게는 더 가벼우나 더 두텁다는 게 가방에서 꺼내고 넣는데 번거로웠고, 이너줌이 아닌 게 가방에서 꺼낼 때 이래저래 걸리적거렸습니다. 어쨌든 눈꼽만큼 가볍다고 해도 무겁긴 매찬가지입니다.

 70-200G나 70-300G는 휴대성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광각, 표준이 GM인데 f4나 가변조리개인 건 '끕'이 너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70-300G는 화질 면에서 300mm의 추가화각이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느꼈다는 것도 있고요. 물론 물량이 너무 없어서 가성비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한몫 했습니다. 결국 70-200G냐 70-200GM이냐로 압축하긴 했는데, 들고다니느라 짜증나면 안되니 70-200G로 타협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탐론에서 70-180/2.8이 나왔죠. 기존 탐론 렌즈들과 마찬가지로 화각을 비표준으로 가져가는 식으로 휴대성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그 변태화각의 디메리트가 더 적었다고 봅니다. 28-75/2.8은 폰에서도 익숙한 24mm가 없다는 게 컸고, 17-28/2.8은 광각단, 망원단 모두 모자라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망원에서 180mm와 200mm의 차이는 그렇게 큰 게 아닙니다. 거의 발 한두걸음 정도의 문제죠.

 또 기대를 높인 건 신형 VXD 모터입니다. 탐론은 모터를 너무 복잡하게 내놓고 있는데, 여튼 VXD는 뭐 탐론 70주년을 기념해서 어쩌고 저쩌고 말이 많습니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탐론 최초의 초음파 리니어 모터입니다. 이는 소니에서 DDSSM에 해당하는 모터입니다. 소니의 망원렌즈는 DDSSM이나 그 윗급인 XD 리니어모터 채택이 꽤 늦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나온 70-200G, 70-300G, 70-200GM이나 100-400GM에는 쓰이지 못 했습니다. 다 구식 SSM이죠.

 그런데 저 네 렌즈 중에서 70-200GM만 AF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타격을 받았습니다; 70-200G나 70-300G야 소구경이라 그렇다 쳐도 100-400GM은 빠르고 좋은데 70-200GM은 아니란 게 여간 불만이 아닐 수 없었죠. 참고로 정확도 얘기는 저는 그다지 체감하지 못 했습니다만, 유튜버 Jared Polin(관련 영상)을 포함해서 후핀이 발생해서 100% 믿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모터 성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하고요.

 여튼 VXD 모터는 기술적으로는 소니 70-200GM보다 더 진보된 모터입니다. 탐론에서 가장 고성능인 모터이기도 하고, 소니 XD 리니어모터보다는 떨어지지만 어쨌든 렌즈업계 전체를 봐도 최상위급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기술적으로 70-200GM보다 AF 면에서 더 좋을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70-200GM이 속도와 정확도 면에서 유감이 있다고 했죠? 탐론 기존 렌즈들이 그랬습니다. 같은 이유로 모터 때문이었죠.(물론 구식 SSM이라도 표준대의 소니 렌즈들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100-400GM도 문제 없고;;)

 물론 약점도 있습니다. 탐론 렌즈 특유의 싸굴틱한 마감은 소형경량화를 추구하면서 DSLR 때보다도 현저히 안 좋아졌습니다;; 스크래치도 잘 나고 뭐 이래저래... 디자인 자체도 별로고요. 흰색 프린팅 글자는 너무 대충이라서 중국산 짭퉁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광각, 표준에선 문제가 안 됐지만 70-180/2.8에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렌즈 손떨림 보정이 없다는 거겠죠. 물론 최신 소니 카메라들은 바디에 손떨림 보정이 있습니다만, 망원은 렌즈 쪽 효과가 더 좋다는 게 중론이고 같이 쓰면 더 좋다는 쪽이죠.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망원이 더 좋긴 하지만 200mm 영역 쯤 가면 렌즈가 더 좋겠지만 문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소니 골수유저들은(전 아님) A 마운트 시절에 70-200를 바디 손떨방으로 그냥 썼단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저의 고민을 해소해줄 렌즈인지라 사진 기자재 예약판매는 흑우잡기란 걸 알면서도 샀습니다. 여행 갈 일도 없는데 굳이 서두른 이유는 코로나19 문제로 생산과 물류에 제약이 있을 거란 점과 히트를 직감해서 가격이 금방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도착했네요.




