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기 여행 0부 - 여행 개요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부 - 코다이지 안드로이드 관음, 키후네 신사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2부 - 유포니엄 래핑열차, 오미 신궁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3부 - 마키노 메타세콰이어, 사이쿄지, 히요시 타이샤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4부 - 구 치쿠린인 정원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5부 - 치쿠부시마, 히코네 겐큐엔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6부 - 유포니엄 스탬프 랠리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7부 - 루리코인 라이트업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8부 - 신뇨도, 무네타다 신사, 요시다 신사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9부 - 교토대학 요시다료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0부 - 시모가모 신사, 난젠지, 쇼렌인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1부 - 토후쿠지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2부 - 니시,히가시 혼간지, 후시미이나리타이샤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3부 - 교토 닛폰 페스티벌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4부 - 키타노 텐만구, 아라시야마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5부 - 오하라 호센인
2019. 11. 22.-29. 일본 칸사이 단풍 여행기 16부 - 오하라 산젠인(끝)
요시다 신사에서 내려오니 교토대학입니다. 교토대학 하면? 요시다료! 지도를 찾아보니 정말 근처에 있습니다. 교토대학에 대한 이미지 하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생각나는데, 교토는 공산당 의원이 많기도 하고 대학생들의 학생운동 성향도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있는 지역입니다. 소설에서는 뭐 거의 청춘적인 얘기만 나왔지만 아직도 만화에서나 볼 법한 궁상 맞으면서 자주성이나 창의성을 추구하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예가 요시다료라고 할 수 있죠.
들어가기 전에. 요시다료의 무분별한 내부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무분별한 내부촬영'이라는 건 좀 두리뭉실한 기준인데, 일단 동행자(거주자) 없는 구경이나 사진은 원칙적으로 금지.(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고 제재하는 손길은 그다지 없긴 합니다) 공식일정으로는 한달에 몇 번 있는 견학회를 통해서 방문할 수 있습니다. 혹은 사무실을 통해서 단기 숙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숙박료가 500엔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방은 폐교급 노숙이기 때문에 위생이나 안전을 염려한다면 권하기 그렇고요; 이 경로로 친해져서 같이 돌아다니거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왕도긴 합니다.
단기 여행자는 당연히 이렇게까지 하긴 어렵고, 유일한 방도는 거주 학생에게 동의를 얻어 동행하면서 구경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금기는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사람을 찍는 것 금지, 개인을 유추할 수 있는 물건(이름 등), 기숙사 활동과 연관된 공지류 금지, 살아 있는 것[...] 금지 뭐 이렇습니다. 뭐 사생활적인 건 기본적인 거고, 찌라시류는 활동이 학교에 노출되어 문제가 되거나, 문제가 될 만한 발언 같은 걸 피하려는 듯. 의외로 위생 관련된 얘기는 없습니다. 그냥 공공연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동행 시에는 기숙사 안내 같은 얘기들도 들을 수 있지만 저는 설명까지 기대하진 않았고(언어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고) 그냥 사진 촬영 관련으로 감시 및 통제 차원에서만 양해를 구했습니다. 찌라시류의 경우엔 요시다료의 운영이나 학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허락되었네요. 물론 이것도 자치 사무실 측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판단이라서 기준이 주관적이긴 합니다만.

캠퍼스 내 자전거 타는 학생들이 많은데 꽤 거칠게 타기도 하고, 경비요원들이 자전거 통행 관련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여긴 안돼! 저리로 나가! 썩 말을 잘 듣는 거 같진 않습니다. 음, 고생이네요.

교토대학 지도에 나온 요시다료...라지만 사실 표시도 없습니다;; 저기 ㅌ자 모양으로 길쭉하게 된 게 요시다료. 교토대학 입장에선 그렇게 부각되고 싶은 곳이 아니고 학교 경영과는 충돌관계라...

요시다료 입구 근처의 이런저런 팻말들. 역 표지판을 본따 만들어놓은 모양도 있네요. "요시다료와 교토대" 학문이라는 신기한 모임도...

학교와 충돌, 자치 문제, 위생, 안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다보니 스스로 변호하기 위한 시도가 많이 보입니다. 학교와 대립하는 이유, 낡아 빠졌잖아요? 왜 자치하려고 하죠? 입소 방법 등. 대답 번역은 생략.

