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gry.lab : 2020. 1. 11.-18. 도쿄, 니가타, 나가노 여행기 4부

공연장 가부키자(歌舞伎座). 이름대로 가부키를 하는 곳입니다. 가부키는 현대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국적 불문하고 별로 재미 없겠지만 의외로 입장료가 싸다고 하는군요. 평일 낮 공연은 500엔도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시간 있을 때 지나갈 일이 있다면 가보고 싶네요.

그런데 이것도 일본에 종종 있는 전통건물스러운 콘크리트 건물 뒤나 위에 고층빌딩이 붙은 그런 류의 건물이었습니다. 고층 쪽은 가부키자 타워.

연료전지 버스. 일본은 한국, 미국과 더불어 연료전지 개발에 아직 비중을 두는 나라죠. 시내버스 정도는 배터리 전기차가 다 잠식할 거 같습니다만...

올림픽 데코레이션을 한 시영 시내버스. 하지만 이젠 2021년에나 열리겠네요.

츠키지 시장 도착. 사실 18년 말에 츠키지 시장이 토요스 시장으로 이전했다! 라는 뉴스를 봐서 츠키지 시장은 원래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도매시장만 넘어간 거더군요. 생선가게, 스시집, 길거리 음식점 같은 곳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유명한 참치 경매 같은 장면만 볼 수 없게 된 정도겠네요.

해산물 시장이지만 관광객이 몰려오니 디저티 등 온갖걸 다 팝니다.

절반 정도는 관광객 상대 길거리 음식이지만 이렇게 식재료 그대로 파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가게에서 자체 스시나 즉석 사시미를 파는 곳도 있고 그게 츠키지 시장이 단순 전통시장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인기있었던 부분이지만요.

중간에 있는 전통가옥처럼 생긴 건 원정사円正寺)라는 이름의 절.

건어물.

오사카 도톤보리를 생각나게 하는 간판들. 너도나도 경쟁 붙은 거기에 비하면 훨씬 얌전합니다만.

근데 여기 무슨 민간요법 약재상 같은 곳이던데... 저거 설마 진짜 팬더 박제일까요? 보호법 상으로 가능한 건가? 노사한 거라면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무슨 증명서 같은 걸 걸어놨는데 솔직히 진짠지는 알 길이 없네요;

참치 머리 토막을 저렇게 내놨네요;; 근데 머리에도 긁어서 먹을 살들이 있지 않던가?

츠키지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동생에게 추천 받은 스시집 때문입니다. 그냥 엄청 좋아서 와야 하는 건 아니고 가성비 숨은집 정도인데 어차피 츠키지에 한번쯤 가야할 터였고 겸사겸사 제가 발품 안 팔고 적당히 먹을 곳 소개받은 정도입니다. 이름은 슈토쿠 혼텐.(秀徳本店, 위치) 살짝 골목 안쪽에 포장마차처럼 생긴 곳에 있습니다. 10시 반부터 영업인데 10시 쯤 가면 개시하고 바로 앉을 수 있다고 해서 그쯤 갔습니다. 제가 첫 웨이브 마지막 좌석이었네요.

오픈 전 인원수를 확인하러 나왔습니다.

골목 답게 놓여져 있는 술병들.

들어가서 앉았습니다. ㄱ자 바에 겨우 8명 앉을 수 있는 자리. 두 스시 쉐프가 스시를 내줍니다. 아이 둘을 동반한 부부에 커플 등등이고 저랑 한명 정도만 혼자 왔더군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런치 메뉴인데 제일 비싼 8500엔으로 했습니다. 6500엔과 8500엔 모두 스시 10개+테마키 1개+국인 건 동일한데 생선 구성이 다른 것 뿐입니다. 6500엔은 그냥 특상 스시라고 하고, 8500엔은 오늘의 엄선 재료 스시라고 하는군요.

도마(?)에 기본 계란말이와 생강이 나온 뒤부터 스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알레르기 같은 것도 묻긴 하네요.

웨이터는 물, 차, 드링크, 술 등을 주문 받습니다. 차까지는 추가비용이 없습니다. 저는 차로...

스시 10조각 콤보. 3달이나 지난 지금은 생선 이름 전혀 기억 못 하기 때문에 잘 아시는 분이 대충 알아서 봐주세요. 그냥 지금까지 먹은 스시들이랑 비교해서 달랐던 부분은 굵은 소금을 뿌린 녀석이 세개 있었던 것과, 게살+게된장(이라고 일본어로 적습니다만 사실 게딱지장을 의미합니다)이라든가 그 밑의 생선처럼 내장과 콤비로 구성된 스시였습니다. 규스시에 성게알 얹어놓은 것도 생경하긴 하고요.

