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0부 - 여행 개요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1부 - 도쿄 도착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2부 - 패트레이버 30주년 전, 아후리 라멘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3부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부야 스카이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4부 - 츠키지 시장, 츠키지 혼간지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5부 - 카와사키 다이시, 울려라! 유포니엄 정기 연주회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6부 - 에치고유자와 도착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7부 - 유자와 고원, 새쫒기 행사, 온천료칸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8부 - 카루이자와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9부 - 마츠모토 도착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10부 - 마츠모토 성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11부 - 마츠모토 시립 박물관, 카이치 학교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12부 - 지고쿠다니 원숭이 공원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13부(끝) - 나가노 젠코지, 귀국
마츠모토의 아침. 원숭이 공원 앨범만 고화질로 보려면 플리커를 봐주세요.(Jigokudani Snow Monkey Park, Nagano, Japan)

관광객 상대하는 비즈니스 호텔이 아니라 정말 비즈니스 호텔 다운 조식입니다. 탄수화물 먹고 힘 내자구!


한산한 아침의 역. 마지막 목적지인 나가노로 향합니다. 어제 경유했었지만...

나가노로 가는 길의 키타알프스. 음 높습니다... 언젠가 자동차 길로 넘어보고 싶습니다.

나가노 역 도착. 나가노의 인프라는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호쿠리쿠 신칸센이 놓인 것도 나가노 올림픽에 맞춰서였으니... 역사는 그 후에 한번 더 리뉴얼 된 것입니다.

여기도 통로 구조에 한쪽 끝에 이렇게 유리로 뷰를 가진 모양새인데... 디자이너들이 다 같은 사람인지 궁금하군요.

나가노 역 북쪽 출구 방면. 이쪽은 리모델링 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쪽은 옛날 모습.

숙소로 가는 길. 메이지 30년에 창업했다고 하는 장어덮밥집입니다. 먹어보진 않음.

오늘 숙소는 도미인 나가노로 잡았습니다. 그냥 프랜차이즈 중에서 탕 있는 곳 찾다가... 도미인은 대체로 대욕탕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는 보일러가 아니라 천연 온천수라고 합니다. 얼마나 믿어야 할진 모르겠지만; 대욕탕이 표준사양이 아닌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호텔이라도 온천이 어느정도 나는 지역이면 대욕탕을 갖춘 경우가 또 있는데 숙소를 여기저기 알아보니 나가노는 온천이 그다지 많이 나는 분위기는 아닌 듯. 에치고유자와나 카루이자와는 뭐 거의 다 있었고요.

짐 맡기고 스팀팩 두방 맞고 구경하러 갑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지고쿠다니 원숭이 공원(위치). 지고쿠다니(地獄谷, 지옥+계곡)라고 하는 계곡지대에 있는 원숭이 공원으로, 눈온천 하는 원숭이로 유명한 곳입니다. 일본원숭이라고 하면 오이타의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에 간 적이 있지만 그쪽은 산간지대가 아닌 바에야 눈이 많이 오는 기후는 아니죠. 게다가 오이타 쪽은 바닷가라서 더... 하지만 나가노는 추운 지역입니다.


나가노 역 남쪽 출구로 가서 버스를 타야합니다. 남쪽 역사는 좀 더 옛날 디자인입니다. 버스 정류장은 간판 보면 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한글 있음) 배차간격이 짧지는 않다는 점에 주의. 특히 갈 때보다 돌아올 때가 문제가 됩니다. 시간표 확인을 잘 하는 게 좋습니다.(전 망했음) 나가노 전철(나가덴)에서 운영하는 버스입니다.

버스 타고 갑니다. 꽤 멀리 갑니다. 사실 지고쿠다니는 나가노 시가 아니라 인접 시인 나카노 시(나가노는 길 長이고 나카노는 가운데 中인데 이름의 유래는 비스무리함)에 있습니다. 그것도 시내가 아니라 산기슭에 있으니... 단순 도로 거리로 35Km 정도 나오니까, 광역버스 타고 서울 가는 경기도민의 느낌과 비스무리합니다. 시외라서 요금도 비쌉니다. 편도 1500엔. 왕복 3000엔이니 각오를.




시내에서 멀어지고 산에 가까워지면서 풍경이 볼만해집니다.

시내에선 눈 코빼기도 볼 수 없었는데 여기는 눈이 있습니다.



제법 눈 기운이 나는 곳까지 오면 도착. 하지만 공원 입구까지는 꽤 멉니다. 반등산로를 걸어서 가야합니다. 돌아올 때 배차시간과 더불어 이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박한 안내판.



공원으로 가는 중. 처음에는 그래도 포장도로입니다. 눈이 그나마 적게 와서 다행입니다만...






