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 지휘자 없는 프랜차이즈의 추락 by eggry


 '라스트제다이'의 소란으로부터 2년, 스타워즈 시퀄의 마지막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하 라오스)'가 왔습니다. 대체 앞으로 뭘 내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던(이건 그냥 막막함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도 상당히 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라스트제다이' 이후 나온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맥 빠지고 실망스러운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프랜차이즈물에 할 얘기가 많다면 스포일러 프리 리뷰와 스포일러 리뷰를 따로 썼는데, 이번 건 별로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이건 스포일러 리뷰이고, 어차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영영 안 볼테니 상관 없을 겁니다. 그냥 바빠서 못 보신 분이라면 안 읽으시는 게 좋겠지만요. 어쨌든 여기부터는 딱히 배려는 없습니다.

 '라오스'는 여러모로 '라스트제다이'의 반동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그건 감독 J.J. 에이브럼스의 성향 문제일 수도 있고, '라스트제다이'의 소동에 놀란 디즈니와 루카스필름 의사결정권자의 Knee-jerk reaction일 수도 있겠죠. 어느 쪽의 문제든 간에, 둘 다 일을 잘 하지는 못 했습니다. '라오스'는 혼자서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듯 하지만 뭐 당연히 별로 잘 되진 않습니다.

 '라오스'가 유일하게 자기주장을 확실히 한 거라면 "'라스트제다이'처럼 튀지 말자" 정도 뿐입니다. '라오스'는 그 외에 별다른 자기 의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게 '라스트제다이'의 안티테제냐 하면, 그것조차 아닙니다. '라오스'는 얼핏 보기엔 '라스트제다이'의 반대로만 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클래식, 심지어는 프리퀄 스타워즈처럼 된 것도 아닙니다. '라스트제다이'에는 좋든 싫든 스타워즈의 정수가 적잖이 들어있지만 '라오스'는... 음, 그냥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건 프리퀄도, 클래식도, '라스트제다이'도 아니고, 허무함과 슬픔만이 있을 뿐입니다.


 '라스트제다이'에 대해 저의 주된 비판점은 우주전쟁과 세계관의 확장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였습니다. 스타워즈의 두가지 축이라고 하면 빛과 어둠의 영원한 전쟁, 그리고 그것의 현실화라고 할 수 있는 자유의지의 세력과 억압적인 제국의 대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영적이고 메타포적이고, 후자는 물질적이고 실제적이죠. 둘은 마치 함께가는 것 같지만 사실 아나킨, 루크, 다스베이더의 이야기와 반란군, 제국의 이야기는 가끔 교차되어 지나갈 뿐 서로 들고 흔드는 관계는 아닙니다.

 여튼 '라스트제다이'에서 제가 가장 싫어한 건 빛과 어둠의 대결에 집중한 나머지 우주전쟁은 등한시되고, 운신의 폭이 없어져 얘기를 만들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께어난포스'야 실상 별로 드러낸 게 없다니 그렇다 쳐도, 저항군과 퍼스트오더의 모양새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 '라스트제다이'에서 이미 은하계 전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전투나 영웅담 같은 것관 거리가 먼 얘기가 됐습니다.

 전력차는 확연하고, 그나마도 패배해서 더 숨어들게 됐으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이 세계에서 외전 영웅들이 활약할 여지는 없습니다. '라스트제다이' 끝에 시간이 많이 흘렀을 거 같은 느낌을 준 덕분에 아예 '10년 뒤' 뭐 이런 식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습니다. 거의 바로 뒤의 이야기이고, 덕분에 저항군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뭐 '라스트제다이'의 전쟁 하면 세상에서 제일 하품 나오는 추격전 같은 것도 분명히 문제점이었죠.

 '라오스'가 '라스트제다이'의 반동이라서 그렇다고 제대로 반동이기라도 하냐면, 이 부분만 봐도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분명히 '라오스'에는 '라스트제다이'보다 많은 우주선과 전투씬이 나옵니다. 하지만 숫자만 많아졌을 뿐(사실 좀 황당할 정도로 많음;) 유니버스의 여지가 없는 건 여전합니다. 퍼스트오더가 대체 어떻게 생겼나 의문스러웠나요? 파이널오더가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는 더 의문스러울 겁니다.

