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와 USB 허브로 사진 백업하기 by eggry


 여행 가면 사진 용량 처리가 문제입니다. 고화소 기종을 쓰다보니 사진 용량이 상당한데... 일단 4200만 화소인 A7R II 쓸 때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으로 구입한 렉사 256GB 메모리로 버텼습니다. 마크 3에서는 듀얼 슬롯이 됐기 때문에 1번에는 UHS-II 빠른 메모리를 넣고 2번에 256GB를 넣어서 복사 기능으로 백업했습니다. 마크 4로 오니까 이게 또 다시 문제가 됐는데 파일 용량이 1.5배가 됐기 때문이죠. 이젠 128+256GB로는 일주일 정도 여행을 안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급한대로 삼성 512GB 마이크로 SD(어댑터 포함)이 싸길래 그걸 사서 지난 여행은 패스했습니다. 하지만 본래 바디 내 복사기능이 워낙 느리기도 하고(하루분 복사하는데 30분~1시간 정도 걸립니다;), 512GB 용량은 괜찮은데 UHS-I이라 컴퓨터로 복사하는 속도도 느립니다. 뭐 이건 그냥 기다리면 되는 일이긴 한데, 이것도 빨랐으면 좋겠더라 이거죠.

 블랙프라이데이 때 UHS-II 메모리 할인하는 걸 보고 아예 256GB UHS-II를 2,3개 살까 생각했는데, 가격이 너무 세더군요. 1개당 15만인데 1TB 외장 SSD에 버금가는 가격이니까요. 이거 두개 살 돈이면 그냥 외장 SSD를 사고 거기에 복사할 방법을 찾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심지어 SD 카드보다 훨씬 빠르고 보존 신뢰성도 좋은데? 확실히 백업 수단으로써는 여분의 SD 카드보다는 외장 SSD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현재 가진 휴대기기 중 외장 스토리지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아이패드 프로 뿐입니다. 노트북은 없거든요.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는 USB-C 지원이긴 해도 포트가 1개 뿐이니 허브가 필요합니다. 카드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외장 SSD 연결할 포트도 필요하죠. 아이패드 프로의 주변기기 지원이 일단은 파격은 파격이었던지라 제품이 이것저것 많이 나와 있더군요.

 처음 구입한 건 베이서스에서 만든 아이패드 모서리에다 ㄱ자로 끼워서 거치할 수 있는 놈이었는데, 외관이고 다 좋았습니다. SD 카드 슬롯도 내장되어 있고 USB 포트도 있으니 만사형통...이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당시엔 아직 외장 SSD가 도착하지 않아서 USB 스틱과 SD 카드 리더기를 이용해서 테스트 했는데, 동시 인식이 안 되는 겁니다. 메뉴얼에 적혀있길, "동시에 1개의 스토리지만 가능합니다" 라고 되어있더군요.

 허탕치고 결국은 다른 허브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외장 SSD도 도착했죠. 새로 구매한 놈은 국내에도 어느정도 들어와 있는 아오키(Aukey)의 8in1 허브입니다. 말 그대로 8개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건데, 대충 USB 3.0 A 포트 3개, USB-C PD 1개(본체 충전만 됨), SD 및 마이크로 SD 카드 리더, HDMI 포트, 이더넷 포트입니다. SD 카드랑 마이크로 SD 카드는 동시에 못 읽는데 어쨌든 8개랩니다. 3.5파이는 없습니다.

 아오키에서 몇가지 기능이 있나에 따라 라인업이 좀 되는데 확장포트를 최소화 하고 출력기능들(HDMI, 3.5파이)에 집중한 놈도 있고, SD 카드 리더랑 USB 포트 1개 정도 있는 놈도 있습니다. 용도 상으론 저걸로 충분한데 가격차이도 별로 안 나고 이더넷 포트가 언젠가! 쓸지도 모른단 생각+이 녀석만 파우치를 준다는 이유 때문에 이걸로 핬습니다.

 그리고 반전 아닌 반전. 원래 샀던 베이서스 허브가 동시에 안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USB 메모리와 SD 카드는 동시에 안 됐지만 외장 SSD랑은 됩니다! 아무래도 같은 타입의 스토리지를 동시에 못 한다는 내용이었던 모양입니다. SD 카드랑 마이크로 SD가 동시에 안 되듯이요. USB 메모리는 SD 카드와 같이 이동식 스토리지 분류인 거죠; 그래서 뭐 결과론만 말하자면 허브를 또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뭐 언젠가 이더넷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랩탑을 쓰게 되면 쓸 일이 생기겠지요;;



 뭐 생기기는 이렇게 미끈한 마우스처럼 생겼고요.



