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ry.lab :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9부

객실 창 밖의 아침 모습. 난방, 가습 해놓고 밖은 서늘하니까 김이 잔뜩.

셔틀 타고 역으로 갑니다. 1도시 1박인데다 실제 일정은 도착 당일 소화하는 식이라 그냥 아침 먹고 체크아웃->이동입니다.

셔틀이 스키장 앞에도 서더군요. 체크아웃 하고 역으로 가는 사람 외에도 스키장 오려고 스키나 보드 챙긴 승객도 있었습니다.

뭐 저는 제 목적지인 카루이자와 역으로...

어딘가 색이 마음에 들었던 역 주차장.

아침 9시부터 스키 타는 근성맨들입니다. 그래도 설산 다운 설산 보고 갑니다.

더 멀리 있는 진짜 설산들.

세번째 패스 이용. 마츠모토로는 직행이 안 되고 나가노까지 신칸센으로 간 뒤 특급으로 갈아탑니다.

역의 가챠. 지역 특산을 내세운 신슈 콜렉션이랑 에키벤 콜렉션이 눈에 띄네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편의점에서 음료 사다가 대기실에서 마십니다. 스타벅스 말차 라떼는 뭐 그냥 평범한 맛이고, 카루이자와는 북유럽스러운 풍경이 눈에 띄더니 유제품 쪽도 나름대로 내세우는 모양입니다. 마시는 요구르트, 덩어리감이 별로 없으면서 점성이 적당했습니다.

아니 와이맥스(한국의 와이브로 형제기술)가 아직 있단 말인가!

카루이자와의 볼거리들. 쿠모바이케 말고는 너무 옛날 거거나 멀어서 못 본 것들이네요.

나가노행 열차를 탑니다. 호쿠리쿠 신칸센의 거의 끝까지 가게 되는 카나자와 행도 보이네요. 저건 (한국) 동해안까지 올라간 뒤에 해안 따라서 남하하게 됩니다. 토야마까지 지나서 가니까 정말 멀리 가게 되는... 나가노 행은 아사마네요. 아사마 산 이름을 딴 거겠죠.

차량은 익숙한 E7계.

안녕 카루이자와. 좋은 동네였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상점이 대부분 닫은 거랑... 아무래도 여긴 리조트 촌 느낌이 강한데 제가 액티비티에 흥미가 없다보니 그냥 호텔에서 쉰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네요. 유후인과 비슷한 느낌이라 그랬지만 백패커가 구경할 거리는 좀 적고 대신에 좀 더 휴양과 활동 중심인 듯. 스키 탈 날이 올 거 같진 않아서 정말 돈 쓰고 드러눕고 싶을 때나 다시 올 거 같군요.

쭉쭉 북상합니다. 고속열차라는 게 언제나 편하고 빠르긴 합니다. 비싸서 그렇지... 한국, 일본, 프랑스 것 타봤네요. 프랑스는 뭐 TGV 구형이라 KTX 초기형이랑 같은 차량이지만.

훌쩍 나가노 도착.

재래선 특급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표는 이미 처음부터 끊었으니까... 신칸센에서 재래선으로 구간운임표를 바로 끊을 수 있는 자판기가 플랫폼에 있네요. 나가노에서 마츠모토 가는 것만 1170엔이나 합니다.

타게 될 열차는 여러모로 많이 들어본 이름인 특급 시나노. 나가노와 나고야를 왕복하는 특급열차입니다. 산악지대를 엄청나게 통과하는 열차. 그나저나 나고야 보니까 이런 야생의 고을 말고 나고야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시나노는 이미 대기 중이지만 시간이 아직 남아서 플랫폼에서 잠시 빈둥거리는 중.

신슈 소바와의 첫 만남이지만, 소바 먹을 정도 배는 없어서 그냥 관광객이 먹는 거 구경만 했습니다. 자판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해서 결국 직원과 현금으로...

시나노. 약간 귀엽게 생겼습니다. 창이 큼지막해서 시야가 좋아 차량 이름이 '와이드뷰 시나노'

특급 시나노의 목적지 명판. 아직 아날로그 식입니다. 뭐 이 열차는 행선지가 두군데 뿐이니...

좌석은 그냥 보통. 텅텅 비었습니다.