중간에 신사 하나 있습니다. 정확히는 신토 쪽이 아니라 불교 쪽인 부동명왕을 모시는 곳이지만 양식은 완연한 신사네요. 굳이 형식 구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스루함이 느껴집니다.


안내소와 입구 팻말이 있는데 여기부터는 정말 등산로 같아집니다. 물론 잘 닦여있는 등산로긴 하지만, 계단과 굽이굽이 길이 있으며 눈과 빙판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여기 올라오기 직전 포장도로가 제일 상태가 심각했는데 올라가는 건 어떻게 했지만 내려가는 건 정말 걱정되더군요. 심지어 저기 샵에서 장화도 렌탈하고 있습니다. 눈이 적은 해라서 필수는 아니었습니다만.





이런 길을 쭉쭉 갑니다. 체력적으로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그다지 가파르지도 않고 계단도 적지만 거리는 좀 됩니다. 대충 정류장부터 걸어서 30분 정도? 눈이 많이 내렸다면 더 안 좋을 듯 합니다.

이 건물이 보이면 거의 다 온 겁니다. 여긴 공원 상점 겸인데 지금(아마 계절따라?)은 안 하고 있습니다.

신슈 지역의 토속신앙.

다리 뒤로 언덕에 보이는 게이트와 계단만 오르면 진짜 공원입니다.


눈이 적은 겨울에도 이정도는 눈흔적이 있는데 온천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곡물 색도 온천수가 섞여서 그런지 푸르르군요. 노천 온천탕도 있습니다. 사람 다 보이는 곳에서 어흠;

지고쿠다니 공원 도착. 정말 다 왔습니다. 입장료 800엔. 교통비까지 해서 최소 3800엔이니 만만찮은 비용입니다. 왕복버스+입장료 포함인 3500엔짜리 패스가 있다는 듯 합니다.

매표소 겸 입구 겸 사무실 겸 전시관.

표와 팜플렛.


관람 지점으로 가는데 강 건너 산에서 원숭이들이 내려오는 게 보입니다. 먹이 주고 할 시간이라 내려오는 듯 합니다.








오오 원숭이... 추워서 그런지 오이타의 애들처럼 뽈뽈거리거나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진 않습니다. 덜 호전적이기도 한 듯.

발치의 원숭이. 무심합니다.




암컷 털 관리 해주는 수컷. 근데 갑자기...

미성년자 관람불가.

뭐 왜요 닝겐 불만 있어요?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냥 현타 모드로 들어가네요.







출산기는 초여름이라 지금쯤이면 거의 다 커야 하지만 아직 애들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털도 별로 없던 핏덩이들은 아니네요.

온천수 이동 등을 위해 만들어놓은 배관을 자연스럽게 강 건너는데 쓰거나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포즈로 죽치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 역시나 온수관 등을 이용해 몸을 녹이는 애들입니다.

뭔가 포스 있는 수컷.

여유롭게 털 만져주는 한쌍.

좀 더 들어가니 온천탕이 나옵니다. 정말 온천 하네요. 사실 다큐도 보고 다 봤지만 실제로 보니 참 요물이긴 요물입니다. 오이타에서 봤을 때도 쪼끄만 게 몸도 엄청 날래면서 또 영리하다는 게 대번에 느껴졌는데 자연스럽게 온천 중.

어 녹는다~


하지만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털은 저런 몰골... 게다가 밖은 추운데 저러면 완전 오들오들 떨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온천 하는 게 좋은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싸움 벌어졌습니다.




후 왜 싸우고 그러냐 몸이나 녹이지

온천수 마시는 놈도 있더군요.


들어가지 않아도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하니 그냥 주변에 앉아있는 애들도 있습니다.


그르르 뭘 봐!

흠, 계급이 좀 높아 보이는 놈이네요. 위압감도 있고 연륜도 있어 보이고. 두목인진 모르겠지만...

오야붕 엉덩이를 만지는 게 충성심의 표시인가요? 성추행이 아니라?



헤헤 형님 제가 휜머리 뽑아드릴게요.


일본원숭이 하면 엉덩이가 털이 없고 빨간색 살인 걸로 유명한데... 뭐 돌에 엄청 앉아대서 그런건지 몰라도 엉덩이가 흙덩이인지 굳은살인지 뭔가가 됐습니다.

지쳐 보이는 어르신.







