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1D X III의 라이브뷰 AF 테스트 영상 - 캐논판 a9은 이미 현실? by eggry


 EOS R5 개발의 발표 이래 캐논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분명 인상적인 스펙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AF 성능과 전자셔터 연사가 만족스럽게 될 것인가 말이죠. 그리고 1D X III가 이제 출시되어 여러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캐논의 지금 기술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1D X III는 발표 시점부터 라이브뷰 20fps(기계/전자 모두) 및 강력한 AF 성능을 내세운 덕에 미러리스 카메라는 아니지만 캐논의 미러리스 기술력의 청사진을 볼 수 있을 기종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플래그십 DSLR이기 때문에 라이브뷰 성능은 사양표만 화려하지 실제론 그다지 대단치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기술이 없어서든, 기술이 있는데도 이 카메라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안 넣든지 말이죠. 일단 후자가 니콘이 한 것이긴 하죠.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호들갑이 심하지만 대단한 것과 못 한 것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솔직한 Jared Polin의 영상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답은, 1D X III의 라이브뷰 AF 성능은 소니 a9 시리즈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미러리스 전용으로 만들어진 카메라도 아닌데 말이죠. 심지어 소니의 리얼타임 트래킹과 비슷한 지능형 추적 AF까지 갖고 있습니다. 얼굴인식 하다가 얼굴 못 잡으면 일반 AF로 추적한다거나, 가렸을 때 잠시 풀렸다가 다시 나타나면 다시 잡는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그리고 동체추적 자체도 잘 되고 있습니다. 20fps를 기계, 전자 모두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 테스트처럼 실내 조명에서 이뤄지는 농구 촬영은 전자셔터에선 조명에 따라 플리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이건 모든 메이커의 공통적 한계입니다. 글로벌셔터가 등장하기 전에는...) 소니 a9 시리즈는 5fps(마크 1) 혹은 10fps(마크 2)로 제한됩니다. 본 실력의 절반 밖에 발휘할 수 없는 거죠. 하지만 1D X III는 기계셔터 20fps가 가능해서 풀파워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 인상적인 점은 전자셔터에서 젤로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9 시리즈를 제외한 소니 미러리스는 센서 리드아웃 속도가 느려서 전자셔터(조용한 촬영이라고 적혀있습니다만)에서는 젤로가 동작이 있는 환경에서 찍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a9이 적층센서로 그걸 극적으로 해결한 건 기술적 업적이지만, 타사가 적층센서가 없다고 a7 수준의 끔찍한 젤로를 겪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소니 센서들은 리드아웃 속도가 느린 편이고, 적층센서 없이도 원래 빠른 덕에 a9 만큼은 아니라도 젤로 억제가 스포츠 액션 정도가 아닌 한 쓸만한 카메라들이 있습니다.(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

  딱히 적층센서를 쓴다고 밝히지 않긴 했지만 1D X III에서 젤로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전자셔터가 그냥 연사속도 자랑용이 아니라 a9처럼 충분히 실용적이란 얘기이기도 합니다. 특허에 따르면 캐논도 메모리 적층센서를 연구는 했던 듯 한데 아직 쓰이고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물론 R5가 그런 적층센서라는 루머도 있고, 1D X III도 딱히 언급만 안 했지 속도를 위해서 이미 그런 상태일 가능성도...없진 않지만요. 지금으로썬 젤로가 크게 문제가 안 되던 메이커들처럼 로우 리드아웃 속도가 빠르다고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센서기술과 별개의 것이지만 버퍼가 대단합니다. 촬영매수 옆에 버퍼가 바닥나려면 몇장 찍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칸이 있는데, 168장의 RAW를 20fps 연사로 당길 동안 숫자 자체가 안 떴습니다. 그동안엔 버퍼가 전혀 차지 않고 바로 메모리로 다 나가고 있더란 거죠. 이건 CF Express의 공이 큽니다. 엄청나게 빨리 버퍼를 비울 수 있으니 버퍼가 잘 차지도 않는 거죠.

 반면 소니는 SD 카드의 느린 속도 때문에 대신 버퍼 사이즈를 남들보다 훨씬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때문에 버퍼가 다 차서 못 찍는 일은 왠만해선 일어나지 않지만, 버퍼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이 찍는다면… 버퍼 비우는 동안 수십초는 메뉴도 못 들어가고 있어야 합니다. 그나마 현재 세팅으로 촬영은 할 수 있지만... 뭐 이건 센서나 전자기술 자체보다는 카메라의 스피드와 체험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리고 a9이 아직 진지한 프로 카메라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 영상으로 캐논의 기술이 소니에 전혀 쳐지는 수준이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EOS R이 나올 때만 해도 암담하더니 지금 바로 캐논판 a9을 만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애기가 됩니다. 물론 이정도 퍼포먼스가 R5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긴 합니다. 일단 가격대가 다르기도 하고 포지션 차이도 있으니까요. 캐논판 a9을 만들려면 그냥 더 높은 가격대로 그걸 만들면 되지 과연 하이엔드 제품인 R5에서 이 기술을 다 담을까 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이 기술들이 탑재되어 준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캐논은 대충, a9과 같은 연사/전자셔터 성능을 가지면서도 a7R III 수준의 고화소를 가지고, 8K 동영상도 되는 카메라를 a7R IV의 경쟁자로 내놓을 거라는 겁니다. a7R IV가 화소가 더 많긴 하지만 고성능 전자셔터를 입수하지 못 했습니다. 리얼타임 트래킹 AF 기술은 훌륭하지만 10fps 기계셔터 때문에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동영상 성능도 4K60도 안 되고 크롭 등 제약이 많습니다.

