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ry.lab :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8부

지하의 온천탕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식. 부엉이는 갈대 같은 걸로 만든 거 같고, 짚으로 만든 전통 방한화가 있습니다.

카루이자와의 옛날 풍경. 철도가 있긴 하지만 역은 정말 자그마합니다. 동네도 작고... 겨울 내내 저렇게 눈에 덮힌 모습이었겠죠. 그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리조트 촌이나 마찬가지.

예약탕인 나무통 탕입니다.

완전 예약이니 느긋하게... 습기가 차는 걸 막으려고 창이 개방되어 있어서 물 밖은 엄청 싸늘합니다. 들어갈 때도 허겁지겁, 나올 때도 허겁지겁.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해가 났습니다. 바로 앞 선로로 신칸센이 가는 게 보이네요.

아침은 저녁 때처럼 코스식으로 나오진 않고 한번에 나왔습니다. 찬 구성은 종류가 좀 더 많다 뿐 전형적인 와쇼쿠 정식이네요. 명란젓이 의외로 그다지 짜지 않더라는... 이곳 식사는 전반적으로 싱거운 편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아침에도 버섯전골 같은게...

체크아웃 전 짐정리 등으로 쉬면서 차와 떡을 먹으며 빈둥거리는 중.

체크아웃 하고 역으로 갑니다. 어제 지나쳤던 곳들의 아침 풍경.

바닥이 젖어있는데 밤새 비가 온 건지 그냥 눈이 내리자마자 녹은 건지... 어쨌든 이젠 바이바이니까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음 가는 곳에선 눈이 좀 더 많기를...

패스로 표를 사야해서 창구로... 열차시간만 생각해서 갔는데 아니? 줄이 있잖아? 열차 놓치게 생김. 다행히 간신히 샀습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벽의 TV에서는 고시히카리 홍보영상이 나오네요. 무슨 전대물처럼 콤바인 군단이 수확하는 영상이 나옵니다.

신칸센 타고 떠납니다. 안녕, 에치고유자와. 다음에 좀 더 제대로된 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니가타에서 나가노로 가는데 둘 사이에는 거대한 산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신칸센은 없고 재래선도 없습니다. 산 넘어가는 도로만 있는 정도. 기차는 군마의 타카사키까지 갔다가 갈아타야 합니다.

또 2층 열차가 있네요.

타카사키를 떠나서 카루이자와로...

터널을 나오자 그곳은 설국이었다...! 오오 여기는 좀 눈 내린 분위기가 나네요.

카루이자와 역 하차했습니다.

개찰구와 연결된 육교. 셔틀은 저쪽인데...

역사에 붙어있는 경고. 아사마 산은 활화산이니 경보를 확인하라는군요. 활화산이긴 한데 위험한 수준으로 분화하진 않는 걸로 압니다.

역사 위에서... 풍경이 시원시원.

눈에 덮힌 주변 산들. 스키장도 에치고유자와보다는 성황인 모습이네요. 이쪽은 나무까지도 어느정도 덮혀서 정말 하얗네요.

차도는 잘 치워놨지만 인도는 사람이 덜 가는 곳은 눈이 있는 정도 날씨는 되네요. 셔틀 시간을 놓쳐서 그냥 호텔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로터리도 거쳐야 하고 길이 상당히 이상했음.

뭐 이런 곳도 지나가고요... 구글 지도 시키는대로 가는데 좀 그렇네.

중간에 마주친 레스토랑.

요런데도 지나가는데, 원래라면 운치있어야겠지만 나무에서 녹은 눈이 너무 떨어져서 거의 비 맞는 수준이었네요.

호텔 도착. 좀 한적한 곳에 있더군요. 역에서 다닐만 하다고 해서 잡긴 했는데... 셔틀 이용이 메인이 되야할 듯. 역까지는 애매한 거리지만 쿠모바이케 같은 관광명소 가기에는 큰 문제 없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삐까번쩍해서 놀람.

요렇게 로비에 레스토랑이 있네요. 저녁은 여기서 먹기로 결정.

짐만 맡겨두고 대충 걷는 중. 공원은 사람 한명도 없이 그냥 원형 산책로 있는 수준. 신사 있어서 갔는데 비석에다가 금실 걸어뒀네요. 배전, 본전도 없음.