얘들 하는 짓이나 눈빛 마주칠 때 보면 정말 흠칫흠칫 합니다. 사람 닮았다 같은 얘기는 수십년 들어왔지만, 키가 사람 반도 안 되는 게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는 걸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동물이 더 큰 덩치에 더 큰 머리와 지적능력을 가졌다면 정말 자연에서 인간 같은 게 나온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원숭이 관람은 여기까지. 온천 외에 다른 장소라거나 공원 측에서 딱히 먹이 뿌리면서 쇼나 해설을 해준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온천 하는 원숭이,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영장류 중에서 가장 북쪽에 살기 때문에 Snow Monkey라고 불리는 일본 원숭이, 온천 하는 모습은 한번쯤 볼 만 했습니다.

다 보고 이제 돌아갈 시간. 오후 2시가 안 되었습니다만,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 배차간격 등을 생각하면 오후일정은 늦어도 3시에는 마무리 짓는 게 좋습니다.

전시관에는 원숭이의 생태나 특징, 계절별 생활 등에 대해 안내되어 있는데 텍스트 중심이라 딱히 찍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어, 영어가 있는데 영어 상태는 괜찮은 편입니다. 그리고 죽은 원숭이에게 벗겨낸 건지 몰라도 원숭이 가죽이 있습니다. 털이 아주 뻣뻣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고급 의류에 쓸 정도로 부드럽지도 않습니다. 뭐 옛날 사람들은 필요하면 이거라도 기워서 가죽옷을 만들었겠지요.(물론 잡기 쉽진 않았을 겁니다!)

진탕길을 거쳐 돌아오는 중. 신발은 등산화라 괜찮았지만 바지 밑단은 엉망이 됐습니다. 물론 눈이 많이 내려서 빙판이 된 것보다는 나은 걸음이었을 겁니다. 경사가 별로 없다고는 해도 한쪽은 벼랑인 곳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건 상상만 해도... 눈이 적게 내린 겨울이 아니라면 장화나 스파이크화는 필수일 듯 합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나왔지만, 다음 버스는 1시간 10분 뒤에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정류장에 그냥 서서 기다리다간 죽겠고, 정류장 앞에 있는 이 건물은 미술관과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에서 핫초코 시켜서 트위터 하면서 시간 보내다 왔습니다. 저 같은 신세인 관광객이 한둘이 아닌데 의외로 카페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한산하게 시간 보내다 나왔습니다.

배차간격이 적은 만큼 사람들이 밀려서 이거 한대로 돌아갈 수 있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심지어 여기가 종점도 아니거든요. 스키 리조트, 산골 온천 쪽이 종점이라서 거기서 나가노 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이미 타고 있을 겁니다. 거기에 원숭이 공원까지... 만차라서 다음 차로 밀리나 걱정했으나, 다행히 동일 시간대에 차량을 추가 배차해서 2대가 운행되어 무사히 탈 수 있었습니다.






석양이 지는 고산을 보며 시내로 돌아갑니다.

밤의 나가노 역. 저녁 먹고 들어가서 쉴 생각입니다. 내일은 귀국도 해야하니 바쁠테지요. 도쿄행 열차만 맞춰 타고 나면 별로 바쁠 것도 없지만요.

저녁 뭐 먹을까 두리번거리다(신슈 소바가 제일 먼저 생각났죠) 단촐하게 라멘 미소야(위치)라고 적어놓은 게 보여서 들어갔습니다. 미소라멘을 좋아하니까요.


차슈 추가한 미소라멘. 마늘(국물에 갈아 넣음), 파, 숙주가 많아서 야채가 풍성한 미소 라멘이었습니다. 추천맛집 수준은 아닌데 그냥 와서 먹고 후회하지 않을 적당함이었네요. 가격도 차슈 추가 890엔이면 그리 안 비쌌고...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사갈까 구경하다 포테칩에 신슈 한정인 와사비 맛이라거나, 미소 맛이라거나 있습니다. 물론 지역한정 포테칩 전에도 사먹어 봤는데 전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지라 패스.

간식거리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대욕탕에 가서 몸부터 풉니다. 최상층에 있는데 옥상 노천탕도 있습니다. 근데 저 혼자! 잠깐 폰 가져와서 사진도 찍었네요. 여기 욕탕은 젠코노유(善光の湯)라고 이름 붙였는데, 젠코는 나가노의 대형 사찰인 젠코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젠코의 탕 정도 되겠네요. 천연온천이라지만 성분이 특수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냥 맑은 뜨신 물이네요. 욕조오리가 잔뜩 꾸며져 있는 멋진 노천탕입니다. 하지만 겨울의 나가노니 춥습니다. 푹 담가도 목까지는 따신데 얼굴만 추운 그 느낌은... 나올 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야식은 무난하게 과자류와 거봉 츄하이로 했습니다. 거봉도 신슈 특산품이라고 하니...
이제 여행은 마지막 날, 마지막 편으로 접어듭니다. 나가노 시내 제일의 관광지인 젠코지를 보고, 신칸센과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바로 공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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