 박스는 정말 썰렁합니다. 사실 재질은 보이그랜더보다 떨어져 보이는데... 그래도 포장 수준은 좀 더 낫더군요.



메뉴얼 한장 없는 보이그랜더에 비하면 메뉴얼은 있었습니다. 보증서도 있고요. 보이그랜더는 보증서도 없음;;(충격)



 꺼낸 모습. 참 못 생겼습니다. 잘 생겼다는 사람 한명도 못 봤네요. 각인은 양각음각도 아닌 그냥 실크프린트입니다. 잘 벗겨질 듯. 이너줌이 아니라 줌락이 있습니다. 줌락이 있는 한은 이너줌이 아니라도 크게 아쉽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렌즈는 일단 큰 표준줌 크기에요.



 미관에서 또 맘에 안 드는 부분은 대물렌즈로 가면서 갑자기 좁아지는 저 라인인데... 후드 쓰면 상관 없지만 후드 없을 땐 옛날 소위 '고구마'라고 불리던 렌즈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조립 나사 노출된 거 너무함.



 후드는 안쪽 요철 처리는 되어 있지만 사출라인도 있고 뭐 역시 마감은 싸굴틱합니다. 후드 역할은 잘 하겠죠. 후드가 너무 크지 않아서 부담은 없겠습니다. 망원렌즈들 후드는 넘 커서 갖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게 많거든요. 70-200GM까지 갈 것도 없이 70-200G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이건 갖고 다닐 수 있겠습니다.



 a7R IV 바디에 장착. 코는 그렇게 많이는 안 나옵니다. 표준줌이 한둘래 커진 정도 크기에 무게도 그정도라 망원으로썬 깃털 같습니다.



 24-70GM, 70-200G와 비교. 조리개가 어두운 70-200G보다도 작고 가벼우며(물론 삼각대링, 스위치, 손떨방, 뽀대(!) 등이 빠졌지만), 24-70GM보다 약간 큰 정도입니다. 망원렌즈라기보단 표준줌 감각으로 휴대할 수 있다는 거죠.



 가방 수납 해봅니다. 픽디자인 가방 거의 다 갖고 있는데(트래블, 토트 제외) 슬링부터. 3L엔 안 들어가고요, 5L에는 딱 맞습니다. 부담스럽게 빡빡하게 맞는 게 아니라 부담 없이 여유공간 남기고 맞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머니에 배터리니 뭐니 넣는데도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소형 슬링에 들어가는 f2.8 망원줌! 이것만으로 이 렌즈의 매력이 다 전달될 듯 합니다.



 슬링 6L. 5L의 대체인데 더 큰 거 빼곤 5L보다 맘에 안 드는 못난이. 당연히 더 크니까 잘 들어갑니다. 세로로 세울 정도로 깊이는 안 나와서 수직 파티션으로 추가 렌즈를 넣을 수는 없습니다. 눕히면 당연히 공간이 있어도 렌즈 넣기 애매해집니다만, 파티션을 수평 배치하고 불편함을 약간 감수하면 광각줌이나 표준줌 정도는 같이 갖고 다닐 수 있겠습니다. f2.8 렌즈 2개 활용 가능하다는 뜻.



 슬링 10L. 70-180 장착한 바디는 세워서 넣었고, 좌우로 16-35GM과 24-70GM을 넣었습니다. 홀리트리니티가 10L 슬링에 들어간다는 게 또 강점이죠. 사실 70-200GM도 들어는 갑니다. 문제는 길이 때문에 바디 장착으로는 세로로 못 넣습니다. 눕혀서 넣든지 아니면 매번 분리하든지...

 참고로 전 소니 G Master 홀리트리니티를 슬링 10L에 넣고 써본 적이 있습니다.(물론 70-200은 분리해서) 들어는 가는데 그 무게에 10L 슬링 쓰면 어께가 박살날 거 같더군요. 70-180/2.8의 무게는 70-200GM의 거의 절반이기 때문에 감당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메신저 13. V2 신형인데 구형과 내부수납력은 비슷합니다.(사실 엄밀히는 구형이 조금 더 낫습니다) 여백이 좀 더 있다는 걸 빼면 슬링 10L보다 크게 나은 수납력을 보여주진 못 합니다. 메인 수납부보다는 주머니류와 개폐방식, 더 두툼한 끈이 중점이라 해야겠죠. 여튼 슬링 10L에도 들어갔으니 잘 들어갑니다.