마츠모토 가는 길. 산을 하나 넘어가야 합니다. 능선 사이 낮은 곳으로 가서 그렇게 고도가 많이 높아지진 않지만 평지를 벗어날 때 점점 높아져 가는 걸 풍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급 시나노는 그냥 쓩 가버리지만, 완만은 스위치백(갈지자로 전후진 하면서 올라가는 것)으로 간다는 모양입니다;; 철덕은 아니라 그런 거 체험해보고 싶진... 특급도 순식간에 도착하는 거리는 아닙니다.

마츠모토 도착. 특급 시나노의 객차는 구 새마을이나 무궁화의 것을 생각나게 하네요. 마츠모토 역은 도착하면 방송이 느낌이 좀 다른데 "마츠모토~ 마츠모토~" 라면서 쇼와 시대에 역무원이 방송으로 외쳤을 듯한 투로 역이름이 튀어나옵니다.

인근현이라 할 수 있는 아키타의 광고 홍보. 겨울에 잘못 들어갔다간 눈 때문에 못 나오는 거 아닌가 걱정되는 동네.

신슈 소바차... 소바에서 차라고? 면요리 우려낸 국물 같은 건 아니고, 소바 만드는 메밀로 차를 만든 겁니다. 소바 하면 메밀면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메밀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거.

플랫폼 나오자 마자 홀에서 제일 먼저 보인 건 구 카이치 학교가 국보로 지정됐다는 축하네요. 이곳은 있다 가보긴 합니다.

마츠모토 역의 유리 밖으로 보이는 설산들. 마츠모토의 서쪽에 위치한 '키타 알프스'입니다. 자기네 산에 알프스라고 붙이는 게 뭔가 요상하지만 알프스란 이름 자체는 일본을 방문한 서양인들이 처음 언급한 것이고, 산맥들 이름 자체는 다 일본식으로 따로 있습니다. 그냥 이 지역을 묶어서 일본 알프스, 거기서 또 키타 알프스, 미나미 알프스라는 식으로 남북으로 나누는 것 뿐입니다. 그래도 처음 누가 생각했든 그걸 이젠 공식으로 쓴다는 게 좀 웃긴 이름이긴 합니다.

봉우리들 구분하라고 안내도도 있습니다.

마츠모토 역사는 리뉴얼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새것 느낌이 많이 납니다. 선로로 나뉘는 도시 양방향을 이어주는 거대 육교 역할도 하고 있고요, 그 회랑 한쪽은 유리창, 한쪽은 특산품으로 전시해놓았는데 그 구조가 타카야마 역과 매우 비슷하네요. 물론 마츠모토 역이 훨씬 큽니다.

멋진 뷰. 서쪽 출구인데 사실 마츠모토의 주요 관광지는 동쪽 출구라 여긴 별로 볼 일이 없습니다. 이쪽으로 온 건 순전히 산을 보려고...

모두 2000m가 넘는 고산들. 저 산 너머에 타카야마와 토야마가 있습니다. 산을 통과하는 열차는 없고, 북쪽으로 올라가 해안선을 타고 가든지, 나고야까지 내려가서 북상하든지 해야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도로는 있죠. 저런 첩첩산중을 차로 넘는 경험은 언젠가 해보고 싶습니다.

마츠모토는 구체적인 관광 계획을 세우지 않고 와서(사실 대체로 그랬지만) 지도부터 참고해봅니다. 일단 마츠모토 성이 있고... 그쪽에 신사랑 지금 홍보 중인 구 카이치 학교도 있는 듯 하니 그 방면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마츠모토 역 동쪽 출구. 에치고유자와나 카루이자와에 비하면 대도시 다운 모습입니다. 사실 도시 자체는 지역 대표도시 정도 될 법한데도 역사 자체는 에치고유자와보다는 오히려 작은 듯...

일단 호텔에 짐 맡겨두고 바로 나옵니다. 점심 뭐 먹을까 둘러보는데 음, 매운 카라아게라. 여긴 술이랑 같이 먹는 느낌이긴 하네요. 일본인들이 매운 음식에 약하다고 하지만 보편성이 떨어질 뿐 매니아들이 먹는 매운 맛은 저처럼 한국인 중 약한 축에는 충분히 맵기 때문에 일단 회피.

결국 안심의 맥도날드로 와버렸습니다. 한정메뉴인 뜨거! 치즈 델리야키 버거를 했는데 원래라면 온기로 치즈가 주르륵 녹았어야 하는데 그냥 고형 그대로입니다. 소스는 무난한 델리아키 소스지만. 실망스럽군요.

역 인근의 풍경. 이쪽도 공유 자전거가 있네요. 앱 등록해서 써볼까 하다 추운데 타다가 얼어 뒈질 거 같아서 귀찮아서 포기. 어차피 외국인은 안 된다거나 이래저래 번거로울테고 말이죠.