 더욱 큰 문제는 '라오스'의 우주전은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의 소도구일 뿐이란 점입니다. 황제는 그냥 시작부터 나옵니다. 인트로 롤의 첫 문장이 "황제가 돌아왔다!" 입니다. 예고편에서도 별로 안 숨겼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황제는 뭐 그렇다 쳐도 전 예고편에서 상당히 많은 장면(스타디스트로이어 군단, 타이파이터에 섬머솔트 하는 레이 등)이 환영일 줄 알았습니다. 다고바의 다스베이더 동굴 처럼요. 근데 대부분 진짜더군요;;

 루크가 황제에게 굴복하든 굴복하지 않았든, 황제는 데스스타 2는 파괴되고 제국군은 패배할 운명이었습니다. 황제는 자기를 치지 않으면 친구들이 죽을 거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말이죠. 하지만 '라오스'는 다릅니다.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은 함대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레이의 친구들, 저항군이 아무리 고군분투 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레이의 도움 없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처음엔 이 장면이 '제다이의 귀환'에서 황제가 루크를 도발한 것의 거울상처럼 보입니다. 분노를 이끌어내서 타락시키려는 것 말이죠. 하지만 결국 레이와 카일로가 굴복하지 않자 황제는 빠와!! 를 써서 저항군을 불나방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건 다른 의미에서 스타워즈의 양대 축을 무너뜨리는 접근법입니다. 초능력 영웅들은 비대해지고, 보통 사람들은 무력해집니다. '라스트제다이'의 메시지는 "네가 누구든 간에 선한 의지만 있다면 빛의 편, 제다이와 저항군이 될 수 있다"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라오스'의 메시지는 "당신도 스카이워커가 될 수 있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이 스카이워커는 이름 없는 이들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진 못 했습니다. 레이는 결국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레이는 시퀄의 주인공으로 시작해서 참으로 무력한 형태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시퀄은 원래부터 레이만의 이야기는 아니긴 했습니다. 벤의 이야기기도 했죠. 벤의 이야기는 최종적으로 간신히 합격점 수준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벤이 다크사이드에서 돌아올 건 '깨어난 포스'부터 거의 확실했습니다. '라스트제다이'가 이것 만큼은 충분히 존중하고 바탕을 깔아줬습니다. 루크 말대로 "누구도 영원히 가버리진 않아" 였습니다. 덕분에 벤의 이야기는 무난하게 앞뒤가 맞게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이는 그렇지 못 했습니다. '깨어난 포스'는 첫 작품으로써 레이의 비밀을 수수께끼로 처리했습니다. '라스트제다이'는 레이가 추구하는 답, 내가 어디서 왔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라오스'에서는 다시 출신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애초에 레이의 고아 설정이 쌍제이의 '깨어난 포스'에서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이게 쌍제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그림이고, 그저 라이언 존슨이 오해했을 뿐인 걸까요? 하지만 전 라이언 존슨의 해석이 쌍제이의 해석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레이의 정체 이야기의 오락가락은 스타워즈 시퀄 프로젝트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냅니다. 바로 전체 그림을 그리는 책임자가 없다는 겁니다. 아니 분명히 있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간에 일을 제대로 안 한 건 분명합니다. 쌍제이 샌드위치에 끼였다보니 얼핏 보면 라이언이 혼자 폭주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천억 달러짜리 브랜드가 그럴 리가 없죠. 레이가 '노바디'인 것도, 스노크가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도 누군가가 분명히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건 결과론적으론 좋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하품 나오는 추격전에도 도장을 찍어줬지만요.

 그런데 그 도장맨이 해야 할 일은 쌍제이와 라이언이 가져온 스토리에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하게 해야 한다고 오더를 내리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이런 브랜드, 프랜차이즈에서 감독이 가지는 영향력은 본디 보잘것 없습니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주어진 스토리를 얼마나 멋진 대사와 연출로 포장하느냐일 뿐입니다. 겨우 감독 한명에게 많은 걸 맡기기에는 너무나 큰 돈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퀄은 놀라울 정도로 감독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었던 듯 합니다.

 '깨어난 포스'가 무수한 떡밥으로 끝났을 때-트릴로지의 시작임을 생각하면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 그에 대한 답은 적어도 루카스필름의 누군가는 갖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쌍제이식 '일단 떡밥부터 날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일어난 일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고, 도장맨은 라이언 존슨을 고용했는데, 이게 사실은 '스토리 공모전' 수준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도장맨은 라이언의 파격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세간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자 깜짝 놀라서는 옛 직원 쌍제이를 다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이번엔 좀 사사건건 제가를 하기로 한 것 같은데, 도장맨이 뒤늦게 오더를 내리려고 해도 애초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솔할 능력이 없어서 이 꼴이 된 거라, 그냥 또 릴레이 공모전을 하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라이언이 끝내도록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감독을 안 한다면 최소한 원안 정도라도 말이죠.