에치고유자와보단 확실히 추워서 좀 방한을 하고 다닙니다. 사실 2년 전엔가 홋카이도 갔을 때랑 똑같은 패션. 재밌는 건 홋카이도에선 별로 춥다고 느끼지 못 했는데 여긴 춥네요. 홋카이도에선 폭설도 많이 맞았는데.

밥때인데 아무리 봐도 근처에 식당이 별로 없어 보여서(맥도날드는 있음) 아까 봤던 레스토랑에 갑니다. '토끼의 숲'이라는 이름. 피터래빗이 생각나는 토끼 패널이 간판이네요. 아까는 없던 승용차들이 좀 주차되어 있는데 안에 들어가 손님을 보니 동네 어르신들 점심 먹으면서 만남의 장 정도 되는 듯.

간판만 그런 게 아니라 인테리어도 토끼 천지네요.

델리 치킨 정식 시켰습니다. 살코기에 굽기 적당하고 양념은 그냥 델리 소스고... 샐러드가 생각보다 많네요. 밥 리필도 된다고 했지만 이걸로 충분.

식후 커피. 쉐프는 아저씨, 웨이트리스는 할머니였네요. 물론 현금만 됩니다.

관광명소 쪽 가보려고 걷는 중. 이런 숲길이 많습니다. 식생의 품종도 그렇고 일본보다는 북유럽 느낌을 느끼네요.

뭔가 원형으로 생긴 건물이 있어 박물관? 미술관? 했지만 세콤이랍니다...

숲길을 걷다보니 서양식 주택들이 많이 보입니다. 대부분은 부유층의 별장이라는 것 같고, 일부는 수제공예품 가게거나 그렇더군요. 메르세데스 왜건이 있는 모습은 정말 북유럽 같은 풍경이네요.

로터리도 일본에선 흔치 않은 모습이고...

요렇게 바닥에서 붕 떠있는 집들이 많은데 폭설 대비인가 싶군요.

쿠모바이케(雲場池). 호텔 내에서 솓는 샘물이 수원이라는데, 그거 말고 쿠모바카와에서 나온 물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다이쇼 때 무역상이 언급한 호텔의 소유자였는데 물길을 틀고 막아서 만든 인공호수. 여름과 가을에 반사되는 풍경이 좋다고 하며, 백조의 호수라는 별명이 있다고.

얼었다 녹은 땅이라 발자국으로 완전 진탕입니다;; 등산화라서 별로 걱정 없이 막 다녔지만...

겨울이라 나무의 반영은 그다지 볼만하지 않지만... 호수는 호리병 모양으로 가운데가 잘록하고 길쭉한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청둥오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으어 엄청 내립니다. 수십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진정한 설국을 보는 것인가?! 하고 기대했지만 사실 금방 그쳤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눈이었네요. 바람에 날리는데 후드 없었으면 대물렌즈에 물 묻어서 골치아플 뻔 했습니다.

눈이 지나간 직후의 풍경.

앞에 있는 사람이 발자국을 남기며 갔네요. 뭔가 생각이 났습니다.

눈 내리기 전엔 녹아 있는 자리였을 곳들도 덮혀서 풍경은 예쁘네요.

앗! 아직 안 밟은 눈이 덮힌 다리 발견! 사부작 사부작 해봅니다. 사실 얼마 안 내려서 별로 뽀송함은 없습니다만.

힘겹게 망원렌즈 꺼내서 청둥오리 좀 찍어봅니다. 100-400GM 들고 갔는데 결과물은 좋지만 역시 여행용으로는 너무 부담스러운 크기/무게네요. 탐론 70-180mm f2.8이나 아니면 비슷한 컨셉으로 나오는 탐론 장망원 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그냥 휴대성만을 위해 70-200G를 갖고 있습니다만, 여행을 갈 수가 없군요.

눈보라가 갠 뒤 맑은 하늘. 겨울 풍경이지만 여름, 가을의 반영이 예쁘다는 게 짐작은 되는군요.

방금 내린 눈의 흔적.

이제 상점가 쪽으로 가봅니다. 중간에 택시 근거지가 있던데, 페이가 이것저것 됩니다만 알리페이나 페이페이나 한국인은 못 쓰는...