 포트류는 광고된 대로 있습니다. 모든 USB-A 포트가 3.0 스펙이며, USB-C는 본체 충전 패스스루 용도로만 되고 주변기기 인식은 안 됩니다. 그러니까 USB-C 주변기기를 쓰고 싶다면 이걸로는 쓸 수 없습니다. 사실 외장 SSD가 USB-C이기 때문에 C 포트를 늘려주는 허브가 없나 찾아봤지만 놀랍게도 없었습니다. 현재는 허브 컨트롤러 자체가 그게 가능한 게 나온 게 없다는군요. 전송속도는 3.1이 안 되도 모양만 C라도 되면 좋겠는데 없습니다. 지금으로썬...



 파우치. 그냥 싸구려 합성섬유 재질입니다. 질감은 그럭저럭인데 좀 타이트한데다 케이블 일체형인 모양 상 케이블 구겨서 넣는 게 내구성 상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아오키의 허브는 본체와 결합 없이 케이블로 동글처럼 뻗어 나오는 형식으로, 포트가 다수이기 때문에 이런 모양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베이서스 쪽은 베젤에 끼워서 좀 더 일체형 느낌이 나오게 합니다만, 반대로 USB 포트에 케이블 형식으로 연결하기에는 덜렁덜렁 떠있는 모양이 되서 좀 추해집니다.

 또 사소한 차이로는 아무래도 깊이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SD 카드가 정말 끝의 단자만 간신히 들어갑니다. 아오키 쪽은 절반 정도 들어가고요. 전원 공급은 다 잘 됩니다. 아오키 쪽에서만 가능한 걸 꼽으라면 자체 리더기 외에도 USB 포트 여분이 있어서 다른 리더기를 쓸 수도 있습니다. 300MB/s 읽기 속도를 가지는 소니 MRW-S1 리더기를 이용해 더 빨리 복사할 수도 있죠. 물론 실제로는 더 고속인 리더기를 쓸 이유가 별로 없다는 걸 실제 사용방식이나 테스트 결과로 알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의 파일 앱을 이용해서 복사 테스트를 합니다. a7R IV의 사진 220장(25.2GB)를 복사하는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1,2초 정도는 사소한 지연이나 타이머 조작의 오차로 생길 수 있는 범위이므로 사실상 동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리더기에서 아이패드 프로 내장 스토리지로의 복사입니다. 사실 이건 실용성 측면에서 거의 의미가 없는데, 일단 아이패드 프로 스토리지가 백업에 쓸 정도로 용량이 안 된다는 점(256GB 모델인데 50GB 정도 밖에 여유공간 없음),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에서 작업할 생각도 없다는 점입니다. 순전히 복사를 위한 중계기기로써만 생각하니... 하지만 리더기의 성능을 볼 수는 있을 겁니다.

아오키 자체 리더기->아이패드 프로: 7:10
아오키+MRW-S1->아이패드 프로: 4:48
베이서스 자체 리더->아이패드 프로: 6:42

 예상대로 MRW-S1가 제일 빠른 속도를 보였습니다. 그래도 단순 계산으로는 88MB/s 정도로, 리더기의 풀스펙인 300MB/s에는 현저히 못 미쳤습니다. 참고로 PC에서 테스트 했을 땐 300MB/s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이 속도는 아이패드 프로의 USB 성능 한계라고 봐야겠죠. 재미있는 건 전반적으로 더 탄탄하고 고급처럼 보이는 아오키 쪽의 자체 리더기가 베이서스보다 좀 딸렸다는 겁니다. 뭐 유의미한 체험의 차이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지만요.

 다음으로 실제로 중요한 SD 카드->SSD 복사입니다.

아오키 자체 리더기->외장 SSD: 11:27
아오키+MRW-S1->외장 SSD: 11:26
베이서스 자체 리더->외장 SSD: 12:19

 아오키 자체 리더기와 MRW-S1의 기록은 사실상 동일합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내장으로 복사할 땐 더 빨랐던 베이서스 리더가 이번엔 50초 정도 느렸다는 거네요. 이것 역시 실제 체험에 별 차이를 주지는 않습니다. 여튼 연결된 스토리지 간 복사에서는 베이서스가 약간 더 병목이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건 허브의 성능이라고 해도 되겠고 확실히 더 여러 포트를 지원하기 위해 여유있는 아오키가 좀 더 나았습니다. 중요한 발견은 고속 리더기의 메리트가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에서 더 중요한 건 내장에 복사할 때보다 현저하게 느리다는 점입니다. 한 1.5배 정도 시간이죠. 아이패드 프로의 내장 스토리지가 특별히 빠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외장 SSD의 속도가 500MB/s 정도임을 생각할 때 스토리지 속도차이로 인해 이 속도가 나올 순 없습니다. 합리적인 결론은 복사 과정에서 아이패드의 IO 쪽이 병목이란 거겠죠. 단순히 동시에 드나 들어야 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내장에서 SSD로 복사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이패드 프로->외장 SSD(직결): 10:51
아이패드 프로->외장 SSD(아오키 허브): 10:49
아이패드 프로->외장 SSD(베이서스 허브): 10:55