이 이미지는 그냥 홍보 포스터이기도 하지만, 요시다료를 다룬 사진전의 대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지도를 보고 게이트를 들어갔는데, 응? 생각보다 멀쩡하잖아? 이건 그냥 신축이고 요시다료는 안쪽 다른 건물이었습니다.

좌우 신축건물과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저곳이 요시다료의 입구.






정문의 풍광. 원래도 별로 깔끔한 곳은 아니지만 은행 냄새 때문에 더욱 음... 뭐 이런저런 패널도 만들고 있고 술판 흔적도 있고 그렇네요. 대학생의 혈기라고 해도 저는 너무 공부만 해서 이런 건 모르지만;

이런저런 포스터들. "아이누 민족 교류회"가 제일 눈에 띄네요. 지도로 보기로는 여기가 요시다료 식당인 거 같은데. 요시다료 식당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건물로, 1889년에 처음 건설됐고 2015년에 보수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현역으로 식당이기도 하고 문화활동의 장으로 쓰인다고.

빙 둘러서 후문 쪽으로... 고양이는 당연하다는 듯 있습니다. 뭐 고양이 밥도 복도에 놓여있고...


이런 저런 동물을 키우기로도 유명한데 저는 비교적 무난한 닭 밖에 못 봤네요. 계란도 판다고 합니다. 염소 정도는 거의 기본이라는 거 같고, 몇년 전에는 에뮤(작은 타조 같은 새)도 있었다고 합니다; 에뮤는 잡아 먹었다고 하네요.[...] 에뮤 사진을 찍은 한국 블로그 글도 찾으면 나옵니다.

정문은 하나지만 세갈래로 갈라져서 후문은 세개입니다. 2층 구조이고... 이쪽은 뭐 벌목장 같은 느낌입니다.

거북이 들어있는 통이 있는데 이것도 먹는 건가요? 자라탕은 익히 들어봤지만...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학생을 발견해서 손짓발짓 하며 사진 좀 찍고 싶다, 동행해달라- 했습니다. 역사 소개 같은 건 뭐 학생도 그다지 열의는 없는 거 같고 그냥 사진 촬영의 통제 차원에서... 혹시 찍다가 문제될 거 얘기해달라는 정도로만. 수업 없는 날 빈둥거리고 싶은 거 같은데 왠 김치맨이 시간 뺏아서 미안하지만 저는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메와쿠를 끼치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복도의 취사설비. 그을음과 기름 떡칠이 되어 있는데 별로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 같더군요. 너무 알려져서 딱히 가릴 게 없는지도.

그래도 싱크대는 이정도면 그냥 시골집 정도 느낌.

문에 걸려있는 치마키와 기숙사 그랜드미팅 공지. 기숙사 관련 공지지만 몇 달 전이라서 봐줬네요. 전 거주자가 참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뭐 이런 학생행사나 축제 포스터도 당연히...

복도의 비받이 통. 100년도 넘은 건물이니 당연히...

거주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폐쇄한다는 공지. 이 객실 폐쇄가 학생 자치회의 정책인 건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학교 측의 퇴거 압박의 일환인진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요시다료 측이 수세에 몰린 느낌이긴 합니다.

2층에서 본 안뜰의 모습. 저건 닭장이려나. 건물 생긴 건 뭐 흔한 오래된 근대 목축건물입니다.

유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어나 이국적 사진의 모습 같은 것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 학생도 있는 거 같은데, "아베 사죄하라" 같은 걸 붙여놨는데 올리지 않는 게 학생의 신상적으로 좋을 듯 싶네요.

이,이건 무슨 주술 같은 건가요?;;


뭐 이런 덕질의 흔적도 당연히...

복도의 고양이. 이정도는 봐주더군요. 살아있는 거 찍지 말라는 건 뭔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상한 애완동물을 얘기하는 건지.

좌파 성향이 강하다보니 2차세계대전의 전쟁범죄와 교토대학의 연관 같은 것도...

"신선한 야채". 그냥 테이프 붙여 놓은 거지만...


인터넷 공유기입니다. 80~90년대 사이버펑크 만화에서나 볼 법한 케이블 칭칭 감긴 그런 모습. 노끈으로 귀갑묶기 한 거 같기도 하고;

쓰레기 버리지 마!


뭐 이런 문화활동의 흔적도 있습니다. 코스프레 영화와 우리들의 미래? 벤큐 프로젝터는 사무실에서 렌탈해준다는군요.

문 손잡이에 의수...는 아니고 여튼 뭔가;

이건 상영회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최신 상영작 포스터 같은데 무슨 의미로 붙여놨는진 모르겠네요.