건물 외관이 철판으로 되어 있는지 전체가 녹슬어 있는 빌딩.

마츠모토 성으로 가는 길. 상점가를 지나갑니다.

신슈 허니 에일? 꽤 관심이 가지만 마실 여유가 없어서...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좋아 보이는데 겨울이고 500엔은 조금 세다는 생각.

고베 삼겹살... 고베에 본점이 있으려나요?

파르코 백화점. 주요 대도시의 것과는 다른 오래된 느낌.

일본 시내에서 제일 특이하다 생각하는 게 주차장 안내 표시입니다. 물론 차들이 주차장 찾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보통은 건물 별로 해놓지 이렇게 인근 주차장을 다 모아서 가리켜 놓진 않으니... 이건 그냥 안내만 해주지만 주차가능 여부가 표시되는 곳도 있죠.

기묘한 모양으로 생긴 콘크리트 노출 건물과 시계 박물관. 시계 박물관은 나름 볼거리라고 여기저기 적혀 있지만 시계에 관심이 없어서 패스.

좀 가다보니 왠 촬영 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방해될까봐 다가가서 구경을 할 수가 없었네요.

나루토가 생각나는 개구리 조형물이 있는 상점가. 나와테도리(나와테=새끼줄)이라는 상점가입니다. 개구리가 무슨 연유인진 모름. 길목을 계속 촬영진이 길막하고 있어서 여긴 볼 생각도 안 하고 갈 길 갑니다.

근세 마츠모토 번을 통치했던 여섯 가문과 가몬. 이시카와 씨, 오가사와라 씨, 도다 씨, 마츠다이라 씨, 홋타 씨, 미즈노 씨입니다. 토다씨는 미즈노 씨 후에 마지막 번주를 한번 더 맡기도 해서 두번. 마츠모토 지역은 혼노지의 변 이래로는 계속 토쿠가와의 영향 하에 있었기에 번주들도 그의 가신이나 동맹관계에서 나왔습니다.

이시카와 씨는 에도막부가 열리기 전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에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간토 지역을 받을 때부터 그의 가신으로 마츠모토 지역에 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히데요시로 주군을 바꿔 버립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했지만 어쨌든 세키가하라 때는 동군에 섰기 때문에 이에야스에게 영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과거 행적 때문인지 이에야스의 음해(?)가 계속 노렸고, 결국 구실을 잡아서 가이에키 당해버립니다.

2대 번주가인 오가사와라 씨는 본래 전국시대에 마츠모토 지역의 다이묘였으나(마츠모토 성의 전신인 후카시 성을 지음) 타케다 신겐에게 패해 밀려난 뒤 이에야스의 가신이 되었습니다. 오사카 전투에서 당주와 장남이 사망하면서 차남이 뒤를 잇고, 공로로 마츠모토 번을 받게 됩니다. 훗날 코쿠라 번의 초대번주가 되면서 마츠모토 번을 떠납니다.

세번째인 토다 가문 역시 토쿠가와 가문에 오랫동안 충성한 가문으로, 그 충성심을 인정받아 마츠다이라의 성을 받아 토다 마츠다이라 가가 됩니다. 마츠다이라가 원래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성이었다는 건 유명한데, 토쿠가와로 성을 바꾼 뒤(이것도 조정에게 쇼군으로 임명받기 위해 겐지 씨라는 걸 입증하려던 발버둥 중 하나) 마츠다이라란 이름은 실제 혈연관계인 방계가문이나(쇼군 계승권을 가짐), 아니면 토다 씨처럼 오랜 충신이었던 가문, 그리고 뒤늦게 굽힌 도마자 다이묘들 중에서도 일부에게 주어졌습니다.

네번째 마츠다이라 씨는 가신이 아니라 토쿠가와의 방계가인 마츠다이라로, 마츠다이라 나오마사 때 잠깐 맡게 됩니다.

다섯번째 홋타 씨는 막부의 고위직인 노중(老中)을 맡고 있던 홋타 마사모리 1대만 맡았습니다. 에도 인근의 무사시, 카와고에 번에 마츠모토 번까지 하사받은 큰 다이묘였지만, 막부의 중책을 맡고 있던 터라 마츠모토에는 거의 가지 않았으며, 17세기 대기근의 관리 책임으로 사쿠라 번(지금의 치바 현 사쿠라 시)로 밀려납니다.