가게를 차로 찾아가는 풍토인 듯 합니다.

담벼락 없이 입구 기둥과 쇠사슬만으로 사유지를 표시해놓은 집.

서구적인 분위기.

중심가로 왔는데 왠 범퍼가 박살난 차가... 좀 있으니 경찰도 오고, 나중에 오니까 없어진 거 보니 사고가 났던 모양입니다.

뭐 이런 분위기의 거리인데... 가게가 다 닫았습니다; 수요일인데 대부분 정기휴일이더군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구 카루이자와 역이라는데... 정말 여기 기차가 다녔는진 모르겠네요. 그냥 레트로 컨셉인지도. 이 구역은 구 카루이자와 긴자라고 불리는데, 긴자는 도쿄의 긴자를 흉내낸 것이고, 개화기/고도성장기에 여러 지역에서 번화가라고 긴자 이름을 따다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관광객 상대의 수공예품 등을 주로 파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동네의 볼거리란 점에서는 유후인이랑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서양식 가옥이나 음식이 어느정도 있지만 일본적이기도 한 목가적인 분위기, 상징적인 호수 하나 뭐 그런 것들이요. 유후인에 비하면 카루이자와는 온천이 그렇게까지 뜨는 곳은 아니지만 온천도 있고... 스키 리조트가 강하다는 건 카루이자와 쪽의 오리지널이지만요.

구 로터리에 있는 전등 장식과 공중전화 박스.

신슈(나가노 지역의 옛 지명) 소바를 판다는 가게. 신슈 소바 한번은 먹어야죠. 여기서는 아닙니다만 먹게 됩니다.

구 카루이자와 긴자를 걷습니다. 또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지브리 캐릭터샵인 돈구리 공화국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곳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휴일.

화장실 찾다 보니 유료 화장실이... 하지만 다른데 무료 화장실이 있어서 안 갑니다.

지도를 보니 교회랑 신사가 있어서 그쪽으로 골목길을 거쳐 가는데 중간에 이런 가게가... 잘 보니까 그리스도 찬양이네요. 일본에서 기독교 신도는 매우 적지만 음, 열성적인 편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한국보단 덜해도 예수 믿으라는 팻말 들고 다니는 정도는 하죠.

신사는 이리 가면 있답니다. 스와 신사라고 합니다.

중간에 교회를 먼저 만났네요. 카루이자와 유니온 처치. 일본에서는 서양식 목가풍인 동네는 기독교 정착률이 다른 곳보다 높은 듯 합니다. 홋카이도라거나...

스와 신사. 스와 호의 그 스와입니다. 스와 호에 있는 스와 타이샤가 총본산으로 전국 여기저기 있습니다. 구글 한국어 검색에서 스와 신사라고 하면 스와 타이샤보다 나가사키나 카고시마의 스와 신사가 먼저 나오긴 합니다만... 스와 호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죠. 스와 호를 숭상하는 곳(스와 신앙)으로, 산악신앙과 더불어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신토 신앙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 스와 호를 넣어볼까도 생각했는데요(마츠모토에서 조금 내려가면 됩니다),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해서 수십년만에 처음 안 얼었다고 세계뉴스에도 나올 정도였어서 패스했습니다. 뭐 얼어있다고 딱히 올라가거나 하진 않을 거 같지만요. 그리고 너무 크다보니 그냥 호수가에서는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구체적인 볼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긴 했네요. 높은데서 전경을 봐야하겠지만 거기까진 일정 상 어렵겠더군요.

작은 신사입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든 건 참배로라든가 경내의 구조 같은 게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둔덕이라거나 수풀 같은 게 남아있는 모습이었네요.

테미즈야의 이용법 그림. 이거 다른데서도 많이 보이던데 표준 그림이 있나봅니다.

신사의 배전은 소박합니다.

구름이 걷히고 노을 빛이 들어옵니다.

신사 군데군데 제대로된 말사 외에도 이렇게 엄청 작은 형태의 제단이 구석구석 있습니다. 신슈 지역의 원시신앙의 흔적이라고 하는군요.(마츠모토의 박물관에서 봄)

비석과 나무에 금실을 달아놨습니다. 경내에는 7개의 고목, 거목이 있는데 그 중에서 7개의 신목에서 영험한 기운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 일곱 나무의 힘을 담은 부적. 사진 않았습니다.