 보다시피 내장에서 외장 SSD로의 복사시간은 SD 카드에서 직접 복사하는 시간보다 30초 가량 짧을 뿐입니다. 또 속도가 거의 같아서 허브가 아니라 다른데서 병목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튼 종합해보면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아이패드의 IO 중에서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 쪽 속도라는 거지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이패드 프로의 USB 연결은 읽어 들이는 게 내보내는 것보다 확실히 느린 게 분명합니다. 생산성 기기(워너비긴 하지만)로써는 유감스러운 모습이죠. 물론 이 속도가 아이패드 프로에서 할 법한 수준의 작업에서는 지장을 줄 속도는 아니지만...

 뭐 본래 기대하던 SD->SSD의 복사는 잘 되었고 속도는...기대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뭐 이정도면 괜찮습니다. 카메라 내부보다는 훨씬 빠르고(한 3,4배 정도?) 외장 SSD의 보존 신뢰성도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덕분에 카메라에 꽂는 SD 카드 자체도 UHS-II 128+128GB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용량보다 속도로 말이죠. 이제 256GB랑 512GB가 놀게 됐는데 요즘 똥값이라 팔기도 그렇고 걍 비상용으로 둬야겠네요.

 마지막으로 기왕 이더넷 포트가 있으니 이더넷 속도 테스트. 기가 인터넷이고 데스크탑에서는 이더넷으로 800Mbps 가량이 제가 본 최고속도입니다.(speedtest.net 기준) 801.11ac 기준으로는 550Mbs 정도, 이더넷으로는 680Mbps 정도 나왔습니다. 사실 USB 속도 테스트 등을 보면 이게 거의 아이패드 프로 USB 포트의 대역폭 한계치라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대충 요약

- SD 카드 백업의 중계기로써는 잘 됨.
- 아이패드 프로는 동종 스토리지를 동시에 이용하지 못 한다.(예: 마이크로 SD vs SD 카드, 외장 하드 vs 외장 SSD 등)
- 아이패드 프로의 USB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특히 내보내기는...
- 아이패드 파일 앱의 진행상태 표시는 별로 신뢰할 수 없다.(대부분 절반 정도 찬 상태에서 완료됐습니다. 예상 시간도 안 보여주고 윈도우보다도 신뢰성 더 개똥;;)
- 이더넷도 잘 됨.(참고로 이더넷 연결 표시는 상단에 따로 안 뜹니다. 그냥 WiFi 사라지고 LTE로 표시. 설정에 들어가면 WiFi 밑에 이더넷 항목이 새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최근 라이트룸 업데이트로 외장 스토리지에서 사진을 읽어 작업할 수 있다든가 기능이 추가됐습니다만, 전 프로 12.9인치 화면도 작업하기엔 너무 작다고 생각하고 메인 보정은 캡쳐원 프로이기 때문에 아이패드에서 라이트룸은 쓰지 않아 테스트하지 않았습니다. HDMI 포트 역시 아이패드를 TV에 연결할 일은 없어서(키노트 쟁이도 아니고) 역시 패스.

 장기적으론 일이주 정도 여행이 아니라 아주 길게 갈 일이 생긴다면 당연히 1TB로도 모자라게 될 겁니다. 그때는 아이패드를 네트워크 허브로 NAS나 아니면 아마존 클라우드 같은데 올리는 식으로 보존해야겠죠. 궁극적으로는 용량이 안 모자랄 때도 아마존 클라우드에 동시 백업을 해놓는 게 안전 상으로는 당연한 결정입니다만. 아직 클라우드 전송은 테스트 해보진 않았습니다. 이런 전송은 파일 앱을 써야하는데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들의 파일 앱 연동이 그렇게 매끈하진 않습니다.

 덧붙여 저는 안드로이드 기기가 없어서 그나마 USB-C가 달린 아이패드 프로로 했습니다만, 안드로이드 폰은 이제 대부분 USB-C이고 허브 이용도 당연히 되기 때문에 기기만 아이패드가 아니라 폰으로도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지인 분이 갤럭시 S10으로 테스트 한 게 있는데 USB 대역폭이 더 좋은지 아이패드 프로보다 시간이 더 짧게 나오더군요. 그야말로 '프로'의 굴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글

  • RuBisCO 2020/01/02 11:52 # 답글

    프로는 출력 전력 제한이 훨씬 양호한 편인가 보군요. 아이패드 에어 사용중인데 주변기기 물리는데 유전원 허브가 필요하더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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