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지브리 다시 보기(13)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by eggry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작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하 폼포코)입니다.


- 타카하타의 극장판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타카하타의 작품은 대중성이 좀 미묘한 것들이 있었죠. 겉보기로만 하자면 '반딧불의 묘'처럼 확실히 음침한 것은 별로 없지만, 그의 작품은 모두 씁쓸한 면모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거 없이 천진난만한 면인 건 '이웃집 야마다군' 정도인데, 정작 흥행은 제일 바닥이었던... '폼포코'는 실제로 상당하 우울한 스토리가 됨에도, 동물이 주인공이란 것과 시종일관 쾌활한 너구리의 모습 덕분인지 대흥행 했습니다. 일본에선 '라이온킹'보다 잘 나갔고 당시까지 자국산 영화 흥행 1위였다고.


- 원제는 헤이세이 너구리 합전 폼포코(平成狸合戦ぽんぽこ)입니다만, 사실 시대는 헤이세이가 아닙니다. 1966년 시작된 타마 뉴타운 사업이 배경으로, 실제로는 쇼와 후기가 배경이죠. 개봉 년도는 헤이세이지만서도... 타마 뉴타운은 고도성장기 수도권의 인구증가에 대응하기 만들어진 일본 최대의 신도시 계획으로 지금도 상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단지'라고 불리는 한국의 구식 아파트와 같은 주거건물이 대거 건설되었으며, 대학, 연구시설 등도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단지 자체가 고도성장기의 한물 간 주거형태 취급이고 도시 자체도 오래되어서(입주는 1971년) 처음 지어질 때부터 살다가 늙은 사람들+낮은 집세와 좁은 집이 괜찮은 노인들 합쳐서 실버타운처럼 되고 있긴 합니다. 시대로 보자면 전후부흥기인 '이웃집 토토로'에서 그려진 동네가 이런 단지로 개발되게 되고, 실제 헤이세이의 한물 간 단지의 모습은 '귀를 기울이면'에서 묘사됩니다.


- '폼포코'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내외로 흘러갑니다. 겉으로는 너구리들이 삶의 터전을 보호하려고 인간과 싸운다는, 자연보호 이야기. 하지만 너구리들의 활동은 전공투와 나리타 공항 건설반대 운동과 겹쳐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도 그 시기이기도 하고, 사실 너구리들이 자기들이 치고 박거나 인간으로 둔갑하고 건설현장 진입을 막는 모습은 당시 시위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헬멧 쓰고 각목 들고 마스크 쓰고...

둔갑술을 주로 이용해서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듯, 너구리들의 결말도 다름이 없습니다. 속세에 미련을 버리고 숨어들거나, 세태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맡기거나, 아니면 끝까지 과격저항을 하다가 사라지거나 말이죠. 물론 그 와중에도 둔갑술도 쓰지 않고 너구리의 본성을 지키는 소수가 남기는 하지만 말이죠. 전공투도 대부분은 사회에 순응하는 것으로 기울었지만, 풀뿌리와 정식 정치운동으로 가려는 일파, 과격운동으로 종지부를 찍은 일파 등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죠.


-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면모는 도시화, 산업화로 일본인 고유의 정신을 상실하게 되는 면일 듯 싶습니다. 시코쿠에선 너구리 요술이 먹혀들어 사람들이 존경과 두려움을 안고 개발을 중단하였다고 하지만, 도쿄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요괴대작전도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그냥 게릴라 퍼레이드 정도로만 생각하며 실제로 이에 편승해 자신들의 깜짝 이벤트라고 주장하는 테마파크 사장의 말이 먹혀들게 됩니다.

도쿄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게 동물이나 신령의 원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법 자체를 잊게 된 것입니다. 대규모 개발에 이끌려 지방에서 올라온 인부들은 너구리들의 트릭에 벌 받는다며 떠나거나 겁 먹지만 도쿄 사람과 중앙 미디어는 헛것을 본 것 뿐이라 일갈하거나, 재밌는 구경 했다고 생각할 뿐이지요. 신토는 본디 자연에의 경외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나, 오늘날에는 그냥 동전 던지고 복 비는 정도의 인식 밖에 없는 것으로 바뀐 것처럼 말입니다.


- 너구리가 둔갑술에 불알 주머니를 많이 활용하는데... 그럼 암컷은 어떡하란 말인가;;


- 타카하타의 이후 작품을 생각나게 하는 컷이 약간 있습니다. 중세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라거나, 하늘에서 내려와 혼을 거두어 가는 부처라거나... '카구야 공주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이때부터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타카하타의 지브리 최고작이라면 전 '추억은 방울방울'을 꼽을 거 같긴 한데 역시 '폼포코'가 제일 대중적인 거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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