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6.~17. 눈 내린 문화재(3/4) - 종묘 by eggry


2020 Feb. Korea in Snow(flickr)

2020. 2. 16.~17. 눈 내린 문화재(1/4) - 창덕궁
2020. 2. 16.~17. 눈 내린 문화재(2/4) - 경복궁
2020. 2. 16.~17. 눈 내린 문화재(3/4) - 종묘
2020. 2. 16.~17. 눈 내린 문화재(4/4) - 수원 화성

 월요일에 방문한 곳은 종묘. 종묘는 고궁 계열 중에서 드물게도 화요일 휴무라 월요일에 여는 곳입니다. 사실 월요일 새벽에 눈 내려서 쌓인 거 생각하면 오전에 왔으면 정말 눈에 덮힌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일요일에 무리해서 컨디션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아서... 오후에 왔습니다. 그래도 오전에도 간간히 눈이 내려서 눈이 소멸하는 일은 없었네요.




 눈 하면 아쉬웠던 건 남산을 못 가본 것? 종묘에서 돌아보면 바로 보이다보니 더 신경쓰이네요. 하지만 자가용으로 가기도 번거로운 곳이고, 워낙 춥고 바람도 셀 거 같아서(지금 여기도 추운데) 패스했습니다. 대신 수원 화성을 좀 더 봤네요. 남산은 남산에 올라서 보는 것보다 남산타워 보는 게 더 낫다는 걸로 합리화 해봅니다.



 입장 후. 오전엔 다 눈으로 덮혀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람 다니는 길은 거의 녹았습니다.



 가을에 멋졌던 나무들도 지금은 앙상하거나 누리끼리하거나.



 제사를 준비하던 건물들.



 정전으로 가는 길.



 돌길이라 그래도 아주 사라지진 않았네요.



 문 너머로 보이는 정전.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실 종묘는 반복적인 문에 옆으로 길쭉하다보니... 그렇게 멋진 피사체는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어째 궁궐보다 끌리는 경우가 많네요. 조선 창건부터 나라와 왕실의 명운을 빌며 체계적으로 지어지고 관리된 건물이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자연재해는 물론 일제의 갖가지 문화재 파괴행위에도 절대 이곳 만큼은 건드리지 못 했던데서 더욱 무게감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죽은 사람을 모시는 사당에 대해서는 아무리 나라와 왕조가 망해서 궁궐 훼손이야 찍소리 할 사람이 없다 쳐도(사실 없었던 건 아닌데 무시할 만한이 맞겠죠), 사당은 도덕적으로 반발을 피하기 힘들고, 일본 본토에서도 패망한 일족이라고 해도 절이나 신사를 허물어버리는 일은 별로 없죠. 산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도 죽은 이에 대한 존중의 인류공통의 무게감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단순히 조상을 모시는 게 아니라 오랜 번영을 기원하는 장소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왕조는 무너졌지만 사당 만큼은 무수한 고난을 해치고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어떤 종교적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물론 지금도 가문의 제사는 이어지고 있다곤 하지만 이제는 역사일 뿐인 왕조의 부귀영화의 흔적으로써 멜랑꼴리함도 느낍니다. 궁궐들은 이제 전적으로 관광명소일 뿐이지만 이곳은 시대의 변화로 의미는 다소 바뀌었을지언정 본연의 존재감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매력이지 싶네요. 그리고 싸요.(1000원)



 올 겨울 하도 눈이 고팠다보니 역시나 많은 사진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앙 위치는 아무래도 인기있는 포지션이라... 뭐 서로 배려하면서 찍으면 됩니다.



 해가 잠깐 났을 때.



 관광객들. 중심부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의 싸움입니다.



 같은 구도에 개방과 팬포커싱을 좀 시도했는데, 팬포커싱은 실패입니다. 리사이즈본으론 별로 실감이 안 올지도 모르겠는데 무한대까지 심도가 제대로 닿지 못 했습니다. f10 정도로는 광각 렌즈에서도 다소 부족했던 것 같고요. 수동초점의 실패도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장갑 끼니까 포커스-바이-와이어 초점은 정말 맞추기 어렵더군요. 맘대로 잘 안 되서 조금 대충 한 면도 있습니다.



 배수로.



 올라가서 조금.



 영녕전. 조선왕조가 이토록 길어질 줄 몰랐던지라 정전을 더 늘릴 수 없게 되면서 앞쪽 왕들을 모시기 위해 추가로 지어졌습니다.



 주된 촬영은 다 했다고 생각해서 같이 들고간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2를 조금 써봤습니다. 방진방적이 안 되는 렌즈라서 한창 눈보라가 날리거나 할 때는 쓰기 부담스러운데 조금 잦아드는 거 같아서... 옛날엔 방진방적에 대해 그다지 신경써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이런저런 환경에 놓이다보니 꽤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자이스 바티스를 세트로 갖춘 이유 중 하나도 그 부분에서 믿음직스럽기 때문이죠.