 어쨌든 쌍제이에게 주어진 자유도는 '깨어난 포스'나 '라스트제다이'보다는 적은 건 분명하지만, 이제 쌍제이의 밑천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니까 프랜차이즈 '고용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 멋진 대사와 연출로 포장하는 부분에서 쌍제이가 라이언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게 '라오스'에서 드러나는 것이죠. 유치찬란한 황제의 귀환은 어쩔 수 없는 상수라고 쳐도, 그걸 더 멋지고, 기존 스타워즈 작품들과 충돌하지 않게 그려내는 건 쌍제이가 충분히 할 수 있던 일입니다. 아니 해야 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쌍제이는 놀라울 정도로 재능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허비되고, 잘못 해석되었습니다. 벤은 간신히 본전은 건졌지만, 레이는 지긋지긋한 출신, 혈통 이야기에 매몰당해 버렸습니다. 저항군 캐릭터들은 거의 공기 수준이고 제다이들이 황제를 물리쳐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심지어 클래식부터 나온 원로 캐릭터들마저도 취급이 이상합니다. 츄이는 뜬금없이 죽었다는 오해를 받았다가 결국 살아있다고 나옵니다. 쓰리피오는 시스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영웅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희생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거기에 존중이 전혀 없습니다.

 쓰리피오를 대하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인데, 기억이 사라진다는 얘길 듣자 분명 첫 반응은 "그럴 순 없어" 였지만 쓰리피오가 자진해서 희생하려 하자 "내가 시키긴 그렇지만 직접 한다니 죄책감은 없네"로 바뀝니다. "마지막으로 모두를 봐두려고요" 대사는 감동적이었지만 결국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대체 뭐였나 싶습니다. 그나마 한 솔로는 덜 모욕적으로 작별을 고하는 게 다행일 뿐입니다.

 루크와 레아의 활용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루크는 '제다이의 귀환'의 오비완과 요다의 역할을 맡게 되지만 그것에 비해 호소력도 별로 없고 그냥 NPC처럼 갈 길을 가르쳐 줄 뿐입니다. 이건 메타포가 아닙니다. 정말 우주의 어디로 가야할지 가르쳐주는 거니까요. '제다이의 귀환'에서 오비완과 요다는 루크가 베이더처럼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루크는 그 가르침과 스스로의 선함으로 황제의 유혹을 이겨냅니다. 하지만 레이에게 루크의 가르침은 황제를 상대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합니다...

 레아는 원래 그런 역할을 할 거라곤 생각했습니다. 벤이 돌아올 게 확실했던 것처럼, 거기에서 레아의 역할 만큼은 '깨어난 포스'부터 정해졌던 거라고 해도 되겠죠. 배우의 이른 죽음으로 더 촬영하기 어려워 운신의 폭이 있기는 했겠으나, 레아가 '오르가나'라기 보다는 '스카이워커'로 그려지는 모습은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

 뭐 레아도 제다이 수련을 받았다거나 하는 얘기는 스타워즈 레전드가 된 이전 EU 시리즈부터 거의 공인이었기에 새로울 건 없지만, 전 그 설정을 버리길 잘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제목이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인 마당에 스카이워커의 주박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는 건 헛된 얘기긴 했지만요.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정말 당혹스러운 게 뭐냐면, 쌍제이는 '라스트제다이'든 다른 스타워즈들이든 간에 그걸 무시하거나 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다는 겁니다. '라오스'의 지상과제가 "'라스트제다이'와 다른 척 하기"인 걸 생각하면 정작 놀라울 정도로 '라스트제다이'의 떡밥이나 소재를 우려먹고 있습니다.

 포스 화상통화는 아예 일상적으로 쓰이고, 레이의 '노바디' 부모님 조차도 그걸 아예 버리진 못 해서 레이가 팰퍼틴의 딸이 아니라 손녀라고 나옵니다. 레이의 애매한 기억 같은 것들은 그냥 다크포스로 조작된 거라거나 하는 식으로 충분히 짓눌러버릴 수 있는 건데도 말이죠. 물론 클래식의 데자뷔가 느껴지는 장면이나 연출도 많습니다. 이쪽은 조금 더 티를 내고 드러내긴 하죠.

 쌍제이가 기존 스타워즈를 씹어 버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정황은 꽤 보이는데, 정작 실제로 한 건 구작들을 놀라울 정도로 모욕하는 것들이라 그냥 쌍제이의 팬으로써의 이해도 자체가 심각하게 의심됩니다.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결국 빛과 어둠의 대결입니다. 황제는 결국 다른 이들의 힘을 빌린 레이의 공격에 죽음을 맞습니다. 공격 받아 죽는다고요!