볼 만큼 본 듯 해서 돌아갑니다. 이대로 남하하면 카루이자와 역으로 가게 됩니다. 행운의 버섯...이라지만 그냥 주차장 개찰기의 파라솔일 뿐입니다.

창을 다 막아놓은 별장이 하나 있는데, 다이쇼 시대에 육군 장교의 별장이었다고 합니다. 훼손 없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서 당시의 건축양식의 참조가 된다고.

한국으로 치면 공업사 느낌일 듯한 곳. 농기구도 고칠 거 같네요.

명물 중 하나인 벌수염 할아버지인데, 가게 다 닫아서... 여튼 이쪽 꿀 파는 가게가 몇개 있었습니다.

자연체험을 홍보하는 듯한 건물. 학생들 체집이나 관찰 같은 거?

전신주 지하화 공사를 하고 있다고 길거리를 열심히 파고 있더군요. 공사 간판에 남아있는 아까 눈보라의 흔적.

워워 주차장인 거 알았으니 진정해;;

KaNAM. Karuizawa New Art Museum이라고 합니다. 아주 현대적인 디자인.

해가 져가네요. 버스 보고 버스 타고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배차간격이 너무 긴데 거리는 또 가까워서 그냥 걸어갑니다.

트위터에서 추천받은 가게였는데 쉬는 날입니다. 흑흑.

노을이 반사되는 건물.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야가사키 공원이란 데가 있어서 갔는데 그냥 네모난 호수 둘러싼 산책로일 뿐이었네요. 시민회관이나 콘서트장 같은 게 있지만 외국인에겐 상관없는...

시간도 딱 맞아서 셔틀 타고 호텔로 돌아갑니다.

이제야 정식으로 체크인하고 방으로 가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칠판인데 나가노 현의 캐릭터라고 합니다. 아루쿠마... 걷는다(아루쿠)와 곰(쿠마)의 합성어인 거 같은데 얼굴은 또 사과입니다. 현 특산품이 사과라서; 그럼 애플베어라고 하든지? 고산지대 하이킹을 내세우고 싶었던 걸까요.

싱글룸이 없어서 더블로 했는데 가격이 그리 비싸진 않았습니다. 난방도 잘 되고... 가습기도 있는데 가습하기 전에 먼저

눈보라 맞은 장비들 건조를 해둡니다. 가습은 좀 있다가...

가습기.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게 가습기능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공기청정기 겸인 게 대부분이더군요. 그런줄도 모르고 홋카이도에서 건조해서 코피 터졌네요.

계획한 대로 저녁은 로비의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합니다. 코스요리를 하려고 하면 리셉션에 몇시간 전에 예약이 필요하다는 듯 한데, 저는 그보다 간단한 저녁메뉴를 먹기로 해서 그정도는 아니고 6시 전에만 하면 됐습니다.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보여서 예약 안 해도 될 듯 했지만...

정말 장작식 벽난로를 불붙입니다. 뭐 이런 큰 로비에선 그냥 미학적인 거겠지만요.

간단한 저녁이긴 해도 Le Menu 구성은 따릅니다. 에피타이저가 나오네요. 빵에 올린 햄과 샐러드.

스프. 타락죽 같은 느낌이었네요. 우유로 만든 듯?

메인은 스테이크. 신슈규였습니다. 일본에 XX규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이런 XX규 류의 일본식 스테이크는 두께가 얇은 게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뭐 일본식 스테이크 답게 고기는 살살 녹았습니다마는 전 두터운 미디엄레어 쪽 취향이랄까요. 이런 스테이크는 생고기 식감 나는 너비아니 같은 느낌. 가니시 야채가 여러 종류라서 좋았고, 간장, 와사비, 소금 모두 잘 어울렸습니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후레이크와 홍차. 신슈규는 가격이 장난 아닌데 비해서는 그냥 그랬습니다. 이렇게 도합 6500엔(!)이나 되는 식사였거든요. 물론 고베에선 고베규를 거의 1만엔 내고 먹기도 했지만서도요. 그냥 3000~5000엔 정도가 평소보다 비싸게 먹기로는 적당선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