 올해는 확실히 캐논이 세게 치고 나오는 때가 될 듯 합니다. 물론 캐논이 소니보다 싸게 내놓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죠. 이미 충분히 대단할 게 확실한 마당에 그러지 않아도 사람들은 절로 모일테니까요. 호화스러운 렌즈 라인업에 단순 화질은 소니 만큼 나오지 못 해도 소니의 최고 장점이었던 AF와 퍼포먼스를 앗아 간다면 캐논 천하가 돌아오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참고로 개인적인 R5의 예상가는 450~500만 정도입니다)

 물론 소니라고 가만 놀진 않았겠죠. a9 II를 옆그레이드로 내놓긴 했지만 a9 자체가 3년 전 제품이니까 캐논이 그걸 따라 잡았다 해도 소니도 더 보여줄 게 있을 겁니다...만, 문제는 슬슬 성능이 차별화 되는 시점이 끝나간다는 얘기죠. a9 이상의 성능이 절실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캐논이 듀얼픽셀 기술을 제대로 발휘하고, 동영상 성능도 크게 향상시킬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소니 카메라의 성능향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몇년 째 새 프로세서가 없어서고요.

 이렇게 캐논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동안 니콘은 상당히 미적대고 있고, 파나소닉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 하고 있네요. 두 회사도 아직 내놓은 게 없을 뿐 준비는 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야 제대로된 경쟁이 되지 얼른(이라고 하지만 사실 올해와 내년 정도 밖에 없다고 봅니다) 대책을 내놓지 못 하면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은 캐논/소니의 양강에 나머지 약소진영으로 굳어버리고 말테니까요.



 a9 II와 동일 조건에서 동시에 비교하는 영상이 나왔네요. 단독 평가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듯 합니다. 소니가 여전히 Eye-AF를 더 멀리서 잡아내는 등의 장점이 보입니다. 한편 캐논의 락온 기능이 소니의 리얼타임 트래킹과 거의 같은 식으로 작동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버퍼 클리어와 같은 AF 외의 장점도 볼 수 있죠.

 사실 위 비교에서는 캐논은 기계셔터 세팅인 걸 생각하면 둘 다 20fps라고 해도 캐논 쪽이 AF가 방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얼추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낫다고는 못 하지만... 일부 조금 더 잘 한 경우도 보이지만 랜덤성이 강하다고 보입니다) 건 고무적입니다. R5는 기계셔터가 다운그레이드 되는 대신 전자셔터 20fps는 유지하고 있는데, 전자셔터에서 AF 안정성과 젤로 억제가 궁금하군요.



덧글

  • 에스j 2020/02/20 01:43 # 답글

    소니처럼 캐논은 안 했던 거고, 니콘은 못 했던 거고, 후지는 관심도 없고...정도려나요;;
  • eggry 2020/02/20 06:27 #

    X-T4가 나오니까… 그래도 이전까지 보면 남들 다 하던 건 따라가고 있긴 했습니다.
  • teese 2020/02/20 02:21 # 답글

    진짜 니콘이 문제네요. 개인적으론 Z7 괜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AF도 할려면 할수는 있을거 같은데 곧 후속기 발표 나올테니 못하는건지 안하는건지는 금방 알수 있겠죠.

    엊그제던가 니콘도 동물인식AF 펌업해준다고 공지떳더군요.
    나름 연구는 열심히 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 eggry 2020/02/20 06:28 #

    동물 AF 갑자기 나오는 거 보면 그래도 놀고 있진 않은데 좀 미미하단 생각도 듭니다. 뭐 니콘 쪽은 아직 신제품이 안 나온 상황이니 신제품 나오면 얘기하기로… 사람들이 D6에서 기대했던 게 이런 예고편이었는데 전혀 없어서 다들 당황했죠;;
  • 하하하 2020/02/21 12:53 # 삭제 답글

    예전 중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이 애니메이션의 감상으로
    그렇게 되기를 거부했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했었는데..
    주인장님 후기를 보니 무슨 의미로 하셨는지 조금 이해가 되네요.

    저도 지금 보면 당시의 감상과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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