 분명 좀 전에 "네가 나를 죽이면 너는 시스이자 새 황제가 될 것이다" 라고 하지 않았나요? 분노에 차지만 않으면 죽여도 된다는 건지? 아니면 칼로 직접 베지 않았으니까 괜찮은 건가요? 이미 말했지만 황제를 물리치는데 루크나 요다의 가르침은 전혀 기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벤 조차 별 역할이 없죠. 스타워즈는 늘 악당을 순수한 무력으로 물리치지 않았습니다. 악당 스스로의 악함이 자신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넣었죠. 하지만 '라오스'에서는 흡혈귀가 십자가 보고 타죽듯이 타 죽습니다.

 그게 직접 칼로 베는 게 아니라 성스러운(우윀) 스카이워커 남매의 라이트세이버로 십자가(하아...)를 만든 거라서, 타락하지 않는 공격이란 건가요? 게다가 벤은 중간에 갑자기 일시퇴장 해서 역할이 없습니다. 둘이 같이 해내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그냥 벤이 와줘서 레이가 용기를 얻은 걸로 된 건가요? 황제는 다스베이더가 완전히 타락했을 거라는 잘못된 확신으로 한번 죽었습니다.(물론 부활한 황제 덕분에 아나킨은 새됐습니다) 뭐 그정도론 불충분해서 다시 부활했으니 이번엔 제대로 태워 죽이기로 했나봅니다.

 이 모든 건 유치찬란한 황제의 귀환 같은 걸 그대로 두더라도 훨씬 나을 수 있었습니다. 레이가 생물학적 손녀가 아니라 시스의 비밀스런 마법과 클론 기술에 의한 거였다면 어떨까요? 이건 어차피 공식 설정이니 어색할 것도 없습니다. 레이가 스카이워커의 라이트세이버로 태워 죽이는 대신, 벤과 레이가 황제의 공격을 튕겨냄으로써(윈두처럼) 황제가 죽었다면? 시스의 계승 의식이 무슨 콜로세움 같은 게 아니라 비밀스러운 신전 같은 거였다면? 솔직히 '라오스'의 마지막 콜로세움을 보고서 '시스의 복수'나 '제다이의 귀환'을 떠올린 사람보다는 '클론의 습격'의 그노시스 콜로세움을 떠올린 사람이 더 많았을 듯 합니다.

 쌍제이가 클래식부터 시퀄 전작들까지, 스타워즈에 대한 해석이 총체적으로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여기저기서 강하게 받습니다. 라이트사이드 측의 가르침이나 행동도 어설프지만, 다크사이드라고 다를 거 없습니다. 황제의 동기와 행동이야 말로 쌍제이가 스타워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가장 큰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황제가 레이보고 자기 죽이라는 것부터 이상하잖아요. 이전에 황제가 도발한 건 전부 다 수작이었습니다. 근데 이번엔 진심이더군요?

 팰퍼틴은 언제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공화국, 제국, 심지어 시스까지 이용했던 자입니다. 무엇보다 후계자에게 넘겨준다 같은 발상 같은 게 없다는 게 프리퀄과 클래식에서 얼마나 지겹게 반복됐던가요. 게다가 죽음까지 어느정도 극복한 마당에 왜 후계자가 필요하단 건지. 아니면 레이는 생물학적 손녀니까 물려줘도 괜찮다는 건가요? 최소한 벤이라면 스카이워커를 타락시키겠다는 의지라고도 생각할텐데...

 그러더니 레이가 거부하니까 화내면서 아직 정정하다고 과시하십니다. 포스라이트닝으로 저항군을 추풍낙엽처럼 떨어트리죠. 이러면 왜 후계자를 찾는지도 모르겠고, 왜 대함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그냥 시스의 흑마술과 과학기술로 수명연장 하시고, 빠와!!로 은하계를 쓸어 버리시면 될 거 같은데요. 손녀야 또 낳으면 되죠. 아직 정정하시던데. 아니 이번엔 딸로 낳아서 직접 키우면 될 듯.

 영화의 너무 많은 면이 총체적 난국이라서 더이상 늘어놔 봐야 의미가 없을 거 같습니다. 흥행도 저조한 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수익이 망한 거 같진 않고... 그냥 스타워즈로써 기대 이하의 오프닝 실적에 최종 실적도 떨어지는 정도겠죠. 하지만 작품성도 이따위니까 별로 장래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라스트제다이' 직후 발표됐던 라이언 존슨의 새 트릴로지도 뭐 떠도는 소문으로는 라이언은 루카스필름과 연이 끊어진 게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감독만 물갈이가 아니라 새 트릴로지 자체도 지금으로썬 홀드 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라오스'의 역할은 스카이워커 사가를 끝냄(물론 이런 식으론 말고;;)과 동시에 새 캐릭터와 세계, 무엇보다 비전을 선보여서 다음 트릴로지의 토대가 되었어야 했는데 토대는 커녕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한 상황이지요.