 사실 1440p 정도 리사이즈로 화질이 실감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써본 바로는 해상력은 황당할 정도로 좋습니다. 개방부터 왠만한 렌즈 피크 이상의 해상력이 나오니... f4 정도면 주변부의 그나마 조금 떨어지던 것도(그래도 왠만한 렌즈 중앙 수준입니다) 거의 사라져서 유니폼해집니다. 물론 정말 극한을 원하면 f8~11 정도 해야하긴 하지만요. 이 렌즈로 언젠가 픽셀쉬프트 1억 2천만 화소를 찍어보고 싶습니다만, 적당한 피사체와 환경이 떠오르지 않네요. 워낙 쓰기 까다롭다보니.

 이 렌즈로 찍은 사진을 집에 와서 보정하다 100% 확대해보면 초점 맞은 부분의 해상력에 놀라게 됩니다. 6100만 화소 센서와 맞물려서 진짜 엄청난 화질을 보여줍니다. 다만 APO 렌즈의 공통적인 특징인 듯 한데 배경흐림이 뭉개지기보다는 난시같은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점면에 가까운 보케는 다소 지저분한 모습을 보입니다. 비디오게임을 하신다면 품질이 떨어지는 DoF 효과가 먹은 것처럼 지글거리게 됩니다.

 이건 수차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고전적 설계와 트레이드 오프해야 하는 부분이고, 보케를 강조하는 소니의 G Master 렌즈에 왜 APO 설계가 없는가 대번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꼭 APO 설계가 아니라도 분해능 자체는 정말 높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135GM 같은 렌즈들처럼요. 135GM은 f1.8에서도 APO 설계인 바티스 135/2.8보다도 MTF가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색수차는 비교적 쉽게 후보정으로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그런데 왜 APO 렌즈인가? 물론 개방 해상력이 좋기는 하지만, 분해능만 높고 본다면 APO에서만 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색수차를 없앴다는 게 단순히 분해능의 문제가 아니라 초점 맞은 부분을 더 깔끔하게 만들어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초점면의 깔끔함은 단순 분해능 이상의 것입니다. 전 바티스 135로 APO를 처음 보유했는데, 라이카의 대안으로 구매한 아포란타지만 바티스 135를 쓰고 원했던 그걸 표준 단렌즈에서 그대로, 어쩌면 더 높은 수준으로 얻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다 좋은 거면 지금쯤 APO 렌즈로 넘쳐나겠죠. 그렇지 않은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소니 자이스 50.4ZA 정도만 해도 사실 f2로 조이면 해상력에 불만 가질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심지어 50.4ZA는 가장 좋은 AF 50mm 렌즈도 아닙니다. 그리고 f1.2나 f1.4의 표현력도 얻을 수 있죠.

 f2 APO 렌즈들은 밝은 조리개가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서+조금이라도 더 좋은 해상력+휴대성을 얻을 수 있지만 비슷하거나 싼 값에 더 밝으면서도 '충분히 선명한' 렌즈가 있으니 당연히 대중의 선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보이그랜더가 이 렌즈를 성능에 비해 싸게 내준 덕에 지금은 아주 행복합니다. 여태껏 보이그랜더가 그다지 고화질 이미지와 기대가 없었기에 가능한 파격가라고 생각하네요. 앞으로 평판이 쌓인다면 계속 이렇게 나올까?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두 APO 렌즈의 경험이 궁극적으로 저를 어디로 이끌고 있냐하면, 라이카로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M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수동 전용 시스템은 생각이 없습니다. 관심있는 건 SL 시스템이죠. 바디는 관심 없지만(파나소닉이 더 빠르고 편하겠죠) L 마운트는 유일무이하게 APO AF 렌즈가 4개나 있습니다. 35mm, 50mm, 75mm, 90mm 말이죠.

 특히나 망원 쪽은 타사나 수동의 대안 등도 많지만 35mm는 M 시스템에도 없는 포지션입니다. 사실 광각에서는 APO의 명성을 만족시킬 만한 화질을 구현하기 쉽지 않아서 35mm만 해도 충분히 새로운 지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28mm나 24mm까지 나오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솔직히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광각도 나온다면... APO 5종 세트가 바티스 5종 세트의 뒤를 이을 제 꿈의 세트가 될 것입니다.

 뭐 지금으로썬 제 장비 다 팔아도 한개 간신히 살 수 있는 수준이라 엄두도 못 내지만요. 제가 로또가 되기를 빌어주십시오.



 종묘 구경의 마무리는 세운상가 전망대로. 눈이 더 듬뿍 덮혀있으면 좋겠지만 지붕에라도 남아있어 다행입니다. 북한산은 그야말로 산수화 그 자체입니다. 그나저나 고화소, 고화질 덕분에 알았는데 북한산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방공포대가 다 보이더라는...



 세운상가에서 남산타워도 잠깐 봤습니다. 추워서 금방 내려와 차 끌고 돌아갔는데, 한 10분 정도만 더 있을 걸 그랬네요. 구름이 걷히면서 남산타워가 아주 멋진 모습이 됐거든요. 그땐 남산 터널로 가던 길이라 속절없이 핸들만 내려쳤을 뿐입니다.



 눈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보이던 작은 눈사람으로 마무리. 다음은 제 나와바리(?)인 수원 화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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