 백팩 20L V2. V1과 수납력 차이는 없습니다. 파티션으로 접은 안쪽에는 각각 16-35GM과 24-70GM이 들어갔습니다. 이 가방 GM 홀리트리니티를 써본 적이 있는데, 문제는 역시나 70-200GM의 크기와 무게였습니다. 일단 길다보니 바디 장착으로는 눕혀서도 안 들어갑니다.(30L는 됩니다) 세로로는 되긴 하는데 맨 윗칸까지 침범해서 다른 수납 용도로 쓰기엔 문제가 됩니다.

 보다시피 70-180은 바디 장착으로 세로로 해도 두줄만 잡아먹기 때문에 윗 공간을 고스란히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장착 상태로 눕혀서도 잘 들어갑니다. 작은 가방에서 렌즈 분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백팩 ZIP 15L입니다. 이건 사실 사진용보다 그냥 일상용으로 산 건데 그래도 일단 카메라 되는 가방이니... 파티션이 2개 뿐이라서 얼추 넣어보는데 장착 상태로 눕혀서 3개 잘 들어갑니다. 파티션만 한개 더 있으면 20L처럼 아래 두줄만 쓰는 것도 가능은 해 보입니다.(약간 타이트해 보이긴 합니다)

 어쨌든 이정도 가방에 홀리트리니티를 부담 없이, 편하게(렌즈 분리하지 않고) 넣을 수 있다는 건 사용 시 휴대성 이상의 편의성입니다. 특히 슬링 급에서 부담이 적다는 점이 크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손떨림 보정 테스트. 렌즈 손떨방이 없으니 바디 손떨방으로 어디까지 되나 해봤습니다.



 위부터 순서대로 1/100s, 1/50s, 1/30s입니다. 딱 한장씩만 대강 찍은 거라서 1/30s가 1/50s보다 더 잘 나왔네요; 뭐 1/50s도 제대로 하면 1/30s보다 나쁠 리는 없겠죠. 1/100s에선 큰 부담 느끼지 않고 찍었습니다. 전 망원렌즈를 셔속 일부러 늦춰서 찍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서(어차피 모션블러를 잡아야해서) 1/100s를 리미트로 보는데 이정도면 제 용도에선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해상력도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엄격한 테스트는 아니지만 70-200G 개방보다는 좋아 보이고, f5.6 정도 조인 것과도 맞먹을 만 해 보입니다. 피사체 조건 상 중심부랑 주변부 정도만 보긴 했는데 차트에 따르면 극주변부까지도 쓸만해 보이므로 중앙~주변의 인상으로 보면 해상력에 불만은 없을 듯 합니다. 보케라든가 다른 단점도 있겠지만 솔직히 제 용도에서는 다른 망원은 그냥 들고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평일이고 요즘 일로 바빠서 제대로된 실전 테스트는 주말에나 할 예정이지만, 첫 만남은 고무적입니다. 물론 궁극의 화질/보케/손떨방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소니 70-200GM이 더 나은 선택일 거라고 봅니다. 시그마 70-200/2.8도 기대하긴 하는데, 시그마 특성 상 이너줌을 포기하고 소형경량으로 나오진 않겠죠. 그래서 탐론 70-180은 시그마 나오는 거 안 봐도 될 쉬운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이러다 시그마도 이너줌 포기하고 나오면 좀 난감해지겠지만... 그래도 탐론보단 무겁겠죠; 개인적으론 이너줌 70-200/2.8은 이제 됐으니까, 시그마도 이너줌은 포기하면서 탐론보단 대구경으로,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캐논 RF 70-200/2.8 카피 같은 거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그럼 조금 고민할 거 같습니다. 이미지 성향은 탐론보다 시그마를 더 좋아하고, 삼각대링이나 렌즈 손떨방이 아쉽긴 하거든요. 1Kg 넘어가면 탐론 쓰겠지만.



덧글

  • 에스j 2020/05/15 01:05 # 답글

    오, 예쁘군요! 그렇습니다, 니콘z마운트 렌즈 기준으론 그렇습니다.(웃음)
    고만고만하다가 완전히 시그마에게 밀려버린 느낌의 탐론입니다만 경량화 컨셉으로 잘 나온 것 같네요. 코가 조만큼밖에 안 나온다는 게 신기합니다. 허허허.
  • eggry 2020/05/15 08:51 #

    전 탐론보단 Z 렌즈가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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