마지막은 고깔 모양 김말이인 테마키. 연어알 외에도 안쪽에도 해산물이 조금 들어있던데 눈으론 안 보여서 뭔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테마키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요, 더 정확히는 일본식 김의 식감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한국 김과 달리 바삭함보다는 두터운, 문자 그대로 종이 먹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식감 말이죠. 그런데 이 테마키는 일본식 김 치고는 바삭했고 내용물도 뭐였나 정확히 몰라도 마지막에 나와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네요.

제대로된 스시집에서 먹어본 횟수가 10번도 안 되지만 뭐 이정도 질의 오마카세 10조각 먹는 정도로 8500엔은 절대 비싸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물론 제가 먹어본 제일 좋은 스시는 아니지만 그건 예약제의 분위기 있는 좌석에 거의 2만엔 했었더란 말이죠;; 그곳이랑 비교하면 포장마차급 좌석에 국 하나만 달랑 나오는 등 간소하긴 하지만 스시가 크게 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뭐 알 만큼 아는 분들에겐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나오는 곳이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닐테니, 딱히 특별한 곳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정보도 부족하고 귀찮은데 동생에게 추천 받고 잘 먹었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예약이 없다거나 런치 제일 먼저 가면 줄 거의 안 서고 먹는다거나 하는 정도가 더 플러스였기도 합니다. 진입장벽이나 웨이팅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아 카드도 됩니다.

좀 더 시장 구경을 합니다. 스시잔마이 아저씨. '저지아이즈'에서 많이 먹었네요.

즉석 해산물 음식.

비둘기가 훔쳐먹으니 주의...가 아니라 비둘기 똥 조심하랍니다.

여긴 부두가랑 붙어 있는 시장 같은데 토막으로 팔고 있네요. 가게가 절반 정도는 폐업 분위기라 좀 을씨년스럽던;;

스시 말고 굴이나 생선구이 같은 것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종려나무의 숱을 이용해 만드는 전통 솔인 타와시. 수세미나 목욕에 쓰입니다.

참치 덮밥인데 가격은 2800엔인데 이게 비싼건지 싼건지 햇갈리네요. 덮밥 치곤 비싸 보이는데 참치가 많고 좋다면 적당한 거 같고. 그것보단 그냥 코카콜라 추천하는 거 보고 찍었습니다. 코카콜라는 갓입니다.

츠키지에 온 김에 츠키지 혼간지나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교토의 유명한 대형사찰, 혼간지 소속으로 19세기에 현대건축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지만, 건축양식은 일본식도 서양식도 아닌, 인도 건축을 참조해서 만들었습니다. 인도에서 불교가 소수종교로 밀려났고 티벳이나 동아시아가 중심지였던 걸 생각하면 굳이 인도 건축을 본딴 건 좀 기묘한 선택이지만...

여튼 교토의 두 혼간지 중에서 더 적통인 니시 혼간지의 에도 본원에 속하는 곳으로, 에도시대부터 이곳에 츠키지 혼간지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당시에 이런 건물이었을 리는 없고, 그때는 그냥 보통 목조건물이었는데 관동대지진으로 소실된 뒤 재건을 이렇게 했습니다.

고놈 참 희안하게도 생겼다.

문 위에는 스테인드글래스가 되어있는 등 오리엔탈 느낌이 납니다.

이국적인 외관에 비해 불단과 신도석은 여타 전통식 일본 사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박이 상당히 많다는 정도만...

기둥의 사각지대를 커버하기 위한 TV가 있는데 삼성제네요. 저 디자인은 정말 옛날 거일텐데.

메인홀 외에도 좀 돌아다닐 수 있지만 열린 방은 거의 없습니다. 실내는 메인홀을 제외하고는 개화기 서양식 석조건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구조와 인테리어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선 인도의 흔적은 그다지 없죠. 중정 한가운데 있는 전통 석등이 상당히 기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슬슬 카와사키로 갈 생각이라 다시 쿄바시/도쿄역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중간에 코나미 본사를 봤네요. '데스스트랜딩'을 클리어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라 이상한 기분이었던... 사실 궁극적으로는 코지마를 경영진과 메탈기어의 구속에서 끝내줬다는 점에서는 둘의 결별은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정이 너무 더러워서 그렇지만요.

다음은 카와사키 다이시와 울려라! 유포니엄 정기 취주악 콘서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