 물론 그만큼 새 트릴로지를 푸시할 의지만 있다면 백지부터 그릴 여지가 있는 거기도 한데, 이래놓고 사람들이 뭘 기대하겠어요. 시퀄 캐릭터들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별로 하지 못 할 수준으로 끝나 버렸으니 말입니다. 만약 새 트릴로지가 나온다면 정말정말 좋은 이야기여야 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디즈니와 루카스필름이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현실적으론 앞으로 5년 정도는 극장가에 스타워즈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나마 한줄기 빛이라면 디즈니+로 선보인 '만달로리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거네요. 스타워즈의 미래는 극장보다는 TV 시리즈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인 게, 시퀄에서 외전 뽑아내기 드럽게 어려운 내용으로 만들어 놔버려서... 어쩌면 레전드로 논캐논이 된 EU가 대거 부활하고 그거나 우려먹는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이게 다 조지 루카스나 케빈 파이기 같은 총책임자가 없는 탓입니다.

덧글

  • 듀얼콜렉터 2020/01/10 06:51 # 답글

    저도 영화가 끝난후 '도데체 이 트릴로지는 왜 존재할까, 구 캐릭터들과 EU 세계관을 버리면서까지 존재할 가치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아. 뭐 궁극적으로 디즈니랜드 파크에 더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하기 위한 홍보작 정도의 의미가 있는것 같긴 합니다 쩝.
  • eggry 2020/01/10 12:10 #

    밀레니엄 팔콘 보고 싶긴 하네요
  • ㅁㄴㅇㄹ 2020/01/10 07:41 # 삭제 답글

    3부작 만들면서 큰 흐름도 안 짜둔게 근본적인 문제고, 라제부터 이미 깨포에서 뿌린 떡밥들을 다 클리쉐 비틀기랍시고 회수는 안하고 걍 짓밟아서 못 쓰게 만들어버리고, 이야기 스케일도 동네 동아리 수준으로 추락시켜서 속편을 어떻게 하기도 힘들게 만든 원흉이에요. 거기서 뭔 수로 재밌게 살림? 걍 라제 때문임을 인정하는게 본인들도 맘이 편할건디 이미 빨았던 과거 때문에 그러긴 힘든가 보네요ㅋㅋ
  • blackace 2020/01/10 08:26 #

    이 블로그는 누구의 블로그인가
  • eggry 2020/01/10 11:32 #

    라제 탓 하면 좋겠지만 라오스가 그냥 너무 못 나서 라제 탓도 못 함
  • vatsh 2020/01/16 12:55 # 삭제

    그 깨포에서 뿌린 떡밥들이라는 게 온통 짜치는 것들 투성이였는 걸요ㅋㅋㅋㅋ 오히려 라제에서 짜치는 떡밥들을 쳐내서 시퀄 마지막에 감독이 온전히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해주게 만들어준 거죠ㅋㅋ
    문제는 쌍제이는 하고 싶은 얘기가 없고, 그냥 짜치는 인간이라서 짜치는 떡밥을 다시 다 가져왔다는 것이겠지만요.
  • NRPU 2020/01/10 09:26 # 답글

    목없는 프랜차이즈
  • 블랙하트 2020/01/10 09:50 # 답글

    라스트오더가 아니라 '파이널오더'입니다.
  • eggry 2020/01/10 11:31 #

    으 그랬죠. 엄청 구린 이름...
  • 타누키 2020/01/10 13:47 # 답글

    직접 죽이는 것에 대한걸 확실히 간과했었네요;;
  • 나이브스 2020/01/10 21:03 # 답글

    이번 편 속에선 뭔가 두 개의 영혼이 서로 싸우는 기분이었습니다.
  • 나그네 2020/01/10 23:01 # 삭제 답글

    그냥 테넷 프롤로그를 위한 시간떼우기라는 악평까지 나오더군요
  • ㅇㅇ 2020/01/12 04:50 # 삭제 답글

    스타워즈는 이제까지 디즈니가 전개한 그 어떤 프랜차이즈보다도 거대한 것이었죠.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먹이를 삼킨 디즈니가 이를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선,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팬이 아니라 실제로 스타워즈를 만들어본 사람을 총사령탑에 앉혔어야 했고요. 물론 이미 늦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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