"관리 강화, 절대 허용하지 마라!" 대립하는 입장에서 전형적인 문구.

가리비 재떨이와 반합.

오징어 그림과 문양 스티커.

계단 쪽의 유리창. 하나 깨졌다가 갈았는지 색이 다르네요. 이거면 그래도 보수가 된 거고 사실 복도 유리창이나 벽은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교토가 그렇게 안 추운 곳이라지만 중앙난방도 없고 겨울은 매우 고통스러울 거 같네요.


음, 누군가 수중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는 듯. 거북이들도 설마 직접 잡은 건가요? 시내 강에서는 어획이 안 될텐데 바다까지 가서 잡아오는 건지.

교토대학은 국제적인 대학이기도 해서 여러 외국어로 된 안내도 있습니다. 한국어 전단지.

로비로 다시 돌아와서 구경은 마무리합니다. 로비가 접수 데스크 겸 코타츠 좌석처럼 되어 있는... 뭐 대충 흡연실 정도로 쓰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입구 쪽에 소개 팜플렛도 챙기고, 모금함에 500엔 넣어주었습니다. 번거로운 요청에 응해준 학생에게도 감사의 말을.

요시다료를 나와서 점심 먹을 곳 찾아 길을 걷습니다. 왔던 곳 반대쪽 벽면의 안내판들. 정식 투어는 정해진 일정으로 이뤄집니다. 역사나 현재 상황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들을 수 있겠죠. 제 일정과는 안 맞아서...

아이누 민족 교류회, 유골문제 같은 얘기도 언급하고 있네요.
일단 처음 왔을 땐 이상할 정도로 학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마주치거나 등이라도 본 학생이 도합 3명 정도) 뉴스라든가 검색해보니 현재 요시다료는 거의 다 퇴거된 상태인 거 같습니다. 사실 2013년인가 2014년에 내진문제로 철거한다는 소식을 본 기억이 나고요, 그 이후에 학교 측과 개축, 퇴거 합의는 진퇴양난을 거듭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뭐 아직까지 철거는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거주자도 있기는 하고요. 일단 신규 입주자를 받지 않고 점차 신축으로 옮겨간다는 잠정 합의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학생 자치권의 축소라든가 같은 문제로 일보전진 일보후퇴가 이어지는 거 같습니다.
2019년 4월에 학교 측에서 결국 남은 학생을 상대로 불법점거 혐의로 법원에 소송을 냈고, 아직 진행 중입니다.(홈페이지로는 12월에도 학생회 측에서 변론을 했네요) 2학기 입소자도 받기는 한 거 같은데 현재 거주자는 20명 정도라고 합니다. 100명 넘게 수용 가능한 건물인데 그럼 왜 텅텅 빈 느낌이었나도 설명이 되네요.
요시다료는 기숙사 입소부터 모든 걸 학생들이 직접 결정한다는, 학생 자치의 극한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물론 이곳도 세월의 힘에는 어쩔 수 없어서, 결국 언젠가는 보수나 신축으로 바뀔 수 밖에 없겠죠. 학교에서는 그 과정에서 운영 주체를 학교 쪽으로 넘기고 싶어하고 그때문에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상황으로는 설사 법적으로 승리하더라도 건물 보수가 이뤄지지 못 하고 방치된다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안전, 위생 문제로 점점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긴 합니다. 뭐 실제로 입주자가 많이 줄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소송을 한 거겠죠. 학생 자치는 지지하고 싶지만 안전 문제는 좌시하기 어렵고... 이러다 지진이나 화재로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시다료에 숙박하는 건 위생은 그렇다 쳐도 제 소지품의 안전 측면에서 사실 시도하기 좀 어렵습니다. 위치 자체는 히가시야마 대부분에 어렵잖게 접근할 수 있어서 도보여행으로도 괜찮은 곳입니다. 진짜 헝그리한 백패커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어느정도 일본어가 되고 건강 면에서 감당이 될 거 같다면 도전해 볼 법도...
저도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조건이 맞아 떨어지려면 몇년은 걸릴 거 같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남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뭐 제가 한창 때 유학생으로 왔다면 아마 60% 정도 확률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일본적인 궁상맞음을 그 나이와 이곳 아니면 어디서 체험해볼 수 있겠어요. 계층의 다양함 같은 것도 있고. 물론 저에게 학창시절은 이미 지나간 얘기라 그냥 상상만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요시다료 구경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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