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츠는 페라리로, 리카도는 맥라렌으로, 르노의 한자리는? by eggry


베텔, 2020년을 마지막으로 페라리를 떠난다

 베텔의 페라리와 협상 불발 후 이래저래 머리를 굴렸는데 개인적으론 별로 재미 없는 결말이 나왔네요. 페라리가 아직 르클레르 넘버1 체제에 몰빵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 이상으로 르클레르에 신뢰를 건 모양입니다. 사인츠는 페라리와 2년 계약, 리카도는 맥라렌과 1년 계약입니다.

 사인츠의 선택은 분명히 서포팅 롤입니다. 르클레르를 위협할 걸로 생각되는 드라이버가 전혀 아니죠. 메르세데스의 보타스를 참고한 거 같기도 하고, 뭐 페라리 스스로의 슈마허-바리켈로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물론 르클레르가 아직 해밀턴이나 슈마허가 아니라는 게 이렇게 가진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한 이유였지만,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사인츠로써는 커리어 상에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긴 합니다. 맥스에 밀려 레드불 승진이 불발된 주니어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F1에서 중하위권 팀이나 간신히 전전하다가 타 카테고리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WEC에서 토요타를 탄 세바스티앙 부에미 정도가 그나마 성공적인 드라이버였죠. 사인츠는 르노, 맥라렌에서 입지를 굽힌 뒤 절호의 기회에 페라리로 올라 탔습니다.

 페라리에서 사인츠가 월드챔피언이 되거나 이전보다 격이 다른 드라이빙을 보여줄 거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르노, 맥라렌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건 보타스가 메르세데스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인츠는 또 바리켈로보다도 덜 격정적인 캐릭터로 보입니다.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다는 거죠. 물론 페라리도 바뀌어서 노골적인 순위바꾸기 팀오더는 내지 않기는 합니다.

 사인츠는 어차피 중위권에 전전할 거 아니면 이게 최선의 커리어이긴 합니다. 페라리 넘버2는 결코 달가운 자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경우 톱팀으로 빌드업을 준비하는 중위권 팀의 러브콜을 받고 넘버1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물론 페라리 넘버2 자체도 톱이 아닌 드라이버에게 우승 기회를 어느정도 준다는 점은 있죠. 어쨌든 페라리도 이전 같진 않아서 바리켈로 같이 쭉정이처럼 버려지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인츠가 떠나면서 빈 자리는 다니엘 리카도가 빠르게 낚아챘습니다. 페라리가 사인츠를 노리는 게 분명해진 시점에서 맥라렌은 이미 사전 접촉중이던 선택지들 중 골라냈을 겁니다. 맥라렌으로써도 리카도로써도 모두 최선의 선택입니다. 해밀턴/르클레르/맥스 톱3를 제외하고 가장 경쟁력 있는 드라이버이며, 메르세데스/페라리/레드불 톱3를 제외하고 가장 전망 있는 팀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기업들이 크게 타격 받은 상황에, 르노의 F1 프로젝트 의지는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까지 고려하면 철수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맥라렌은 절대 F1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고, 르노보다 진전이 빠른 상황이며, 내년에는 메르세데스 파워유닛으로 갈아타기까지 할 생각입니다.

 현재로썬 리카도의 선택은 스톱갭처럼 보입니다. 1년 계약만 한 게 그렇죠. 메르세데스나 페라리 어딘가 자리가 날 기회를 노리는 듯 합니다. 물론 페라리가 2년 동안 듀오를 확정지었고, 메르세데스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베텔의 급작스런 결렬처럼 뭐가 일어날지 모르니 말입니다. 아니면 맥라렌-메르세데스 재결합이 얼마나 잘 하나 보고 결정할 수도 있겠죠.

 페라리 시트가 번개같이 매워졌기 때문에 메르세데스의 결정도 거의 뻔해 보입니다. 해밀턴-베텔 듀오의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에, 해밀턴과 보타스 모두 계약 연장을 하거나, 아니면 해밀턴과 베텔 둘 중 하나가 은퇴하는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물론 해밀턴의 은퇴 의지는 베텔보다는 낮아 보이기 때문에 베텔의 은퇴가 더 가능성 높아 보입니다. 가족과의 시간에 대한 욕구도 더 많이 표출하기도 했고요.

 자 그럼 이제 남은 건 르노의 한자리입니다만, 알론소의 복귀에 대한 이상한 기대감과 공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정황이래봐야 얼마 전 르노가 월페이퍼 뿌리면서 알론소와 영광의 시절 사진이 있었고, 알론소와 르노가 거기에 호의적인 몇마디를 주고 받은 정도이긴 합니다만, 르노가 정말 F1 프로젝트를 지속할 의지가 있다면 왕년의 베테랑을 팀빌딩에 활용하는 것도 말은 되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르노가 알론소에게 상응할 만한 돈을 줄 각오가 있느냐, 그리고 알론소가 겨우 한물 간 팀의 리빌딩용 베테랑으로 F1에 복귀할 의사가 있느냐인데, 둘 다 별로 말이 안 되어 보이죠. 만약 기적적으로 알론소가 르노에 복귀한다면, 그건 이미 1,2년 뒤의 계획까지 다 확정된 후의 얘기일 겁니다.

 맥라렌과 첫번째 결별 후에 이미 페라리와 비공개 3년 후 계약(키미 조기 은퇴시키고 2년으로 당겼죠)을 확정짓고, 르노에서 시간 보낸 것처럼요. 그 경우에는 알론소도 르노에 높은 페이를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2008, 2009년도 그랬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그때 알론소야 슈마허 은퇴 후 모두의 완소(론 데니스 빼고) 였으니 가능한 얘기였고 지금은 글쎄요...

 이 시나리오의 또다른 한계는 최소한 1,2년은 르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때는 아무리 톱팀이라도 알론소의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합니다. 그때 메르세데스 수준의 준비된 머신에 탄다면야 F1은 충분히 챔피언이 될 수 있지만, 페라리가 르클레르-사인츠로 2년 잡고, 레드불은 가망 없는 상황에선 메르세데스와 2022년 시트 양해각서라도 채결하지 않은 이상은 너무 동화 같은 얘기일 따름이군요.



덧글

  • 트라이스타 2020/05/15 15:35 # 삭제 답글

    저도 마일드세븐르노 시절부터 알론소팬이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에 한번쯤은 그리드를 박차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중하위권을 전전하는 모습(그것도 다 늙어서 ㅠㅠ,,,)을 보는 것도 너무 안쓰러울 거 같네요.

    괜히 복귀했다 아우라에 스크래치만 남긴 슈미의 전철을 밟기 보다는 다른 카테고리에서 레이스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을거 같습니다.

    르노가 갑자기 각성해서 위닝카를 짜잔하고 뽑아낸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라는 진리를 오랜 기간 보아온 저로서는 그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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