여섯번째 미즈노 씨. 홋타 마사모리의 후임으로 노중이 된 미즈노 타다키요가 마츠모토 번주가 됩니다. 본래 미카와 요시다 번(오늘날 아이치 현 토요하시 시) 번주였는데, 그곳 역시 토쿠가와 막부에겐 역사적으로나 거점적으로나 중요한 지점이기에 신뢰받는 가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줄줄이 짧은 근속(?)을 보인 마츠모토 번주이지만, 미즈노 씨는 80년 가량을 하지만 6대에 에도성에서 다른 다이묘와 실랑이로 칼을 뽑아드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가이에키.

미즈노 씨의 가이에키 후 잠깐 책임을 받았다 물러났던 토다 마츠다이라 가가 돌아옵니다. 150년 가량 통치하여 에도시대의 절반 이상 마츠모토를 지배하지만, 에도 중후기에는 대기근이나 재난이 많은 등으로 고난이 많았다고. 개항이 이뤄진 뒤 혼란 속에서 일단은 막부 편에 섰지만(가문의 출신을 생각하면) 초슈 정벌 시절에는 때에 맞추지 못 해 실제 참가하지는 못 했다고 하며,

보신전쟁으로 격화되었을 때는 막판에 근왕파로 들어가서 신정부군 소속이 되어 토호쿠 정벌에 참여합니다. 이때 토호쿠에서 크게 피를 본 것이 바로 토쿠가와의 방계가문인 마츠다이라 쪽임을 생각하면 가신 마츠다이라가 주군 마츠다이라를 치는 모양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추후 폐번치현 및 번주제의 폐지로 화족이 됩니다.

고산에 둘러싸여 물이 자랑인 건 마츠모토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여기더 역대 번주 가문이 소개되어 있네요.

마츠모토 성 도착. 대부분의 성들이 그렇듯 원래 외성 부지였던 곳은 공원화 되어 있습니다.

얼음조각 페스티벌을 했다는데 2월 초였으니깐... 큰 탈은 없었겠네요. 지금은 코로나19로 난리가 났겠지만요.

성 부지 안내. 해자는 어느정도 남아 있습니다.

VR 앱이 있다고 하네요. 마츠모토 성의 천수각은 에도시대 그대로라 국보라고 하지만 성의 다른 건물은 폐성 때 대부분 철거되었기 때문에 거의 흔적도 없습니다. 그 전성기 성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볼 수 있는 앱.

천수각 주변의 해자. 보존성 때문에 국보라곤 하지만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흰색이 적어서 그런가. 우중충한 날씨도 한 몫 했겠습니다만.

해자 근처엔 마츠모토 테마리라는 공모양 공예품을 모티브로 한 라이트업 전시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츠모토 테마리(한글)로 검색하면 공예품보다는 거기서 펜내임을 딴 일러스트레이터만 나온다는 사실... 성이 마츠모토인 사람도 상당히 많긴 하죠. 사실 한자가 너무 무난한 거라서.

잉어가 음청 많습니다. 게다가 먹이 좀 던지니 난리가 남.

마츠모토 성에서 제일 예쁘장하다는 우즈미바시. 성과 연결되어 있지만 이쪽은 출입이 안 됩니다. 다리도 못 올라감.

여긴 원래 성 내에 신사가 있던 곳이라 합니다만 지금은 그냥 돌덩이만 몇개...

앗 백조다.

바깥은 대충 둘러봤으니 성 구경하러 갑니다. 입장료는 어른 700엔으로 보통이고, 천수각 입장 대기는 0분! 안내에는 심할 때는 천수각 입장까지도 3시간까지라는군요;; 내부 관람 시간은 50분.같은 국보인 이누야마 성은 천수각 들어가는데만 30분은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이들 국보성은 천수각이 옛날 구조대로다보니 계단, 통로가 좁아서 통행이 힘들어(엘리베이터도 없고;) 관람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히메지 성만 그나마 크기 때문에 좀 나은 상황. 국보 성은 이제 히코네 성(작년에 문 닫히고 도착해서 허탕 침)과 마츠에 성만 남았네요.

성문 앞에서 관광 홍보용인 듯한 신슈 무사와 히메를 만났습니다. 복장이 화려하네요. 원래는 성 안에서 주로 활동하는 거 같은데 손님이 없어 한산해서 그런지 아니면 잠시 쉬러 나온 건지 성문 밖에 나와서 바람 쐬고 있더군요. 사진 한장 부탁하고, 이제 성으로 들어가 봅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